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집 막내 구단주-16화 (16/272)

16화

고양 유나이티드의 행보가 연일 심상치가 않다.

국내 축구 관계자들과 팬들도 서서히 고양 유나이티드의 행보에 시선을 주고 있었다.

최근 리그 1위 안양 썬더스를 잡는 이변을 일으킨 후 내리 3연승을 달리고 있었다.

곽찬구 감독은 파주FC 지휘봉을 잡았을 때처럼 파격보다는 실리 축구를 내세웠다.

1부와 달리 2부는 팀 간에 벌어지는 압박 강도나 속도가 많이 차이 난다. 그러다 보니 곽찬구 감독의 전략이 생각 이상으로 잘 먹혀 들어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다 보니 순위에도 변화가 있었다.

최하위권이었던 팀은 단숨에 중간까지 올라가게 되었다.

최상위 팀들과 중간 팀들 간의 승점 격차가 있어서 최상위까지 올라가기는 쉽지 않았다.

그래도 지금까지 겪어왔던 것에 비하면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었다.

그런 와중에 팬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만한 일이 벌어졌다.

『고양 유나이티드, 이번 홈경기에서 대박 상품 내걸었다!』

『고양, 홈경기 찾은 20, 30대 팬들에게 추첨 통해서 영신그룹 ‘인턴’ 기회 내걸었다!』

이 세상 그 누구도 내걸지 않았던 파격적인 상품을 내건 것이다.

* * *

홈경기를 치르기 며칠 전, 나는 영신 그룹 본사로 찾아갔다.

나를 본 본사 직원들이 반응했다.

“헉, 망나니?”

“고양 유나이티드를 바꿨다며?”

회귀 후 첫 방문했을 때보다 반응이 조금은 달라진 것 같다.

“도련님. 가시죠.”

“그래.”

나와 김 비서는 당당하게 걸어갔다. 직원들은 그런 우리를 보며 수군거리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데 김 비서가 말을 걸었다.

“어떠세요?”

“뭐가?”

“직원들 반응이 전보다는 달라지지 않았나요?”

“그렇긴 하지. 그래도 뭐, 내가 언제 이런 평판 신경 썼나?”

내 말에 김 비서는 고개를 젓더니 단호한 얼굴로 말했다.

“아뇨. 그래도 지금부터 신경 쓰셔야죠.”

“……엉?”

“총수, 되실 거잖아요?”

“…….”

그렇네.

왜 그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총수가 되려면 본사 직원들의 여론도 고려해야 한다.

굳이 총수가 아니더라도, 높은 자리에 오를수록 평판은 중요해진다. 내가 무엇을 할 때, 중요한 순간 그들은 내 힘이 되어줄 테니까.

형만 봐도 그렇지 않은가?

왜 그렇게 이미지 메이킹에 집중하겠는가.

다 높은 자리에 오르려고 그런 것 아니겠는가.

실제로 회사 내에서 다음 차기 회장은 형으로 굳어져 가고 있는 상황이다.

반전이 없는 이상 결과에 변화는 없을 것이다.

회귀 전에도 그랬다.

예정된 결과를 바꾸려면 나도 평판에 신경써야 된다.

다행히 김 비서가 그 부분을 체크 해줬고, 그 덕분에 나는 다시 한번 인지할 수 있었다.

“고마워. 김 비서.”

김 비서에게 감사를 표하는 그때, 중간에 멈춰선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그리고는 익숙한 얼굴이 모습을 드러냈다.

“응?”

“음?”

지태완.

내 형이었다.

형은 나를 보더니 예전과 달리 살짝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었다.

“회장님 뵈러 가나?”

“어. 형도?”

“그래.”

전과 달리 말투가 조금 다르다.

불편함이 느껴진다.

“요즘 잘나간다며?”

“다 형이 신경 써준 덕분이지. 나 잘되라고 구단 대표 완장도 채워주고. 보답해야지.”

“……그래.”

어쩐지 상당히 못마땅해하는 것 같다.

그런 형의 반응을 보니 나는 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겨우 참았다.

그 누구도 형의 계략을 알지 못한다. 내 옆에 있는 김 비서도, 아버지도 모른다.

오직 나만 아는 진실.

그렇기에 그 희열은 짜릿하다.

물론 이걸로는 약하다.

그래도 형이 불편해하니 왠지 기분이 좋아졌다.

앞으로 이런 일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띵!

최상층에 있는 회장실에 도착한 우리를 향해 어떤 남자가 다가왔다.

바로 회장단 비서팀의 수장 박준후 팀장이었다.

“어서 오십시오.”

“오, 아저씨. 오랜만입니다. 잘 지내셨죠?”

“그럼요. 도련님은요?”

