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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3세는 조용히 살고 싶다-1001화 (1,001/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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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아몬 박사 역시 다른 연구원들처럼 머리를 부여잡았다. 동기식 하나만 파도 너무 많은 문제가 생겨서 정확히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 거기에 비동기식이라니.

더욱이 이 차세대 통신 서비스 이야기만 들어봐서는 정말 차세대 기술 표준에 진심인 것 같았다.

다만 그로서는 영문을 잘 몰랐다.

그 자신이 아는 최민혁 실장은 이렇게 모호한 기술을 싫어했다.

‘단기에 결과가 나와서 돈이 되는 사업만 하니까.’

다만 그렇게 보기에는 또 오현종 실장의 설명은 생각보다는 아주 구체적이었다.

대충 넘어가지 않았다.

[3G란 용어가 어색합니다. 하지만 편의상 이 용어를 사용하기로 하겠습니다. 기본적으로 오디오 음성, 데이터 패킷을 동시에 사용해야 한다는 골격입니다. 이를 위해선 기본적으로 회선 교환망, 패킷 교환망이 필요합니다. 근데 두 가지는 전혀 다릅니다.]

사실 회선 교환망 시스템도 간단한 문제는 아니었다.

그런데 여기에 패킷 교환망을 추가로 넣어야 한다.

[정말 중요한 것은 데이터 패킷 그다음 세대입니다. 아, 물론 성급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기본적인 호환을 위한 뼈대는 만들어 둬야 합니다. 다행히 최민혁 실장님의 도움 덕분에 그것을 추가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강의는 단편적인 3G 표준 이야기가 아니었다. 기존의 망과 서로 같이 엮어서 미래 시스템에 대한 다리를 만드는 것까지 포함했다.

명확한 근거가 없이는 할 수 없는 어조였다.

크리스 아몬 박사는 그제야 진지한 얼굴을 한 채 강연에 집중했다.

‘어……?’

마이클 블룸버그 회장은 크리스 아몬 박사의 표정을 보자 질문했다.

[크리스 박사님, 저 강의 내용이…….]

하지만 크리스 아몬 박사는 강의 삼매경에 빠져 손을 들어서 마이클 블룸버그 회장의 입을 막았다.

마이클 블룸버그 회장은 분노하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만족했다. 최민혁 실장이 한 초청은 단순한 초청이 아니었다.

‘역시 예상대로군.’

* * *

최민혁 실장은 크리스 아몬 박사의 모습에도 혀를 찼다. 하지만 그 역시 오 실장의 강연을 들으면서 자신이 염두에 둔 스마트폰 기술이 진행되려면 차세대 이동 통신이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심지어 메신저 서비스도 문제구나.’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있었다.

자신은 이미 MP3, MPEG-2 멀티미디어 기술 표준 오너였다.

심지어 2G 기술 중에서 핵심 기술은 자신이 들고 있거나 아니면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회사가 그 자산을 소유했다.

그런데 과연 차세대 이동통신에 손대는 것을 그냥 주변에서 두고만 볼까.

최민혁 실장은 그래서 긴가민가한 얼굴로 크리스 아몬 박사에게 자문하는 마이클 블룸버그 회장을 힐끗 쳐다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역시 마이클 회장을 호출하기를 잘했어.’

다른 이들은 아무리 자본이 많다고 해도 차세대 이동통신 가치를 알 수가 없었다.

기술적인 한계는 더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미국 내의 다른 IT 벤처 캐피탈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그들이 아무리 잘나간다고 해도 이제 CDMA 서비스가 막 시작한 시점에서는 자신의 말을 알아듣기 어려웠다.

그런데 마이클 블룸버그 회장은 달랐다. 그는 미디어 전문가로, 안목이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 그가 크리스 아몬 박사와 동행한 것이 그 증거다.

다만 크리스 아몬 박사도 아직은 긴가민가했다.

듣기 좋은 강연이라고 해도 저것을 그대로 믿을 수는 없었다.

말로만 일을 처리할 수 있다면 인류는 지금 화성에 유인 왕복선을 보낼 수도 있으니까.

크리스 아몬 박사는 최민혁 실장에게 툴툴거렸다.

“내용은 그럴듯한데, 과연 저게 구현 가능한지는 모르겠습니다.”

“말로만 할 거라면 굳이 제가 두 분을 여기까지 초청할 이유가 없습니다.”

“네?”

크리스 아몬 박사는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마이클 블룸버그 회장 역시 크게 당황한 눈으로 최민혁 실장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 역시 차세대 이동 통신에 대해서는 사전에 보고 받았다.

