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 3세는 조용히 살고 싶다-998화 (998/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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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팀원에게는 이야기하지 말고, 조 팀장만 알고 계세요. 차세대 이동 통신은 스마트폰 이상의 여러 가지 기반이 필요해요. 하지만 다른 사람은 그걸 모르죠. 더욱이 최민혁 실장이 이 일을 한다고 하잖아요. 15조라는 천문학적인 자금을 퍼부어서 말이죠. 그러면 혹하지 않겠습니까?”

“…정말 15조를 퍼부을 생각입니까?”

“아뇨. 말이 그렇다는 거죠. 차기 교환기 개발에 2,000억 투자했다고 거짓말할 수도 있잖아요. 실제로 얼마나 쏟아부었는지, 그 사실을 누가 알겠습니까?”

근데 사실 지금까지 들어간 초기 투자금을 고려하면 딱히 과장도 아니었다.

“그건 사기…….”

최민혁 실장은 집게손가락을 좌우로 흔들었다.

“우리 조 팀장님이 참 순진하시다. 차세대 이동 통신은 결국 성공해요. 기술 기반만 있다면 말이에요. 다만 그게 언제인지는 아무도 모르죠. 두 번 말하는 것이니, 잘 염두에 두세요. 그게 이상해요?”

“…아닙니다.”

“쉽게 생각하세요. 요즘 다들 머리가 좋아서인지 제 말에 안 놀아납니다. 그렇다면 개연성이 높은 환경을 보여주는 것이 우선이죠. 더욱이 퀄컴을 비롯한 MIT 몇 곳에서 따로 연구 중이죠. 저도 지금 진행하는 일이 완전히 허황된 것처럼 보인다는 건 압니다.”

“…네.”

조성돈 팀장은 그제야 의문을 가졌다. 도대체 최민혁 실장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최민혁 실장은 이미 이번 계획을 충분히 준비했다.

“일단 차기 이동통신 기획안 검토는 했으니, 이 정도만 프로젝트 분위기를 만든 겁니다. 그래야 기획 팀도 놀라지 않을 테니까. 이제 원래 하던 일 있죠? KMBOOK 작업 말이에요. 아무래도 KMBOOK 작업이 잘 전달되지 않은 것 같네요. 이왕이면 기획 조정실 쪽에도 한번 손을 써 보세요. 기범이 형을 자극할 수 있다면 해도 좋고요.”

“…알겠습니다.”

* * *

조성돈 팀장이 흘린 정보 계획 자체는 잘 작동했다.

다만 최민수나 김기범이 이 정보를 얻지 못했을 뿐이었다.

최민수는 특히 최동영 상무와 최영란 본부장의 행보 때문에 정신이 반쯤 나가 있었다.

김기범은 최민수 옆에 있은 덕분에 여러 가지 정보를 얻었다.

물론 그렇게 들러붙으면서 주변에서 차가운 시선을 받았지만 개의치 않았다.

그는 이보다 장승일 실장이란 인간이 어떤 인물인지 보고서 크게 놀랐다.

장승일 실장에 대한 명성은 익히 들었지만 더하다고 생각했다.

다만 그 역시 이 일을 쉽게 포기할 수는 없었다.

때문에 최민수의 비서처럼 따라다니면서 이런저런 정보를 얻었다.

그런데 그중에는 예상치 못한 정보도 있었다.

정확히는 벌써 몇 번의 시도가 있었는데, 이제야 안 것이었다.

[이거 정말일까? 최민혁 실장님이 에플 지분을 매각한 것이 KMBOOK에 대한 신규 투자 때문이란 거 말이야. 아니, 도대체 무슨 사업을 하기에 10조가 넘는 자금이 필요한 거야?]

[에이, 설마 그 자본을 다 투자할까? 그건 아닐 거야. 다만 적은 금액은 아니겠지.]

[도대체 어떤 사업일까?]

[획기적인 사업이겠지. 솔직히 늘 그랬잖아. 항상 큰일이 지나고 나면, 최민혁 실장님은 뒤늦게 폭탄을 터뜨리니까. 이번에도 그 때문에 의도적으로 시선을 다른 쪽으로 돌린 것 같아.]

[설마 에플 지분 매각이 의도적으로 프로젝트를 감추기 위해서 한 일이라고?]

[그 이야기는 이미 KM 전자 기획실에서 나온 이야기잖아. 장승일 실장님은 이미 조성돈 팀장님에게 들었다고 했고.]

[그거야 흘러가는 식으로 이야기했잖아. 그게 모두 사실이었다고?]

[쯧, 이 친구야, 그런 이야기가 그냥 나올 리가 없잖아.]

[맙소사. 가, 가만. 그럼 이거 정말 중요한 이야기잖아.]

그는 주변을 주섬주섬 둘러보다가 후다닥 통로를 떠나고 말았다.

‘이, 이거다!’

그는 이 일이 조성돈 팀장이 장승일 실장에게 부탁해서 무려 다섯 차례의 시행착오 끝에 일어난 일이라는 것까지는 알지 못했다.

