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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계영 전 IMF 재정국 과장은 원래 IMF에서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그런 그도 휴버트 나이스 아태 담당 국장의 정치 압박에는 견디지 못했다.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해도 IMF 내에 압박을 무시하기 힘들었다.
인종 차별.
거기에 질려서 그는 결국 IMF를 그만두고, 미국이 아니라 한국으로 돌아왔다.
한국은행에 괜찮은 자리를 얻기는 했지만 지난 일을 쉽게 잊지 못했다.
그런 그의 눈에 들어온 이는 다름 아닌 최민혁 실장이었다.
그는 IMF에서 봤기에 외국에서 인종 차별적인 차별이 얼마나 심한지 잘 알았다.
그런데 최민혁 실장은 아예 그런 틀 자체를 무시해 버렸다.
그저 혀를 내두를 뿐이었다.
그런 그에게 있어 조성돈 팀장의 미팅 요청은 호기심 때문에라도 거절할 수가 없었다.
최민혁 실장과는 꼭 만나고 싶었다.
다만 굳이 그런 감정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조성돈 팀장은 그 자신의 영향력과는 달리 소탈한 인물이었다.
다만 그가 원하는 질문은 크게 놀라울 것이 없었다.
“…IMF라, 확실히 최민혁 실장님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네? 그게 무슨 말입니까?”
“IMF도 나름 세계 경제에 영향력이 있는 분을 따로 조사합니다. 그중에 최민혁 실장님이 포함된 것으로 압니다.”
조성돈 팀장은 황당했다. 그는 최민혁 실장이 대단하다는 것은 알아도 IMF에서 따로 주시할 정도인지는 몰랐다.
“…그게 말이 됩니까?”
김계영은 피식 웃었다.
“당연히 가능합니다. 시작은 미국 하원이라는 것이 정확할 겁니다. 미국 안보에 위험을 줄 인물 중에 한 사람이 최민혁 실장이라고 결론 내렸고, 따로 조사까지 진행 중입니다. 뭐 비공식적이기는 하지만.”
“…자세한 설명을 부탁합니다.”
“그게 다입니다. 다만 상황이 악화하지 않은 것은 최민혁 실장님이 최근 방위 산업에 뛰어든 이후일 겁니다. 저도 제세한 내막까지는 모르지만…….”
최민혁 실장이 지금까지 한 일.
특히 이지수 박사를 끌어들여서 초격차를 벌린 일이었다.
록히드마틴의 사드 개발에도 슬쩍 손을 거든 것이 컸다.
무인 항공기과 사드 개발과 관련해서 최민혁 실장이 관련 기술을 가지고 있다는 것과 애니를 이용한 차세대 무기가 그 핵심이다.
이러니 미국 국방성도 최민혁 실장에 대해서는 한 걸음 물러났다.
물론 이지수 박사가 강압적인 방법을 쓰기는 했다.
그 결과로 무인 항공기 시제기 하나가 추락당했고 말이다.
뭐, 이런 것까지 설명하지는 않았다.
“최민혁 실장님은 이미 국내 재벌과는 격이 다른 분입니다. 따라서 IMF는 싫든 좋든 어느 정도 시선을 떼지 않을 겁니다.”
“그 말씀은…….”
“지금 이 일은 언제 일어나도 일어날 일이죠. 일테면 최민혁 실장을 지켜봐야 하니까. 그러다가 선을 넘으면 규제나 압박을 해야 할 테니까.”
“그렇습니까.”
“지금 당장은 이슈가 되고 있지만 한편으로 보면 에플 주식을 이용해서 투자자를 밟아버리는 것이죠. 이런 시위도 보여줄 필요가 있어요. 그렇지 않으면 IMF뿐만 아니라 다른 거대 자본이 최민혁 실장님을 얕잡아 보니까요. 당장 IMF만 해도 최민혁 실장님을 경계하면서 눈치만 살핍니다. 이런 경우는 제가 알기로 흔치 않습니다.”
조성돈 팀장은 최민혁 실장에 대한 찬양에 어깨를 으쓱했다. 그는 굳이 이 주제를 계속할 수가 없어서 본론으로 들어갔다.
“하면 IMF 내에 누가 그런 일을 벌였는지 알 수 있겠습니까?”
김계영 전 IMF 재정국 과장은 설사 한국 장관이 물어도 입을 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최민혁 실장의 측근은 좀 달랐다.
그는 솔직히 최민혁 실장의 도움을 얻을 수만 있다면 한 단계 더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게 국내이든, 국외이든 말이다.
“제가 하려는 이야기는 최민혁 실장님이기에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다른 사람이라면 아예 입을 열지 않았을 겁니다. 조성돈 팀장님도 그 점을 잊지 말아 주시기 바랍니다. 무슨 말인지 아시죠?”
“…물론입니다. 이름이…….”
