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 3세는 조용히 살고 싶다-958화 (958/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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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웅배 장관 역시 혀를 내둘렀다. 그도 직접 경험하지 않았다면 이 일을 믿지 않았을 것이다. 설마 IMF의 윗선 쪽에서 최민혁 실장 한 사람을 찍어서 말할 줄은 몰랐다.

“IMF 자금을 구성하는 자본 세력이 있다는 것은 자네도 알잖아.”

“정확히 누구를 말하는 겁니까? 음모론에서 흔히 이야기하는…….”

“음모론은 무슨. 그저 자본이 많은 인간이라고 생각하면 될 거야.”

“아니, 최소한 그들이 누구인지는 말씀해 주셔야 하지 않습니까?”

“나도 자세한 것은 몰라. 다만 IMF와 같은 조직을 통해서 은밀하게 지시를 하니까.”

IMF 안에 존재한다는 세력.

다만 겉으로 봐서는 특이한 게 없었다.

이들이 국가를 상대로 협박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방법이 쉽게 거부하기 힘들다는 게 문제였다.

정부의 여러 가지 활동과 관련이 있었다.

일테면 수출 규제와 같은.

결국 이들 행사는 그저 국제적인 관례에 따를 뿐이었다.

“…특이하게도 그쪽에서 최민혁 실장을 콕 찍어서 일을 벌인 것 같아.”

“하지만 최민혁 실장이 무슨 일을 저질렀다고…….”

다만 그 역시 최근 국내만이 아니라 미국에서 특히 시끄러운 최민혁 실장의 에플 주식 매각 소동을 떠올렸다.

이게 차라리 한 번에 팔면 이슈가 덜 될 텐데, 찔끔찔끔 계속 주식을 팔아서 오히려 말이 나왔다.

제삼자가 보기에는 완전히 사람 피를 말리는 행위였다.

‘하긴 좀 심하기는 했어. 결국 에플 주가 폭락 때문에 그렇게 한 것은 아는데.’

그래서 최민혁 실장이 욕을 더 먹었다.

그 난리를 쳤으니.

대안이 없는 이들이 한국 정부, 정확히는 재정 경제원은 이용하려 했다.

“설마 우리 재정 경제원이 최민혁 실장 때문에 유탄을 맞았다는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

김웅배 장관은 입을 쿡 다물고 말았다. 그도 솔직히 이 사태가 황당하기만 했다. 도대체 뭐 때문에 IMF를 이용해서 자신들을 공격하는 건가 말이다.

정확한 내막도 잘 몰랐다.

다만 이와 관련해서 몇 가지 약속(?)을 받았다.

단적인 예가 국제 수지와 같은 부분이다.

만약 국제 수지 적자가 한계를 넘어간다 해도 굳이 한국 정부를 압박하지 않는 거다.

무역 수지 적자가 위험 수위를 넘어가도 IMF가 이런 사실을 유보할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정책을 꾸리기 좋았다.

황당하지만 IMF에게서 정상적이라면 얻기 어려운 특혜 들이었다.

하지만 이환채 차관은 그 내막을 잘 몰랐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말이 안 됩니다. 최민혁 실장이 한 일은 에플 주식을 판 것뿐이지 않습니까?”

“지금까지 매각한 에플 지분이 대략 4조가 넘는다고 해.”

“저, 정말입니까? 아니, 그렇게 늘었습니까? 제가 알기로 이제 2% 남짓하다고 들었는데…….”

“아니, 또 늘었네. 지금도 더 늘고 있겠지. 에플 주가가 140달러를 넘었잖아. 아마 그 이유 때문에 더 되는 것 같아.”

“하지만 우리 쪽에는…….”

“벨린 투자 미국 지사 쪽에서 그 자금을 관리하는 것 같아. 이건 IMF 쪽에서 이미 확인을 해준 사실이니까. 그 자료는 미국 국무부가 출처고.”

“가, 가만. 그 말씀은 그럼 설마 미국 정부가 직접 나섰다는 말입니까?”

김웅배 장관은 의외로 미국 쪽에 대해서 제법 잘 알았다.

“아니, 그건 또 아닌 것 같아. 그저 최민혁 실장의 행보에 불만이 많은 이들이 움직인 것 같아. 그자들이 IMF에 손을 쓴 것으로 보여. 이대로 최민혁 실장을 방치할 수는 없으니까.”

“…하면 어떻게 하자는 말씀입니까?”

“자네가 최민혁 실장을 잘 알잖아. 그러니 최민혁 실장을 만나서 한번 이야기를 해봐.”

“…알겠습니다.”

이환채 차관은 자신이 최민혁 실장을 잘 아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게 소용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곧 자리에서 일어났다.

‘돌아버리겠네.’

