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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3세는 조용히 살고 싶다-1000화 (1,000/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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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그 때문에 탐욕을 주체하기가 힘들었다.

오현종 실장은 이미 욕심을 버렸다고 생각했는데, 최민혁 실장의 얼굴을 보자 그럴 수가 없었다.

최민혁 실장은 두 사람 눈에 떠오른 탐욕을 보자 피식 웃고 말았다.

‘참 순진한 사람들이야. 그래서 더 마음이 편해.’

오현종 실장은 한껏 최민혁 실장에게 허리를 숙인 채 한 실험실로 안내해 주었다.

바로 3G 시스템 실험실 말이다.

* * *

2G와 3G의 차이는 역시 전송되는 데이터양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에 있다.

따라서 많은 데이터를 전송하기 위해서 시스템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

여기에 2G 호환성도 일부 고려해야 하고 말이다.

그러니 완전히 0에서 다시 새롭게 탑을 쌓는 일은 아니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이 일이 간단하다는 것은 아니었다.

ETRI 내에 신축된 7층 건물이 그 증거였다. 이 건물 안에는 3G 시스템과 관련된 여러 가지 설비가 이미 만들어져 있었다.

실험실 한 곳에는 2m 높이의 설비가 정신없이 동작 중이었다.

LED 표시가 그 증거였다.

이 대부분 설비는 최병연 소장이 중재해서 진행한 일이었다.

ETRI와 KM 전자가 손을 잡고 진행한 일이었다.

[각종 단말기에서 나오는 음성, 메시지, 영상을 모두 받아서 처리하는 시스템입니다. 각 동기 시스템은 이 처리를 원활하게 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최민혁 실장도 살짝 놀랐다.

[단순히 메시지 처리만 성공했다고 들었는데, 연구 진척 속도가 빠르군요.]

[자금이 넉넉하니까요.]

[진작 투자할 것을 그랬군요.]

[…그건 아닐 겁니다. 투자가 좀 더 빨랐다면 이런 성과가 나오기 힘들었을 겁니다. CDMA 시스템 개발 경험이 크게 작용했으니까요.]

지금은 오현종 팀장도 CDMA 시스템 마무리를 하는 중인데, 대다수 일은 후배인 중견 실무진에게 다 넘기는 단계였다.

차세대 이동통신 사업 이야기가 나온 것은 딱 그 시점이었다.

더욱이 KM 전자에 1,000억을 퍼부은 곳은 다름 아닌 벨린 투자였다.

더욱이 이 자금도 빡빡하게 관리되는 편은 아니었다.

연구원이 명확한 근거만 댄다면 10억이든, 100억이든 얼마든지 받아 쓸 수 있다.

자금이 부족하면 최민혁 실장이 더 대고 말이다.

최민혁 실장 역시 그런 자세한 부분까지 확인하지는 않았다.

그는 무려 10조가 넘는 에플 지분 매각 대금 문제로 머리가 복잡해서 푼돈 100억에는 관심도 없었다.

다만 그 결과마저 무시한 것은 아니었다.

테스트 단말기를 통해서 압축된 동영상이 전송되어 다른 단말기에 나타난 결과 말이다.

그것을 가볍게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동영상 크기가 일정 이상이 되면 화면이 뚝뚝 끊어진다는 점이다.

이건 고작 단말기 한 대를 가지고 하는 실험이었으니.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많이 필요하겠군요.”

오현종 실장이 혀를 내둘렀다.

“아니, 실장님,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십니까? 아직 2G도 이제 막 상업화 걸음마 단계에 들어간 수준입니다. 이 정도 성과면 대혁신입니다!”

틀린 이야기가 아니었다.

형식이야 ITU 기술 표준과는 완전히 동떨어지기는 했지만, 결과는 나왔으니까.

다만 ITU가 이 기술을 표준으로 적용할 일은 만에 하나라도 없었다.

이해관계 때문이다.

최민혁 실장의 전생 기억에도 당장 미국, 유럽 차세대 통신 표준은 달랐다.

‘다만 단일 표준화 노력은 하지.’

“그렇습니까.”

최민혁은 시큰둥했다. 그가 전생에서 본 바로는 동영상을 실시간으로 주고받았었다. 특히 메신저 서비스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그가 지금 사용하는 단말기는 메신저만 보낼 수가 있었다.

그것도 화면은 왜 그렇게 작은지.

‘아직 LCD 수율이 높지 않아서 계속 버벅거린다고 하던데…….’

오성 전자와 LC 전자는 마치 서로 짜기라도 한 것처럼 IPS-LCD에 대한 푸념을 늘어놓았다.

양산은 하는데, 품질까지 그렇게 좋지는 않았다.

수율이 나쁘니, 공급도 늦어졌고 말이다.

이 문제로 계속 실무진에서 말들이 많았다.

