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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3세는 조용히 살고 싶다-952화 (952/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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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한 기사였지만 내용 자체는 그럴듯했다.

이들의 만남은 단순히 회의장에서 끝난 것이 아니라 밖으로 나와서도 계속 이어졌다. 심지어 차량을 함께 탄 채 같이 떠났고 말이다.

마크 엔드리슨 입장에서는 회의 자리보다는 최민혁 실장이 더 중요했던 것이다.

김현탁 사장으로서는 절대 원치 않았던 최악의 결과였다.

그런데 이 일은 다른 몇 사람에게도 똑같이 적용되었다.

그중에 한 사람이 바로 히타치 공작소의 니시무라 야스시 소장이었다.

그는 과거 최민혁 실장에게 당한 일 때문에 우울증을 앓다가 이번에 세계 경영자 모임에 참석한 것이었다.

정확히는 이번 모임이 목적이 아니라 최민혁 실장과 만나서 이야기하려 했다.

만약 오늘 모임에 최민혁 실장이 나오지 않으면, 직접 최민혁 실장을 찾아갈 생각이었다. 이전과는 달리 지금은 건강을 회복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자신이 당한 일.

그게 정말 의도한 것인지 말이다.

거기다 히타치 공작소 경영자들까지 동행한 걸음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 자리에서 최민혁 실장을 보고 나서는 큰 충격을 받았다.

반쯤 기절할 뻔했다.

다행히 주저앉거나 하지는 않았다.

IPS 기술 특허를 강탈당한 후에 시간이 제법 지났으니까.

히나치 공작소 경영진 역시 니시무라 야스시 소장을 걱정했다.

이런 걱정 때문에 니시무라 야스시 소장은 겨우 정신을 차렸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우리 대일본 기업이 어쩌다가 이 모양이 된 것인지.”

IPS 강탈은 그럴 수 있다고 하자.

MPEG-2 강탈은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일이었다.

시가 마사아키 박사는 때마침 전 미쓰비시 전기의 코다 도시히로 팀장을 발견했다.

정확히는 이번 세계 경영자 모임 행사 때문에 동행하다 보니, 보게 된 것이었다.

“코다 팀장님!!!‘

코다 도시히로 이사는 몸을 움찔 떨었다. 그는 당황했다. 그다지 니시무라 야스시 소장을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행사에 같이 참여한 일본 경영자들이 꽤 많았다.

그들 태반이 코다 도시히로 이사를 쳐다보았다.

“…무슨 일 입니까?”

시가 마사아키 박사가 소리쳤다.

“미쓰비시 전기에서 비디오 압축 기술을 결합해서 차세대 비디오 수상기를 개발하는 것으로 압니다. 그건 어떻게 되었습니까? 최민혁 실장이 MPEG-2 원천기술을 확보했다는데, 설마 미쓰비시 전기와도 관련이 있는 겁니까?”

“그, 그게…….”

미쓰비시가 관련이 있는 정도가 아니었다.

미쓰비시 전기가 보유한 MPEG-2를 최민혁 실장에게 다 넘겼으니까.

심지어 그 일을 한 사람이 다름 아닌 코다 도시히로 이사였다. 그는 이 일을 처리한 뒤 시즈벨로 옮겨서 이사를 달았다.

사실 그가 세계 경영자 회의에 참석한 것은 나름의 자격이 있었다.

그 자신이 속한 회사가 실상 시즈벨의 자회사나 마찬가지였다.

일본 내의 원천특허를 관리하는 회사인 셈이다.

그리고 이런 사실을 아는 사람이 있었다.

“가만, 코다 도시히로 팀장은 미쓰비시 전기를 그만두지 않았습니까?”

시가 마사아키 박사는 화들짝 놀랐다.

“그, 그게 정말입니까? 아니,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이번 차세대 비디오 수상기는 루머드 머독 소유의 자회사와 손을 잡지 않았습니까?”

맞다.

미쓰비시 전기가 보유한 MPEG-2 원천기술은 그냥 나온 것이 아니었다.

유럽 디지털 TV 표준과도 관련이 있고, 그건 곧 위성 TV와도 연동된다.

유럽 시장을 노린 큰 사업이었다.

연간 판매 예상량은 모두 300만 대가 넘었다.

미쓰비시 전기도 가볍게 생각하기 힘든 시장이었다.

코다 도시히로 이사가 그걸 모르지 않았다. 아니, 그는 경영자 위치에 오른 덕분에 이와 관련된 산업 전체 파이를 확실히 예상했다.

“으음, 솔직히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서 미쓰비시 전기를 그만뒀습니다.”

니시무라 야스시 소장은 눈치가 빨랐다. 그는 교활하게 눈동자를 굴리는 코다 도시히로 이사의 어깨를 양손으로 잡아서 흔들었다.

“서, 설마 자네가 미쓰비시 전기의 MPEG-2 특허를 최민혁 실장에게 넘긴 건가?!”

“마, 말도 안 됩니다!”

