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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상황이 너무 미묘했다.
에플 주가가 무려 120달러를 돌파한 것이었다.
“미쳤네.”
최민혁은 자신의 전생 기억을 아무리 뒤져 봐도 지금 같은 에플 주가를 확인할 수가 없었다. 이건 에플 역사가 완전히 바뀐 것이었다.
‘뭐, 내가 근원이기는 하지만 좀 심한데.’
조성돈 팀장 역시 당혹스럽기는 매한가지였다. 그 역시 이 비정상적인 에플 주가를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요? 에플 공매도 물량이 계속 늘어나는데, 주가가 계속 올라가다니.”
이미 에플 공매도 물량은 다우존스 주식 중에서 다섯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어마어마한 규모였다.
투자 주의 경고도 나왔고 말이다.
미국 증권사도 에플 주가의 갑작스러운 폭등에 한 차례 경고했다.
결국 SEC가 에플 주가를 살펴봐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에플 주가의 거품이 빠지면 큰일이 생길 것이라는 협박도 있었다.
최민혁 역시 곰곰이 생각했다. 그는 물론 벨린 투자에 자금이 꽤 있다는 것을 안다.
2조 6천억, 15억 달러 이익 말이다.
거기에 벨린 투자는 에플 주식을 가지고 지속해서 단타 수익 실현도 해서 초호화 펜트 하우스, 빌딩을 많이 사들였다.
KMBOOK과 같은 벤처 기업 자산은 제외하고서라도 말이다.
‘아, 구골도 있지.’
구골은 KMBOOK에 가려서 잘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
하지만 대학가를 중심으로 꾸준한 성장세를 계속 보이는 중이었다.
그는 고민하다가 문득 에플 주가 폭락 시나리오를 떠올렸다.
자신이 적극적으로 손을 대지 않는 이상 에플 주가 폭락은 정해진 운명이었다.
당연히 굳이 그 폭락을 막을 생각은 없었다.
자신 역시 그 기회를 이용해서 차익을 제대로 볼 생각이니까.
‘이미 미국 정부 쪽에도 경고를 했으니, 큰 문제는 안 될 거야. 다만 여론이 너무 나빠져도 문제가 될 수 있어. 자칫하면 내가 마녀사냥 대상자가 될 수 있으니까. 가만, 지금 에플 주식이 32% 남았으니, 대략 12%만 정리한다고 하면…….’
과거 최민혁 실장이 구입한 지분은 1달러 기준으로 모두 1조 물량을 사들였다.
그 주식 가치가 지금은 100달러 수준을 넘어섰다.
자잘한 금액을 빼고 대충 계산하면.
‘12조인가?’
12조.
지금 얻은 이익이 2조 6천억, 15억 달러를 모두 합치면 대략 15조가 넘는 자금이었다.
‘와아, 장난 아니네.’
최민혁은 미리 달러를 비축할 생각이었으니, 그렇게 나쁜 선택은 아니었다.
다만 에플 지분이 20%로 줄어들기는 할 테지만 샐로먼 브러더스가 알아서 다시 에플 주가를 폭락시킬 테니, 그때 에플 주식을 다시 사들이면 될 일이었다.
중요한 것은 에플 주식의 거품 일부를 빼는 것도 나빠 보이지 않았다.
“조 팀장님, 이번 기회에 에플 지분을 좀 정리할까 하는데, 어때요?”
조성돈 팀장은 화들짝 놀랐다.
“저, 정말 에플 주식을 팔 생각입니까? 하지만 스티븐 기조연설 이후에, 아이팟과 아이컴 판매량 때문에 에플 주가가 폭등하지 않을까요?”
최민혁은 쓰개 웃고 말았다.
“그 물량으로 에플의 원래 가치가 어느 정도 나올 것 같습니까?”
“네? 그건…….”
조성돈 팀장도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에플 매출과 미래 가치를 고려하면 아무리 높이 쳐주어도 50달러 안팎이다.
지금의 120달러는 말도 안 되는 주가였다.
어떻게 보면 최민혁 실장이 대주주라는 프리미엄 때문에 오히려 에플 주가가 이렇게 거품이 잔뜩 끼었다고 봐야 했다.
물론 그 원인 중의 하나가 바로 애니가 탑재된 세계 최초의 모델이란 점이다.
다만 이 부분도 아직 명확하게 밝혀진 것도 아니고 말이다.
최민혁 실장은 그 점을 잘 알았다.
“주가란 게 그렇죠. 미래 가치 때문에 거품이 생겼으니까. 실제 실적이 드러나면, 거품이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공매도 세력 때문에 일어난 일이기는 하지만 너무 지나쳐도 저 역시 유탄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하긴 미국 정부가 나서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할 수 있겠군요.”
