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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집 막내 구단주-18화 (18/272)

18화

“그래서 석정원 회장님하고 대화는 그걸로 끝난 건가요?”

“그렇지.”

일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나를 데리러 온 김 비서를 만났다. 이후 석정원 회장과 있었던 일을 얘기해줬다.

“그래도 나쁜 상황은 아니어서 다행이네요. 가변석 일도 도와준다고 말한 걸 보면, 도련님에 대해서 좋게 본 것도 있는 것 같고요.”

“같은 생각이야.”

그건 그렇고 일을 마치고 나니 배가 고프다.

오늘따라 집에서 혼자 밥 먹기는 그랬다.

왜 그런 날 있지 않은가?

혼자 밥 먹기 싫은 날.

누군가와 함께 밥을 먹고 싶은데 막상 같이 먹을 사람이 마땅치 않다.

그러다가 문득 운전하는 김 비서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김 비서. 같이 저녁 먹을래?”

“네?”

“아직 저녁 안 먹었을 거 아니야? 시간도 저녁 시간대인데.”

“아…….”

김 비서는 조금 고민하는 기색을 드러냈다.

그걸 본 나는 괜히 물어봤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편하게 할 생각은 없었어. 부담되면 그냥 가고.”

“아니요. 같이 먹어요.”

“괜찮겠어? 나는 강요한 건 아니야.”

“괜찮아요. 오랜만에 도련님하고 저녁 먹죠.”

구단 대표로 취임한 이후 김 비서와 사적으로 저녁을 먹었던 적은 없었다.

개인적으로 일이 많은 것도 있었지만, 김 비서에게 부담 주고 싶은 생각은 없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김 비서에게서 긍정적인 답변이 돌아온 것을 보고 안심할 수 있었다.

어? 근데 내가 왜 안심을 하고 있지?

“뭐 드실래요?”

“글쎄, 오랜만에 같이 먹는 건데 분위기 좋은 곳으로 갈까?”

“분위기 좋은 곳이요?”

“응. 마침 내가 아는 곳이 하나 있어. 그쪽으로 가자.”

* * *

서울의 한 고급 레스토랑.

고풍스러운 인테리어를 갖춘 식당 안에는 잔잔한 클래식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고급스러운 복장을 갖춰 입은 직원들이 입구에서부터 우리를 맞이했다.

“어서 오십시오.”

“두 사람. 자리 있습니까?”

“네, 있습니다. 안쪽으로 모시겠습니다.”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이동하는데 예상치 못한 인물을 보게 되었다.

“어? 저 사람 박요한 선수네요?”

“음?”

김 비서가 먼저 알아차린 덕분에 알게 되었다.

박요한.

곽찬구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부터 중용되기 시작한 신인 선수다.

포지션은 중앙 공격수로, 중용되기 시작한 이후부터 현재까지 팀 내에서 가장 많은 득점을 올린 선수이기도 했다.

박요한은 혼자 있지 않았다.

그의 곁에는 나이 든 남녀가 함께하고 있었다.

마침 박요한도 시선을 느꼈는지 고개를 돌려 우리를 보게 되었다.

박요한은 나를 보고 깜짝 놀랐다.

“어? 대표님?”

“아, 안녕하세요.”

놀라는 그를 향해 어색하게 인사를 건넸다.

“여기서 다 마주치네요. 어쩐 일로 여기에 있는 겁니까?”

내 물음에 박요한이 얼른 대답했다.

“아, 오늘 부모님 결혼기념일이거든요. 그래서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이 있다고 해서 모시게 되었습니다.”

“그렇군요. 효자시네요.”

그렇게 말하고는 곧 시선을 돌려 박요한의 부모님을 향해 정중하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고양 유나이티드 대표 지태훈이라고 합니다.”

“아, 새로 바뀐 젊은 대표님이셨군요. 저희 아들이 신세 많이 지고 있습니다.”

“하하. 신세는 제가 지고 있죠. 아드님의 활약 덕분에 요즘 저희 팀 분위기가 좋습니다.”

은근슬쩍 박요한을 추켜세워주자 그의 부모님의 얼굴은 환하게 바뀌었다.

“요한이가 종종 대표님 이야기를 꺼내거든요.”

“네? 그런가요?”

어머니의 말에 나는 슬쩍 박요한과 눈을 마주쳤다. 그러자 박요한은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이며 어쩔 줄 몰라 했다.

“나쁜 얘기는 아니죠?”

“하하하. 그럴 리가요. 요한이가 대표님 칭찬을 많이 했어요. 팀 분위기가 더 좋아졌다고.”

“그래요? 하하. 이거, 참 고맙군요.”

박요한은 벌게진 얼굴로 머리를 긁적였다.

나는 그런 그를 향해 빙긋 웃어 보이며 말했다.

“제가 너무 긴 시간을 뺏었군요. 그럼 좋은 시간 보내다 가세요.”

그렇게 나는 김 비서와 함께 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는 음식을 주문한 뒤 김 비서와 이야기를 나눴다.

“박요한이가 돈이 많나? 여기 꽤 비싼데?”