현재 기술과 지금의 처해 있는 상황 모두 말이다.

그런데 최민혁 실장의 이야기는 그것과는 많이 다른 것 같았다.

“보여 드리죠.”

* * *

최민혁 실장은 직접 실물을 보여줄 필요성을 느꼈고, 오현종 실장에게 신호를 보냈다.

오현종 실장은 그제야 강단 뒤쪽을 막아 놓은 커튼으로 한쪽으로 당겼다.

그러다 드러난 것은 임시로 만들어진 차세대 통신 시스템이었다.

비록 짧은 동영상 하나를 실시간으로 보낼 정도의 수준에 불과했지만.

그래도 갖출 것은 다 준비되어 있었다.

차세대 이동 통신 뼈대가 되는 교환기부터 시작해서 간이 기지국까지 말이다.

물론 겉으로는 무질서하게 전선이 튀어나와 있어서 볼품이 없었다.

꼭 고장 나서 버려진 전자 폐기품 같았다.

하지만 이 시스템이 규칙적으로 동작하는 것은 사실이었다.

중앙에는 이들 시스템 동작을 관찰하는 장비도 있었고 말이다.

“어?!”

크리스 아몬 박사는 역시 전문가답게 화들짝 놀랐다. 그는 마이클 블룸버그 회장의 질문도 무시한 채 곧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 잠깐 봐도 될까요?”

“그럼요. 어차피 여러분에게 보여주려고 했으니까.”

크리스 아몬 박사는 크게 당황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마치 먹이를 노리는 치타처럼 동작하는 설비에 다가가서 하나씩 자세히 살폈다.

이 설비는 마치 대학원 실습 교재 같기는 하지만 명확하게 동작했다.

시스템 성능이 떨어져서 버벅거리는 해도 기본적인 동작은 다 하는 것이다.

크리스 아몬 박사는 이게 겉으로 봐서는 쉬운 일 같아도 얼마나 중요한 건지 잘 알았다. 이 정도 성과라면 이미 오부 능선은 넘은 것이니까.

더욱이 그 결과물은 진짜였다.

‘맙소사 이거 설마…….’

* * *

단순한 동영상 하나를 주고받는 기술은 별것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속을 들여다보면 그게 또 그렇지도 않았다.

이 임시 교환기 시스템은 놀랍게도 동기식과 비동기식을 모두 구현했다.

“동기 방식은 근본적으로 전송 속도가 문제 될 수밖에 없습니다.”

최민혁 실장 전생 기준이기는 하지만 비동기식인 WCDMA가 2Mbps이고, 더욱 발전된 HSDPA는 14.4Mbps이다.

그렇다고 CDMA2000 1x 속도가 좋으냐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이들 기술은 나오는 시점에 따라서 다양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니 지금 이 시점에서 어떤 기술을 택하느냐 하는 질문이 나올 수가 없었다.

놀라운 사실은 이런 비교 우위에 관한 결과마저 다 나와 있었다.

테스트 제품이 있으니, 어느 정도 결과를 이끌어낼 수가 있었다.

차세대 통신 표준 작업이 더 빨라진다는 의미다.

그것은 최민혁 실장에게도 놀라운 일이었다.

최민혁 실장 역시 이곳에 몇 번 와서 보고를 받았지만, 밑바닥 기술을 다 아는 것은 아니었다. 그냥 그런 게 있다 정도이니까.

그는 내심 내색하지 않았지만, 힐끗 오현종 실장과 ETRI 연구 팀을 쳐다보았다. 그들에게 작업 지시를 내린 것은 본인이다.

하지만 이 성과가 나온 것은 ETRI 연구원의 진심 어린 노력 덕분이었다.

‘…역시 우리 한국인은 참 대단해. 그놈의 빨리빨리 근성이 빛을 발했으니.’

다만 한편으로 단순히 그렇게만 보기에는 힘들었다.

오현종 실장은 최민혁 실장 때문에 자신의 꿈을 이루었다. 그는 최민혁 실장을 진심으로 믿었다. 그의 밑에 있는 ETRI 역시 오현종 실장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들은 최민혁 실장이 지시한 일은 무조건 이루어진다고 맹목적으로 믿었다.

그러니 이들은 최민혁 실장이 한 말은 무조건 진실이라고 확신했다.

그 신념은 결국 지금 결과로 나타났고 말이다.

‘…한편으로 좀 부담스럽다니까.’

최민혁 실장은 입을 딱 벌리고 있는 크리스 아몬 박사의 표정에서 ETRI 연구원의 이번 노력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새삼 느꼈다.

