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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3세는 조용히 살고 싶다-992화 (992/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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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욱 회장도 최민혁이 에플 지분을 매각해서 천문학적인 이익을 얻었다는 정보는 안다.

그런데 그 자금 중에 단 1달러도 국내에 다시 반입하지 않았다.

심지어 세금 처리는 더 황당했다.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서 IRS 측을 이용했으니까.

그런데 이걸로 최민혁 실장 탓을 하기는 힘들었다.

절세 규모 자체가 천문학적인 금액이기 때문이었다.

최용욱 회장 역시 이런 편법을 모르지는 않았다. 다만 그가 한 절세 규모는 고작 백억 달러 단위였고, 손자 최민혁은 그게 조 단위여서 실감하지 못했다.

그는 결국 장승일 실장을 다시 호출해서 이 점을 말해주었다.

장승일 실장도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도 에플 지분 매각 이후 그 처리 문제까지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 상식적으로는 국내에 들여올 것이라 봤다.

그런데 최민혁 실장은 투자 이익은 그 나라에 재투자한다는 방침처럼 행동할 줄은 몰랐다.

“…알겠습니다. 제가 좀 더 적극적으로 움직여 보겠습니다.”

“장 실장, 미안해. 내가 이런 일만 시키다니. 하지만 자네 말고는 민혁이에게 침착하게 말할 사람이 없어. 그놈 앞에만 서면 다들 겁을 집어먹으니까.”

“오성 전자의 철혈실장이라는 권태성 기획실장조차 최민혁 실장님을 은근히 두려워합니다. 이상한 일도 아닙니다.”

“하긴 민혁 그놈이 참 대단하지.”

정작 그렇게 말하는 최용욱 회장 역시 손자 최민혁을 호출하지 못했다.

금액이 너무 커서다.

대략적으로 파악된 바로 15조가 넘는 천문학적인 자금이었다.

그 자금이면 올해 최악의 한국 국제 수지 적자를 메우고도 남을 금액이었다.

“정말 무시무시하군. 샐로먼 브러더스 그놈들이 동영이를 부추길만 해.”

“우리에게도 기회입니다. 나쁜 선택은 아닙니다. 회장님 말씀처럼 아무래도 최종 목표는 최민혁 실장님일 테니, 그런 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그래. 하, 이젠 나도 모르겠어.”

그도 이제는 두 손 두 발을 다 들고 말았다.

* * *

장승일 실장은 최용욱 회장에게 추가 지시를 듣고, 이제까지 검토한 내용을 포함해서 다시 최민혁 실장에 대해서 점검했다.

거기에 최영란 본부장이 이사회에 가서 깽판을 친 일까지 말이다.

그는 조사하면 할수록 마른침을 삼키고 말았다. 최민혁 실장의 행보는 이전과는 사뭇 달랐다.

‘아니, 날을 더해갈수록 그 영향력이 또 달라지는 것 같아.’

이게 문제였다.

지금 파악한 최민혁 실장은 다시 일주일 후의 최민혁 실장과는 달랐다.

그는 이 덕분에 KM 그룹 내부에 큰 변화가 생긴 것을 깨달았다.

단순히 이익 문제가 아니었다.

임직원들 역시 계열사 간 차이에 대해서 불만을 품고 있었다.

그는 그제야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하지만 한편으로 최동영 상무의 주장도 일리가 있어.’

불경기다.

그래서 오히려 기회였다.

지금 이 시기에는 너도 나도 자금 압박을 받으니.

쉽게 경쟁자를 견제하기 힘들었다.

더욱이 최민혁 실장의 도움을 얻는다면 사업 실패는 더 어렵다.

한편으로 최민혁 실장이 도와준다면 그 신사업은 성공할 것이 확실했다.

최동영 상무도 그걸 알고 있는 것이었다.

다만 손실 가능성도 높았다.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니까.

장승일 실장은 때문에 여러 가지 가능성을 고려했다. 마음의 준비를 끝내자 다시 최민혁 실장을 찾았다.

그는 처음부터 바로 보고하기보다는 과거의 일을 하나씩 언급했다.

특히 자신이 최민혁 실장을 도와준 부분을 말이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 일이 까마득합니다.”

다만 보상을 원하지는 않았다.

최민혁은 이미 최영란 본부장에게서 최동영 상무가 뭘 하는지 들었다. 그는 장승일 실장의 태도가 딱히 이상해 보이지 않았다. 최용욱 회장이라도 자신을 상대로 압박할 수는 없으니, 오히려 빚을 갚으라고 청구할 수도 있었다.

다만 대놓고 그렇지 못하는 것은 괜히 자신에게 찍힐까 염려한 것이었다.

‘쯧.’