“최근 잘나가고 있는 선수라서 보너스를 좀 받았겠죠.”

“그런가. 뭐, 자세한 건 정 부장에게 물어보면 알겠지.”

여기는 주로 돈 많은 연예인들이나 재벌집 자식들이 올 정도로 비싼 레스토랑이었다.

아무리 보너스를 받았다고 해도 박요한 입장에서 쉽게 올 곳은 아니라는 뜻이다.

아마 부모님 결혼기념일이라고 해서 꽤 큰 출혈을 감수하고 온 모양이었다.

“우리 팀에 저런 효자가 있었다니.”

“도련님하고는 비교가 되죠?”

“……김 비서.”

“농담이에요.”

농담이 아닌 것 같이 들리는데?

뭐, 됐다.

지금 중요한 건 김 비서와 오랜만에 저녁을 먹는 이 시간에 집중하고 싶을 뿐이다.

* * *

지태훈의 예상대로 박요한은 큰 지출을 감수하고 부모님을 모시고 온 상태였다.

그래도 주문한 음식은 맛있었고 부모님도 상당히 만족스러워하셨다.

그런데 여기서 지태훈 대표를 만난 일은 예상치 못한 일이다.

“젊은 대표라는 건 알고 있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상당히 젊구나.”

“그죠? 아직 30살도 안 됐다고 하더라고요.”

아버지는 박요한의 대답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30살이 안 됐어?”

“네. 아직 20대래요.”

“허어. 그렇게 어린 나이에 구단 대표라니.”

놀라는 부모님을 보고 박요한도 처음 지태훈 대표를 보고 놀랐던 기억이 스치듯 떠올랐다.

“근데 나이는 어려도 범상치 않아 보이는구나. 알게 모르게 기백이 있어. 호랑이 같은 눈을 가진 젊은 친구는 참 오랜만에 보는구나.”

박요한의 아버지는 젊은 시절 대기업에서 근무했었다.

바로 백태현이 있는 천산 그룹에서 일했었다.

말단 직원부터 시작했던 그는 이사까지 오르는 불패의 신화를 썼었다.

지금은 퇴직을 하고 축구 선수 아들의 매니저 역할을 맡고 있는 중이기도 했다.

그런 아버지의 말에 박요한도 놀라워했다.

칭찬에 약하신 아버지가 누군가를 이렇게 칭찬한 적은 드문 일이었기 때문이다.

“요한아. 저 젊은 대표와 가급적이면 친하게 지내거라.”

“네?”

“아마 네 인생에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구나.”

“가능할까요? 저는 축구 선수고 저 사람은 구단 대표인데…….”

“안 될 게 뭐가 있겠느냐. 나도 처음부터 천산 그룹 이사가 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단다.”

“…….”

두 사람의 대화를 조용히 듣고 있던 어머니가 불현듯 끼어들었다.

“그런데 말이다. 저 대표 옆에 있던 여자분은 누구니? 상당히 미인이던데.”

“아아. 대표님 비서요. 오랜 시간 함께 해왔던 분이래요.”

“그러니?”

“김유리 비서님에게 관심 주는 남자들은 많은데, 정작 김 비서님은 관심 없어 하시는 것 같아요.”

박요한을 비롯한 구단 내 관계자들은 김 비서에 대해 호감을 가져도 함부로 표현하지 못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지태훈 대표의 사람이기 때문이다.

어떤 간 큰 인간이 대표와 가장 밀접한 관계를 가진 인물을 건드릴 수 있겠는가.

적어도 구단 내부에는 없었다.

“능력도 뛰어나요. 구단이 바뀌는데 대표님 공도 있지만 김 비서님 역할도 무시 못 해요.”

“그렇구나.”

뭔가 생각에 잠기던 어머니가 불현 듯 한 마디 툭 던졌다.

“그런데 요한아. 너는 여자친구 안 사귀니?”

“아, 엄마!”

박요한 (22세 모쏠).

22년 동안 축구만 해오던 그에게 아직 여자친구는 없었다.

* * *

와아아아!

곽찬구 감독 부임 이후 상승세를 달리고 있는 고양 유나이티드.

이번에도 홈에서 멋진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상대는 대전utd

리그 3위를 기록하고 있는 대전과 중위권에서 상위권으로 도약하려는 고양의 맞대결.

두 팀 모두 승리가 간절한 상황 속에서 상당히 박진감 넘치는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고양이 경기를 주도하고 있었다.

“진수야!”

공을 가진 김지우가 같은 팀 동료 이진수를 불렀다.

김지우의 외침을 듣기 전부터 이진수는 측면 쪽에서 뛰어가고 있었다.

측면 수비수인 이진수는 고양 유나이티드 내에 핵심 선수 중 한 명이었다.

그런 그를 향해 김지우가 정확하게 크로스를 올려보냈다.

팡!

포물선을 그리며 뚝 떨어지는 공을 이진수가 가벼운 트래핑 동작으로 잡아냈다.

이후 이진수는 상대 측면을 휘젓기 시작했다.