“네. 그러니 그 폭발을 좀 줄일 필요가 있죠. 거품을 일부 빼놓으면 피해 보는 투자자는 아무래도 줄어들 겁니다.”
이보다는 그 과정에서 시세 차익을 챙길 수 있다는 점까지는 딱히 말하지 않았다.
“…….”
조성돈 팀장은 눈을 부라리는 최민혁 실장의 눈치를 봤지만 차마 시세 차익 이야기를 할 수가 없었다.
“물론 애니 성능이 대단한 것은 사실이죠. 하지만 에플이 그 원천기술을 가진 것도 아니죠. 어디까지 솔루션을 적용한 것에 불과하니까. 그런데 디지털 웨이도 애니가 적용된 시제품을 곧 내놓을 겁니다. 에플 거품은 오래가지 못할 겁니다.”
“하지만 최민혁 실장님이…….”
최민혁 실장은 피식 웃었다.
“제가 지분을 정리하면 상황이 좀 달라지죠. 최민혁 실장 프리미엄은 사라질 테니까.”
조성돈 팀장은 계획보다 주가가 더 폭락하는 것을 걱정했다.
“…맙소사. 그, 그걸 아시면서 에플 지분을 매각하시려는 겁니까?”
최민혁 실장은 피식 웃었다.
“그런데 잘 생각해 보세요. 이대로 에플 주가를 그대로 두면 거품이 더 쌓일 겁니다. 그건 저에게 좋을 것이 없어요. 차라리 거품 일부를 정리하는 것이 더 바람직합니다.”
정말 에플 주식 차익 실현 때문은 아니다라고 웅변하는 최민혁 실장.
조성돈 팀장은 잽싸게 에플 차익 가격을 떠올리고는 혀를 찼다. 그는 뻔히 속내가 보이는 이야기를 더 할 수는 없었다.
“…알겠습니다. 벨린 투자의 우영민 부장에게 이야기해 놓겠습니다.”
“딱히 급한 일은 아니니, 가능하면 문제가 없도록 속도 조절을 해두라고 하세요.”
“…네.”
조성돈 팀장은 그게 속도 조절을 한다고 해서 될 일인가 싶었다.
최민혁은 문득 이번 LC 전자와 HY 전자 일을 떠올렸다.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샐로먼 브러더스, 우리 최문경 부회장, DL 그룹 같은 쪽에 시선을 끌어서는 곤란해요. 괜한 변수를 더 만들고 싶지는 않으니까.”
“명심하겠습니다.”
* * *
벨린 투자의 우영민 부장은 최민혁 실장의 지시를 철저하게 지켰다. 그는 최민혁 실장이 주식을 팔라고 하면, 팔았다.
사라고 하는 주식은 아낌없이 샀다.
그 차익으로 초호화 펜트 하우스, 부동산, 건물을 닥치는 대로 사들였다.
주식에 집착한 터라 이 부동산 쪽은 따로 다른 사업부에 맡겼다.
실질적인 관리는 잘 몰랐다.
그저 누군가 들어와서 살 것으로 생각했다.
실제로 원하는 이들이 있으면, 월세를 주고 말이다.
이 수익이 실제로 만만치 않았다.
그는 때문에 최민혁 실장에게서 에플 지분 12%를 정리하란 지시를 받고서도 별로 놀라지 않았다.
‘하긴. 올라도 너무 올랐어.’
솔직히 의아하기는 했다.
최민혁 실장이 갑자기 한국에 가서는 미국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그는 호기심 때문에 최민혁 실장이 한국에서 뭘 하나 살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최민혁 실장은 LC 전자 및 HY 전자와 갈등 중이었다.
다만 이전 다른 갈등과는 달랐다.
최용욱 회장의 중재를 받아서 적당한 선에서 타협했기 때문이다.
‘그 일이 에플 주가를 더 자극한 것 같아. 기가 막힐 노릇이야.’
다만 무려 120달러를 돌파해도 에플 주가는 멈추지 않았다.
130달러, 140달러를 넘보면서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게 가능한 것은 다우존스의 갑작스러운 주가 폭등 때문이었다.
미국 주식 시장이 이상스러울 정도로 활황세를 이어간 것이었다.
그러니 호재가 많은 에플 주가는 계속해서 오를 수밖에 없었다.
다만 여기에 비판도 있었다.
카더라만 있지 정작 에플이 내보인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오히려 스티븐을 아가리 파이터라고 비난하는 이들마저 있었다.
그만큼 에플 주가는 이상할 정도로 폭등했다.
이 일은 당연히 한두 세력이 한 것이 아니었다. 샐로먼 브러더스, 타이거 펀드, 모건 스탠리를 비롯한 다양한 세력이 함께 일을 벌였기 때문이다.
