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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3세는 조용히 살고 싶다-977화 (977/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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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 그룹이 갑자기 일본 자금 10억 달러를 수혈받았기 때문이다.

황당한 것은 이 배경이다.

미국이 일본을 위해서 몇 가지 말을 던졌다.

[강한 달러는 미국의 힘이다!]

덕분에 달러 강세가 이어졌다.

엔화 약세는 덤이고 말이다.

이에 대해 미국은 수렁에 빠진 일본 경제를 돕기 위한 멘트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최근 미국 정부의 일본 정부를 향한 압박 때문이라는 소리가 파다했다.

미국 정부가 미국 무역 적자를 최대한 방어하기 위해서 동맹인 일본을 공격했다는 이야기 때문이다.

미국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서 독일을 이용하기도 했다.

일본 엔화가 100엔대 이하로 떨어진 이후에도 적자가 계속해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한국에서 나오는 이야기도 문제였다.

언제부터인가 미국이 무역 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수작을 부리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정말 개정 X 리포트가 맞다는 이야기인가?’

솔직히 아직도 긴가민가했다.

그런데 상황은 개정 X 리포트처럼 흘러갔다.

DL 그룹은 이런 상황을 최대한 이용했다.

그로서는 배가 아플 일이었다.

그는 곰곰이 고민하다가 결국 최동영 상무를 회장실로 호출했다.

“…하나만 묻자. 이번 일이 샐로먼 브러더스와 관련이 있는 것은 알지?”

최동영 상무도 바보는 아니었다. 그는 데니스 샐로먼 이사를 믿지 않았다. 정확히는 그가 준 정보의 가치만을 신뢰했다.

“정확히는 샐로먼 브러더스 때문이 아닙니다. 샐로먼 브러더스 측에서 민혁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단적인 예가 에플 주가 초대박입니다. 당시 민혁이가 에플 지분을 매입할 때 이 상황을 누가 예측이나 했겠습니까?”

“아, 그렇지. 흠.”

“지금 민혁이 그 녀석의 에플 지분 매각 때문에 미국은 난리입니다.”

그가 내놓은 것은 최근 월가의 현황이다.

기사에 첨부된 사진 중에는 월가에서 시위가 벌어졌다.

최민혁 실장을 노골적으로 비판하는 시위였다. 최민혁 실장이 죽어라 에플 지분을 매각한 탓에 요즘 다우지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이전과는 월가 시각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이게 변화의 시작입니다. 미국 정부도 눈치를 보고, 일본 정부는 치를 떱니다.”

“…흠.”

최용욱 회장은 혀를 찼다. 그도 잊고 있는 사실이었다. 당시 손자 민혁에게 에플 지분을 매입한 일 말이다. 그 당시에는 그렇게 부정적으로 봤으니까.

정작 불과 1년이 채 지나지 않아서 드러난 결과는 무려 150배 폭등한 것이었다.

최동영 상무는 눈빛을 반짝였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전 민혁이가 에플만 노렸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최근 월가나 일본에서 일어나는 반응이 그 증거입니다. 그렇다면 분명 다른 노림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이 의문의 프로젝트입니다. 다만 이 프로젝트 성격은 기존에 민혁이가 투자한 결과를 토대로 한다면 예측이 전혀 불가능하지 않습니까.”

“그 근거는 뭐지?”

“일단 IPS LCD가 그 첫 번째이고, 두 번째는 퀄컴, 세 번째는 ARN입니다.”

그리고 이어진 최민혁 실장이 지금까지 인수한 계열사 리스트.

최용욱 회장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장승일 실장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차세대 칩을 이용한 차세대 폰 말이다. 다만 굳이 그 사실까지 말하지는 않았다.

“하면 넌 민혁이가 KM 센서, KM 반도체, 미래 기술이 아닌 새로운 차세대 먹거리로 뭔가 준비를 하고 있다는 소리냐?”

그는 굳이 ‘샐로먼 브러더스’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명백합니다. 그 정보를 안다면 사전에 저도 준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후보로 꼽은 것이 바로 통신입니다. 그러니 저에게도 기회를 주십시오.”

최동영 상무는 겉으로는 평온하게 말하지만, 눈빛은 달랐다.

그의 눈빛은 평소와는 달리 강렬한 욕망에 사로잡혀 있었다.

샐로먼 브러더스가 부추기기는 했지만, 그의 마음속에도 야망은 있었던 셈이다.

“흠.”

최용욱 회장은 최동영 상무의 탐욕을 탓하지 않았다. 오히려 동기 유발이라고 좋게 생각했다.

최동영 상무는 최용욱 회장의 눈치를 보면서 슬쩍 목소리를 낮추었다.

“…아버지, 저에게도 딱 한 번만이라도 기회를 주세요. 솔직히 KM 센서가 그 증거 아닙니까. 민혁이는 되고, 전 안 된다는 것은 너무 불공평하지 않습니까?”