“막으라고! 몇 번을 말해! 이진수 저 녀석 막으라고 했잖아!”

오늘 이진수는 대전 측면을 마음껏 휘젓고 다녔다.

그런 이진수를 막기 위해 대전 선수들이 갖은 노력을 다했지만 쉽지 않은 상태였다.

결국 이진수의 발끝에서 고양 유나이티드는 회심의 득점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오늘 최고의 활약을 보여주는 이진수! 달리는데요! 크로스 올립니다! 골문 안쪽으로 가는데요~~ 아! 들어가쒀요! 박요오오오한!』

『아, 정말 좋았어요! 하프스페이스부터 보여준 이진수 선수의 측면 오버래핑을 통한 공격 전개에 이은 마무리 크로스. 그리고 그것을 오프사이드 트랩을 뚫고 들어온 박요한 선수의 마무리까지! 아주 좋았습니다!』

『이진수 선수가 이번 시즌 리그 두 번째 도움을 기록합니다! 아울러 박요한 선수는 리그 6호골을 기록합니다!』

『박요한 선수 상승세가 대단하네요. 곽찬구 감독이 기용한 뒤로 몇 경기 뛰지도 않았는데 벌써 6골이나 만들어냈으니까요.』

경기를 지켜보던 곽찬구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들도 기쁨을 드러냈다.

또한 VIP석에 있던 지태훈의 모습도 중계카메라에 잡혔다.

『요즘 핫한 고양 유나이티드를 이끄는 지태훈 대표의 모습도 보이는데요. 매번 홈 경기 때마다 모습을 보이고 있죠?』

『그렇습니다. 지태훈 대표와 관련해서 여러 가지 루머들이 존재하는데, 그것과 별개로 구단에 대한 애정이 상당히 큰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고양 팬들도 프런트가 문제가 많다고 여러 차례 항의를 했었는데, 지금은 그래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아, 그렇죠. 지금 분위기 아주 좋으니까요.』

선제골을 만들어낸 고양 유나이티드의 공격은 더욱 매서웠다.

그런 고양을 상대로 대전은 수비하기 바빴다.

“정신 차려!”

대전의 미드필더이자 주장 박혁수는 동료들의 힘 빠지는 플레이에 화가 단단히 난 상태였다.

주장으로서 팀 분위기에 변화를 줘야 한다는 생각에 그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이대로는 지고 말 거야.’

아슬아슬한 리그 3위다.

자동승격 자격이 주어지는 2위까지 올라야만 했다.

3위부터는 플레이오프와 승강전을 치러야한다.

그는 어떻게든 팀이 2위 안에 들어서 자동 승격하게 만들고 싶었다.

‘어떻게든! 어떻게든 이 분위기를 바꿔야 해!’

각오를 다진 그의 시야에 오버래핑해서 들어오는 이진수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저 녀석을 막아야 해! 오늘 저 녀석이 문제야!’

박혁수는 이진수만 막으면 어떻게든 이 상황을 바꿔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그는 직접 이진수를 막기 위해 전술적 위치를 이탈했다.

그 모습을 본 대전 감독 박성호가 당황스러워했다.

“뭐 하는 거야! 야! 박혁수! 어디가!”

“어? 혁수 형?”

놀라는 감독과 동료들.

그런 그들을 무시하고 이진수가 있는 측면으로 쇄도한 그는 태클을 시도했다.

촤악!

가속도가 붙은 태클은 굉장히 위험하다.

하지만 박혁수는 아랑곳하지 않고 태클을 시도했고 그대로 오버래핑하던 이진수의 발목과 충돌했다.

빠각!

아찔하면서도 둔탁한 소리가 들려왔다.

태클에 당한 이진수의 시야가 뒤집혀졌다. 그리고 곧 바닥에 쓰러진 이진수가 거친 비명을 토해냈다.

“아아악!”

갑작스러운 상황에 놀란 주심도 황급히 경기를 중단시키고 의무팀을 투입시켰다.

대기하고 있던 고양 의무팀이 빠르게 이진수 쪽으로 뛰어가서 상태를 살폈다.

그리고 얼마 안 가 의무팀 쪽에서 뛸 수 없다는 사인을 보냈다.

그걸 본 곽찬구 감독의 얼굴이 굳어졌다.

『아! 이진수 선수가 더 이상 뛸 수 없다는 사인을 받았습니다.』

『지금 주심이 VAR 쪽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요. 저희 쪽 리플레이 화면을 보면…… 아! 이건 옐로카드 정도로 끝낼 것으로는 안 보이는데요.』

『말씀드리는 순간 주심이 박혁수 선수 쪽으로 가네요. 아마 카드 색깔이 무엇이냐로 결정될 것 같은데요.』

『아! 레드카드네요. 네. 이건 퇴장이죠. 퇴장 맞습니다.』

『대전의 주장인 박혁수 선수가 전반전에 퇴장을 당합니다. 안 그래도 지고 있는 대전인데 이러면 더 어려워지겠네요.』

이때 이 상황을 지켜보며 분노한 이가 있었다.

바로 지태훈이었다.

“야 이 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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