이보다는 영문을 잘 몰랐다.

IMF가 어째서 최민혁 실장을 압박하는지 말이다.

아무리 IMF 배후에 거대 자본이 있다고 해도 말이다.

‘휴, 나도 모르겠다.’

* * *

이환채 차관은 성환수 보좌관을 비롯한 최민혁 실장과 안면이 있는 김우석 국제경제 심의관과 같이 최민혁 실장을 찾았다.

다행히 최민혁 실장이 미국으로 떠나지 않은 상태였다. 정확히는 못 떠났다.

에플 지분은 여전히 매각 중이고, 이 과정에서 말들이 많이 나왔다.

에플 주가가 춤을 췄기 때문이다.

이미 외부에 최민혁 실장이 매각한 에플 지분이 4%, 아니, 6%를 넘었다는 이야기가 파다했다. 에플 투자자 입장에서는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예측대로라면 블록딜 거래가 있다면 오히려 주가는 계속 올라야 한다.

그런데 최민혁 실장은 에플 대주주다. 그가 주식을 줄기차게 팔아치우니, 그게 안 좋은 신호를 준 것이었다.

140달러, 심지어 150달러를 돌파해서 160달러를 찍은 에플 주가가 갑자기 120달러로 급락했다.

하지만 저가 매수세가 붙으면서 다시 130달러를 돌파했다.

그리고 에플 주가는 춤을 추기 시작했다.

110달러~140달러를 사이를 오가면서 미친 듯이 발광하기 시작했다.

오전장은 115달러를 찍었다가 오후장은 130달러를 찍었다.

그다음은 그 반대였다.

다음 날은 다시 반반 치킨처럼 움직였다.

수급에 따라서 에플 주가가 요동을 치면서 차익을 노리는 투자자가 급증했다.

결국 에플 주가는 이제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빠지고 말았다.

결국 이 불만은 최민혁 실장을 향했고 말이다.

만약 이런 시기에 최민혁 실장이 미국에 나타난다면 소동이 더 커진다.

그건 최민혁 실장도 원치 않았다.

최민혁 실장조차 정신이 나가 버린 것처럼 움직이는 에플 주가를 보면서 혀를 내둘렀다.

‘빨리 정리했으면 좋겠는데…….’

아직 남은 6% 물량을 그냥 던지면 속이 다 편할 텐데, 상황이 그렇지가 못했다.

벨린 투자의 펀드 매니저를 압박할 일은 아니었다.

그들이 모쪼록 별 탈 없이 일을 잘 처리하기만을 바랐다.

그런 중에 갑자기 찾아온 게 이환채 차관과 그의 일행들이었다.

“갑자기 왜 비서실에 전화해서 회사를 어수선하게 하셨습니까?”

아무래도 재정경제원 차관이 직접 최민혁 실장에게 연락하기 위해서 무리하게 전화한 덕분에 KM 전자도 난리가 났다.

결국 최민혁 실장이 다시 이환채 차관과 약속을 잡아야 했다.

하지만 이환채 차관은 어쩔 수가 없었다.

“IMF 때문입니다.”

“네? 그 무슨…….”

최민혁 실장은 크게 당황하고 말았다. 가슴이 덜컥했다. 자신이 무리수를 뒀다고 뒤늦게 후회했다. 그는 설마 벌써 IMF가 왔나 싶었다. 그런데 알고 보면 딱히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아, 통계요.”

‘참, 그 일이 있었구나.’

IMF에서 갑자기 요구한 이 사태는 어차피 일어날 일이었다.

다만 차이점이 존재했다.

‘날짜가 다르구나. 구체적인 요구 사안도 다르고.’

전생 역사보다는 한 달 정도 앞당겨서 일어난 일이었다.

“…계속해 보세요.”

이환채 차관은 최민혁 실장의 눈치를 보면서 조심스럽게 말했다.

“전 최민혁 실장님 일에 간섭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번 일은 IMF 쪽에 누군가 압력을 넣어서 일어난 일입니다. 이것 때문에 재정 경제원뿐만 아니라 위에서도 말이 많습니다.”

말이 많으면 어쩔 텐가.

IMF는 한국 정부도 어떻게 할 수 있는 조직이 아니었다.

최민혁은 피식 웃고 말았다.

“그보다는 진짜 IMF를 걱정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요?”

“네? 그게 무슨 말입니까? 가짜 IMF도 있고, 진짜 IMF가 따로 있다는 말입니까?”

그도 아차 싶었다. 늘 IMF란 말을 염두에 두다 보니, 실수했다.

아니, 한 가지 더 실수하고 말았다.

“아, 제 말은 국가 부도 말입니다.”

“네? 그게 무슨…….”