최민혁 실장은 그걸 탓할 생각은 없었다. 지금도 많이 빠르니까.

그는 결국 자신이 아는 3G망 시스템과 관련된 모범 답이 될 수 있는 부분을 오현종 실장에게 천천히 설명해 주었다.

“물론 굳이 서두를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큰 줄거리는 알 필요가 있습니다. 아,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이거 이미 다 특허 출원이 끝났습니다. 그러니 베낄 생각은 마세요.”

“…네.”

오현종 실장은 입맛을 다셨고, 그건 다른 연구원 역시 마찬가지다.

최민혁 실장이 저렇게 보안을 강조하는 것은 다 돈이 되기 때문이다.

다만 최민혁 실장의 말은 기대와는 달리 구체성이 많이 떨어졌다.

그냥 큰 줄기만 잡아주고, 기술적인 부분은 다 뺀 거니 말이다.

웃기는 점은 그렇다고 해도 특허출원이 안 되는 것은 아니었다.

마치 이 영역은 내 거다, 그러니까 건들지 말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오현종 실장은 그게 불만이었다.

‘이상하네. 이전과는 많이 다른 것 같은데, 설명이 너무 부실하잖아.’

최민혁 실장은 약간 의심이 담긴 오현종 실장의 시선을 무시했다.

“보안 문제 때문에 이전과는 개발 방향이 좀 다를 겁니다. 그러니 여러분도 자기가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기 바랍니다. 그쪽에서 고안한 아이디어는 우리 법무 팀에서 관리해 주겠습니다. 더욱이 이번 일은 많은 이해 관계자가 같이 합류할 겁니다. 그들에게도 알릴 필요가 있으니, 그런 점도 신경 써 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런데 다른 투자자라면 혹시 오성 전자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오성 전자는 아직 확정하지 않았습니다.”

“하면 누구를…….”

“마이클 블룸버그 회장이죠. 타이거 펀드도 그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어.”

오현종 실장을 포함한 ETRI 연구원은 다들 화들짝 놀랐다. 설마 여기서 마이클 블룸버그와 악명이 자자한 헤지펀드 이야기를 들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최민혁 실장은 여기에 한마디 했다.

“헤지펀드가 우리 적이라면 최악이죠. 그 반대로 헤지펀드가 우리 아군이라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우리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테니까.”

“…네.”

오현종 실장을 비롯한 ETRI 연구원은 다들 열심히 주판을 튕겼다. 최민혁 실장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틀린 이야기가 아니었다.

다만 그들은 이미 최민혁 실장과 같이 일을 한번 해본 터라 이전 CDMA 시스템 프로젝트와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뭔가 더 있구나.’

최민혁 실장은 의미심장한 미소만 지은 채 아무런 말을 더 하지 않았다. 그는 오현종 실장의 표정만으로 확신했다.

‘이번 차세대 이동통신 프로젝트 제안을 거절할 놈은 없겠지. 결국 이번 에플 지분 일을 더 거론할 놈은 없을 거야.’

자기 제안을 안 받으면, 어차피 미국 내에서 손을 잡을 대상자는 차고 넘친다.

이를 잘만 이용하면 IMF 시기에 최대한 이익을 뽑고도 남을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제안할 목록을 한번 검토해 봐야겠어.’

* * *

마이클 블룸버그 회장은 최민혁 실장의 연락을 받고 나서는 당장 통신 전문가부터 찾았다.

그 대상은 멀리 가지 않았다.

퀄컴의 크리스 아몬 박사였다. 그는 CDMA 단말기 개발 책임자이자 ETRI 컨설턴트이기도 했다. 따지고 보면 ETRI 연구가 완전히 독자적이지는 않았다.

“최민혁 실장님이 차세대 통신 사업에 대해서 할 말이 있다고요?”

“그렇죠.”

“혹시 에플도 관련된 일입니까?”

“아, 그건 아닐 겁니다. FBI가 에플을 노린 것은 무리수가 따르는 일이니까.”

“정치 알력 싸움입니까?”

“비슷하죠.”

마이클 블룸버그 회장은 자세한 내막까지 말하지는 않았다.

그 역시 반최민혁 파벌에게서 계속 압박을 받기 때문이다.

때문에 그저 모른 척했다.

자신이 담당하는 그 어떤 언론 쪽에도 최민혁 실장과 관련해서는 중도 노선을 지시했다.

“그보다 중요한 일은 최민혁 실장의 초대입니다. 이런 일은 이전에 없었으니까요.”

“저도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전까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도움을 부탁합니다.”

“제가 해야 할 말입니다.”

크리스 아몬 박사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는 이 사려 깊은 마이클 블룸버그가 통신 사업에 깊은 관심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다고 날 부를 필요가 있나? 아, 하긴 최민혁 실장이 지금 미국에 오기는 좀 그렇지. 벨린 투자도 조사 대상이라고 하니까.’