그 역시 전문가의 반응을 보고서야 이 기술의 의미를 실감했다.

크리스 아몬 박사는 이 통신 기술을 보수적으로 보려고 많이 노력했다.

그런데 이미 테스트 기술은 구현되어 있었다.

지금 ITU는 이제 전문가를 불러모아서 아가리 파이팅을 하려고 준비 중인 단계였는데.

최민혁 실장은 이미 비록 실험적이라고는 해도 그 기능을 구현해 놓았다.

그런데 이게 단순히 대학원 실험실의 프로토타입이 아니라 꽤 그럴듯한 이론적인 뼈대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었다.

“…맙소사 말, 말도 안 돼!”

하지만 오현종 실장이 푸념을 털어놓았다.

“그렇게 대단하게 볼 필요는 없습니다. 상용화와는 거리가 아주 먼 기술이니까. 그저 기술적으로 구현한 것에 불과합니다.”

단순히 그의 평가만이 아니었다.

“KM 전자 연구소의 최병연 소장조차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그는 힐끗 불편한 눈으로 최민혁 실장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꿍꿍이가 가득한 최민혁 실장은 그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웃기만 했다.

딱 좋았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이거면 된다.

‘그 이상 나가도 부담스럽지.’

오현종 실장도 활짝 웃는 최민혁 실장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했다.

그는 기반을 제공해 준 최민혁 실장이 이번 결과에 크게 실망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최민혁 실장은 진심으로 만족한 얼굴이었다.

‘들어간 자금이 엄청난데…….’

다만 최민혁 실장은 돈이 많이 들어간 점을 굳이 숨기지 않았다.

“돈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인류 번영을 위한 노력이라고 생각해 주십시오.”

“…저, 정말 대단하십니다. 저도 최민혁 실장님의 명성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건 정말 말도 안 됩니다. 맙소사.”

크리스 아몬 박사는 충격에 빠져서 반쯤 이성을 잃고 말았다.

그는 이 작업이 얼마나 중요한지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그는 결코 이 기회를 놓칠 수가 없어서 오현종 실장을 붙잡은 채 집요하게 질문하고, 또 질문했다.

하나라도 더 알아야 했다.

최민혁 실장은 피식 웃었다.

“시간 많습니다. 넉넉하게 한번 살펴보세요. 우리가 숨길 기술은 없습니다.”

* * *

마이클 블룸버그 회장은 오히려 굳은 얼굴을 한 채 이런저런 질문을 하는 크리스 아몬 박사를 보면서 탄식하고 말았다.

그는 최민혁 실장의 초청을 받고 나서는 중요한 일이 있다고 생각했다.

더욱이 미래 투자라고 했으니.

MP3, MPEG-2 이상의 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결과물이 설마 차세대 이동 통신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직 2G 통신망 사업이 본궤도에 오른 것이 아니었다.

이제 겨우 한국에서 서비스가 걸음마를 시작했고, 그건 미국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생각보다는 많은 문제가 터져 나왔고 말이다.

다만 그럼에도 CDMA 폰 사용자는 꾸준히 늘어나기는 했다.

그리고 이건 연말을 넘어서 내년 상반기가 되어야 어느 정도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그런데 차세대 이동통신 테스트 플랫폼이 갑자기 튀어나온 것이었다.

그는 잔뜩 굳은 얼굴을 한 채 최민혁 실장을 진지하게 쳐다보았다.

“설마 차세대 통신 기술 표준을 최민혁 실장님이 모두 다 하실 생각입니까?”

“무슨 말씀인가요?”

“제 말은 MP3, MPEG-2 특허처럼 차세대 이동통신 원천기술도 최민혁 실장님이 다 자기 소유로 돌릴 생각입니까?”

정확히는 차세대 통신 기술 원천기술도 홀로 다 먹겠느냐는 질문이다.

나가도 너무 멀리 나갔다.

실상 최민혁 실장이 원한 반응이었다.

오해다.

CDMA 시스템을 이용했으니, 이 차세대 이동 통신 기발도 그렇지 않을까.

‘시작이 좋군.’

최민혁 실장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는 전혀 그렇게 할 생각이 없었다.

“지금도 충분히 압박받고, 견제를 받는 중입니다. 그 이상의 관심은 사양하고 싶습니다.”

마이클 블룸버그 회장 역시 에플 지분 매각을 둘러싼 불협화음을 잘 안다. 그 역시 이번 일은 최민혁 실장이 과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보이지 않습니다.”

“에플 지분 매각 사건을 보세요. 완전히 악당 취급하는데, 저도 질렸습니다.”

“원래는 그런 뜻이 아니었다는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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