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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집 막내 구단주-28화 (28/272)

28화

“도련님. 이렇게 갑자기 또 스페인으로 와도 되는 건가요?”

“왜? 뭐 문제 있나?”

“음, 지난번에 두바이 갔을 때도 그랬지만 도련님의 이런 급발진스러운 행동은 상당히 당황스럽거든요.”

“과거에 망나니짓 할 때보다 이게 낫지 않아.”

“……생각해보니 그렇기는 하네요.”

우리는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에 있는 그라나다에 와 있었다.

나와 김 비서는 이곳에서 아주 중요한 할 일이 있었다.

“이제부터 우리 팀과 연습경기를 치를 팀을 구할 거야.”

“여기서요?”

“응.”

김 비서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라워했다.

연습경기 팀을 구하기 위해 스페인, 그것도 그라나다까지 왔다는 말에 놀랄 수밖에.

사실 내가 이곳에 온 이유는, 꽤 긴밀한 정보 하나를 들었기 때문이다.

-그라나다에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 속해 있는 그라나다CF라는 팀이 존재해.

-그렇습니까?

-그 팀이 최근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흠?

-혹시 모르지. 자네가 그 팀을 설득하면 좋은 연습상대 하나 구할 수도 있다고.

일본에서 연습경기 상대를 구하지 못한 나는 칼리드 왕자로부터 조언을 구했다.

그러자 칼리드 왕자는 재정난을 겪고 있는 그라나다에 대한 정보를 줬다.

-아무리 그래도 저희 같은 팀을 상대해주겠습니까?

-그건 그쪽 능력에 달렸지. 그들이 가장 필요한 것이 뭔지를 알면 해결할 수 있지 않겠나?

-가장 필요한 거라…….

-내 조언은 여기까지야. 다음은 스스로 알아내도록. 형제여.

칼리드 왕자의 조언을 받은 뒤, 나는 그라나다CF 팀에 대해 조사를 했다.

그리고 마침내 결정을 내린 나는 직접 이곳 그라나다CF까지 오게 된 것이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그라나다CF의 단장 후안 로셀입니다.”

“고양 유나이티드의 대표 지태훈입니다.”

우리는 그라나다CF의 단장을 만났다.

그는 왜소해 보이는 체구를 가진 갈색머리의 중년 남자였다.

하지만 눈동자는 그 누구보다 강인해 보였다.

“후안 씨라고 부르면 될까요?”

“예. 편하게 불러주세요. 그런데 여기까지는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현재 K리그는 시즌이 끝나고 프리시즌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연습경기를 치를 상대를 구하고 있는 중이죠.”

“흐음. 그 말씀은 저희와 연습경기를 치를 생각을 갖고 계신 건가요?”

“시원시원하니 좋군요. 맞습니다.”

“흠. 죄송한 이야기지만 저희가 뭐 하러 그쪽과 연습경기를 치러야 하죠?”

상당히 무례한 대응이다.

솔직히 기분 나쁘긴 하다.

하지만 여기서 화내고 돌아갈 생각으로 온 것은 아니다.

최대한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듣자 하니 요즘 팀 지갑 사정이 어려워지셨다고 들었습니다.”

“……누가 그런 소리를 합니까?”

“어지간한 사람들은 다 아는 이야기 아닙니까? 스페인 마르카에도 나와 있더만요. 그라나다 재정난으로 위기라고.”

“다 과장된 이야기입니다.”

“정말 과장된 이야기가 맞습니까? 재작년에 중국인 출신 구단주가 떠난 이후 스폰서도 많이 떨어져 나갔다고 하던데요?”

“그건…….”

“우리 이런 걸로 튕기지 맙시다.”

몇 마디 이야기 나눠보니 알겠다.

이런 놈이 단장으로 있는데 팀이 잘 될 수가 있나?

솔직히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지금 우리에게 있어 최상의 상대이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불편함을 애써 누르며 대화를 이어갔다.

“초청비를 드리죠.”

“얼마를 주실지 모르겠지만 저희 팀은 한창 시즌을 치르는 중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쪽은 대부분 대회에서 초반 탈락해서 일정에 여유가 있는 것으로 아는데요?”

“…….”

묵직한 팩트로 한 방 날리자 후안 로셀 단장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내 말대로 그라나다는 현재 코파 델 레이를 비롯한 컵대회에서 조기 탈락한 상태였다.

이제 그들에게 남은 경기는 리그 경기뿐.

하지만 이번 시즌 리그에서도 중하위권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팀 분위기가 좋지 않다.

“어쩌면 지금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지 않겠습니까? 초청비는 섭섭지 않게 드리죠.”

“……끙.”

“돈도 벌고 분위기도 반전시켜서 성적도 끌어올리고. 일석이조 아닙니까?”

“끙,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뭡니까?”

