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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3세는 조용히 살고 싶다-942화 (942/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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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모바일 인공지능 기술은 기존 인공지능 기술과는 또 다른 기술이었다.

세계 그 어떤 기업도 아직도 걸음마조차 떼지 못한 기술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기술의 근원도 메이런 프로젝트였으니.

미국 국방성이 그걸 모를 리가 없다.

아니, 당시에는 몰랐을지라도 지금은 알 것이다.

모바일 애니 인공지능 기술도 나왔기 때문이다.

아니, 어쩌면 이 기술은 상용화되기 어렵다고 자만했을지도 몰랐다.

이지수 박사가 그걸 냉큼 성공하게 시켰으니까.

최민혁 실장은 거기에 LC 전자 및 HY 전자와 각 잡고 협상 중이었다. 물론 채찍과 당근을 같이 휘둘러서 말이다.

‘충격이 크겠지.’

회귀자인 최민혁 실장 자신도 내심 놀란 일이었다.

미국 국방성이 만약 그 가치를 알았다면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

다만 시제품 무인 항공기가 자폭 드론처럼 추락했으니.

그들도 이지수 박사의 눈치를 보면서 전전긍긍할 뿐이었다.

최민혁 실장도 복잡한 정치 역할이 귀찮기는 했지만, 씩 웃었다.

그는 이제 미국 정부를 상대로 마음대로 갑질할 수 있는 SSS급 절대 무기를 손에 쥐었으니까.

조성돈 팀장은 옆에서 눈치를 보다가 결국 조심스럽게 말했다.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누구 말입니까? 카스 프리먼 차관 말입니까?”

“네.”

“뭘 어떻게 합니까? 미국 현직 국방성 차관인 사람을 말이죠. 설마 납치나 암살이라도 할 생각입니까?”

“그건 아니지만…….”

“뭐, 정중하게 스카우트 제의한 것을 뭐라고 할 수는 없죠. 차라리 잘되었다고 봐야죠. 그들도 어느 정도는 눈치를 챘다는 얘기니까.”

“모바일 인공지능 기술 말입니까?”

“네. 기술적으로 여전히 문제가 많잖아요. 우리도 상업적인 목적을 위해서 오히려 기능을 줄여 나갈 수밖에 없으니까.”

“하긴 오성 전자 측에서도 이런저런 이야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가전제품이 미묘한 상태에 놓이는 경우가 많아서 그걸 사람들이 입맛대로 쓰는 게 쉽지가 않은 것 같습니다.”

최민혁 실장은 쓰게 웃었다.

“그거야 당연하죠. 한 세대, 아니, 두 세대를 앞서간 기술이니까.”

“네?”

“아마 미래에도 그런 기술을 완성하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하긴.”

조성돈 팀장은 순순히 수긍했다. 김명준 과장 역시 다르지 않았다.

최민혁 실장은 이 점을 다시 강조했다.

“지금은 무리수를 둘 필요가 없어요. 오히려 미래 기술이라는 측면을 노려서 전략적으로 써먹는 것이 좋아요. 상대 처지에서는 판단하기가 모호하니까.”

“네. 다만 오성 전자에 이어서 LC 전자에만 집중한 일이 너무 커지는 것 같아서 걱정입니다.”

최민혁 실장이 그를 째려봤다.

“미국 국방성의 움직임도 있으니, 설마 이번 일도 저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겁니까? 전 카스 프리먼 차관을 압박하지 않았습니다.”

“아, 그건 아닙니다. 다만 이전에는 최민혁 실장님이 직접 관련된 일에만 문제가 생겼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번 일은 최민혁 실장님이 직접 손을 대지 않아도 생긴 문제라 그게 걱정입니다.”

“그거야…….”

최민혁 실장도 혀를 차고 말았다. 다만 그도 지금은 한국, 미국, 일본에서 일어나는 일을 더 키우고 싶지는 않았다.

“…LC 전자 일도 가능하면 일을 키우지 말죠. 정말 괜한 오해를 더 받고 싶지는 않으니까. 그보다 한병수 실장 쪽을 알아보세요. 뭔가 일이 생기지 않고서야 이렇게 민감하게 움직일 리가 없을 테니까.”

“…바로 확인해 보겠습니다.”

* * *

한병수 실장이 나름 극단적인 방법을 쓴 것은 단순히 데니스 샐로먼 이사의 부추김 때문이 아니었다. 그는 지금 상당히 난감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바로 휴대폰 사업 판매 저조 때문이다.

그는 결국 이쪽저쪽을 뛰어다니면서 휴대폰 가입비를 대폭 내렸다.

휴대폰 가입비 총액이 절반으로 내려가면서 그제야 휴대폰 판매가 좀 숨통이 트일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문제는 경쟁업체다.