아무렇지 않게 서로에게 안부를 묻는 장면처럼 보이지만, 내 얼굴은 살짝 굳어졌다. 하지만 금방 다시 웃어 보이며 말하려는데, 김 비서가 끼어들었다.

“팀장님. 이제는 대표님입니다.”

“…….”

순간 박준후 팀장과 김 비서 사이에서 냉랭한 기운이 감돌았다.

지지 않고 또렷하게 얼굴을 바라보는 김 비서와 그런 그녀를 굳은 얼굴로 바라보는 박준후 팀장.

그런 두 사람을 묘한 시선으로 쳐다보는 형의 모습까지.

보다 못한 내가 웃으며 끼어들었다.

“뭐 어때요. 오랜만에 얼굴 봤는데, 자자, 그러지 말고 들어가죠. 아버지 기다리시겠어요.”

“실례했군요. 안내하겠습니다.”

박준후 팀장은 우리를 향해 목례한 뒤 곧 회장실로 안내했다.

“어서 와라.”

회장실에 들어가자 아버지는 특유의 위엄 있는 모습으로 우리를 맞이했다.

“그래, 둘 다 무슨 일로 날 보자고 한 거냐?”

그 말에 형과 나는 동시에 서로의 눈치를 살폈다.

“형 먼저 얘기해.”

“먼 길 왔는데, 네가 먼저 얘기해라.”

내가 형의 속셈을 모를 것 같나.

대놓고 정보를 듣겠다는 심보가 얄밉다.

그렇다고 내가 물러날 필요는 없다. 차라리 잘 됐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망나니의 똘끼를 제대로 느껴보시라.

“그럼 제가 먼저 말하죠.”

아버지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무심한 것 같으면서도 꿰뚫어 보는 눈동자를 마주한 나는 순간 포식자 앞에 선 기분을 맛봤지만 애써 무시했다.

“크흠. 아버지. 저 좀 도와주실 수 있나요? 아니, 허락을 좀 맡아야 될 일이 있는데 말이죠.”

“무슨 일인데 그러냐.”

“인턴 자리 하나만 주세요.”

“……?”

뜬금없는 말에 아버지와 형 모두 어리둥절했다. 그러다가 이어지는 내 말에 두 사람 모두 동공이 흔들렸다.

“다가올 홈경기 경품으로 내걸 겁니다.”

“뭐?”

좀처럼 표정 변화 없는 아버지가 최근 만날 때마다 드러내신다.

그만큼 꽤 충격적이신 거겠지.

그런데 어쩌랴.

앞으로 더 많은 일들이 벌어질 텐데, 아버지가 너무 놀라시다 쓰러질까 봐 걱정이다.

이래 봬도 나는 효자(?)니까!

“진심이냐?”

“그럼 이런 걸로 장난치러 왔겠어요?”

“미친놈.”

극찬받았다.

극찬을 받은 나는 환한 표정을 드러냈다.

“아버지. 한때 잘나가던 우리 팀이 추락하니까 많이 기울어졌는데, 최근 잘 되니까 다시 올라갈 거 같거든요?”

“그게 이거랑 무슨 상관인데?”

“좀 더 날개를 달아보자 이거죠. 근데 이왕이면 좀 현실적으로 써보자 이거지.”

“…….”

“아버지. 우리야 대기업 집안이니까 먹고사는 걱정 안 하는데, 요즘 청년 실업이 극에 달해있어요. 이걸 좀 활용해 보자 이거지.”

“……네가 제안한 그 파격 안에는 어긋나는 형평성 따위는 내다 버린 것이냐?”

“아! 물론 말은 나오겠죠. 그런데 어딜 가든 경쟁은 치열한데? 운도 경쟁해서 이긴 자가 먹는다고 봐요.”

“…….”

아버지는 침묵했다.

아버지뿐만 아니다.

나를 제외한 모두가 침묵에 빠졌다.

이미 김 비서는 일을 알고 있기에 침묵한 상태고, 아버지와 형은 달랐다.

침묵이 이어지는 가운데 마침내 아버지가 말문을 여셨다.

“기간은 3개월 정도면 되냐?”

“오! 좋죠!”

나는 하루만 받아도 성공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3개월이라니!

이야, 우리 아버지, 아니 회장님 통이 크시다!

“회장님!”

그러자 이번에는 계속 침묵하던 형이 발작하듯 반응했다.

“정말 태훈이의 제안을 받아들이실 생각이십니까? 그걸 받아주면……!”

“됐다. 그만해라.”

“회장님!”

“그만하래도!”

“…….”

서늘한 맹수의 눈빛.

그래, 바로 저 눈이야.

오랜 시간 대기업 총수로 활약해 오시던 아버지의 저 눈.

저 눈을 제대로 버틴 사람은 거의 없었지.

제아무리 형이라도 이런 아버지 앞에서 꼬리를 내렸다.

조용히 몸만 부르르 떠는 꼴이 가관이다.

