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집 막내 구단주-24화 (24/272)

24화

와아아!

관중들의 함성소리로 가득 찬 스타디움.

나와 김 비서는 경기장을 누비는 선수들을 눈에 담았다.

그런 우리 곁으로 칼리드 왕자가 다가오며 말을 걸었다.

“어떤가? 볼만한가?”

“아, 기대 이상인데요?”

“그런가? 하하하! 역시 형제는 보는 눈이 있어!”

뜨겁게 저녁을 보낸 이후 칼리드 왕자는 자연스럽게 내게 말을 놨다.

그는 본인의 집과 가까운 곳에 위치한 경기장으로 우리를 이끌었다.

이곳을 홈구장으로 쓰는 팀은 바로 샤바브 알 아흘리 두바이FC.

알 아흘리로 불리는 이 팀에는 자국 선수들을 비롯하여 다양한 국적의 선수들이 소속되어 있었다.

여기서 놀라운 사실은, 알 아흘리에 소속된 선수들 대부분이 칼리드 왕자가 운영하는 에이전트 회사와 계약되어 있다는 점이다.

칼리드 왕자는 자신과 계약되어 있는 선수들을 보여준다며 갑자기 우리를 축구장으로 안내했던 것이다.

“알 아흘리에는 한국 선수도 있는데 알고 있나?”

“10번에 박형우 선수를 말씀하시는 거죠?”

“맞네. 우리 팀 최고의 에이스지.”

박형우.

대한민국 연령별 대표팀부터 시작해 성인 국가대표팀까지 차출되며 활약한 선수였다.

주포지션은 공격형 미드필더와 스트라이커.

19살에 K리그에 데뷔했던 그는 22살에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며 병역 면제를 받은 뒤 유럽 진출에 성공했다.

프랑스 몽펠리에와 릴에서 4년의 시간을 보냈지만, 생각보다 그의 유럽 도전은 어려움이 많았다.

결국 27살에 UAE 알 아흘리로 이적하게 됐는데, 이곳에서 대박이 터졌다.

“형우는 5년 동안 무려 200경기 이상을 뛰면서 100골 40도움을 기록했지.”

“대단하네요.”

“대단하다는 정도가 아니야. 역대 최고지. 당분간 우리 걸프리그에 이러한 선수가 나오기는 어려울 거야.”

소속팀에서는 최고의 활약을 펼치는 박형우지만 정작 대표팀에서는 계륵 같은 존재였다.

대표팀에 뽑힐 때마다 소속팀에서만큼의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게다가 포지션 경쟁도 만만치 않았다.

박형우 자리에는 이미 강철인이라는 걸출한 선수가 있었다.

이름 그대로 강철 같은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그는 현재 대한민국 대표팀의 희망이나 다름없었다.

그런 그에게 밀린 박형우는 사실상대표팀 내에서 2군으로 분류되었다.

『골!』

“좋았어! 들어갔군!”

박형우가 전반전부터 선제골을 만들어냈다.

상대 아크 정면에서 절묘하게 감아찬 공이 골문 오른쪽 구석을 향해 정확히 들어갔다.

슈팅 또한 상대 수비수와 골키퍼 모두 제대로 반응하지 못할 정도로 강력했다.

득점을 기록한 박형우의 곁으로 동료들이 몰려오며 함께 기뻐했다.

경기장에 있는 홈팬들은 그런 박형우의 이름을 외쳤다.

그 장면을 가만히 바라보던 나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확실히 박형우는 알 아흘리의 어떤 선수들보다 독보적으로 눈에 들어왔다.

그만큼 존재감도 컸고 실력도 갖추고 있었다.

구단주 입장에서 조금 탐이 나긴 했다.

그래서일까?

“김 비서. 만약에 저 선수를 우리 팀으로 영입한다면 괜찮을까?”

“예?”

뜬금없는 말에 놀란 김 비서가 나를 쳐다봤다. 그러다가 금방 원래 표정대로 돌아온 뒤 말했다.

“영입하면 좋겠지만, 저 선수가 과연 우리 팀으로 올까요?”

“당연히 안 오겠지. 2부 리그 쩌리 팀에 누가 오겠어.”

지금 반등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아직은 2부 리그 팀이다.

현실적으로 많은 연봉을 받으며 에이스로 군림하는 선수가 고작 2부 리그 팀으로 올 일은 없다.

아쉽기는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는데 칼리드 왕자가 생각지도 못한 말을 꺼냈다.

“형제여. 혹시 형우가 탐나나?”

“……네?”

“탐이 나냐고 물었네.”

칼리드 왕자의 모든 말은 김 비서를 통해 통역되어 전달됐다.

그런데 그런 김 비서가 갑자기 깜짝 놀라더니 이내 내게 그런 말을 전달하지 않은가.

나도 좀 놀랐다가 이내 무슨 이유로 그런 말을 했는지 궁금했다.