조성돈 팀장 역시 순순히 수긍했다. 김계영 전 IMF 재정국 과장에게 굳이 불필요한 이야기를 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좋네요.”
그는 잠깐 말을 끊고 나서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전화 한 통화를 해보겠다는 말을 남겼다. 그러곤 불과 10분이 채 되지 않아서 나타났다.
“휴버트 나이스 아태담당 국장입니다.”
조성돈 팀장은 예상치 못한 정보에 화들짝 놀랐다. 그는 단 10분 만에 IMF 내부 정보를 얻을지는 상상도 못 했다.
“…그는 어떤 인물입니까?”
“개새끼죠. 겉으로 봐서는 관료적인 성향이 있어 보여요. 언론에 나와서도 좋은 이미지를 줍니다. 그런데 실상 속내는 전혀 달라요. 탐욕에 미친 괴물이니까. 미국 정부에도 인맥이 꽤 있습니다. 비록 그 위치가 높지 않다고 해도 무시하기 힘든 관료들입니다.”
휴버트 나이스 아태 담당 국장은 다른 이들과는 달리 좀 특이한 인물이다. 그는 국장 위선이 아니라 그 밑에 실무진과 관계를 유지했다.
덕분에 미국 정부와 관련된 풍부한 정보를 잘 알고 있었다.
“…….”
조성돈 팀장은 묵묵히 김계영 전 IMF 재정국 과장의 말을 들었다. 그는 대충 듣는 것만으로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깨달았다.
그는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나서는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천만에요. 혹시라도 도와줄 일이 있으면, 언제라도 연락하세요. 전 솔직히 최민혁 실장님을 존경합니다. 그분이 하는 일은 일반인은 상상도 못 할 일입니다. 겉보기와는 많이 다르니까요.”
“…네.”
조성돈 팀장은 정보 때문에 만난 김계영 전 IMF 재정국 과장의 태도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 새삼 최민혁 실장의 영향력에 대해서 다시 생각했다.
‘하, 보통이라면 이런 정보를 얻기가 참 어려운데.’
* * *
KM 전자 기획실은 꽤 유능했다.
최민혁 실장은 솔직히 조성돈 팀장에게 지시해 놓고 나서 기대했다.
“기획실 조사 결과는 어때요?”
조성돈 팀장은 최민혁 실장 눈치를 보면서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가 김계영 전 IMF 재정국 과장을 만나는 것도 따지고 보면, 기획 팀 내에서 나온 아이디어 중의 하나였기 때문이다.
“이번 일에는 아무래도 IMF가 관련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건 압니다. 누구죠?”
“…IMF 쪽은 휴버트 나이스 아태 담당 국장인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관료적인 성향이 강한 인물로 압박을 넣거나 하는 인물은 아닙니다.”
그는 이 결과보다는 KM 전자 기획실이 대체 어떻게 이 진실을 안 것인지 신기했다.
“그건 어떻게 아신 거예요?”
“IMF를 그만둔 이들이 몇 있습니다. 그들을 통해서 확인한 사실입니다.”
정확히는 김계영 재정국 과장이다. 주로 국가 재정 정책과 관련한 정책을 전담한다.
다만 그는 휴버트 나이스 아태 담당 국장에게 밀려서 그만둔 경우다.
지금은 한국은행에 있고 말이다.
“…신기하네요. 쉽게 입을 열 사람 같지는 않은데 말이죠.”
“아닙니다. 이게 모두 최민혁 실장님의 명성 덕분입니다. 굳이 최민혁 실장님이 아니었다면, 그쪽에서 정보를 주려고 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런가요?”
“저를 보자마자 바로 알더군요. 최민혁 실장님이 관련되자 아무런 요구도 없었습니다. 그냥 묻는 말에 대답해 주고, 따로 IMF 내부 직원에게 연락해서 정보를 알아주었습니다.”
사실 조성돈 팀장이 IMF 내부 분위기를 알 직급은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KM 전자의 기획실장이라는 개인에 불과했다.
IMF는 국내 기업이 아니라 국가 경제에 간섭하는 조직이다. 그런 조직이 고작 조성돈 팀장과 같은 인물을 상대할 리가 없다.
그건 KM 전자라고 해도 별반 다르지 않다.
다르게 표현하면 오성 그룹, LC 그룹이 IMF를 따로 상대하지 않는 이유다.
격이 다른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IMF를 퇴직한 이라고 해도 조성돈 팀장을 상대할 이유는 없었다.
조성돈 팀장 역시 그 점을 피부로 확실히 체감했다.
“최민혁 실장님의 영향력이 이제는 국가 수준 규모로 달라졌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이제는 일반 대기업 총수와도 격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말을 하는 조성돈 팀장의 눈빛에는 숨길 수 없는 존경심이 가득했다.
최민혁 실장은 머쓱할 수밖에 없었다. 최근 세계 경영자 모임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실감했다. 그런데 그 대상이 IMF 출신 전문가도 해당할지는 몰랐다.
