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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3세는 조용히 살고 싶다-941화 (941/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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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수 박사는 바로 대답하지는 못했다. 그녀 역시 이 부분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일은 그녀 자신이 다 했다.

다만 지능형 모듈과 관련해서 어떻게 풀어 가야 할지 그 방향성을 정하고 기반 기술, 인력, 자본을 댄 사람은 최민혁 실장이 맞았다.

거기에 인공지능 칩은 덤이고 말이다.

조창호 차장 역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최민혁 실장이 기반을 다 마련해 줬다고 말했다. 심지어 ARN 엔지니어 역시 마찬가지다.

원래라면 ARN 엔지니어도 자부심이 강해서 최민혁 실장 말을 듣지 않는다.

그런데 그들도 최민혁 실장만큼은 예외로 처리했다.

최민혁 실장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한 것이었다.

덕분에 요즘 ARN 분위기는 뜨겁다 못해 용광로처럼 활활 타올랐다.

그녀 스스로도 그 부분은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가 없었다.

“…솔직히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우리 최민혁 실장님이 보통 사람이 아닌 것은 분명합니다. 저로서도 감히 측정할 수가 없으니까.”

“으음.”

카스 프리만 차관만이 아니었다. 그와 동행한 국방성 관료는 다들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지수 박사의 말이 결코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지수 박사의 성향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거짓을 말할 사람이 아니었다. 차라리 말을 하지 않았으면 않았지 허위 사실을 얘기할 사람은 아니니까.

더욱이 이번 일은 이미 FBI, NSA 차원에서 따로 정보를 정리한 결과를 보고 난 후였다.

그런 그녀가 최민혁 실장을 찬양하다니.

그래서 더 믿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냥 끙끙 앓을 수만은 없었다.

차라리 최민혁 실장이 한국에 가 있는 동안에 뭔가를 해야 했다.

카스 프리먼 차관은 힐끗 동행한 이들의 표정을 살핀 후에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가볍게 두들겼다. 그는 결국 커피를 홀짝이면서 일단 이성을 차렸다.

사실 그도 이 자리에서 정말 묻고 싶은 것이 많았다.

그런데 섬뜩한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이지수 박사의 경호 팀을 보자 그럴 수가 없었다.

특히 팔짱을 낀 채 지켜보는 박소영 팀장 말이다.

자신의 경호 팀은 다들 긴장 어린 눈으로 박소영 팀장을 쳐다보기만 했다.

잔뜩 쫄아서 함부로 설치지도 못했다.

물론 불만이 있는 이도 있었지만, 선뜻 나서지는 못했다.

그들 역시 박소영 팀장의 한 수에 혀를 내둘렀기 때문이다.

카스 프리먼 차관은 일단 경호원을 물려달라고 부탁해 봤다.

하지만 이지수 박사는 단호했다.

“저들이 없다면 전 이 자리에서 일어나겠습니다.”

카스 프리먼 차관은 결국 반사적으로 말을 내뱉고 말았다.

“사실 우리 국방성에서는 이지수 박사를 오랫동안 지켜봤습니다.”

“스카우트 제안입니까?”

“네? 그, 그게…….”

이지수 박사는 피식 웃었다. 그녀는 차가운 눈으로 카스 프리먼 차관을 쳐다보았다.

“설마 과거 일을 다 잊은 겁니까? 절 사냥감처럼 몰이해서 결국에 스탠퍼드 대학까지 몰고 간 거 말입니다. 그 배후에 국방성이 있다는 것을 제가 모를 거로 생각했습니까?”

“저, 절대 아닙니다!”

“물론 직접적으로 하지는 않았죠. 뒤에서 압력만 넣었을 테니까. 설마 제가 굴복할 거로 생각했습니까?!”

피를 토하는 이지수 박사.

격앙된 이지수 박사.

평소와는 많이 달랐다.

헬렌이 안쓰러운 눈빛으로 이지수 박사 등을 토닥거려주었다.

카스 프리먼 차관은 아차 싶었다. 그도 이지수 박사가 과거 일을 아직도 가슴 속에 품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 그건 오해입니다!!”

“오해라? 참 말 편하게 하시네요. 제 성격 아실 텐데요? 전 절대 남에게 굴복하고 싶지 않습니다. 정 안 되면 그냥 모든 것을 접을 생각이니까.”

“…….”

카스 프리먼 차관은 내심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사실 그도 가장 크게 우려한 부분이었다. 이지수 박사는 외골수적인 성격 때문에 남과 타협할 인물은 아니었다.