“휴, 그래, 알았다.”

최용욱 회장은 순순히 수긍하고 말았다. 아니, 그는 정확히는 손자 최민혁이 그리는 밑그림이 뭔지 그게 더 궁금했다.

‘정말 통신 사업일까? 다만 어떻게 접근하느냐가 문제인데, 민혁이 이 녀석이 제대로 말을 할까?’

최용욱 회장은 결국 최동영 상무의 의견 때문에 아무런 반박을 하지 못했다.

최민혁 실장이 겉으로는 뭔가 큰일을 하는 것 같은데, 정작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아예 다른 초대형 떡밥을 미리 준비하고 있었다.

중요한 점은 손자 최민혁이 지금까지 이런 수법을 많이 썼다는 거다.

최동영 상무가 공정성을 들이밀며 말하는데, 이걸 무조건 막을 수는 없었다.

‘하긴 당연히 생각했어야 할 일이었어. 에플 지분 매각 대금에 사로잡혀서 정작 이런 정보는 들여다보지도 않았으니.’

* * *

최용욱 회장은 최문경 부회장처럼 욕망이 많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도 기업가로서 자부심은 상당했다.

그는 때문에 장승일 실장에게 지시해서 KM 전자가 알리지 않은 미묘한 정보를 확인했다.

장승일 실장은 당연히 그 점을 다시 확인했다. 하지만 딱 선을 넘어가는 순간에 KM 전자에서 온 대답은 이전과는 사뭇 달랐다.

[그 정보는 보안 문제 때문에 알려줄 수가 없습니다. 더욱이 KM 전자는 KM 그룹과 엄밀히 말해서 계열 분리된 상황입니다. 정 정보를 원하면 최민혁 실장님에게 연락하기 바랍니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최민혁 실장에게 연락해 봤다.

그런데 전화를 받지 않았다.

도대체 뭘 하는지 핸드폰 전원을 꺼버린 채 침묵하고 있었다.

장승일 실장은 한편으로 의아해서 KM 전자 비서실에 연락해 봤다.

비서실은 다소 당황했다.

[죄송해요. 요즘 최민혁 실장님을 찾는 전화가 워낙에 많아서 당분간 임시 휴가를 가는 것으로 정했습니다.]

[연락이라면…….]

[국내 언론뿐만 아니라 해외 언론이 특히 난리입니다. 20분 간격으로 전화가 오는데, 일상 업무가 어려울 정도입니다.]

이쯤 되니 장승일 실장도 더 최민혁 실장에게 연락할 수가 없었다. 아니, 그는 최민혁 실장의 꼼수가 훤히 읽혀서 피식 웃었다.

그는 결국 최용욱 회장을 찾아가서 이 사안을 자세하게 보고했다.

결국 대안은 최병연 소장뿐이었다.

“…그 정보는 알려 주지 않았습니다. 더욱이 상대가 최병연 소장인지라 자세한 정보를 더 알기는 어려웠습니다.”

“최병연 소장이라면, 오성 전자로 갔다가 다시 복귀한 그 친구를 말하는 건가?”

장승일 실장도 순순히 인정했다.

“네. 제가 직접 찾아가서 이야기를 해봤는데, 전혀 먹히지 않습니다. 과거 인사 평가를 봐도 윗선 눈치를 보는 사람이 아니라서…….”

“하면 최 상무가 제기한 문제에 대해서 자네 생각은 어때?”

“최동영 상무가 지적한 부분이 전혀 틀리지는 않습니다. 더욱이 샐로먼 브러더스 측에서 수작을 부렸다면, 더 일리가 있습니다.”

그 역시 샐로먼 브러더스를 믿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무시하지도 않았다.

“솔직히 TRS 사업을 정리하는 것은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다만 최민혁 실장님이 그렇게만 하고 끝낸 것은 이상한 일입니다. 더욱이 ETRI를 비롯한 통신 관련 업체에 손을 걸쳐 놓고도 정작 끼지 않은 것은 더 이상했습니다.”

“그 틈을 노리자?”

“비록 최민혁 실장님의 영향력을 이용하는 일이지만 하지 않을 이유가 있습니까? 아니, 오히려 해야 하는 것이 정상입니다.”

“자넨 최 상무 말을 믿는 건가?”

“최 상무를 믿는 것이 아니라 우리 처지에서 객관적으로 괜찮은 사업 아이템이 맞습니다. 회장님께서 늘 하신 사업입니다. 더욱이 지금은 작년과는 또 상황이 다릅니다.”

“…그렇지. 맞아. 안 될 이유가 없지. 퀄컴 지분을 확보하면, 모바일 원천기술 역시 간접적으로 확보된다고 했나?”

“네. 제가 굳이 KM 전자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 현황을 알아본 것은 그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최용욱 회장은 턱을 쓰다듬으면서 계속 보고를 들었다.