“전 김계영 IMF 재정국 과장은 생각보다는 IMF 정책에 반감을 많이 가진 인물입니다.”
최민혁 실장은 곰곰이 고민했다. 지금 상황은 자신이 원해서 생긴 일이 아니었다. IMF 측에서 잽을 날리니, 거기에 대응할 뿐이다.
‘하지만 시기적으로 볼 때 지금이 IMF 내에 선을 깔아놓아야 할 때긴 하지.’
그는 물론 IMF를 막을 생각이 없었다.
다만 IMF가 어떻게 흘러가느냐는 살펴야 했다.
그 정보가 이용하면 샐로먼 브러더스와 최문경 부회장을 쉽게 밟아버릴 수 있다.
그 배후에 대한 보험도.
‘내 생각보다는 엮인 것이 많은 것 같아. 그런데 우리 부회장이 참 대단해. 도대체 이런 인맥을 어떻게 만든 것일까?’
이 부분은 의아한 일이었다.
최문경 부회장은 그 정도 능력을 가진 인물이 아니었다.
‘차라리 우리 아버지가 관련이 있다면…….’
최민혁 실장은 곧 고개를 내젓고 말았다. 다만 이번 일도 그냥 넘어갈 일은 아니었다. 이번 인물은 과거와 미래에 대해서 잘 몰랐다. 전생 기록에도 없기 때문에 철저히 지켜봐야 했다.
“혹시 모르니, 잘 관리하세요. 추후 필요한 인재일 수도 있으니까.”
“…알겠습니다.”
“다만 IMF 내에서 이 정도 문제가 있다면, 눈치를 채는 사람이 더 나올 겁니다. 혹시 그런 이가 있다면 바로 자리를 만드세요.”
“…네.”
조성돈 팀장은 고개를 갸웃했다. 최민혁 실장 말이 이상했기 때문이다.
‘누가 찾아올 것을 예상하는 걸까?’
* * *
최민혁 실장에 대한 평가는 힘숨찐 시절과 드러내기 시절로 구분된다.
아무래도 힘숨찐 시절에는 최민혁 실장을 얕잡아 보는 경우가 많았다.
모건 스탠리의 폴 고슬링이 그 좋은 경우였다. 그는 모건 스탠리가 최민혁 실장과 협상을 끝낸 덕분에 최민혁 실장에 대한 공작을 그만뒀다.
그는 반대로 최민혁 실장의 투자 현황에 대해서 파악하는 일을 맡았다.
에플 관련 팀이 이제는 최민혁 실장 관련 팀으로 바뀐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딱히 이 일을 불만스럽게 생각하지 않았다.
최민혁 실장의 영향력이 날이 갈수록 무섭게 바뀌는 것을 체감했다.
다만 그게 눈에 보이는 것은 아니었다.
록히드마틴의 사드가 대표적이었다. 이것 때문에 궁지에 몰린 록히드마틴 이사회는 차라리 최민혁 실장과 손을 잡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합리적이기는 하지만 미친 이야기지.’
아무리 투자가 좋다고 해도 국가 안보를 외국인에게 맡길 수는 없었다.
‘아, 최민혁 실장이 미국인이었나.’
하지만 최민혁 실장은 도저히 미국인처럼 보이지가 않았다.
그는 필요하다면 내일 당장에라도 미국인 시민권을 포기할 인물이었다.
폴 고슬링은 때문에 자나 깨나 최민혁 실장 동선만 살폈다.
그는 그 과정에서 최민혁 실장 관련 정보를 이용해서 투자도 했다.
정확히는 따로 소규모 투자 팀을 꾸려서 일을 진행하게 했다.
대박이었다.
무려 400% 가까운 이익을 보면서 사상 최고의 실적을 챙겼다.
“…….”
폴 고슬링은 머쓱했다.
오가는 지인들이 혀를 내둘렀다.
“야, 폴, 이제 뜨는구나. 좀 늦은 감이 있어.”
“폴이 일은 잘했잖아. 실적이 신통치 않아서 그랬을 뿐이지.”
“하긴 벨린 투자를 상대로 한 일도 참 잘했어. 어설프게 자존심 가지고 대들었다가는 개작살이 났을 텐데, 최민혁 실장은 무시할 인물은 아니지.”
과거에는 폴 고슬링을 소심꾸러기라고 욕한 이들도 지금은 오히려 신중한 폴 고슬링이라고 찬양했다.
실제로 모건 스탠리는 최민혁 실장과 협상한 덕분에 사전 정보를 많이 얻었다. 또한 그것을 최대한 이용해서 꽤 큰 이익을 봤다.
모든 투자 이익을 다 합치면 무려 7억 달러가 훌쩍 넘었다.
그리고 이익 증가는 현재로도 진행형이었다.
다만 이런 일도 계속되는 것만은 아니었다.
최민혁 실장의 에플 지분 매각이 문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