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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집 막내 구단주-31화 (31/272)

31화

고양 선수들도 이번 프리시즌에 대한 기대가 상당히 컸다.

하지만 막상 프리시즌 경기를 진행하고 나서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첫 경기였던 그라나다CF의 경우에는 전반전에는 몰아쳤지만 후반전에는 뒷심이 부족한 모습을 보였다.

선수들 스스로도 크게 아쉬워했다.

그래서 두 번째 경기를 앞두고 진행된 훈련에서는 뒷심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제기랄!”

골키퍼 박지원은 저도 모르게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전반전부터 이미 수차례 위기를 맞이했다.

박지원은 감각적인 선방 실력을 보이며 몇 차례 큰 위기들을 막아냈다.

하지만 혼자서는 역부족이었다.

“확실히…… 저희가 밀리고 있습니다.”

“…….”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곽찬구 감독도 코치의 말에 입을 꾹 다물었다.

경기 내용에서부터 발렌시아에게 밀리고 있었다.

현재 막시와 차발레타를 중심으로 한 발렌시아는 고양보다 두 수 위의 경기력을 가졌다 볼 수 있다.

거기에 홈구장에서 홈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을 받으니, 그야말로 파상공세를 펼치고 있었다.

고양은 그런 발렌시아의 공격을 막느라 급급했다.

“감독님. 뭔가 방법이 필요합니다.”

“제길.”

곽찬구 감독에게도 뾰족한 방법이 있는 건 아니었다. 아무리 전술을 짜도 그걸 실전에서 적용시키는 것은 선수들의 몫이다.

답답하지만 지금은 별수 없이 지켜만 봐야할 때다.

결국 우려하던 일이 벌어졌다.

출렁-.

『골-!』

와아아아아!

발렌시아 홈구장이 환호성으로 가득찼다.

에이스 차발레타가 고양을 상대로 선제골을 뽑아냈기 때문이다.

센터부터 시작된 깔끔한 패싱플레이에 이어 침착한 마무리까지 돋보였다.

실점한 고양 선수들의 분위기는 급격하게 다운됐다.

* * *

멀리서 스크린을 통해 경기를 지켜보던 나는 실망스러운 플레이를 선보이는 우리 팀 선수들을 보며 탄식했다.

“이러면 안 되는데…….”

좋은 경험을 쌓으라고 보내놓은 스페인인데 괜히 상처만 받고 오면 곤란하다.

“뭔가 방법이 필요한데.”

경기장을 찾은 고양 팬들의 안타까워하는 표정을 보게 된 나는 결심했다.

그리고 곧 스마트폰을 꺼내 빠르게 문자를 작성해서 보냈다.

“도련님? 뭐하세요?”

“곽찬구 감독한테 문자 하나 보냈어.”

“……?”

의아해하는 김 비서를 뒤로하고 나는 스크린을 쳐다봤다.

때마침 전반전 경기도 끝나가고 있었다.

『전반전이 거의 끝나가고 있습니다. 스코어는 0:1로 고양이 지고 있습니다만, 전반전 내용만 보면 추가 실점이 없는 게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그렇죠. 그라나다전에서 보여줬던 좋은 모습들이 오늘 경기에서는 거의 안 나왔습니다. 그나마 기대해볼 것은 박형우 선수의 몸상태가 유독 좋아보인다는 점입니다.』

『전반전에 박형우 선수가 개인 플레이로 만든 슈팅 2번을 제외하면, 고양은 별다른 공격이 없었습니다.』

삑! 삐익! 삑!

『네, 주심이 마침 전반전 종료 휘슬을 붑니다.』

『고양 선수들이 하프타임 때 정비를 잘해서 후반전에는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좋겠네요.』

카메라 화면에는 밝은 얼굴로 들어가는 발렌시아 선수들과 굳은 얼굴을 하고 들어가는 고양 선수들의 모습을 번갈아 잡아주었다.

그런 상황을 눈에 담던 나도 미련 없이 몸을 돌려 자리를 이탈하려고 했다.

“도련님 어디 가세요?”

“……화장실.”

* * *

하프타임.

고양 선수들이 있는 드레싱룸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침묵으로 일관하는 선수들을 지켜보던 곽찬구 감독은 한숨을 살짝 내쉬었다.

무슨 말을 해줘야 할까?

그런 고민을 하던 찰나, 문득 스마트폰을 꺼내 열었다.

“응?”

스마트폰을 켜자 지태훈 대표로부터 온 한 통의 문자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건!?”

깜짝 놀란 곽찬구 감독의 모습에 코치가 슥 다가왔다.

“무슨 일이신데 그러세요?”

“음. 대표님께서 문자를 보내셨어.”

“문자요?”

문자를 보냈다는 말에 코치와 선수들 모두 긴장했다.

최근 지태훈 대표가 사람다워졌다는 평가가 많아지고 있지만, 그들은 알고 있었다.

지태훈 대표 성격상 한번 휙 돌아버리면,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을.