‘사실 최민혁 실장이 없었다면, 스탠포드 대학을 그만뒀을 거야. 어쩌면 한국으로 돌아갔을지도 모르겠지. 자기 경력을 다 포기하고 말이야.’

그렇게 되었을 때 보험으로 둔 이가 바로 이지수 박사의 아버지 데니스 리였다.

미국 정부가 데니스 리의 불법적인 면을 몰라서 그냥 둔 것이 아니었다.

이지수 박사는 섬뜩한 눈빛을 한 채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만약 최민혁 실장님이 아니었다면, 당신들과 협조하는 일도 없었을 겁니다. 그런데 스카우트? 하, 정말 사람 우습게 아는군요.”

그리고 일어서 버린 이지수 박사.

이지수 박사의 뒤를 따르던 박소영 팀장은 그제야 대화 중에 상대 정체를 알고 나서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녀도 당황하고 만 것이었다. 설마 상대가 미국 국방성 소속 고위직인 카스 프리먼 차관인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녀는 그제야 김명준 과장이 자신에게 맡긴 인물이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통쾌하기는 한데, 저거 괜찮은 거야? 일단 보고는 해야겠어. 그나저나 보통 사람이 아니었구나. 난 레즈비언 친구라서 이상하게 봤는데…….’

* * *

박소영 팀장은 KMBOOK 본사로 돌아오는 중에도 어떤 식으로 보고해야 할지 고민했다. 상대가 상대인 만큼 추가 조사도 필요했다.

그녀는 때문에 한 사람이 자신을 쳐다본다는 것도 깨닫지 못했다.

“고마워요.”

그 한마디 말.

박소영 팀장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이지수 박사가 따스한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중이었다.

“정말 감사해요.”

허리를 꾸벅 숙이는 이지수 박사 모습은 평소와 많이 달랐다.

박소영 팀장은 화들짝 놀라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고 말았다.

“아, 아닙니다.”

“사실 정말… 통쾌했어요.”

“네?”

“미국 국방성 관료의 갑질은 이미 많이 경험해 봤어요. 그때는 단 한마디 말도 못 했어요. 한국 대기업이 하는 갑질은 갑질도 아니죠.”

미국 국방성 고위 관료가 각 잡고 협박하는 일이다.

어지간히 담이 있어도 쉽게 대응하기가 어려웠다.

이지수 박사도 그동안 쌓인 것이 많았다.

그런데 박소영 팀장이 자기 힘으로 직접 대응한 것이었다.

이지수 박사는 그 행동에서 오히려 대리만족을 느끼고 말았다.

헬렌은 그런 이지수 박사의 등을 토닥거려 주었다.

이지수 박사는 헬렌을 째려봤고 말이다.

그러자 헬렌은 이 미묘한 분위기에 슬그머니 뒤로 물러났다.

박소영 팀장은 눈앞에서 벌어지는 그 묘한 분위기(?)에 혀를 찼다. 그녀도 레즈비언 두 사람, 아니, 레즈비언 헬렌의 짝사랑이 이상했다.

가끔이지만 헬렌의 눈빛도 이상했다.

지금 당장이 그랬으니까.

그녀는 물론 겉으로 내색하지는 않았다.

“전 경호원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경호원은 감히 그런 식으로 일을 못 해요.”

“…네.”

박소영 팀장은 혀를 찼다.

* * *

이지수 박사는 굳이 지난 이야기까지 합쳐서 자세한 설명을 박소영 팀장에게 해 주었다. 심지어 단순히 말로만 끝내지 않았다.

그녀는 최근 진행하는 한 가지 프로젝트 현황까지 보여 주었다.

그곳에는 조창호(?) 차장이 연구실 한쪽 구석에 처박혀서 자고 있었다.

헬렌에게 실망하고서 한국으로 돌아갔다가 다시 이지수 박사의 부탁에 미국으로 돌아온 것이었다.

거기에 헬렌이 이지수 박사 부탁 때문에 달달한 말은 아니지만, 부탁도 했고 말이다.

조창호 차장은 사랑을 얻기 위해서 미친 듯이 일을 했다.

덕분에 지능형 모듈 프로젝트 진행에 가속이 붙어 버렸다.

지금 연구실 한쪽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그 결과물이었다.

이지수 박사 역시 조창호 차장을 보면서 혀를 찼다.

“대단한 분이죠.”

“하지만 이 박사님이 진짜 천재…….”

