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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플 주가 거품도 가라앉고 말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와는 달랐다.
에플 공매도 수량이 오히려 줄어들었고, 에플 가격은 여전히 상승세를 기록했다.
샐로먼 브러더스가 에플 공매도를 청산한 것이 아니라 다른 세력이 그랬다. 심지어 그들은 추가로 에플 주식을 더 사들였고 말이다.
결국 에플 주가는 150달러를 돌파했다.
그 후에는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적어도 에플 주가 상승세가 폭발해서 200달러를 돌파하는 일은 없었다.
그는 덕분에 에플 주식 매각을 더 밀어붙였다.
다만 그도 이 일 때문에 미국을 갈 수가 없었다. 미국 공항에 내리는 순간에 미국 언론사가 전부 자신에게 몰려들 걸 알기 때문이다.
그는 결국 방미 일정을 다시 연기해야 했다.
‘환장하겠네.’
흥미로운 것은 미국 언론사가 아니어도 최민혁 실장에 관심을 두는 이가 많았다.
그중에 대표적인 이는 당연히 데릭 모건 이사였다.
그는 가능하면 당분간 최민혁 실장과 거리를 두고 싶었다.
그런데 지금 상황에서는 그럴 수가 없었다.
에플 지분 매각이 진행되면서 추가로 에플 지분을 매입해야 하느냐 문제가 터진 것이었다.
자신들이 에플 주가 거품을 만들기는 했지만 지금 에플 주가는 자신들과는 무관하게 계속 상승세를 이어간 것이었다.
“…150달러라니.”
원래는 에플 공매도를 대비하기 위해서 마련한 에플 주식 매입.
하지만 그 가치가 껑충 뛰었다.
90달러, 100달러 선에서 매입한 가격 대비 무려 50% 넘게 오른 것이다.
최민혁 실장은 살짝 고민했다.
‘그냥 일부를 청산할까?’
그런데 그럴 수가 없었다.
에플 매수세가 심상치 않았다.
‘하, 골치 아프네. 한편으로 잘된 것일 수도 있어. 데릭 모건 이사는 아주 피똥을 쌀 테니까.’
* * *
최민혁 실장의 추측은 틀리지 않았다.
에플 공매도를 노리는 데릭 모건 이사는 에플 주가 때문에 갈팡질팡했다.
도저히 예상을 하기가 힘들었다.
에플 주가 변곡은 누구라도 혼란을 일으킬 정도로 변화가 심했다.
그 침착한 제임스 러너 이사조차 당황해서 아무런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그나마 데니스 샐로먼 이사는 여전히 이성을 유지하고 있었다.
“사실 최민혁 실장이 한 일이니, 그다지 놀라울 것도 없습니다.”
“…아무리 최민혁 실장이 능력이 있어도..”
“제 생각은 다릅니다. 우선 이걸 보십시오.”
그가 내놓은 것은 최민혁 실장이 최근 진행한 일이였다.
정확히는 최민혁 실장의 계열사가 진행하는 일 말이다.
최민혁 실장의 에플 지분 매각으로 혼란한 상황 속에도 최민혁 실장 계열사는 묵묵히 자기 일을 차분하게 진행했다.
특히 이지수 박사가 이끄는 KMBOOK이 내놓은 결과는 눈부시다는 말로 표현해도 모자랐다.
그녀는 과거 메이런 프로젝트와 관련이 있는 기업 쪽과 손을 잡고, 다양한 사업에 투자를 늘려서 그 규모를 키웠다.
로봇, 드론 공학을 중심으로 한 이 투자는 절대로 무시할 수가 없었다.
이미 대외적으로 알려진 대표적인 기술은 바로 인공 팔이었다.
이 혁신적인 기술에 주목하는 이들은 생각보다 많았고 말이다.
메이저 언론을 통해서 일면을 장식하기도 했다.
애니 인공지능과ㄷ의 싱크 기술을 이용해서 로봇 팔을 인간처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다. 그리고 이 기술에는 미국 의학계가 합류했고 말이다.
“이 로봇 팔 기술이 사업화 하기에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그런데 이미 어느 정도 큰 장벽을 넘은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데니스 샐로먼 이사가 내민 기사에는 이지수 박사의 로봇 팔과 관련해서 상세하게 나와 있었다.
애니 솔루션이 어떤 식으로 적용되어 있는지 말이다.
다만 그 내용을 잘 읽어보면, 이게 정말 가능한지 의문스러운 기술이 즐비했다.
데니스 샐로먼 이사는 한숨을 내쉬었다.