분명 한국에서 경기장에 홈팬들을 초청해 지켜보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그런 상황에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줬으니 엄청난 질타가 이어질 것이라 생각했다.

“아, XX 됐다.”

누군가가 저도 모르게 그렇게 툭 한 마디 내뱉었다.

꿀꺽.

그만큼 긴장한 분위기로 가득한 가운데 곽찬구 감독이 문자 내용을 이야기했다.

“오늘 경기에서 좋은 활약 펼친 선수들에게는 추가 수당 지급할 예정. 최우수 선수에게는 최고 1억까지 지급.”

“……!”

“승리할 경우, 승리 수당 추가 지급.”

“……!”

듣고 있던 모두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질책은커녕 엄청난 당근이 떨어진 셈이다.

물론 먹기 위한 노력은 필요하다.

하지만 충분히 노력해볼 만큼의 당근이 주어진 것이다.

“저, 정말 1억을 준답니까?”

“어어, 그렇다네? 설마 대표가 거짓말을 할까?”

곽찬구 감독도 여러 번 문자 내용을 다시 확인할 정도였다.

그는 아무리 지태훈 대표가 망나니라고 해도, 그가 거짓말을 하는 스타일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 놀라웠다.

K리그의 그 어떤 팀도 프리시즌 경기에서 수당을 거는 일은 없다.

심지어 공식 경기에서 지급하는 수당도 못 받는 경우도 많았다.

그런데 프리시즌에서 수당을?

그것도 최우수 선수에게는 100만 원도, 1000만 원도 아니고 무려 1억이나 지급된다고 한다.

“……형우야.”

“네, 감독님.”

“혹시 너 중동에서 뛸 때도 이렇게 받은 적 있냐?”

곽찬구 감독의 물음에 박형우는 조금 생각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거기가 돈을 많이 주기는 해도 프리시즌에도 이렇게까지 돈을 풀지는 않습니다.”

“그래?”

“조금 다른 얘기이기는 한데, 예전에 대표팀에서 같이 뛰었던 진관우가 중국에서 뛸 때 이런 식의 수당을 받아본 적은 있었다는 얘기는 들었습니다.”

“허어.”

그제서야 곽찬구 감독은 납득할 수 있었다.

‘지 대표가 최근 총알이 두둑해졌다고 하더니, 진짜 두둑한가 보구나.’

어쩌면 중국팀으로 가지 않은 선택이 올바른 선택이지 않았을까?

그렇게 생각한 그는 선수들을 쳐다봤다.

화륵.

“…….”

선수들의 두 눈을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이미 1억이란 말에 눈이 뒤집혀져 있었다.

‘잘됐군.’

곽찬구 감독은 속으로 웃었다.

그러면서도 지태훈 대표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다시 해보는 거야.’

그렇게 고양 선수들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 * *

모두가 놀라고 있었다.

경기를 해설하는 중계위원들과 지켜보는 축구팬들 그 외에 모든 사람들까지.

그들은 정말로 놀라고 있었다.

놀라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아까 그 팀이 맞나 싶네요. 고양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그렇네요. 제가 아까 후반전에는 좋은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이 정도면 기대 이상인데요?』

『자, 고양이 다시 한 번 공격을 진행합니다! 센터까지 나온 라시모프가 김지원에게. 김지원, 정현우와 이대일 패스! 이번에는 측면으로 길게 넘깁니다! 정확한 패스플레이인데요! 나탈이 받습니다! 나탈, 상대 선수를 벗겨냅니다! 달려가는데요! 어느새 페널티박스 근처까지 왔습니다!』

『왔어요! 와써요! 와써요!』

『나탈 슛! 하지 않고 패스합니다! 사무엘인데요! 사무엘 슈우웃! 하지만 수비 맞고 굴절! 다시 공은 고양에게! 이번에는 박형우입니다! 박형우! 슈우우웃! 들어갑니다!』

『이야아아! 박혀어어엉우우우! 좋아요!』

『박형우가 고양 유니폼을 입고 자신의 첫 번째 득점을 신고합니다!』

우와아아아아!

이번에 터져 나온 함성소리는 발렌시아 홈구장이 아니다.

고양Utd 홈구장에서 터져 나왔다.

경기를 지켜보던 수많은 고양 홈팬들이 박형우의 동점골을 보면서 환호했던 것이다.

“와! 어떻게 하면 이렇게 딴 팀이 되죠? 곽찬구 감독님이 정말 능력이 있으신 분인가 봐요!”

“그래?”

아무것도 모르는 김 비서와 달리 나는 속으로 후후 웃었다.

역시 돈의 힘이 최고다.

* * *

고양의 프리시즌 그 두 번째 경기 결과가 나왔다.

『고양Utd, 발렌시아에게 아쉬운 2:3 석패!』

『‘졋잘싸’를 보여준 고양의 투지 넘치는 플레이!』

『국가대표 클래스를 보여준 박형우의 플레이!』

고양은 박형우의 멀티골에 힘입어 후반전에 잠깐이지만 발렌시아를 상대로 리드하기도 했다.

하지만 행복은 잠깐일 뿐이었다.

