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 3세는 조용히 살고 싶다-951화 (951/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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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때마침 나타난 마크 엔드리슨에게 최민혁 실장을 소개해 주었다.

마크 엔드리슨은 ‘최민혁 실장’ 이름을 듣고는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아, 당신이 그 유명한 최민혁 실장님이군요.”

“하하하, 아닙니다. 과찬입니다.”

하지만 마크 엔드리슨의 입장은 좀 달랐다. 그는 인터넷 기술 개척자 중의 한 사람답게 최민혁 실장이 MP3 산업을 일군 선구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아니, 사실 MP3 산업 역사의 선구자인 최민혁 실장이 얼마나 대단한 존재인지 그만큼 잘 아는 사람도 없었다. 그에게 있어 최민혁 실장은 나이를 떠나서 그저 존경의 대상이었다.

지금 최민혁 실장의 양손을 잡은 채 뜨거운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 그 증거였다.

안 그래도 이번 모임에서 주목의 대상인 마크 엔드리슨.

그가 최민혁 실장을 존경 어린 시선으로 쳐다보자 이곳에 모인 이들 시선이 모두 최민혁 실장 한 사람을 향하기 시작했다.

[최민혁 실장이라면 MP3 산업의 아버지라는 그분 아닙니까?]

[그렇죠. MP3 산업 생태계를 만든 분이니까요. 마크 엔드리슨과는 다른 영역에서 새로운 미래 산업 생태계를 일군 분이죠.]

[아, 저분이 최민혁 실장님이었구나!]

황당한 것은 최민혁 실장을 존경하는 이들 대부분이 외국인이라는 점이다.

“…….”

한국 기업 CEO나 실무진, 특히 김현탁 사장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최민혁 실장에 대한 평가가 저렇게 높은 줄은 상상도 못 한 것이었다.

김현탁 사장은 자신이 초청한 무대에 최민혁 실장이 오히려 주인공이 된 것을 보면서 질투에 사로잡혀서 부들부들 떨었다.

그도 참으려고 노력했지만 자제가 되지 않았다.

그의 마음속은 시기로 가득했다.

그는 뒤늦게 이번 일을 후회했다.

괜한 짓을 했다고 말이다.

‘내, 내가 왜 그런 거지?’

애초에 최민혁 실장은 자기 자랑을 늘어놓는 성격이 아니었다.

초대만 하지 않았다면 그가 자의적으로 이런 행사에 올 일은 없었다.

마크 엔드리슨은 마치 황제를 떠받드는 고위 공작처럼 최민혁 실장에게 진심이었다.

‘…이건 너무하잖아?’

그러니 이야기는 모두 최민혁 실장이 주인공이 되어서 흘러갔다.

보안과 관련된 협상은 최민혁 실장의 뜻대로 흘러간다는 거다.

* * *

최민혁 실장 역시 전쟁 인터넷 역사 중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마크 엔드리슨을 흥미로운 눈길로 쳐다보았다.

그도 처음에 마크 엔드리슨 때문에 당황하기도 했다.

마크 엔드리슨이 밀어준 덕분에 주변의 시선이 몰렸기 때문이었다.

마치 최고의 IT 록스타 같은 분위기였다.

다들 넷스케이프의 주인공인 마크 엔드리슨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자연스럽게 그 열기가 최민혁 실장에게도 향한 것이었다.

각국에서 모인 세계 경영자 모임에서 주인공은 최민혁 실장이었다.

굳이 무대가 없어도 최민혁 실장이 서 있는 자리가 무대 중심이었다.

열기는 시간이 갈수록 더 뜨거워지기만 했다.

[최민혁 실장님이 MPEG-2 특허권도 다 사들였다는 소리도 있어.]

[그거 설마 동영상 표준을 말하는 거야?]

[어, 그래서 황당하지. MP3로 쪽에서만 명성을 가질 뿐이라는 예측과는 다르니까.]

[그거 일본 애들이 가진 것 아냐?]

[원래는 그랬지. 그런데 알고 보니, 시즈벨과 그 자회사가 그 특허권을 다 사들였어.]

[아니, 그러면 최민혁 실장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잖아?]

[그 시즈벨 오너가 최민혁 실장이야.]

[어? 그, 그게 도대체 무슨 소리야? 시즈벨은 유럽 쪽 자본이 오너일 텐데?]

[그 유럽 자본이 최민혁 실장에게 지분을 대다수를 넘겼다고 얼마 전에 발표했어. 좀 문제가 있는 행동인데, 뭐 어쩌겠어. 걔들이 아직 시즈벨 지분 일부를 들고 있으니까. 아마 최민혁 실장과 딜했겠지.]

[…그, 그 이야기는 그럼 음성에 이어 영상 표준까지 최민혁 실장이 다 먹었다고?]

[그렇지.]

웅성거리는 소리는 더 심해졌다.