“솔직히 GE와 같은 다른 기업이 이 일을 진행했다면, 전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최민혁 실장은 좀 다릅니다. 그는 이 일이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 확신합니다.”
당연히 말도 안 되는 오해다.
최민혁 실장은 이지수 박사 일에는 관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로봇팔 프로젝트는 이지수 박사가 진행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수는 없었다.
이 로봇팔 프로젝트는 무려 10년이 넘게 걸려서 진행한 일이다.
이지수 박사가 두뇌 역할을 했지만, 여기에 달라붙은 기업은 쟁쟁한 다국적 기업이다. 천문학적인 투자와 인력을 들이부어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는 이야기였다.
“…….”
데릭 모건 이사는 그제야 데니스 샐로먼 이사가 내민 자료를 하나씩 살폈다. 최근 추가된 자료에는 최민혁 실장이 구체적으로 뭘 하려고 하는지 아주 잘 업데이트되어 있었다.
특히 재정 경제원에서 한 최민혁 실장의 분석.
그 자료는 일본 외무성을 통해서 일본 대기업에도 알려졌다.
그게 지금 다시 몇 단계를 거쳐서 데릭 모건 이사의 손에 놓인 것이었다.
“…이거, 정말입니까?”
데니스 샐로먼 이사는 한숨을 내쉬었다.
“재정 경제원에서 확인했고, 일본 외무성이 비교 검토한 것입니다. 거기에 일본 대기업을 통해서 추가 검증되었습니다.”
데니스 샐로먼 이사의 안색은 정말 좋지가 않았다. 그는 이 자료를 조사하면 에플 사태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차라리 최민혁 실장과 타협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이건 도저히 답이 안 나옵니다.”
“…….”
데릭 모건 이사는 이전처럼 ‘안 됩니다!’라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데니스 샐로먼 이사의 충고는 현실적이었다.
데니스 샐로먼 이사를 그렇게 싫어하는 제임스 러너 이사는 보고서를 잡고서 얼굴을 와락 구기고 말았다. 그조차 다른 대안을 찾을 수가 없었다.
‘문제는 최문경 부회장이란 이야기인데…….’
아니, 그게 아니어도 다른 대안을 찾아야 했다.
“혹시 한국 정부 쪽 반응은 어때요? 재정 경제원 내부에서도 말이 많았잖아요?”
“이전에는 반응이 갈리기는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이전과는 사뭇 다릅니다. 아무래도 최민혁 실장을 부담스러워하는 눈치입니다.”
그는 답답해서 샐로먼 브러더스 본사 측에 다시 자문해 봤다.
대답은 여전히 없었다.
그렇다고 이제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었다.
뭔가 하기는 해야 했다.
그게 결과가 안 좋아도 말이다.
다만 그 역시 이번에는 여러 가지 여건 때문에 한계를 느꼈다.
‘도움이 필요해.’
최민혁 실장을 압박할 수 있는 사람.
아니면 조직이어도 상관이 없었다.
데릭 모건 이사는 고민을 거듭한 끝에 일단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기로 했다.
[IMF의 휴버트 나이스 아태담당 국장에 연락하세요.]
[…네.]
데니스 샐로먼 이사는 고개를 갸웃하기는 했지만 질문하지는 않았다. 그가 알기로 데릭 모건 이사는 꽤 인맥이 넓은 인물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IMF 쪽과도 연결되다니.’
* * *
휴버트 나이스 아태담당 국장은 갑자기 데릭 모건 이사에게 만나자는 연락을 받고 나서 굳이 미팅을 거절하지는 않았다.
아무리 IMF라고 해도 샐로먼 브러더스의 핵심 경영진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다만 상대가 워낙에 주변 시선을 피해서 만나자고 하자 고민하기는 했다.
결과적으로 그의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한국 말입니까?”
데릭 모건 이사는 만나기가 무섭게 한국 이야기를 두서없이 늘어놓았다. 그는 심지어 다양한 자료를 챙겨서 나타났다.
동행한 데니스 샐로먼 이사는 한국 경제의 취약점을 일일이 지적했다.
“한국,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는 국제 자본 시장에서 너무 많은 외채를 사용합니다.”
한두 개의 국가가 아니었다.
무려 23개 국가나 되었다.
필리핀, 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는 빠짐없이 들어가 있었다.
“만약 이들 국가 중에 한 국가라도 문제가 생기면 국제 자금 시장 경색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흠.”
휴버트 나이스 아태담당 국장은 아무런 반박을 하지 않았다.
사실 IMF 내에서도 말들이 많았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태국 바트화 혼란 때문이다.