다만 그는 샐로먼 브러더스 문제를 소홀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아, 혹시 샐로먼 브러더스 측에서 추가적으로 수작을 부리지는 않았나?”

“…직접적인 공격은 없었습니다.”

“찜찜하군.”

최용욱 회장도 입맛을 다시면서 이걸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다.

하지만 그도 욕망을 쉽게 떨치지는 못했다.

지금까지는 KM 그룹의 자금 사정이 좋지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었다.

선택과 집중을 한 덕분에 KM 그룹 재정은 그 어느 때보다 좋았다.

하지만 그도 바보는 아니었다.

“참, 그놈들이 민혁에게 직접 수작을 부리지 않아?”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런데 상황만 살펴보면 그런 점은 좀 있습니다.”

“그런가?”

최용욱 회장은 그제야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했다. 어처구니가 없었다. 샐로먼 브러더스가 결국 최민혁에게 뒤통수 치기 위해서 가정사에 끼어든 것 말이다. 그런데도 그 제안을 쉽게 포기하기는 어려웠다.

최동영 상무가 한 말의 의미를 곰곰이 다시 생각해 봤다. 최동영의 제안이 전혀 무시할 만한 일은 아니었다. 다만 이번 일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민혁의 허락이 반드시 필요했다.

“민혁에게 연락해서 약속을 잡아 봐. 가능한 한 빨리.”

“…알겠습니다.”

* * *

최민혁은 갑자기 찾아온 최용욱 회장의 모습에 의아했다.

정확히는 의아한 척했다.

엄밀히 말해서 좀 복잡한 과정이 있기는 했지만, 자신이 최용욱 회장을 뒤에서 교묘하게 부추긴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아무튼 최근 IMF 일도 있고 해서 그 일 때문이 아닌가 싶었다.

최용욱 회장은 그 문제를 먼저 걸고넘어졌다.

“샐로먼 브러더스 일은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 부분은 나도 알고 있으니까.”

그는 자신의 눈치를 보는 최용욱 회장의 태도에 피식 웃었다.

“그렇습니까? 하면…….”

다만 최용욱 회장도 이전과는 일방적이지 않았다. 그는 최민혁 눈치를 보면서 조심스럽게 말했다.

“설마 이 할아비가 KM 전자 연구소를 둘러보는 것도 눈치를 봐야 하니?”

“그것은 아닙니다만.”

최민혁은 턱을 쓰다듬으면서 이 욕심 많은 할아버지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고민했다. 이제는 딱히 화도 나지 않았다.

이번 일은 솔직히 샐로먼 브러더스가 잘했다고 봐야 했다.

최용욱 회장은 가슴에 품고 있는 불만을 토로했다.

“솔직히 좀 그렇지 않느냐. KM 그룹 계열사인 KM 전자가 하는 일을 KM 그룹의 전략 기획실에서도 잘 모른다는 것이 말이다.”

“글쎄요.”

최민혁은 최용욱 회장의 말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아서 들이박을까 하다가 피식 웃고 말았다. 그건 좀 아닌 것 같았다.

더욱이 한 가지 이유가 더 있었다.

최용욱 회장이 본다고 해서 기술적인 가치를 알 리가 없었다.

자신이 자세한 설명을 해주지 않는다면 말이다.

하지만 그 정도 쇼만 해도 최용욱 회장에게는 큰 영향을 줄 것이다.

그러니 굳이 숨길 필요는 없었다.

“…알겠습니다. 하긴 회장님이 간첩질할 리가 없을 테니.”

“…너, 말이 좀 그렇다.”

“하하하, 오해입니다.”

최용욱 회장 성격이라면 발끈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그럴 수가 없었다. 그도 어느 센가 자신이 손자의 눈치를 본다는 것을 깨달고는 허탈하게 웃고 말았다.

그는 손자 최민혁에게 분노하지 않았다. 오히려 듬직한 눈으로 손자 민혁을 쳐다보았다.

최민혁 실장은 조성돈 팀장에게 눈짓으로 지시했다.

조성돈 팀장은 곧바로 사무실을 나섰다.

* * *

최병연 상무는 갑자기 연락을 받자 일단 뛰어나가야 했다.

최용욱 회장이 실무진을 동행한 채 갑자기 나타나서였다.

그의 실무진들이 이것저것 꼬치꼬치 캐물었다.

하나같이 그다지 말하고 싶지 않은 내용들 뿐이었다.

그는 다만 최민혁 실장의 미묘한 표정을 보자 안도했다.

그다음은 눈치껏 KM 전자의 연구실을 하나씩 소개해 주었다.

[이 연구소는 새로운 칩을 개발하는 곳입니다. 설계, 시뮬레이션, 테스트를 비롯해서 심지어 제작까지 가능합니다.]

사실 칩 제작은 외주를 줘도 된다. 그런데 돈이 넘쳐나는 KM 전자는 사내에 간이 칩을 직접 만들 수 있는 설비를 구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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