그도 이번 샐로먼 브러더스의 잽은 은근히 짜증이 났다. 장승일 실장이 이렇게 나타난 것이 그 증거다. 화를 내지도 못했다. 장승일 실장이 자신에게 해준 일도 있으니까. 어떻게 보면 지금 이 일은 자신이 받았던 만큼 내놓아야 하지 않나라는 말이다.

그는 문득 최용욱 회장이 자신에게 해준 일을 다시 떠올렸다.

‘이번 이사회에서 가볍게 한바탕했다고 하던데, 역시 예상을 벗어나지 않아.’

그가 아는 전생의 기억에서 최영란 본부장은 처음에는 조용했다.

하지만 자기 기업을 꾸리고 나서부터는 최영란 본부장은 마치 두 얼굴의 사나이처럼 다른 행보를 보였다.

저돌적인 모습.

사실 최민혁 실장이 최영란 본부장에게 투자한 것을 이를 노려서다. 자신이 하기 힘든 일을 그녀가 청소해 줄 테니 말이다.

‘일단 누나가 알아서 아픈 곳을 긁어주겠지. 괜히 나섰다가 내 이미지만 나빠질 수 있어. 상대는 누가 뭐래도 셋째 큰아버지이니까.’

최훈열 전무의 경우와는 달랐다. 그는 온갖 범죄를 다 저질렀다. 최동영 상무는 최소한 불법적인 일을 하지는 않았다.

최동영 상무는 심지어 무리한 경영을 남발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최민혁 실장은 이런저런 일을 고려해도 도저히 자기 속내를 감출 수가 없었다.

“전 최동영 상무님을 도와주면서까지 그룹 승계를 받고 싶지 않습니다.”

장승일 실장은 평소와는 전혀 다른 대답에 오히려 의아했다. 그는 최민혁 실장이 왜 저러는지 알 수가 없었다.

“…에플 지분 매각으로 이미 천문학적인 자금을 확보했지 않습니까. 하면 그 자금을 새로운 사업에 전부 다 투자하실 생각입니까?”

“글쎄요.”

최민혁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에플 매각 자금을 쓸 곳은 이미 정해놓았기 때문이다.

다만 그 이야기를 할 수는 없었다.

이제는 IMF를 대비해야 하니까.

장승일 실장은 결국 설득이 먹히지 않자 하소연을 시작했다.

“저도 이런 부탁을 해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최민혁 실장님의 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이번 에플 지분 매각을 통해서 절감했습니다. 그러니 지난 일을 잊고, 좀 도와주십시오.”

최민혁 실장은 진심 어린 장승일 실장의 부탁에도 혀를 찼다. 그는 최동영 상무가 벌일 일이 대체 뭔가 싶었다. 사실 크게 신경 쓰지도 않았다. 그런데 장승일 실장을 이런 식으로 이용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장 실장님이 한 달 전에 와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면 믿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좀 달라요. 자칫하면 정보가 최동영 상무를 통해서 샐로먼 브러더스 측에 흘러갈 테니까.”

“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그는 잠깐 고민하다가 최근 IMF를 둘러싸고 일어난 일을 요약해서 말해주었다.

“아마 IMF가 최근 한국 정부를 상대로 한 일은 잘 알 겁니다. 그 과정이 어떻게 되었냐 하면…….”

최민혁 실장의 입을 통해서 나온 이야기는 실로 파란만장했다.

IMF가 사기업을 상대로 갑질을 한 것이니 말이다.

더 황당한 것은 그 연장선에 있는 마지막 희생양이었다.

장승일 실장도 그 정보를 모르지 않았다. 다만 그 일이 최민혁 실장을 작정하고 노린 것인지는 구체적으로 몰랐다.

심지어 IMF 내부에서 일어난 세세한 일은 말이다.

“…정말 최동영 상무가 IMF, 아니, 그 배후에 있는 샐로먼 브러더스의 선동 때문에 이 일을 벌였다는 말씀입니까?”

“그렇죠. 그냥 단순하게 샐로먼 브러더스가 투자자 처지에서 접근했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이는 다른 쪽으로도 손을 쓸 테니까. 일테면 정부 기관 말이죠.”

“…으음.”

장승일 실장은 바로 부정하지는 않았다. 그 역시 관련된 정보를 얻었다. 다만 그게 최민혁 실장을 노린 것인지는 확신하지 못했다.

“…평시였다면 장 실장님의 제안도 나쁘지 않죠. 하지만 지금은 안 됩니다. 오히려 최동영 상무 자금 이력을 살펴보세요. 샐로먼 브러더스 측 차입금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으음.”

장승일 실장은 그제야 눈살을 찌푸린 채 이 자리에 동행한 전략 기획실 직원들을 둘러봤다. 그들 역시 당황한 눈치였다.