그리고 이 일을 주도한 이들 중의 하나가 샐로먼 브러더스고 말이다.
그는 게슴츠레한 눈으로 데니스 샐로먼 이사와 데릭 이사를 째려봤다.
“도대체 하고자 하는 말이 뭡니까?”
“네?”
“설마 절 바보로 아시는 겁니까?!”
데니스 샐로먼 이사는 슬쩍 시선을 피하고 말았다.
데릭 모건 이사는 잠깐 고민을 하다가 결국 내심을 말했다.
“다른 뜻이 있어서 하는 것이 아닙니다. 한국 기업이 외채를 너무 심하게 빌려서 경영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건 문제의 소지가 있어요.”
한국 기업이 외채를 빌려서 부채율이 높은 것은 심각한 일이었다.
IMF 내에서도 계속해서 나오는 이야기다.
그들이 간혹 한국 정부 담당자와 만나서 경고도 하고 말이다.
데릭 모건 이사는 이점을 강하게 지적했다.
“만약 동아시아 국가 중에 한두 곳이 위험해지면, 세계 금융 시장에 큰 파급 효과를 줄 겁니다.”
그게 당신들이 부추긴 것이 아니냐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그 역시 차라리 잘되었다고 생각했다. IMF 내에서도 말이 많았지만, 국가 일에 간섭할 수가 없다고 생각해서 미룬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뭘 하자는 말입니까?”
데릭 모건 이사는 쾌재를 불렀고, 그는 슬쩍 눈짓으로 데니스 샐로먼 이사에게 신호를 줬다.
데니스 샐로먼 이사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우리 샐로먼 브러더스는 동아시아에 막대한 투자를 진행 중입니다. 동아시아 국가의 독단적인 결정으로 피해를 볼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외화 보유액, 무역 적자를 비롯한 투명한 통계가 필요합니다. 이 사안을 일정 기간 동안 공표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휴버트 나이스 아태담당 국장은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그도 이게 말도 안 된다는 것을 알지만, 데릭 모건 이사의 말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샐로먼 브러더스는 IMF와도 긴밀한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무슨 뜻인지는 알겠습니다. 다만 저도 이 일을 장담할 수는 없어요. 이게 과연 효과가 있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상관없습니다. 일단 우리가 원한 대로 진행되게 해주시기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 * *
휴버트 나이스 아태담당 국장 역시 데릭 모건 이사의 제안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황당한 요구도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는 윗선에 이 사안을 보고했다.
보통 안건이라면 꽤 늦어져야 할 일이다.
그런데 상황이 그렇게 흘러가지 않았다.
이상할 정도로 빠르게 이 안건은 위로 올라갔다.
불과 이틀이었다.
상식을 벗어난 의사 결정이었다.
‘황당하네. 역시 데릭 모건 이사 솜씨인가?’
물론 데릭 모건 이사가 손을 쓴 것은 사실이었다.
정확히는 샐로먼 브러더스 최상위 경영진이 손을 썼다는 것이 정확했다.
이 안건이 순탄하게 올라간 것은 이유가 있었다.
아르헨티나, 브라질, 중국, 멕시코와 같이 차관이 많은 국가 때문이다.
거기엔 한국 역시 빠지지 않았다.
그는 결국 단기간에 결정 난 이 경제 위기 통계 공표 내용을 발표할 수밖에 없었다.
* * *
[멕시코 외환 사태를 경험하면서 국제 외환 시장의 신뢰성을 의심하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이런 문제를 사전에 발견하기 위해서 무역 적자, 외환 보유고, GDP를 비롯한 자료를 3개월 안에 공표해야 합니다. 이 부분은 엄격한 통제를 통해서 열람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재정 경제원은 갑작스러운 IMF의 경제 위기 통계 공표안에 큰 충격을 받았다.
그들로서는 갑작스러운 IMF 발표가 황당하기만 했다.
하지만 그들은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했다.
IMF가 발표하라고 한 내용 중에는 예민한 부분이 있었다.
바로 외환 보유고였다.
이환채 재정경제원 차관은 이 사태가 황당하기만 했다.
그런데 재정경제원 장관 겸 부총리인 김웅배 장관은 좀 달랐다.
그는 공식적인 채널이 아니라 비공식적인 통로를 통해서 몇 가지 이야기를 들었다. 그건 외부에 이야기할 수는 없었다.
“아무래도 손을 써야 할 것 같아.”
“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설마 다른 이유가 있는 겁니까?”
“IMF 측 이야기로는 아무래도 이 일이 최민혁 실장과 관련이 있는 것 같아.”
“그 무슨 말도 안 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