그저 IMF 역시 이 투자와 관련이 있다고 확신했다.

그러면 앞뒤 말이 맞아 떨어진다.

다만 구체적으로 그것이 뭔지는 알지 못했다.

물론 김기범이 한 착각이었다.

다만 이 방향 자체는 최민혁이 원한 것이었다.

그걸 잘 모르는 김기범은 화들짝 놀랐다. 그는 이 정보가 최민혁 실장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확신했다. 에플 지분 매각 때문에 이 난리가 났으니까.

그는 곧바로 이 안건과 관련한 정보를 샅샅이 살폈다.

다름이 아닌 KMBOOK과 오성 물산의 협력 리포트였다.

두 회사의 협업에 관한 기사가 나왔을 때부터 이미 떠들썩했다.

지금은 주춤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두 회사 사이의 일이 완전히 묻힌 것은 아니었다.

당장 KM 건설이 이 사업에 숟가락을 올렸다.

KM 건설 역시 오성 물산과 손을 잡은 것이었다.

두 건설 회사가 같이 이 작업을 한 덕분에 다른 건설 회사 역시 관심을 뒀다.

그런데 최민혁 실장이 에플 주식 매각 대금으로 투자한다는 것은 단순히 두 건설 회사의 문제로서 끝날 게 아니란 점이다.

김기범은 자신에게 일생의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다. 그가 최민수 옆에서 비서처럼 얼쩡거린 것이 다 이것 때문이었기 때문이다.

‘절호의 찬스야!’

* * *

김기범은 이번 정보가 자신이 원한 절호의 기회라는 것을 깨닫자 아버지 김용만 전무를 찾아가서 자초지종을 말했다.

하지만 김용만 전무는 의심부터 했다. 그는 불과 며칠 전에 감방에 있는 최훈열 전무를 만나고 온 터라 평소보다 더 냉소적이었다.

“정말이야?”

김기범은 답답한 상황에 펄쩍 뛰었다.

“제가 KM 그룹 기획 조정실을 들락거리면서 얻은 정보입니다. 정말이라니까요!”

“민수 이야기하는 거냐? 그놈은 이제 아무런 힘이 없어. 지분이 있다고 해도 KM 그룹 핵심 지분도 아니잖아. 최영란 본부장하고 비교할 바가 아냐!”

“아니라니까요. 최용욱 회장님 성격 모르세요? 공정한 기회를 위해서 밀리는 이들을 지원해 주시잖아요. 전 그 틈바구니에서 이 귀중한 정보를 얻었다니까요.”

“글쎄다.”

김용만 전무는 고개를 갸웃했다.

김기범은 너무 답답한지 사무실을 빙글빙글 돌면서 소리쳤다.

“아니, 제가 직접 두 발로 뛰어다니면서 얻은 정보인데, 의심부터 하세요?”

“안다. 그런데 민혁이 그 새끼가 워낙에 음흉해서 하는 소리다. 그놈하고 관련이 있는 일은 두 번, 세 번 검토해야 해.”

“하지만…….”

“너, 민혁이 그놈 때문에 우리가 입은 손실이 얼마나 큰지나 알아? 이번 차입금만 해도 그래. 정말 무리수를 둔 거야. 만약 일본 금리가 갑자기 오르거나 조기 상환한다고 생각해 봐. 우리 DL 그룹도 휘청할 거다!”

“저도 알아요. 그래서 이 기회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아, 좋아요. 완전히 믿으라고 하지는 않을게요. 검토만 해주세요!”

“음.”

김용만 전무가 의심부터 하는 것은 상황이 그럴 수밖에 없어서다. 그는 이미 김여정의 남편인 최훈열 전무가 된통 당했다.

그러니 김기범이라고 해서 딱히 최훈열 전무와 다를 것 같지가 않아서다.

“너도 알다시피 민혁이 그놈이 얼마나 악랄한 놈인지 알잖아. 어쩌면 너에게 미끼를 던졌을지도 몰라. 그런 점도 고려해야 해.”

“좋아요. 무슨 생각을 해도 좋으니. 일단 확인이라도 해보세요!”

김용만 전무는 김기범을 째려보다가 결국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자기 책상 위로 가서 몇 가지 서류를 뒤적거리다가 서류를 김기범에게 던졌다.

[FBI, SEC가 횡령, 주가 조작 혐의로 스티븐을 소환하다!]

“……?”

김기범은 이게 뭔가 싶어서 신문을 확인하고는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내부 고발자의 제보 덕분에 시작된 수사는 놀랍게도 스티븐을 향했다.

물론 스티븐이 아직 유죄라는 것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최근 에플 주가 폭락에 관한 책임 조사가 더 컸다.

심지어 에플 내부의 내부 고발자에 의한 것이니까.

신문 일면에 나온 스티븐의 얼굴은 짜증으로 가득했다.

그의 시선이 향한 곳은 다름 아닌 마쿨라 이사 쪽이었다.

“…설마 이 사건과 민혁이가 연루된 겁니까?”