코다 도시히로 이사는 크게 당황해서 강하게 부인했다.

하지만 니시무라 야스시 소장은 눈치가 빨랐다. 그는 자신이 최민혁 실장에게 당한 후에 최민혁 실장이 챙긴 원천특허를 다 조사했다.

그 수법도 말이다.

“맙소사 자네였구만.”

“…….”

코다 도시히로 이사는 그제야 따가운 시선을 받고 말았다.

이곳 호텔은 일본 대기업 관련자가 같이 모인 자리라서 더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그는 부담스러워서 허겁지겁 뒤로 물러났다.

니시무라 야스시 소장은 허탈하게 소리쳤다.

“이 배신자!!!”

“…….”

코다 도시히로 이사는 이를 악문 채 뛰어갈 수밖에 없었다.

스지키 타로 부장을 비롯한 마츠무라 히로유시 과장 역시 다르지 않았다.

그들은 얼굴을 숙인 채 정신없이 도주할 수밖에 없었다.

니시무라 야스시 소장은 참혹한 얼굴을 한 채 풀썩 그 자리에서 퍼지고 말았다.

뒤늦게 미쓰비시 전기의 내막을 아는 이가 자세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저도 자세한 것은 모릅니다. 다만 시즈벨이 미쓰비시 전기 내부 인력을 빼돌렸다는 소리가 있어요. 그리고 그들이 미쓰비시 전기의 MPEG-2 특허를 빼돌렸고요.”

“…아니, 그거 불법 아닙니까?”

“형식적으로 미쓰비시 전기 내에서 의사 결정을 거쳤습니다. 따라서 그걸 불법이라고 하기는 힘듭니다. 전 그 시즈벨의 배후에 최민혁 실장이 있다는 것도 오늘 알았습니다.”

“세상에!”

이번 세계 경영자 모임에 참석한 이들은 다들 입을 딱 벌리고 말았다. 그들 역시 카더라 통신을 통해서 듣기는 했다.

다만 그 내막을 자세히는 몰랐다.

시즈벨이 워낙에 용의주도하게 움직인 터다.

더 황당한 것은 그 배후에 최민혁 실장이 있었다니.

다들 최민혁 실장의 악독한 술수에 치를 떨고 말았다.

그들은 뒤늦게야 최민혁 실장이 가진 원천특허 중에 과반수가 원래 일본 대기업 소유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었다.

‘최민혁, 이 개새끼.’

* * *

최민혁도 원한 바는 아니지만, 세계 경영자 모임 분위기를 뒤늦게 살폈다.

그는 혹시라도 예상치 못한 일이 있을까 염려한 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일본 애들이 난리가 났다.

자신이 시즈벨을 시켜서 MPEG-2 특허를 헐값에 사들인 사실이 결국 들통난 것이었다.

‘뭐 어쩌라고.’

놀라운 사실은 히타치 공작소의 니시무라 야스시 소장에게서 직접 연락이 온 것이었다.

만나자고.

[바쁩니다.]

최민혁 실장은 단호하게 거절했다. 그가 굳이 자신이 강탈한 원천기술 소유자를 만날 이유는 전혀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의외로 이들이 집요했다.

눈 뜨고 코 베인 거나 마찬가지니 어쩔 수 없는 일인 듯했다.

[지금 미국행 비행기입니다.]

하지만 딱 이 말만 보내고, 휴대폰 전원을 꺼버렸다.

최민혁 실장은 당당했다. 그가 딱히 이상한 짓을 한 것이 아니었다. 원래 지급해야 할 특허값도 다 냈고 말이다.

심지어 특허 매입 계약서는 꼼꼼하게 작성했다.

혹시라도 나중에 사기로 고소할 것을 염려해서 말이다.

다만 그로서는 한 가지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앞으로 일본 여행은 조심해야겠어.’

바로 선입견.

MPEG-2일까지 들통났으니.

‘하긴 배가 많이 아플 거다. 특히 MPEG-2 특허는 이야기가 좀 다르지. 위성 디지털 방송 쪽은 다 걸릴 테니.’

최민혁 실장은 실실 쪼개면서 자신이 한 일을 한 번 다시 생각해 봤다. 특히 일본과 관련해서 말이다.

물론 이 일은 답이 없다.

그는 결국 일본 일을 머릿속에 지운 채 다른 일에 집중했다.

바로 미국 주가 말이다.

그런데 이 주가도 이번 일본 미쓰비시 전기와 관련이 있었다.

최민혁 실장이 어떻게 일본 미쓰비시 전기에게서 MPEG-2 특허를 빼돌렸는지 자세하게 나와 있었던 것이었다.

거기에 자신과 마크 엔드리슨의 만남은 꽤 극적이었다.

두 가지 일이 시너지가 되어서 생각한 것보다는 더 큰 영향을 주었다.

사실 그 자신도 은근히 의도했다는 것이 정확했다.

아, 미쓰비시 전기는 빼고 말이다.

