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집 막내 구단주-22화 (22/272)

22화

구단을 운영하려면 필요한 것들이 무엇이 있을까?

아주 사소한 것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것들이 필요할 것이다.

그중에서 가장 필요한 부분은 바로 ‘돈’이 아닐까?

아직 시즌이 남아 있지만 미리 내년 예산 편성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K리그2에 속한 각 팀의 1년 평균 운영비가 80~90억 사이 정도 되는데, 평균 200억 내외인 K리그1과 상당한 차이가 존재합니다.”

“1부 리그는 아시아 챔피언스리그까지 병행하니 그만큼 액수가 클 수밖에 없겠지.”

“네. 그래서 승격을 위한다면 운영비 부분을 점진적으로 늘려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유가 뭡니까?”

“승격 이후 예산을 단기간에 늘려버린다면 그동안 팀을 운영하던 방식이 흐트러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갑작스러운 증액 투자는 좋지 않습니다.”

정소영 부장의 브리핑에 나는 납득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정소영 부장의 능력은 믿을 만했다.

그녀는 핵심만 간추려서 잘 정리했다. 그래서 알아듣기도 쉬웠다.

새삼 이런 사람을 내쳤던 회귀 전의 나를 혼내주고 싶을 정도다.

그렇게 생각하는 와중에도 정소영 부장의 브리핑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현재 고양 유나이티드의 운영비 70%는 모기업인 영신그룹에 의존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나머지 30%는 티켓과 유니폼 등을 판매해서 얻은 구단 자체 수입과 지역기업 투자 등을 통해서 생긴 돈입니다.”

고양 유나이티드의 한 해 예산은 약 90억 정도 된다.

그중 약 63억 정도되는 금액을 영신그룹 통해서 지원을 받는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영신그룹 계열사인 영신스포츠 쪽에서 지원받는다.

영신스포츠가 운영하는 프로스포츠 팀은 3개가 있다.

축구, 농구, 배구.

그중 축구에 투자하는 비중이 가장 높았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있습니다.”

“문제?”

“네. 대표님께서도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영신그룹은 매년 스포츠팀에 대한 투자 규모를 줄이고 있는 상태입니다.”

“…….”

그 말에 나는 차갑게 가라앉았다.

대외적으로는 영신 그룹의 예산 사정으로 인한 긴축 재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진행하는 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영신 그룹은 다른 기업들과 달리 긴축재정을 할 정도로 돈이 없는 기업이 아니었다.

모든 건 지태완이 만든 술수였다.

지태완은 스포츠팀을 운영하는 것 자체를 낭비라고 생각했다.

마침 영신스포츠 사장이 지태완 라인을 타고 있는 사람이기에 점차 지원을 줄여 나가는 중이었고.

그러다 지태완이 총수가 되자 영신스포츠는 프로스포츠 팀 운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었다.

이 때문에 한동안 프로스포츠 쪽에서 논란이 생기기도 했다.

그런 논란도 지태완이 손을 썼기에 오래가지 않았다.

“대, 대표님?”

갑자기 차갑게 변한 내 얼굴을 보고 놀란 것일까?

브리핑하던 정소영은 놀란 얼굴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멋쩍은 얼굴로 계속 진행하라는 사인을 보냈다.

그러자 정소영 부장은 호흡을 정리하고 다시 브리핑을 이어갔다.

“투자 규모를 자세히 살펴보면, 재작년에 75억. 작년 70억. 올해 63억입니다. 이를 볼 때 내년 영신그룹이 고양에 투자할 금액은 50억까지 줄어들지 않을까 예상해 봅니다.”

“50억…….”

내년에 어떻게든 승격을 하려면 예산이 필요하다. 그것도 올해보다 더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보다 더 줄어들면 승격 여부는 장담하기 어렵다.

프로스포츠에서, 그것도 현대 축구에서 투자한 만큼 성과가 나오는 것은 이미 입증된 사례이기 때문이다.

물론 투자한 만큼 무조건 성적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없는 것보단 나았다.

“최근 성적이 올라서 티켓 판매나 유니폼 판매 액수가 늘어나기는 했어도, 내년에도 이렇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 상태에서 내년 총액 운영비를 도출해 본다면 70~75억 사이가 될 겁니다.”

“…….”

골치 아프다.

머리가 아파왔지만 내색하지 않으며 물었다.