“탐이 나죠. 그런데 갑자기 그런 말씀을 하시는 이유가 뭔지요?”

“박형우의 계약 기간이 1년 남았네.”

“…….”

“팀은 재계약을 원하지만, 형우는 재계약에 대해 미적지근하지.”

몰랐던 부분들이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걸 알지?

“내가 어떻게 알고 있는지 궁금한 얼굴이구먼.”

“…….”

“하하. 사실 형우도 내 고객이네.”

뭐?

박형우의 에이전트가 칼리드 왕자였어?

“상당히 놀랐나 보군. 하하.”

“자, 잠시만요. 박형우는 왜 재계약에 미적지근한 거죠? 알 아흘리면 연봉도 많이 주고 섭섭지 않게 챙겨줄 여력이 있을 텐데요?”

“자네 말대로야.”

대답하던 칼리드 왕자는 아쉬움을 드러내었다.

“30대이긴 해도 여전히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고 있는 형우에게 이전보다 40%나 높은 연봉에 은퇴 후 코치 지원까지 해주는 재계약 제안을 했어. 그런데 형우는 거절했어. 왜 그런 줄 아나?”

“…….”

“고향이 그리운 모양이었던 거야.”

그 말에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미 연간 수십억의 연봉을 받으며 팀에서도 입지가 단단한 그가 한국으로 돌아오고 싶다니.

조금은 이해가 되질 않았다.

하지만 사람마다 저마다 이유가 있지 않겠는가.

나는 그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형우는 이곳에서 많은 것을 이루었지만 여전히 갈망하는 목표가 있네.”

“……?”

“바로 국가대표팀이지.”

“…….”

국가대표라면 이미 여러 번 차출되지 않았나?

비록 강철인에게 밀렸지만.

“형우는 보기보다 야망 있는 선수야.”

“그렇습니까?”

나는 조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야망 있는 선수라면 중동이 아닌 유럽에 남아 있어야 하지 않은가?

“형우는 늘 유럽으로 가고 싶어 했어. 하지만 본인 실력이 유럽에 적응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린 뒤부터 다른 야망을 갖기 시작했어.”

“다른 야망이라면?”

“국가대표팀에서의 성공.”

“…….”

유럽 도전만큼 쉽지 않은 야망이다. 실제로도 그랬고.

“형우에게 이제 선수로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 그가 남은 기간 이루고 싶은 목표는 딱 하나야.”

“설마?”

“그래. 월드컵.”

“…….”

당장 내년이 월드컵이다.

2026 북중미 월드컵.

내 머릿속이 빠르게 회전했다. 하지만 결론은 부정적이었다.

“월드컵이 목표인 선수라면 더더욱 2부 리그 팀에 오기는 힘들겠군요.”

“정말 그렇게 생각하나?”

“예?”

“시도조차 해보지 않고 그런 결론을 내릴 수 있는가 말일세.”

“…….”

칼리드 왕자의 말은 내게 묘한 기분을 느끼게 해줬다.

마치 다른 방법이 있다는 것처럼 들려왔다.

“혹시 방법이 있습니까?”

“형제에게 지금까지 알려준 것만으로도 충분한 것 같아 보이네만?”

“그렇군요.”

나는 씩 웃었다.

박형우.

잘하면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하나 더 가져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 *

최근 고양 유나이티드 선수단 내에서 흉흉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혹시 그 얘기 들었어? 최근에 우리 팀에 대한 투자자 미팅이 연달아서 취소됐데.”

“뭐? 그게 정말이야?”

“어, 그렇다니까! 혹시 이러다가 구단 망하는 거 아니겠지?”

선수들끼리 속닥이는 이야기를 듣게 된 주장 김지우가 한 마디 던졌다.

“헛소리들 하지 말고 훈련에 집중해!”

“형, 그래도 이건 좀…….”

“그래서 뭐 네가 해결할 수 있어?”

“그건…….”

“됐고 훈련에나 집중해! 지금 주장 말 무시하냐?”

“……넵.”

주장의 불호령에 선수들은 이만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훈련이 끝나고 김지우는 곽찬구 감독을 찾아갔다.

“감독님.”

“어, 지우야. 무슨 일이냐?”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최근 선수들 사이에서 도는 이야기에 대해 아십니까?”

“어? 무슨 얘기?”

“최근 저희 팀에 투자할 투자자들이 죄다 투자를 취소했다는 말이 돌더군요. 사실입니까?”

“…….”

곽찬구 감독은 순간 입을 다물었다. 그 모습을 본 김지우는 소문이 사실이었음을 깨닫게 됐다.

“감독님, 도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구단 내에서도 사실 관계를 파악하고 있는 중이야. 일은 해결될 거니까 너무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저야 구단을 믿습니다. 하지만 다른 선수들은 그렇지 않은 모양인 것 같습니다.”

“…….”

“뭔가 조치가 필요합니다.”