순간적으로 두들겨 맞은 발렌시아가 다시 정신을 차리면서 금방 동점골과 역전골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후반전에는 고양 선수들의 플레이가 훨씬 깔끔하고 우수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아쉽지만 이 정도면 괜찮아. 좋아. 좋아.”

인터넷에 올라온 리플레이 영상과 기사들을 보며 나는 흐뭇한 미소를 감추지 않았다.

“박형우 선수의 인성도 참 좋단 말이야.”

나는 약속대로 최우수 선수에게 1억을 지급하려고 했다.

최우수 선수는 멀티골을 넣은 박형우로 선정됐다.

하지만 박형우는 자신이 받을 수당 1억을 함께 뛴 동료들과 나누기를 희망한다고 전해왔다.

덕분에 선수단 분위기가 더욱 좋아졌다는 후문이 있다.

“여러모로 잘된 일이지.”

이제 남은 경기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의 경기였다.

“국내 축구팬들 반응은 더욱 좋아지고 있어.”

KSB에서 보내온 시청률을 확인해본 결과 그라나다전보다 훨씬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그뿐만 아니라 현지에서도 우리 팀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었다.

그러던 중 우리는 놀랄 만한 소식 하나를 접하게 됐다.

“뭐? 지금 뭐가 어쩌고 어째?”

“그, 비야레알에서 김지우 선수하고 박형우 선수에 대한 오퍼가 들어왔습니다.”

오랜 시간 발렌시아와 경쟁하던 비야레알.

그 팀에서 발렌시아 전에서 꽤 멋진 활약을 펼친 박형우와 김지우에 대해 문의를 보낸 것이다.

“박형우는 이적한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상관없지만, 김지우는 안 되는데!”

박형우는 이번에 막 이적해왔기 때문에 도의적인 이유를 포함해서 다른 팀으로 이적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김지우는 다르다.

여기서 갑자기 이적하고 싶다고 얘기하면 차기 시즌 선수단 구성에 큰 차질을 빚게 된다.

하지만 우리 팀에 오랜 시간 헌신해 온 선수인 만큼 좋은 기회를 놓치게 하기도 어려웠다.

“그건 걱정 안 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대표님.”

“음?”

유지원 경영지원 부장이 내게 안심해도 된다며 말을 걸어왔다.

“김지우 선수가 이렇게 전해달랍니다. ‘이미 큰 도전을 하기에는 나이가 너무 많은 데다가 나는 지금 있는 이 팀에서 생활하는데 행복하다.’라고 전해 달라군요.”

“오!”

다행스러운 일이다.

김지우 선수는 팀에 대한 충성도가 상당히 높았다.

덕분에 우리는 비야레알의 문의를 정중하게 거절할 수 있었다.

왈왈!

“끙, 저리 가!”

한창 정신없이 업무를 해야 할 타이밍에 나는 골든리트리버 한 마리와 같이 있었다.

리트리버의 이름은 바로 덕구.

사무엘이 키우는 반려견이었다.

스페인에서 프리시즌을 보내고 있는 사무엘이 오늘 하루 덕구를 봐줄 사람이 없다는 연락이 왔었다.

그 연락을 듣게 된 김 비서가 눈을 반짝이며 본인이 하루 맡겠다며 직접 데려온 것이다.

그런데 왜 김 비서가 아닌 내가 덕구와 함께 있는 거냐.

“핥지 마! 아! 핥지 말라고!”

끼잉!

덕구는 내게 갖은 애교를 부렸다.

하지만 나는 그런 덕구가 귀찮을 뿐이었다.

“김 비서, 잠깐 볼일만 보고 온다더니. 언제 와?”

김 비서가 그립다.

킁킁.

“음?”

갑자기 방 안 곳곳을 냄새 맡기 시작한 덕구.

그런 덕구의 요상한 행동에 의아해하던 나는 곧 화들짝 놀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야! 안 돼!”

덕구가 갑자기 책상 위에 있던 서류 한 장을 입에 물고 냅다 뛰기 시작한 것이다.

그 서류는 업무 보고를 위한 중요 서류였다.

나는 도망가는 덕구를 뒤쫓기 시작했다.

“야! 거기 안 서!”

신나서 뛰는 덕구와 뒤쫓는 내 모습을 직원들도 보게 되었다.

헥헥-.

한참 뛰던 덕구가 코너를 돌았다.

나도 똑같이 코너를 돌기 위해 몸을 틀었다.

그 순간, 코너 안쪽에서 나오는 누군가와 부딪쳤다.

쿵!

“……!”

미처 확인할 겨를도 없이 나는 누군가와 포개진 채로 넘어졌다.

겨우 정신을 차리며 내 밑에 깔린 사람의 정체를 확인한 순간 두 눈이 크게 뜨였다.

“도, 도련님?”

“기, 김 비서?”

바로 김 비서였다.

그녀 또한 두 눈을 크게 뜨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헥헥.

놀란 눈으로 서로를 보는 우리의 곁으로 덕구가 천진난만한 얼굴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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