강준석 팀장은 잡다한 일을 하면서도 벨린 투자의 브로커 역할도 같이 했다.
“가끔 보면, 최민혁 실장님이 정말 무서울 때가 있습니다.”
우영민 부장 역시 순순히 수긍했다.
“그렇지. 저들 세력을 배후에서 조작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니까.”
“제 말은 저들이 그걸 알고도 당하는 건가 그런 생각이 든다는 겁니다.”
“모르지는 않을 거야. 특히 모건 스탠리는 모를 수가 없어.”
“…이익 때문일까요?”
“그렇지. 모건 스탠리가 다른 투자 은행과 서로 연합하는 것 같아도 결국에는 이익 때문이니까. 만약 이익이 되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뒤통수에 칼을 꽂고도 남아.”
“생각해 보면 타이거 펀드의 최근 행보가 그런 것 같습니다.”
“돈에 미친놈들이야.”
강준석 팀장은 혀를 차고 말았다. 그 역시 KM 전자에 입사할 때만 해도 순수한 야망을 품었다. 그런데 미국에 와서 이런저런 일을 하면서 그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기업 전쟁에는 영원한 아군도, 영원한 적도 없었다.
오직 이익이 되냐 아니냐로 구분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최민혁 실장님은 어린 나이에도 이런 현실을 잘 아는 것 같습니다.”
“최 실장님은… 돌연변이야. 새로운 진화종으로 우리와는 격이 달라.”
“…네.”
강준석 팀장도 우영민 부장 이야기에 수긍하고 말았다.
우영민 부장이 결국 한마디 했다.
“최 실장님이 지시한 일이니, 신경을 좀 써야 할 것 같아. 이번 일은 이전 일과는 성격 자체가 많이 다른 것 같으니까.”
“…알겠습니다.”
강준석 팀장은 곧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번 벨린 투자와 관련해서 KM 전자 계열사에 대한 것을 일일이 다 확인해야 했다.
‘당분간은 바빠지겠어.’
* * *
투기 세력들이 에플 주식에 끼어들면서 시간이 없어서 주식 확보에 무리수를 많이 뒀다.
다른 투자자 역시 이들 세력이 모이자 같이 숟가락을 올린 것이었다.
여기에는 뒤늦게 에플 투기에 합류한 골드만 삭스를 비롯한 미국의 4대 메이저 투자 회사도 일부 있었다.
이들은 한발 늦게 나선 탓에 손해를 많이 봐야 했다.
하지만 이미 다우존스에 도는 에플 주식량은 그렇게 많지가 않았다.
덕분에 에플 주가는 단기 폭등할 수밖에 없었다.
우영민 부장은 이들 세력이 에플 주식 시장에 끼어서 복마전을 만든 것을 잘 알았다. 그는 때문에 최근 채용한 전문 투자자에게 지시하면서도 식은땀을 흘렸다.
주식 자금 규모에 말이다.
“…저, 정말 에플 주식 12%를 매각하는 것 맞습니까?”
“…보스 지시 사항입니다!”
“…하지만 규모가 작지 않습니다. 이 정도면 한화로 무려 12조 물량입니다. 아무리 다우존스 덩치가 크다고 해도 영향을 줄 겁니다.”
이건 이번에 새로 채용한 증권 브로커 한 사람의 의견이 아니었다.
일하던 수십 명의 증권 브로커 역시 손을 놓은 채 다들 자리에서 일어나서 지켜보았다.
그들 역시 에플 지분 매각 물량에 따른 결과를 떠올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문제가 될 것 같았다.
우영민 부장은 그들을 탓하지 않았다. 그들은 나름 월가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였다. 오히려 저런 반응이 당연했다.
하지만 벨린 투자는 애초에 최민혁 실장 지시에 따라서 움직였다.
“보스가 직접 지시한 사안입니다.”
“제 말은 보스 지시를 거부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이거 여파를 무시할 수 없습니다. 차라리 블록딜로 처리하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그걸로 지금 가격에 팔 수 있겠어요?”
“그건…….”
증권 브로커는 서로 쳐다보았다. 하지만 우영민 부장 말에 수긍하는 이는 없었다. 에플 주가는 거품이 너무 많이 꼈다.
블록딜은 그걸 고려해서 진행하는 일이었다.
정상적인 거래가 아닌 거다.
우영민 부장은 굳이 그들을 재촉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최민혁 실장이 서두르지 말라고 했지만 그렇다고 느긋하게 주식을 정리하라고 하지도 않았다.
주가에 문제가 없다면, 당장 하루에 다 던져도 된다고 했다.
지켜만 보던 강준석 팀장 역시 조심스럽게 말했다.
“사전에 생길 수 있는 문제를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요? 분명히 문제가 생길 겁니다.”
“…문제가 될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