이건 당연히 에플 주가에도 영향을 줬다.

에플 주가가 다시 140달러를 돌파한 것이었다.

당연히 난리가 났다.

거품이다. 사기다. 조작이다.

[이건 말이 안 되잖아. 최민혁 실장이 마크 엔드리슨을 만났는데, 왜 에플 주가가 폭등하는 거야?!]

뒤늦게 에플 주식에 뛰어든 이들은 크게 당황하고 말았다.

[아니, MPEG-2 원천특허는 이미 다 게임이 끝난 거잖아. 이게 왜 에플 주가에 영향을 주느냐 말이야!]

맞는 이야기다.

MPEG-2 특허는 이미 오래전에 끝난 이야기다.

다만 이 특허가 어떤 식으로 가치를 창출하는지에 대해서는 말들이 많았다.

이게 미쓰비시 전기의 사업을 통해서 실질적으로 검증이 된 것이었다.

미쓰비시 전기는 결코 이 사업을 포기할 생각이 없었기에 최민혁 실장에게 MPEG-2 로열티를 내놓아야 했다.

결국 벨린 투자가 에플 주식을 줄기차게 매각하고 있음에도 주가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대주주인 최민혁 실장이 에플 지분을 정리하고 있잖아. 그런데 왜 에플 주가가 계속 급등하는 거야. 누가 좀 설명을 해봐!!]

이 사실을 흘려도 에플 주가는 오히려 상승세를 이어갔다.

뒤늦게 에플 주식에 관심을 둔 골드만 삭스 기업 금융부 에릭 세리던 이사는 이 사태에 크게 당황하고 말았다.

그도 에플 공매도과 관련된 내밀한 상황을 아는 터라 이렇게 에플 주가가 흘러갈지는 몰랐다.

묻지마 에플 공매도를 한 부분에 대한 보험을 고민해야 했다.

이대로 정말 에플 주가가 새처럼 훨훨 날아오를 수도 있었다.

‘…이거 이상하네.’

에플 거품이 너무 심해서 이제는 에플 주식을 사들이기도 어려워졌을 뿐만 아니라 문제는 만약 에플 주가가 이대로 상승세를 이어갈 경우다.

물론 에플 공매도 세력이 막대한 에플 주식 물량을 확보했기는 하지만 상황은 모르는 일이다.

그들이 계획을 바꾸어서 오히려 에플 주식을 더 매입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에릭 세리던 이사는 결국 대안을 찾아야 했다. 일단 에플 공매도와는 별개로 에플 주식을 더 사들여야 했던 것이다.

그는 고민한 끝에 대안을 찾다가 골드만 삭스에 있다가 벨린 투자로 이직한 조엘 맥클레인에 대한 소식을 들었다.

이후 바로 조엘 맥클레인에게 만나자고 연락했다.

조엘 맥클레인은 생각보다 흔쾌하게 수긍했다. 다시 만난 자리에서 조엘 맥클레인은 골드만 삭스를 떠날 때의 모습과는 달라진 면모를 보여주었다.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

그의 눈빛에서는 광채가 피어올랐다.

“…벨린 투자가 괜찮은가 보군?”

조엘 맥클레인은 어깨를 으쓱한 채 휴대폰 사진를 보여주었다.

초호화 펜트 하우스에서 주말을 즐기는 조엘 맥클레인과 그의 가족들 모습이었다.

특히 그의 아내 얼굴에 떠오른 행복한 미소는 과거에는 본 적이 없었다.

과거 가족 모임 행사에서 본 적이 있던 그녀 아내 모습과는 차원이 달랐다.

“…나쁘지 않나 보군.”

조엘 맥클레인 수석 투자자는 자신조차 잘 믿을 수 없다는 듯 툴툴거렸다.

“벨린 투자에서 번 수익으로 매입한 초호화 펜트하우스가 많다는 것을 알 겁니다. 차익이 나면 무조건 부동산을 매입했으니까요.”

“아, 알지. 하지만 다들 미쳤다고 하는 이야기잖아. 이미 정점에 오른 펜트하우스 가격이 더 오르기는 어렵다고…….”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최민혁 실장님은 생각이 다른 것 같습니다. 그 부동산 대다수를 직원 복지로 내놓았습니다. 물론 상업적으로 이용하기는 하지만.”

“…미친 짓이야!”

조엘 맥클레인 수석 투자자는 꼭 미국 대령 같은 에릭 세리던 이사의 얼굴이 구겨지는 모습을 보면서 내심 쾌감을 느꼈다.

그를 유독 집요하게 괴롭힌 이들 중의 한 사람이 에릭 세리던 이사였다.

하지만 그는 굳이 과거 감정에 사로잡혀서 무리수를 둘 생각은 없었다.

공사 구분은 필요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사내 분위기는 정말 다릅니다. 잘 아시겠지만 원래 월가 직원이라면 자존심이 강하지 않습니까? 그런데도 최민혁 실장님에게는 아무도 사소한 반기조차 드러내지 않으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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