다만 최민혁 실장의 주장이 전혀 근거 없지 않다고 생각했다.

사실 IMF, 샐로먼 브러더스가 한 일은 그 당사자가 아니고서는 알기가 어려운 일이었다.

아는 이들은 입을 다물고, 모르는 이들은 몰라서 눈치만 보기 때문이다.

특히 말이 안 되는 것은 IMF다.

IMF가 사기업을 상대로 갑질을 일삼는 것은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결과였다.

장승일 실장은 문득 이사회에서 최영란 본부장이 날뛴 기억을 떠올렸다. 그녀가 내세운 근거는 바로 미 국무부였다.

‘설마 그게 정말이었을까? 하지만 최민혁 실장님이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았다.

실제로 결과가 그랬다.

결국 차선으로 선택한 것이 최동영 상무였으니까.

장승일 실장은 그제야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최민혁 실장의 행동을 그제야 이해했다. 아니, 그는 그래서 더 큰 의문을 품었다.

“자, 잠깐만요. 최 실장님, 하면 샐로먼 브러더스에 대응한 다른 차세대 먹거리 프로젝트가 실제로 있다는 말입니까?”

“…그건 대답 못 해주겠네요.”

최민혁은 결국에 가서는 모른 척하고 말았다. 그는 짜증스러웠다. 이번 일은 여기까지 올 일이 아니었다. 최동영 상무가 사태를 키운 바람에 일어난 일이었다.

“지금 제가 해줄 수 있는 말은 거기까지네요. 다른 이야기는 더 해줄 수 없습니다. 그건 할아버지도 다 해당합니다. 시기가 된다면 그때 가서 이야기해 주겠습니다.”

장승일 실장은 이미 최동영 상무나 최용욱 회장의 일은 잊었다. 그는 이보다 최민혁 실장이 이렇게 감추는 일이 더 궁금했다.

“혹시 저희에게만 살짝 힌트라도…….”

“안 됩니다!”

그는 ‘스마트폰’과 관련된 이야기를 절대로 할 수가 없었다. 기술적인 진입 장벽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지금 스마트폰 아이디어를 다른 이들이 얻게 되면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젠장 이 새끼들이 사람 정말 피곤하게 하네. 아무래도 한 번 더 KM 그룹 전반을 확인해 볼 필요가 있어.’

* * *

최민혁 실장은 일단 장승일 실장을 통해서 최용욱 회장에게도 아무런 정보를 줄 수 없다고 몇 번이나 통보한 다음에야 이번 일을 임시로 끝냈다.

그는 데릭 모건 이사가 또 다른 수작을 부릴 것으로 생각해서 최동영 상무를 시작해서 관련 인사 주변을 살폈다.

그런 중에 발견한 이는 전혀 뜻밖의 인물이었다.

‘민수 형이라?’

다시 떠올린 것은 최민수가 최용욱 회장 집에서 얼쩡거린다는 점이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그럴 수가 없었다.

결국 조성돈 팀장을 다시 호출했다. 그는 이전과는 최민혁 실장 눈치를 봤다. 지금 최민혁이 밀어붙이는 일이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이 혼란을 최민혁 실장이 시작한 건지, 아니면 샐로먼 브러더스가 IMF를 부추겨서 일어난 일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는 고민하다가 주제를 슬쩍 돌렸다.

“다만 최민수 씨가 지난 IMF 인사의 방문 정보를 얻은 건 확실한 것 같습니다. 최용욱 회장 저택에 자주 방문하다가 우연히 정보를 안 것 같습니다.”

“그건 이미 끝난 일이잖아요?”

“두 사람은 그걸 모릅니다.”

최민혁은 곧 인상을 찌푸렸다. 이번 일도 시작은 그렇게 심각하지 않았다. 다만 두 사람의 능력이 최동영 상무와는 비교할 바가 아니었다.

그는 곧 피식 웃고 말았다. 최민수 딴에는 나름 머리를 굴렸다고 봤다. 그런데 한 사람이 더 있었다.

“김기범?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나 보네.”

그는 김기범이 감방에 들어갔다가 다시 풀려나온 것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차라리 잘되었다고 생각했다.

감방에 보낸 것만으로 복수라고 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최민혁은 애초에 에플 주식 매각 건을 가지고 국내 일에 연관시킬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잿밥에 관심이 많은 이들을 보자 생각을 달리 했다.

특히 김기범이 독자적으로 일을 벌인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김기범 하면 자연스럽게 DL 그룹을 떠올렸다.

“요즘 DL 그룹은 어때요?”

조성돈 팀장은 어색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KD 통신 때문에 PCS 사업자에는 주력하지 못하는 모양새입니다. 그래서인지 TRS 쪽에 주력하는 듯합니다. 최근까지도 그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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