웃기는 것은 이 자리에 일본 경영자 역시 참석을 했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이 자리에서 그 사실을 스스로 시인했고 말이다.

그들의 표정은 당연히 좋지가 않았다.

뒤늦게야 일본 대기업이 가진 MPEG-2 특허 전부가 시즈벨, 아니, 최민혁 실장에게 넘어갔다는 진실을 안 것이었다.

최민혁 실장으로서는 달갑지 않은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는 마크 엔드리슨을 만나서 비록 구두상이기는 하지만 보안과 관련된 MOU를 체결한 것으로 만족했다.

* * *

마크 엔드리슨은 생각보다 더 최민혁 실장에게 호의를 가졌다.

다만 그도 민감한 주제를 떠올리자 주변 시선을 신경을 썼다.

결국 최민혁 실장의 팔을 잡은 채 슬쩍 구석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다행히 경호원이 뒤를 따른 터라 주변 시선을 막을 수 있었다.

그는 목소리를 낮추어서 슬그머니 한 가지 사실을 질문했다.

“에플 지분을 매각한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거 정말 사실입니까?”

최민혁은 흠칫 놀랐다. 그는 따가운 시선을 받자 당황했다. 설마 마크 엔드리슨 입에서 이 이야기가 나올 줄은 몰랐다.

‘이거 곤란한데.’

그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이 자리에서 거짓말을 했다가는 문제가 될 것 같았다.

처음에는 입을 다물까 하다가 포기하고 말았다.

“요즘 에플 주가가 너무 많이 올랐지 않습니까? 그래서 주식 일부를 정리하는 것뿐입니다. 관심이 있으면 얼마든지 넘길 생각이 있습니다.”

“…주당 얼마에 말입니까?”

“정말 싸게 팔 수는 없죠. 시장가를 기준으로 해야 하니까.”

“…오늘 에플 주가가 하락하기는 했지만 135 달러 수준입니다.”

에플 주가는 최근 120달러를 기준으로 140달러까지 올랐다가 주춤하는 모양세다. 워낙에 단기에 많이 올라서 차익 매물이 쏟아져 나온 것이었다.

여기에는 벨린 투자가 에플 주식을 장내에서 팔아치운 것도 있고 말이다.

최민혁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 부분은 제가 뭐라고 말하기는 좀 그렇습니다. 각자의 선택에 달린 문제이니까. 다만 에플 주가가 너무 많이 오른 것은 사실이니,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겁니다.”

“…그렇습니까?”

마크 엔드리슨은 최민혁 실장이 한 말을 진지하게 고민했다.

최민혁 실장의 말은 그저 그냥 하는 말 같지가 않았다.

하지만 그와는 달리 주변 분위기는 계속 뜨겁게 달아올랐다.

[MP3의 선구자, 최민혁 실장님을 이 자리에서 볼 수가 있다니!]

“…….”

최민혁 실장은 이런 분위기가 처음이라서 잘 적응할 수가 없었다. 자신을 바라보는 행사 참석자들의 시선이 그저 경외로 가득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대기업 관련자들의 표정은 그와는 대조적이었다.

그들은 최민혁 실장의 평가가 이 정도인지는 몰랐다.

특히 김현탁 사장 말이다. 그는 인의 장막에 밀려서 뒤로 주르르 밀려나 버렸다. 그런 그의 얼굴은 괴물처럼 일그러져 있었다.

최민혁 실장은 그 모습을 보면서 혀를 내두르고 말았다.

‘설마 날 암살하려고 하지는 않겠지?’

* * *

최민혁 실장은 세계 경영자 모임의 열기가 활화산처럼 너무 뜨겁게 달아오르자 이 자리가 불편해졌다.

특히 일본 대기업 경영자들의 시선은 다른 이들과는 달랐다.

처음에는 당황.

지금 그들의 시선에 담긴 것은 분노였다.

그들은 이번에도 최민혁 실장에게 당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IPS, 터치에 이은 MPEG-2 특허는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었다.

일본 대기업 경영자가 뒤늦게 말을 하다가 터무니없는 가격에 MPEG-2 특허를 넘겼다는 것을 안 것이었다.

그들 역시 MP3 산업이 성장하면서 KM 전자가 챙기는 특허 수익을 이미 들었다.

천문학적인 수익이었다.

결국 MPEG-2 특허 매각은 사기였다.

최민혁 실장은 일본 대기업 대표와 실무자의 시선이 부담스러워서 결국 세계 경영자 회의실을 나가 버렸다.

김현탁 사장이 이를 악물고 최민혁 실장을 쫓아왔고 말이다.

그는 김명준 과장에게 눈짓으로 경호원에게 지시해서 김현탁 사장을 밀어냈다.

황당한 것은 마크 엔드리슨이었다.

그가 회의장을 나가는 최민혁 실장 뒤를 스토커처럼 쫓아온 것이었다.