최민혁 실장은 괜히 자신의 감정을 드러낼 수가 없어서 어깨를 으쓱했다.

그는 의혹에 빠진 이환채 차관의 얼굴을 보면서 입을 다물고 말았다. 그는 솔직히 입이 근질근질했지만, 진실을 말할 수가 없었다.

이제는 불과 일 년 전과는 상황이 달랐다.

한국 정부는 놀랍게도 최민혁 실장 말을 전혀 무시하지 않았다.

‘IMF에 대한 힌트만 줘도 어쩌면 대응을 취할지도 모르겠어.’

그건 곤란했다.

미안하지만 IMF는 반드시 일어나야 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을 위한 보험이다.

최문경 부회장과 관련이 있는 샐로먼 브러더스를 정리할 방법으로서 말이다.

그런데 이환채 차관과 이야기를 하다 보니, 몇 가지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최근 한국 정부 내에서도 최민혁 실장을 향한 부정적인 기류가 일어났다.

하지만 이에 대해선 최민혁 실장도 자세한 내막까지는 몰랐다.

“아, 그냥 노파심에서 한 말이고요. 그보다는 요즘 정부 조직 중에 저에 대해서 반발이 꽤 있는 것으로 압니다.”

“그건 오해입니다. 이번 IMF 사태를 보면 알 수가 있지만, 최민혁 실장님이 엮여 있는 일 때문에 불만이 많은 것뿐입니다.”

“쯧, 알겠어요. 의도는 잘 알았습니다. IMF 쪽은 누가 관련이 있는지 제가 한번 알아보죠. 제가 관련이 있다면, 적절하게 손을 쓰겠습니다.”

“가, 감사합니다.”

“천만에요.”

그는 솔직히 고민했다.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말이다.

‘분명히 샐로먼 브러더스 쪽 솜씨겠지.’

* * *

최민혁 실장은 에플 지분이 벌써 6% 가까이 매각된 것을 보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6% 물량이 남았다.

하지만 그도 자신을 향한 비난의 화살이 심해진 것에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다.

‘차라리 잘되었어.’

아예 노골적으로 에플 주식을 매각한 덕분에 오히려 SEC를 더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그랬다.

음모론 따위는 없었다.

이보다는 최민혁 실장의 도덕성을 비난하는 의견이 더 많았다.

그는 결국 미국에 가지도 못한 채 깊은 번민을 해야 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벨린 투자가 알아서 에플 주식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매각한 덕분에 에플 주가 폭락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도 안 좋은 일은 있었다.

에플 주가가 결국 110달러가 무너지면서 105달러까지 추락했다.

가끔 100달러 선이 무너지고 말았다.

최민혁 실장은 이때마다 자신을 욕하는 미국 뉴스를 봤다.

[대주주 이대로 둬도 좋은가?]

[대주주라면 사회적인 책임이 있어야 하지 않나. 주가가 갑자기 올랐다고 그 틈을 이용해서 주식을 대량으로 매도하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다!]

[최민혁 실장처럼 IT 업계 거물이라면 최소한 투자한 회사를 위해서 행동해야 하지 않나. 단기 이익을 보고, 주식을 대량으로 매도하는 행태는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

사실 미국 증권가에서는 나올 수 없는 반응이었다.

개인이 주식을 사고팔고 하는 것은 문제가 안 되기 때문이다.

최민혁은 물론 자신의 적을 잘 안다. 당장 샐로먼 브러더스가 있으니까. 이들이 미국 언론에 손을 썼을 것이 분명했다.

그는 결국 조성돈 팀장을 호출해서 이 사태에 대해서 질문했다.

“IMF 쪽을 한번 알아보세요. 재정 경제원의 이환채 차관 이야기로는…….”

조성돈 팀장은 갑작스러운 호출에 별생각이 없었지만, 최민혁 이야기를 듣자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그는 여기서 ‘IMF’ 이야기가 나올지는 상상도 못 했다.

“서, 설마 IMF에서 최민혁 실장님을 규제하려 한다는 말씀입니까?”

최민혁 실장도 한숨을 내쉬었다.

“그건 저도 잘 몰라요. 다만 에플 지분 대량 매각 때문에 주시하는 것 같아요. 사실 미국 SEC 쪽도 난리가 났을 겁니다. 그나마 제 사정을 알기 때문에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겁니다. IMF는 그 연장선이라고 보면 될 겁니다.”

“…알겠습니다.”

“아, 이왕이면 IMF 쪽 내부 인물을 한번 파보세요. 필요하다면 선을 만들어둬도 됩니다.”

“…네.”

조성돈 팀장은 혀를 내둘렀다. 그도 사태가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이것도 최민혁으로서는 최선을 다한 것이었다.

‘에플 차익 실현 때문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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