“정 부장님. 우리가 내년에 반드시 승격을 이루어야 한다고 했을 때, 어느 정도 액수가 필요하겠습니까?”

그러자 정소영 부장이 짧고 단호하게 대답했다.

“120억. 우리에게 필요한 금액은 120억입니다.”

“…….”

* * *

이후 고양 유나이티드는 내년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열을 올렸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여기저기 자금을 확보해볼 방법을 연구했다.

머리를 부여잡으며 끙끙대는 나를 향해 김 비서가 말을 걸었다.

“도련님. 자금 확보는 이미 어느 정도 된 상태 아닙니까? 내년에 요를을 비롯한 지역 기업투자가 이루어질 거고, 백태현이 본부장이 되면 100억 정도 되는 투자를 받기로 했지 않습니까?”

“맞아. 그렇지.”

“그런데 왜 이렇게까지 하시는 겁니까?”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서야.”

“네?”

“내년에 요를이 투자한다고 해도 한 번에 투자할 수 있는 금액은 정해져 있어. 그리고 백태현은 아직 본부장에 오르지 못한 상태고. 회사 인수가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데 무작정 그것만 믿고 기다릴 수는 없어.”

내가 미리 포섭해서 거래를 시도한 인물들은 전부 미래를 위한 밑그림 작업일 뿐이다.

언젠가 그것들은 나를 위해 큰 힘이 되어줄 것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아니다.

지금 당장 빠르게 굴릴 수 있는 자본은 따로 마련해야 했다.

“으음. 도련님께서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혹시 해외 쪽으로 눈을 돌려보는 건 어떨까요?”

“어? 해외 쪽?”

“네. 국내에서 마땅히 자금을 받기 어렵다면 해외 쪽을 노려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 같은데요?”

김 비서의 조언을 들은 나는 머릿속에서 벼락이 치는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그래! 바로 그거야! 왜 그걸 생각 못 했지!”

“……?”

내가 너무 좁게 생각하고 있었다.

해외로 눈을 돌리면 분명 다른 길들이 존재할 텐데 말이다.

게다가 나는 회귀자.

미래에 어떤 일이 있을지 알고 있다.

심지어 아주 중요한 일을 놓치고 지나갈 뻔했다.

“김 비서, 고마워!”

나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김 비서의 손을 잡고 환하게 웃었다.

그런 내 행동에 놀란 김 비서가 당황하며 어쩔 줄 몰라하는 건 덤이다.

* * *

UAE(아랍에미리트).

7개의 토후국으로 이루어진 중동 국가다. 이곳에는 그 유명한 두바이가 있다.

그런 두바이를 다스리는 군주 알 나흐에게는 12명의 자식들이 있었다.

그중 칼리드는 8번째 자식이었다.

그의 위로 4명의 형과 3명의 누나가 있고, 아래로 각각 2명의 남동생과 여동생이 있었다.

칼리드는 어릴 때부터 야심이 많았다.

정치가가 되어 아버지의 뒤를 이어 두바이의 왕이 되고 싶어했다.

하지만 형제들로 인해 왕위 계승 서열이 조금은 뒤떨어져 있는 상태였다.

첫째 왕자이자 장남인 나바드는 현 왕위 계승 서열 1위였다.

칼리드 입장에서는 나바드를 꺾지 않으면 결코 왕위에 오를 수 없었다.

나바드의 입지를 떨어트릴 방법을 찾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던 중, 그에게 결정적인 기회가 찾아왔다.

바로 아버지 알 나흐의 발언 때문이었다.

“나는 아랍에미리트의 축구가 세계적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

알 나흐는 유명한 축구광이었다.

칼리드의 다른 형제들은 그렇기에 알 나흐의 말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축구광이었던 아버지의 평소와 같은 말이라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칼리드 입장에서 결코 허투루 넘길 부분은 아니었다.

“내가 왕이 되려면 아버지의 눈에 들어야해. 그러기 위해서 나에게 가장 큰 기회는 바로 축구야.”

이후 칼리드는 다양한 축구 관련 사업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단순하게 용품 사업부터 손을 대기 시작했다.

이후 UAE 아라비안 걸프 리그에 속한 선수들을 대상으로 하는 에이전트 사업까지 영역을 확장시켰다.

사업은 원활하게 진행됐다.

하지만 칼리드는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사업 영역 확장을 시도하던 중, 저 멀리 동북아시아에 있는 어느 작은 구단의 대표로부터 연락이 왔다.