“‘경험’이죠. 저희 팀에는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한 경험이 쌓입니다.”

비록 중하위권이라고 해도 엄연히 스페인 1부 리그 팀이다.

스페인 1부 리그 클럽팀과 붙어서 발생하는 경험은 분명 팀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일단 내부 회의를 진행해 보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예. 하지만 저희도 기다릴 수 있는 시간은 많지 않습니다. 긍정적인 결과 기대해 보죠.”

* * *

그날 저녁, 후안 로셀 단장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그라나다와 연습경기가 성사됐어.”

“오! 잘됐네요!”

“그래, 잘됐지. 김 비서, 지금 당장 유지원 부장하고 정소영 부장에게 연락해서 스페인에 훈련장과 숙박소 잡으라고 이야기해.”

“예!”

김 비서는 그 자리에서 바로 전화를 걸어 한국에 있는 프런트 직원들에게 소식을 전했다.

소식을 받은 직원들도 상당히 기뻐했다.

“당장 알아보겠다고 합니다.”

“어. 알겠어.”

“그런데 한 팀하고만 붙습니까?”

“그럴 리가. 그 알아보니까 최소 3팀 이상은 붙던 것 같던데 우리도 그래야지.”

“그럼 나머지 두 팀은 어디서…….”

“다른 스페인 팀들 구해야지.”

그 말에 김 비서가 또 한 번 놀랐다. 나는 그런 그녀에게 진심을 담아 이야기했다.

“할 거면 제대로 할 생각이야. 근데 나 혼자서는 조금 어려워. 김 비서가 옆에서 나를 도와줘야 해.”

“네! 열심히 도와드릴게요.”

열의에 불타서 대답하는 김 비서를 보며 나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 * *

“대표님께서 스페인에 가서 일을 해내셨습니다.”

고양 유나이티드의 부장급 인사들이 진행하는 주간 회의에서 천지원 부장의 말에 다들 기쁨을 드러냈다.

하지만 정작 천지원 부장은 상당히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여 목소리를 높였다.

“좋아할 때가 아닙니다!”

“……!”

“대표님께서 홀로 고군분투하고 있는데 우리는 월급만 축낼 생각입니까?”

“천 부장, 그게 무슨 말입니까?”

“말 그대로입니다. 우리가 일본 전지훈련 연습경기를 섭외하지 못해서 대표님께서 친히 스페인까지 가신 거 아닙니까?”

“…….”

“우리도 뭔가 만회해야 합니다!”

천지원 부장은 스스로 밥값 못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그것은 다른 부장들도 마찬가지였다.

어떻게 보면 지금 이 회의실에 앉은 사람들 대부분이 지태훈 대표 덕분에 이 위치에 오른 사람들이기도 했다.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겁니까? 우리도 밥값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보여줘야 합니다!”

“천 부장의 말이 옳습니다!”

부장들도 천지원 부장의 말에 적극 동의하며 나섰다.

그런데 일각에서 어떻게 도우면 좋겠냐는 말이 나왔다.

이에 천지원 부장이 의견을 냈다.

“TV 중계를 해 봅시다.”

“중계를 하자고?”

“예. 지금 K리그는 휴식기이기 때문에 방송국에서도 별다른 중계는 예정되어 있지 않죠.”

“아니, 방송국에서 프리시즌 연습경기를 중계해 주겠나?”

“평범한 연습경기라면 방송국도 거부감을 드러낼 수 있겠죠. 하지만 상대가 스페인 팀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

“대표님께서 스페인 팀을 추가로 더 섭외하신다고 합니다. 그럼 방송국에서도 충분히 구미가 당기겠죠.”

“허어.”

“그리고 이런 사례가 없는 것도 아닙니다. 자, 보시죠.”

천지원 부장은 자신의 스마트폰을 꺼내 기사 하나를 보여줬다.

굉장히 오래된 기사였다.

하지만 그 기사 내용은 꽤 흥미로웠다.

『전북 모터스, 도르트문트와의 경기에서 1-4 대패.』

2016년도에 쓰여진 기사였다.

하지만 그 기사 내용은 그들의 흥미를 충분히 이끌어 냈다.

기사를 보여준 천지원 부장은 씩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전북 모터스는 16년도에 유럽 강팀들을 연습경기로 섭외해서 친선 평가전을 가졌고, 비록 지긴 했어도 그해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을 달성하게 됩니다.”

“허어. 이 기사를 보니 기억이 나는구만. 맞아. 그랬지, 그랬어.”

오랜 시간 국내 축구계에서 일해왔던 부장들은 과거의 일을 기억해냈다.

잠깐 잊고 있긴 했어도 아예 모를 수가 없는 일이기도 했다.

전북 모터스는 유럽 강팀들과 친선전을 치르며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했다.