* * *

FBI, SEC가 벨린 투자를 직접 건드린 것은 아니었다.

그저 미국 대형 언론에서 카더라 하는 말만 무성해서 말이 나온 것뿐이다.

아니, 오히려 FBI, SEC는 벨린 투자를 두려워하는 눈치였다.

워싱턴 포스트를 비롯한 몇몇 메이저 언론은 이런 FBI, SEC의 행보를 맹비난했다.

[미국 공권력이 고작 증권사가 무서워서 꼬리를 마는 건가?]

[미국 FBI가 어째서 투자 조작범으로 의심받는 벨린 투자를 두고만 보는 건가?!]

그런데 이는 미국 메이저 언론을 탓할 일만은 아니었다.

FBI, SEC가 스티븐을 조사하면서 그 명분으로 삼은 것이 벨린 투자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로 이례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여론이 나빠져도 FBI, SEC는 벨린 투자를 직접 압수 수색하지는 않았다.

혐의가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다 보니 부담감을 느꼈다.

더욱이 그들이 지시받은 것도 있고 말이다.

반면 미국 언론은 기회를 잡았다고 판단하자 FBI, SEC를 맹비난했다.

스티븐, 최민혁 실장을 같이 한통속으로 묶어서 음모론까지 제기했다.

정확히는 에플 지분 매각 때문에 손실을 본 투자자 대다수가 최민혁 실장을 싸잡아서 공격한 것이었다.

크리스 아몬 박사 역시 한국행 비행기에 탑승한 채 이와 관련한 뉴스를 살폈다. 그로서는 오히려 웃음만이 나올 뿐이다.

그는 이 뉴스가 오직 정치에만 매몰된 것이 부끄러웠다.

정치 선진국인 미국에서 마치 한국의 쓰레기 같은 정치판을 보는 것 같아서 말이다.

그는 이때까지만 해도 FBI, SEC의 의도를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한국에 도착해서 호텔에 묵을 때도 마찬가지다.

마이클 블룸버그 회장은 전문가 몇 사람에게 더 부탁해서 차세대 통신과 관련된 다양한 기술에 대해서 검토했다.

하지만 전부 확실치 않은 정보들일 뿐이었다.

크리스 아몬 박사는 오히려 그런 마이클 블룸버그 회장이 신기했다. 그가 아는 마이클 블룸버그는 고작 남의 기술 이야기에 저렇게 집착할 사람이 아니었다.

‘도대체 뭘까?’

의문은 시간이 갈수록 쌓여만 갔다.

그는 한국 ETRI에 도착해서도, 환대를 받으면서도 여전히 고개를 갸웃했다.

최민혁 실장을 만나서도 오히려 의문은 더 늘어만 갔다.

“이렇게 최민혁 실장님을 뵙게 되다니, 정말 반갑습니다.”

“아, 크리스 아몬 박사였죠?”

“네, 다행히 제 이름을 기억하시는군요.”

“제가 퀄컴의 대주주인데, 핵심 인물을 모를 수가 있겠습니까?”

“하하하, 그렇습니까?”

크리스 아몬 박사는 자신을 알아봐 주는 최민혁 실장의 행동에 호탕하게 웃고 말았다. 그렇다고 그가 가진 의문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도대체 뭘까?’

* * *

차세대 이동통신에 관한 이야기는 이미 미국 통신 업계에서 꽤 말이 나왔다.

이미 2G망의 상업 서비스가 시작된 탓에 차세대 통신 서비스에 관한 관심은 오히려 더 뜨거웠다.

이와 관련해서 문자, 음성을 넘어서서 그래픽, 동영상을 포함한 다양한 콘텐츠가 거론되었다.

또한 이런 멀티미디어 서비스는 더 넓은 대역폭을 요구했다.

그 때문에 기술적으로 장벽을 넘기 위한 말이 나왔고 말이다.

이 차세대 기술 표준은 몇 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명확하지 않았다.

헬렌이 받은 초청장이 이 과정에서 나온 것이었다.

따라서 시작 단계에서는 딱히 무엇이라고 특정할 수가 없었다.

이론만 무성해서 아직 시작 단계를 정할 수 있는 것조차 아니었다.

따라서 ETRI 내에서 이와 관련된 강의가 나와도 그저 그런 이야기인가 하는 정도다.

그런데 발표자로 나선 오현종 실장의 이야기는 좀 달랐다.

[당장은 동기와 비동기 서비스로 나누는 것이 좋겠습니다. 당장 비동기 방식은 안정성, 시장 수요, 기술 발전을 비롯한 기술 외적인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동기식과 비동기식, 두 가지 이야기가 나오자 강의가 어수선해졌다.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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