“끙. 지우야. 이럴 때일수록 선수들은 입단속을 잘 해야 해. 괜한 구설수에 오르거나 하면 좋을 게 없어.”

“……알겠습니다.”

“부탁한다.”

김지우는 찜찜함만을 남긴 채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이 찜찜함은 얼마 안 가 현실로 나타나고 말았다.

『[단독] 고양UTD 경영 위기!』

“이게 무슨 소리야!”

기사를 본 천지원 부장은 기겁했다. 천지원 부장뿐만이 아니었다.

고양 유나이티드 전체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기사에는 모기업 의존도가 높은 고양 유나이티드가 투자 확보를 시도했지만 뜻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적혀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기존 투자자들마저 발길을 돌렸으며 내년에 모기업 투자액도 줄어들게 되면서 다음 시즌 경영 위기에 몰렸다는 것이 기사의 주된 핵심이었다.

“부장님! 지금 반박 기사 내보냈고, 취재하러 온 기자들도 돌려보냈습니다.”

“수고했어. 후우, 대표님은 언제 돌아오시는 거야?”

아침부터 구단 앞에는 취재하려는 기자들로 북새통이었다.

간신히 기자들을 막아낸 고양 프런트들은 돌아오지 않은 대표를 찾기 시작했다.

“방금 전에 대표님께서 한국행 비행기를 타셨다고 합니다.”

“그래?”

신진호 대리로부터 보고를 받은 천지원 부장의 얼굴에는 잠시나마 화색이 돌았다.

하지만 금방 침울한 얼굴을 드러냈다.

‘대표님이 돌아오신다고 해도 지금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을까?’

천지원 부장은 주먹을 꽉 쥐었다.

그는 현재 상황을 조사하던 중, 작금의 상황 뒤에는 지태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아직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구단 내에 아무도 없었다.

‘대표님은 아실까? 대표님의 형이 자신을 노리고 있다는걸?’

아마 사실을 알게 되면 충격을 크게 받지 않을까 싶었다.

그가 알기로는 지태훈 대표는 큰형에 대해 크게 신뢰한다고 했으니까.

‘이 일을 어쩐다.’

천지원 부장의 고민은 갈수록 깊어져만 갔다.

* * *

갑작스러운 두바이 일정이었지만 우리는 그곳에서 일주일 정도 시간을 보냈다.

칼리드 왕자를 우리를 극진히 대접했고 나도 성심을 다해 그의 비위를 맞췄다.

그렇게 모든 일정을 마친 우리는 마침내 한국으로 돌아왔다.

“대표님!”

“아, 천 부장님.”

“고생 많으셨습니다.”

“고생은요. 듣자 하니 천 부장님이 고생을 많이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그게…….”

딱딱하게 굳은 천 부장의 얼굴을 본 나는 빙긋 미소를 지었다.

김 비서를 통해서 어느 정도 얘기는 들었다.

분명 지태완의 농간일 터.

아마 우리를 극한까지 몰아넣었다고 혼자 기뻐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형은 모를 거다.

내가 무엇을 준비했는지…….

“일단 구단으로 돌아가죠.”

“넵.”

우리는 천지원 부장의 차를 타고 구단으로 향했다.

구단에 돌아온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마치 초상난 것 같은 이 분위기는 뭡니까?”

“앗! 대표님!”

내 목소리를 들은 직원들이 화들짝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그런 직원들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제가 출장을 간 사이에 많은 일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

풀이 죽은 직원들이 고개를 푹 숙였다. 그 모습을 본 나는 일갈했다.

“고작 이런 일로 고개를 숙입니까!”

“……!”

화들짝 놀란 직원들이 다시 고개를 들어 올렸다.

“이 정도 일로 고개 숙일 정도로 우리 팀 직원들이 이렇게나 나약했었습니까?”

“…….”

“후우. 뭐, 됐습니다. 앞으로 이런 일로 고개 숙이지 마세요.”

그때 정소영 부장이 조심스럽게 끼어들었다.

“저, 대표님. 기존 투자자들까지 저희에게 등을 돌린 상태인데 지금 당장 대체할 수 있는 투자자를 찾는 것도 쉽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러다가는…….”

“전부 다는 아니지 않습니까?”

“그, 그렇기는 한데…….”

“제가 오는 길에 확인했습니다. ‘요를’을 포함해서 다음 시즌 우리에게 투자를 진행하겠다는 업체들로부터 약속을 다시 받아냈습니다.”

내가 부임한 이후 다음 시즌 투자를 확답한 업체들과의 관계는 변함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것은 정소영 부장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대표님 그것만으로는 부족…….”

“부족한 부분은 채워왔습니다.”

“네?”

나는 직원들을 향해 손가락 10개를 모두 폈다.

어리둥절해하는 직원들을 향해 나는 씩 웃으며 말했다.

“100억.”

“……!”

“빌렸습니다. 100억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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