대표적인 주적이 바로 모토롤라였다.

이들 역시 가입비 인하의 혜택을 본 것이었다.

다만 현장은 좀 달랐다.

휴대폰 대리점 입장은 상황이 달랐다.

이들이 중간에 끼면서 휴대폰 가입비 하락의 여파는 크지 않았다.

한병수 실장은 이런 짜증이 나는 문제를 일일이 살펴야 했다.

그는 필요하다면 대리점을 직접 찾아가서 문제를 점검했다.

애니 모바일 솔루션 문제가 터진 것은 바로 이 미묘한 시기였다.

그가 무리수를 둘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하지만 상황이 그리 녹록하게 흘러가지 않았다.

KM 전자가 아니라고 해도 KM 그룹은 돈이 많았다.

아주 많았다.

KM 그룹 사내 유보금이 무려 7,000억을 넘었다는 설이 있었다.

KM 그룹이 경영을 잘해서가 아니었다.

KM 그룹 계열사 10여 개만 남겨두고, 죄다 정리한 결과였다.

작년과 연초만 해도 한창 한국 기업은 장밋빛 기대로 가득했다.

아니, 지금도 마찬가지다.

코스피 1,200 돌파가 그 증거였다.

물론 이 배후에는 다름 아닌 최민혁 실장의 KM 전자가 있었다.

최민혁 실장이 벌인 온갖 일과 관련된 기업의 기대치가 다른 한국 기업에도 영향을 준 것이었다.

일테면 메모리 하나만 놓고 봐도, 오성 전자 역시 최민혁 실장의 수혜를 입은 것이니까.

더욱이 타이거 펀드 사태가 어떻게 보면 이에 대한 증거였다.

그저 허황한 추측이 아니라 실제로 존재하는 의미 말이다.

한병수 실장도 사람인데, 최민혁 실장을 시기하지 않을 리가 없다.

다만 그는 가능하면 ‘최민혁 실장’의 이름을 기억하지 않으려고 했다.

효과는 있었다.

데니스 샐로먼 이사가 건드린 것이 바로 이 부분이었다.

한병수 실장은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나서는 아차 싶었다. 그는 자신이 귀신에 홀린 것이 아닌가 싶어서 정신 병원에 가서 진단도 받았다.

다행히 정신질환은 아니었다.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하지만 마주한 LC 전자 중앙 연구소장 권혁수는 진지했다.

“네? 그게 무슨 말입니까? 다행이라뇨?”

“아, 아니에요.”

그는 힐끗 뒤늦게 회의실에 들어온 임명진 부장을 쳐다보았다.

그 역시 평소와는 달리 지친 얼굴이었다.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한병수 실장을 대리해서 실무진끼리 사전 협의를 했다.

“결과는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우리 쪽 행보에 대해서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는 않았습니다.”

한병수 실장은 화들짝 놀랐다.

“저, 정말이야?”

“그런데 그쪽에서 한 가지 요청하는 것이 있습니다. CMOS 카메라 모듈입니다.”

“설마 휴대폰에 들어가는 그 카메라 모듈을 말하는 거야?”

대답은 권혁수 소장이 했다.

“그건 말도 안 됩니다. 이미 휴대폰 개발은 끝난 상황이고, 카메라 모듈 계약도 다 진행이 끝난 상황입니다. 그걸 기획 팀에서 바꿀 수는 없습니다!”

사실 당연한 반응이었다.

연구소장이라면 말이다.

아니, 그는 상황을 걱정해서 영업 팀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황당한 것은 영업팀장이 직접 땀을 뻘뻘 흘리면서 이 자리에 나타났다.

“절대로 안 됩니다! 그건 말도 안 됩니다! 이건 단순한 차원에서 진행하는 일이 아니라 그룹 차원에서 진행하는 일입니다! 아무리 한병수 실장님이라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가 이렇게 길길이 날뛰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바로 구조조정 때문이었다.

시작은 KM 그룹의 최용욱 회장이 했지만, LC 그룹 역시 그 쓰나미에서 비켜나지 못했다.

특히 KM 전자가 보여준 눈부신 구조조정의 결과가 문제였다.

LC 그룹 역시 돈이 안 되는 사업을 일사천리로 정리했다.

거기엔 돈이 안 되는 사업부 역시 포함한다.

이제 막 시작한 휴대폰 사업이 바로 그 대상이었다.

하지만 한병수 실장의 입장은 좀 달랐다. 그는 최민혁 실장과 극한 대립을 할 수가 없었다.

“카메라 센서라면, 혹시 KM 센서에서 얼마 전에 우리 쪽에 보여준 그 센서를 말하는 겁니까?”

“네.”

“그건 아직 문제가 많다고 들었습니다. 이미 검토한 것 아니었습니까?”