김용만 전무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것까지 이곳에서 알 수는 없지. 중요한 사실은 에플 내부 갈등이 심각하다는 거야. 그건 곧 최민혁 실장의 에플 지분 매각과도 관련이 있어.”

실제로 그랬다.

마쿨라 이사가 총대를 메서 결국 스티븐을 고발한 것이었다.

다만 이 사건이 제대로 흘러갈지는 알 수가 없었다.

FBI가 무리수를 뒀다는 주장도 있으니까.

하지만 이번 에플 주가 폭락 때문에 많은 이들이 화가 났다.

최근 에플 주가는 80달러에서 결국 70달러까지 내려갔다.

그런데 문제는 반등을 하지 않았다.

최민혁 실장의 12% 에플 지분 매각에 따른 결과였다.

아무리 세력이 에플 주가를 끌어올리려고 해도 에플 주식장 분위기가 만만치 않았다.

김용만 전무도 혀를 찼다.

“이런 일이 있는데, 너에게 갑자기 KMBOOK 관련 뉴스가 나온다라? 시기가 너무 공교롭지 않아? 더욱이 불과 얼마 전에 엔화 단기 차입에 성공한 시점에서 말이다. 난 정말 걱정이 많아. 이것도 모두 최민혁 그놈의 수작이 아닌가 싶으니까. 큰 그림에 곁가지 작업을 하는 중일 수도 있어!!”

“네? 서, 설마요? 민혁이가 무슨 수로 그런 일을 벌인다고 생각하세요?”

“네가 얼마 전에 이야기한 IMF 고위 관료 말이다. 그자가 중간에 꼈다면 그런 일이 생기지 않는다고 어떻게 장담해?”

“그거야…….”

김기범도 IMF 고위 관료에 관한 이야기를 넌지시 김용만에게 하기는 했다. 다만 그때는 그냥 알았다고 하고서 넘어간 일이었다.

김용만 전무는 혀를 찼다.

“이번 일은 신중하게 처리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좀 더 알아볼게요.”

“그래. 나도 확인은 해 보마.”

김용만 전무도 딱히 김기범을 타박하지는 않았다.

다만 지금 김기범이 얻은 정보는 따로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아무리 봐도 무리수 같은데…….’

* * *

김기범은 자신이 얻은 정보가 사실인지 알기 위해서 다시 최민수와 같이 장승일 실장 주변을 얼쩡거렸다. 물론 최용욱 회장 역시 마찬가지다.

이 정보는 곧 장승일 실장의 귀에도 들어갔다.

장승일 실장은 이걸 조성돈 팀장에게 다시 알렸고 말이다.

조성돈 팀장은 화들짝 놀랐다. 그는 곧바로 최민혁 실장에게 알렸다.

최민혁 실장 역시 혀를 내둘렀다. DL 그룹이 이 정보를 먼저 얻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썩어도 준치라고 하더니. 하긴 DL 그룹에게는 사느냐 죽느냐 문제이니까. 그런데 설마 FBI까지 이렇게 나 올 줄은 몰랐어.’

FBI와 SEC가 에플을 들여다본 것은 가십 뉴스는 아니었다.

실제로 SEC는 이번 에플 주가 폭락에 관해서 조사 중이었다.

그런데 마쿨라 이사가 내부 고발자가 되어서 나선 덕분에 일이 커졌다.

스티븐은 물론 이 일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절 최악의 증거이자 브로커로 몰고 싶은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벨린 투자를 빌미로 삼아서 계속 물고 늘어지는데…….]

최민혁 역시 예상치 못한 사태에 혀를 내둘렀다.

[그쪽은 걱정하지 마세요. 벨린 투자 쪽은 최고의 전문가가 수시로 감사를 했으니까.]

[그러면 문제가 없을 겁니다. 이자들이 하고 싶은 것은 아무래도 에플 주가 폭락에 따른 부정적인 여론을 돌리는 쪽인 것 같습니다.]

최민혁은 이죽거렸다.

[스티븐도 참 적이 많은 것 같네요.]

하지만 스티븐은 억울했다. 따지고 보면 이 사태의 원인 제공자는 최민혁 실장이었다. 자신은 그 알력 싸움에 껴서 박살이 난 것이고.

[…아마 최민혁 실장님보다는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 당분간은 미국에 오지 않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최민혁도 순순히 수긍했다. 똥이 무서워서 피하는 것이 아니라 더러워서 피하는 것이니까.

[…그러죠. 그런데 마쿨라 이사가 이 일의 주범이라고 하셨죠?]

[그가 주도적으로 나서기는 했지만, 그 혼자 이렇게 일을 크게 만들 수는 없습니다. 관련자 몇몇이 더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들 대다수는 최민혁 실장의 에플 지분 매각 때문에 막대한 손실을 본 것 같습니다.]

[…네.]

최민혁 실장은 전화를 끊고 난 후에 조시 로버트 아태 차관보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상대가 전화를 받지 않았다.

무려 국무부 아태 차관보가 연락을 받지 않은 것이었다.

‘이렇게 나온다고? 하긴, 지금 내 전화 받아봐야 대응하기가 쉽지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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