“잠깐만요. 몇 가지 할 이야기가 더 있습니다! 보안 표준 말입니다.”

최민혁 실장은 일단 세계 경영자 회의 모임 빌딩에서 나온 터라 그제야 걸음을 멈추었다.

“네? 그건 저랑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아뇨. 제 생각은 다릅니다. 최민혁 실장님은 이미 어느 정도 보안 기반 기술을 확보했다고 생각합니다.”

최민혁 실장이 들고 있는 원천기술은 MP3 표준이 그랬고, MPEG-2 표준이 그랬다. 그런데 이게 다가 아니었다.

CDMA, 배터리, 거기에 요즘은 무인 항공기, 사드까지 광범위했다.

물론 오해였다.

그런데 마크 엔드리슨은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지가 않았다.

마크 엔드리슨은 최민혁 실장이 도와준다면 금융 보안 표준을 확정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실제로 은행 담당자 역시 관심을 보이기도 했고 말이다.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그런 중에 나온 이야기는 다름 아닌 MS.

“MS 말입니까? 그쪽은 우리와 사이가 좋지 않아서 협업이 어려울 겁니다.”

“MS 쪽과 진솔하게 이야기를 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그건 좀 어렵습니다.”

최민혁 실장은 뒤늦게 폴 콘프레이 부사장의 시선을 받았다. 그는 어깨를 으쓱하고 말았다. MS와 마크 엔드리슨의 관계가 어떻게 펼쳐지는지 잘 알기 때문이다.

‘뭐, 불구대천 원수지간이니까. 생각해 보니, 이것도 문제네.’

그는 이제까지 일을 참 쉽게 풀어갔다. 이유는 자신이 하나의 플랫폼을 만들어서 그 안에 다 집어넣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절대 갑이었다.

그런데 인터넷 표준은 이야기가 좀 달랐다.

그는 입맛을 다시고 말았다. 좀 더 빨리 손을 썼다면 나쁘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 사업까지 자신이 먹어서는 곤란한 것 같았다.

‘독과점이 문제겠어. 그 일까지 먹으면 정말 상원에서도 날 블랙리스트에 올릴 테니, 그것은 좀 아닌 것 같구나.’

그는 때문에 이 자리에서는 신용 카드, 인터넷 결제의 미래에 대한 힌트만 슬쩍 풀었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보안성도 같이 결부해서 말이다.

다만 공짜 이야기만 풀지는 않았다.

“이번에 곧 출시되는 아이팟에 마스터 카드를 포함한 결제 시스템이 포함됩니다. 다만 보안 문제는 다소 미흡합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스티븐과 이야기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호, 그거 정말 흥미로운 정보입니다.”

마크 엔드리슨은 최민혁 실장의 말에 단순히 흥미만을 보이지 않았다. 그 역시 요즘 에플 주가 폭등에 대해서 잘 안다. 그 열기를 주도하는 이가 스티븐이고, 이번 CES 기조연설이 이에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말이다.

최민혁은 그제야 방긋 웃었다.

“절대로 실망하지 않을 겁니다.”

“좋네요. 이번 스티븐의 기조연설에 반드시 참석하겠습니다. 거기서 스티븐과 직접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스터 카드 부사장인 폴 콘프레이 부사장 역시 슬그머니 끼어들었다.

여전히 포기한 채 달려 나오다가 최민혁 실장의 경호원에 가로막힌 채 귀를 쫑긋한 김현탁 사장 역시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목소리가 찢어져라 소리쳤다.

[최 실장님, 저도 이번 스티븐의 기조연설에 반드시 참석하겠습니다!]

마크 엔드리슨은 주변의 뜨거운 시선을 받은 채 김현탁 사장을 발견하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아는 사람입니까?”

“그냥 몇 번 대화만 한 사이입니다.”

“아, 이해합니다.”

세 사람의 대화는 좀 더 친밀하게 바뀌었다.

그들은 이번 모임에는 이미 관심을 버렸다. 최민혁 실장과의 협상이 더 중요했다.

물론 뒤에 있던 기자들은 그들의 대화 모습을 정신없이 찍었고 말이다.

최민혁은 저 멀리서 들리는 ‘최민혁 실장님, 제발 이야기 좀 합시다, 딱 10분, 아니, 3분만 내주십시오!’라고 외치는 김현탁 사장의 말을 계속 무시하기만 했다.

‘정말 집요하네.’

* * *

최민혁도 마크 엔드리슨과 만나서 앞으로 긴밀한 협의를 나누자고 이야기했다. 그로서는 사업 동반자로 생각했다.

당연히 이 과정에서 최민혁 실장과 마크 엔드리슨의 친근하게 대화를 나누는 사진이 기사화되었다.

국내 언론만이 아니었다.

놀랍게도 미국 언론에서도 이들 모습을 특종으로 보도했다.

[MP3의 아버지 최민혁 실장과 인터넷 선구자인 마크 엔드리슨이 손을 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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