형이 침묵하자 아버지는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봤다.

그것도 형을 볼 때와 다른 눈빛으로.

“내가 왜 네놈의 제안에 응해주는지 아느냐?”

솔직히 알 수가 없다.

저 심연처럼 깊고 깊은 회장님의 마음을 어찌 알 수 있을까.

“구단 대표가 된 너를 위한 선물이라 생각해라. 이 정도면 충분할 듯싶구나.”

선물이라고?

선물은 지난번에 임태무 감독 건으로 끝낸 거 아니었던가?

어쨌든 잘됐다.

생각보다 일이 너무 쉽게 풀렸다.

“고맙습니다!”

기쁜 마음으로 인사를 했다. 그런데 아버지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됐고, 이야기 끝났으면 너는 나가 봐라.”

“예?”

잠깐, 나 아직 형이 할 얘기 못 들었는데?

“취소할까?”

“하하, 당장 나가겠습니다!”

아버지의 강한 축객령을 이길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렇게 나와 김 비서는 얼른 회장실에서 나가야만 했다.

혹시나 딴소리 나오면 안 되니까.

* * *

“이거 진짜인가?”

고양시에 사는 박명현은 기사를 보고 믿기지 않았다.

“미리 홈페이지에서 인증 처리한 20대 팬들 한해서 제비뽑기 추첨해서 인턴자리를 준다고?”

다가올 홈경기에서 3개월 영신 그룹 인턴 자리를 내걸었다고 한다.

박명현의 머릿속은 이게 진짜인가 싶은 생각으로 가득했다.

그때, 박명현의 어머니가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아들! 또 공부 안 하고 딴짓하니?”

“아, 엄마. 안 그래도 독서실 가려고 했어.”

“또 핑계는…… 음? 뭘 보고 있는 거니?”

“아, 그게…….”

아들을 훈계하려 했던 어머니는 화면에 떠 있는 기사를 보고 깜짝 놀랐다.

“세상에! 인턴 3개월?”

“이번 홈경기에서 경품으로 내걸었데. 제비뽑기라고 하니 될 확률은 없겠지만.”

“되든 안 되든 뭐 어떠니? 당장 표 예매해!”

“네?”

“어서!”

대기업에 취직하는 일은 하늘에 별을 따는 것만큼 어렵다.

그런데 그 어려운 걸 경품으로 내건다?

비록 3개월 단기 인턴 자리라고 해도 당첨만 되면 충분히 가치는 있었다.

그래서 박명현의 어머니는 아들을 닦달하는 것이었다.

“아, 알았어. 예매할게.”

예매하기 위해 홈페이지에 접속하려던 박명현.

그런데 홈페이지가 먹통이다.

“어? 왜 이러지?”

그렇다.

이미 기사를 본 수많은 사람들이 표를 예매하기 위해 홈페이지에 대거 들어오면서 서버가 터져 버린 것이다.

“아이고! 그러게 바로 했어야지!”

탄식하는 어머니의 모습에 박명현는 멋쩍은 얼굴로 홈페이지만 바라볼 뿐이었다.

* * *

홈경기 당일.

VIP석에 있는 나는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런 내 뒤에는 김 비서와 천지원 부장 그리고 정소영 부장이 있었다.

“설마 이게 먹힐 줄이야.”

믿기지 않아 하는 천지원 부장의 말에 나는 웃음을 흘렸다.

“흐흐흐.”

결과는 대박이었다.

그냥 대박도 아닌, 초대박.

2부 리그로 추락한 뒤 평균 2,000명 정도 내외였었다.

그런데…….

“흐흐흐, 천 부장님. 오늘 몇 명이나 입장했다고 했죠?”

“현재까지 7,500명 입장했습니다.”

7,500명!

그것도 경기가 막 시작되려는 타이밍이다.

경기 중에 들어올 관중들까지 생각한다면 얼추 8,000명은 넘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번 시즌 단일 경기 관중으로 1위를 찍은 안양 다음으로 많은 숫자네요.”

담담하게 얘기하는 김 비서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대표님, 곽찬구 감독도 오늘 반드시 이기겠다고 다짐했다고 들었습니다.”

“맞아. 이제 이겨주기만 하면 돼.”

나는 곽찬구 감독을 믿었다.

아직까지 그는 내 기대를 배신한 적이 없었다.

게다가 오늘 상대는 부산 다이너스티FC.

리그 중위권 팀이다.

객관적인 전력상 크게 밀린다고 보지 않는다.

충분히 승부를 걸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런 내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출렁-.

『골! 오늘 첫 번째 골의 주인공은 김지우!』

와아아아!

생각보다 이른 시간에 터진 선제골을 보며 우리는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그렇게 그날 김지우의 득점을 시작으로 박요한이 멀티골을 기록하며 3:0 승리를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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