“단순히 경기 경험적 부분만 중요한 게 아닙니다. 전북은 국내 축구팬들뿐만 아니라 해외축구를 좋아하는 팬들과 축구를 즐기지 않은 팬들에게도 인지도를 쌓아 올렸습니다.”

“호오.”

“이러한 선례들이 있기 때문에 중계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된다고 봅니다.”

천지원 부장은 단순히 일만 잘하는 것이 전부는 아니었다.

명가의 재건.

과거에 몰락했던 명가를 부활하게 만드는 것이 그의 목표이기도 했다.

그는 자신이 있는 이 고양 유나이티드가 이렇게 쉽게 무너져서는 안 되는 팀이라고 여겼다.

그런 상황에서 지태훈 대표가 부임한 이후 팀은 다시 재건할 수 있는 분위기로 향하고 있었다.

이때가 아니면 또 언제 기회가 올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어떻게든 이 기회를 살리고 싶었다.

“여러분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그가 고개 숙여 다른 부장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본 다른 부장들도 잠깐 입을 다물었다.

그러다가 약속이라도 한 듯 거의 동시에 사람들이 반응했다.

“좋습니다!”

“적극적으로 돕겠습니다! 말만 하세요!”

“뭐부터 할까요?”

동료 직원들의 적극적인 자세에 천지원 부장도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대표님. 조금만 힘내주십시오. 저희쪽에서도 좋은 결과 만들어보겠습니다.’

천지원 부장은 아무도 모르게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 * *

“스페인 애들이 많이 급하긴 했나보다.”

“그러네요. 초청비가 모자라지 않을까 싶었는데 의외로 되게 만족해하네요.”

그라나다CF에 이어 우리는 발렌시아CF를 대전 상대로 섭외하는 데 성공했다.

이 두 팀 모두 공통적인 특징이 있는데 바로 열악한 재정이었다.

그라나다도 그랬지만 발렌시아도 코로나 사태를 겪은 이후 재정적으로 상당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팀이었다.

용케 파산하지 않는다고 해야 하나?

주축 선수들을 대거 팔면서 연명하고 있었다.

과거 한국 대표팀의 강인한이 이곳 유소년에서 프로까지 데뷔했다가 이적했다.

“두 팀에게 들어간 초청비는 합쳐서 10억 정도 들어갔네.”

“괜찮은 건가요?”

“응. 아직은.”

“아직 한 팀이 남았는데 모자라면 어떡하죠?”

“음. 상대가 엄청 세게 부르지 않은 이상 모자라지는 않을 거야.”

선수 영입에 들어갈 금액을 초청비로 대신 쓰는 셈이다.

칼리드 왕자에게서 투자, 아니, 빌린 금액 100억하고 차기 시즌 투자해주기로 한 투자자들의 금액까지 더하면 아직 여유는 있었다.

선수 영입을 하면서 빠져나간 금액도 있지만 그것까지 포함해도 아직은 여유가 있는 편이다.

총알이 든든하니 이런 일도 진행해볼 수 있는 셈이다.

“그나저나 마지막 한 팀은 누구를 섭외해야 하나?”

사실 그라나다와 발렌시아까지 섭외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성공적인 섭외라고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이왕이면 방점을 찍을 수 있을만한 상대를 섭외하고 싶었다.

“김 비서, 연습경기 제안서 뿌린 팀들 중에서 답장 온 팀 있어?”

“음, 아직 조용하네요.”

우리는 호텔에서 급하게 제안서를 만들어서 스페인 팀들에게 일괄적으로 뿌렸다.

사실 발렌시아도 그 제안서를 보고 연락을 했던 것이다.

“일단 조금 기다려보자.”

“예.”

그때였다.

갑자기 김 비서의 스마트폰이 울렸다.

갑작스러운 전화에 놀란 김 비서가 서둘러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뭔가 이야기를 나누더니 화들짝 놀라는 것이 아닌가?

“저, 정말입니까? 예. 예. 알겠습니다. 네.”

전화를 끊은 김 비서의 얼굴은 후끈 달아올라 있었다.

영문을 알 수 없는 나는 답답함을 느꼈다.

“김 비서 무슨 일인…….”

“도련님! 놀라지 말고 들으세요!”

“음?”

“방금 어디서 연락 온 줄 아세요?”

“……?”

“마드리드에요!”

“뭐? 설마 레ㅇ…….”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 연락이 왔어요! 우리하고 경기를 치르고 싶데요!”

“……!”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정말 내가 알고 있는 그 팀?

“그 스페인 1부에 있는 그 팀? 옛날에 막 헬창 감독 있던 그곳?”

“헬창 감독은 뭔지 모르겠는데 1부에 있는 그 팀 맞아요!”

“……!”

나는 기쁨보다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이 컸다.

“그런 팀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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