* * *

나와 김 비서는 두바이에 도착했다.

“갑자기 두바이라니…….”

옆에서 혼잣말하는 김 비서를 보며 나는 슬며시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정말 두바이 왕자가 도련님을 보자고 한 거예요?”

“물론이지. 그럼 내가 왜 이 먼 곳까지 왔겠어?”

“왜 두바이 왕자가 도련님을 보자고 한 거죠?”

이해가 안 된다는 김 비서의 표정을 보니 나는 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억지로 참아냈다.

“그건 만나보면 알게 돼.”

해외로 눈을 돌려보라던 김 비서의 조언을 듣고 나서 나는 두바이 왕자 칼리드를 떠올릴 수 있었다.

회귀 전, 칼리드 왕자는 축구 산업 쪽에 관심이 많았던 인물이었다.

과거 만수르 못지않을 만큼 다양한 축구 사업을 진행했었는데, 상당한 이익들을 만들었다.

특히 본인 입맛에 맞기만 하면 투자도 아끼지 않은 성격이었다.

회귀 전에는 K리그에 투자를 진행할 뻔했던 적도 있었다.

그런데 그때만 하더라도 칼리드 왕자에 대한 인지도가 낮은 편이었고, K리그에 있는 팀들도 딱히 그의 투자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참으로 바보 같은 일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달랐다.

나는 어떻게든 칼리드 왕자의 투자를 받아내야만 했다.

그래야 구단은 영신그룹이 없어도 독자적인 자생이 가능해진다.

“Mr. Ji?”

검은 정장을 입은 낯선 외국인이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나는 흠칫하며 고개를 돌려 김 비서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김 비서가 능숙하게 그 외국인과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누구시죠?”

“저는 아흐메드라고 합니다. 칼리드 왕자님의 손님을 모시기 위해 왔습니다. 두 분을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호위해드릴 예정입니다.”

나는 가만히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

능숙하게 영어로 대화를 나누던 김 비서가 어느 순간 고개를 돌려 나한테 말했다.

“도련님. 여기 본인을 아흐메드라고 밝힌 이 사람이 칼리드 왕자가 보낸 사람이라고 합니다. 저희를 목적지까지 안내해 주겠답니다.”

“그래?”

그 말에 나는 눈썹을 까딱이며 아흐메드를 쳐다보며 말했다.

“공항에 도착하면 안내해 줄 사람을 보내준다고 하더니.”

그러자 눈앞에 아흐메드는 웃으며 말했다.

“그럼 안전하게 모시겠습니다.”

* * *

아흐메드가 운전하는 고급 승용차를 타고 도착한 곳은 도시 안에 있는 어떤 대저택이었다.

“도련님. 일어나세요. 도착한 것 같아요.”

“어, 음. 벌써? ……음!”

입구에서부터 한참을 이어지는 화려한 정원과 건물들을 본 우리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여기는 뭔데 이렇게 화려하냐?”

그런 우리를 향한 아흐메드의 설명을 통해 이곳이 어딘지 알게 됐다.

“여기는 칼리드 왕자님이 살고 계신 곳입니다. 부디 행동에 유의해주시길 바랍니다.”

설마 집으로 초대해줄 거라고 예상치 못했다.

놀란 것도 잠깐일 뿐, 우리는 곧 칼리드 왕자를 만날 수 있었다.

“먼 곳까지 오느라 고생 많았소. 나는 알 나흐의 8번째 자식인 왕자 칼리드요.”

“고양 유나이티드 대표 지태훈입니다.”

나와 칼리드는 가볍게 악수를 나눴다.

칼리드는 훈훈하게 생긴 젊은 청년이었다. 거기에 중동 사람 특유의 이목구비도 뚜렷하게 드러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키도 훤칠했다.

185cm인 나와 큰 차이가 없다.

그때, 칼리드가 불쑥 한 마디 던졌다.

“잘 생기셨소.”

그 말에 나도 씩 웃으며 대답했다.

“그쪽도요.”

내 대답이 마음에 들었을까?

칼리드 왕자도 씩 웃어 보였다.

왠지 촉이 왔다.

뭔가 저 사람과 내가 잘 맞을 것 같은 그런 촉이 말이다.

“그럼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어떻소?”

“그러지요.”

그렇게 투자를 위한 본격적인 두바이 일정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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