“문제가 된 부분은 이미 교정이 된 것 같습니다. 시제품 생산에도 성공했습니다.”

“하.”

한병수 실장은 기가 막혀서 탄식하고 말았다. 그게 그렇게 쉽게 될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도 뒤늦게야 KM 그룹의 엔지니어들 역량을 떠올렸다. 그들의 실력은 진짜였기 때문이다.

사실 LC 전자 기획실은 KM 센서 제안을 대놓고 거절하지는 않았다. 다만 내부적으로 KM 센서 제품을 쓸 수가 없었다.

LC 전자 역시 나름 카메라 모듈과 관련해서 업체를 다 정해놓았다.

성능은 당연히 나빴다.

그런데 카메라 시장의 미래를 고려하면, 그래도 자체 기술을 보유해야 했다.

이건 단순히 카메라 모듈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미래 휴대폰 카메라 시장 선점과 관련이 있는 일이었다.

실제로 LC 전자는 LC 정보 통신을 비롯한 몇몇 관련 계열사로 이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했다. 모두 500억 가까운 자금을 투자한 것도 그런 이유였다.

한병수 실장은 그런 점을 잘 알았다. 그는 때문에 권혁수 연구소장이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말하는 의미를 모르지 않았다.

“하면 모바일 애니 솔루션을 포기하자는 말입니까? 그것도 모바일 제품, 특히 휴대폰에 적용 가능한 제품을 말입니다.”

“그건…….”

“권 소장님이 대안을 내주세요. 그러면 저도 권 소장님 의견을 수긍할 테니까. 하지만 지금은 다른 대안이 없습니다. 현 상황에선 최민혁 실장과 협상을 하는 게 오히려 훨씬 낫습니다.”

권혁수 연구소장은 하늘이 무너져라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권 실장님 의견이 맞습니다. 지금 당장 휴대폰이 많이 팔리는 것도 아니고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장기적으로 본다면 지금부터 기술을 축적해야 합니다.”

“그 기술 축적 때문에 말하는 겁니다. 일단 애니 솔루션을 그대로 적용한다면, 어떻게 해서라도 기술을 따라가려고 노력이라도 하죠. 그게 그냥 단순히 베끼는 것만으로 가능하겠습니까? 또 저번처럼 사고를 칠 생각입니까?!”

“그건…….”

“제가 아버지에게 불려 가서 얼마나 욕을 처먹었는지 압니까? 그런데 우리 아버지도 할 말은 있어요. 회장님이 진짜 열받았으니까.”

“회, 회장님에게 보고가 올라간 겁니까?”

“당연하잖아요. 그 일이 회장님 구두 지시에 따라서 진행한 일이니까.”

정확히는 애니 아파트로 뒤통수를 맞은 LC 그룹 회장이 자존심이 상해서 직접 지시한 일이었다. 그 딴에는 회장 지시이니, 잘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 결과를 알고 나서는 분노했고 말이다.

애니 아파트 기술력이 어떤지 그따위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최민혁 실장이 했으니, 자신들도 할 수 있다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것이었다.

한병수 실장도 한숨을 내쉬었다.

“KM 센서의 휴대폰 카메라 모듈 개발도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지금에서야 양산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도 문제가 많았다는 증거입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할 수 없는 일에 무리수를 둘 수는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권혁수 연구소장은 결국 한 걸음 물러나고 말았다. 하지만 그의 표정이 좋을 리가 없었다. 밑에 실무진이 수긍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애니 모바일 솔루션을 사들이는 것도 그렇다.

과연 그 기술을 사용한다고 제대로 베낄 수 있을지도 확실치가 않았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로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결합한 구조야. 한 가지라면 어떻게 집중하겠지만…….’

두 가지 기술 융합은 전례가 없는 것이었다.

“물론 압니다. 내부 반발이 심각하리라는 것을 말입니다. 협력 업체에서도 난리를 칠 겁니다. 하지만 차라리 그렇게 해서라도 막는 게, 더 사태가 커지는 걸 예방할 수 있습니다. 지금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KM 전자에 기술력으로 밀려서입니다!”

“…네.”

권혁수 연구소장은 LC 그룹 차원에서 손을 쓰면 어떨까라는 질문을 차마 하지는 못했다. 다른 이들과는 달리 최민혁 실장을 건드리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긴 재정 경제원 일도 있으니.’

시사 공영 방송에 나가서 최민혁 실장이 내뱉은 국가 부도설 이야기는 아직도 논란의 여지가 많았다. 그럼에도 그 누구 하나 최민혁 실장을 건드리는 이는 없었던 것이다.

다른 이유도 아닌, 그저 무서워서.

‘하긴 우리만 해도 그러니. 이번 일은 아무래도 아닌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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