“아뇨. 저분이 없었다면 이번 모듈형 인공지능, 정확히는 레벨별 인공지능을 고안하기 힘들었을 겁니다.”

실제로 조창호 차장은 각 레벨에 따른 인공지능 칩을 개발했다.

시작은 물론 초기 프로그램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그는 이 기반 자료를 토대로 속도와 안정성을 올린 레벨 타입을 고안했다.

그 과정에서 인공지능 레벨 칩을 공장에서 찍어내듯이 만들었다.

이지수 박사와 헬렌이 손을 거들었다고 해도 믿기 어려운 성과였다.

사실 오성 전자 쪽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사용되는 칩도 이 칩이 기반이었다.

물론 다운그레이드된 타입이다.

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상업화에 성공할 수가 있었다.

이미 1~5레벨 인공지능 관련 하드웨어는 이미 안정성 단계를 넘어섰다.

이지수 박사는 각 모듈에 따른 인공지능이 어떻게 동작하는지 화면을 직접 보여주었다.

각 모듈에 연동된 인터페이스를 PC에 들어간 데이터가 작동하는 것을 말이다.

겉으로는 봐서는 주기가 다른 데이터 파동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저 파동 하나하나가 각 지능의 모듈 영역을 의미했다.

이지수 박사는 그중에 하나를 꺼내어서 직접 시범도 보여주었다.

시제품 MP3, 시제품 PDA, 시제품 노트북을 차례대로 하나씩 말이다.

“…….”

박소영 팀장은 보면서도 잘 믿기지 않는 결과물에 입을 딱 벌리고 말았다. 그녀는 그제야 왜 자신이 이곳에 배치받았는지 깨달았다.

이지수 박사가 하는 말에 대응되는 결과물이 가볍지가 않았다.

즉각적인 인터페이스도 그렇지만 오류 자체가 거의 없었다.

중요한 것은 이 신호를 받아서 움직이는 장치들이었다.

그중에는 로봇형 손도 있기 때문이다.

이지수 박사는 로봇 손에 옆에 놓인 장갑에 손목을 몸 쪽으로 해서 집어넣었다.

모니터 한쪽에는 동기화 비율이 쭉 올라가서 곧 100%가 되었다.

이지수 박사가 그 손으로 이리저리 움직이자 로봇 손은 마치 거울에 반사된 이미지처럼 정교하게 그 동작을 반복했다.

“마, 말도 안 돼!”

박소영 팀장이 비록 공학은 잘 몰라도 저게 얼마나 말이 되지 않는지 알았다.

이지수 박사가 상큼하게 웃었다.

“괜찮죠? 물론 이건 CPU로 직접 동작하는 것이 아니에요. 정확히는 동작 이미지 자체를 맵핑해서 정해진 동작만을 하는 것이니까.”

이렇게 할 때에 CPU 로드가 한층 줄어든다.

다만 동작과 관련된 이미지 자체를 정해야 하는데, 그게 쉬운 일이 아니다.

이 방식에 들어간 것이 모션 인공지능이었다.

이지수 박사는 손을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입맛을 다셨다.

“다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좀 있어요. 인공지능 칩에서 정한 범위를 넘어서는 것은 대응하기가 쉽지 않으니까요.”

동작 사각에 존재하는 부분.

이걸 다시 기존 CPU만으로 처리하는 것도 진행해 봤다.

하이브리드 방식이었다.

성과는 나쁘지 않았다.

실상 스티븐의 기조연설에서 사용되는 송도연 로봇에 적용된 기술이니까.

“…저, 정말 놀랍군요.”

이지수 박사가 어깨를 으쓱했다.

“아직 상업적으로 넘어가기에는 여전히 무리가 있어요. 하지만 그건 시간이 부족할 뿐이지, 기술적으로 어렵지가 않아요.”

이지수 박사의 말처럼 그녀가 보여 주는 기술은 다 아직은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이 정도 단계까지 기술을 끌어올린 사람은 전 세계에 없었다.

박소영 팀장은 왜 이지수 박사가 자신에게 이걸 보여주는지 뒤늦게야 깨달았다.

‘설마 내가 챙겨야 할 기술의 가치를 보여 주는 것일까? 하긴, 내가 불만이 좀 있지. 설마 그것까지 눈치를 챈 것일까?’

이지수 박사는 마치 그녀의 내심을 읽은 것처럼 화사하게 웃었다.

박소영 팀장은 쓰게 웃고 말았다.

‘쳇. 그냥 김 팀장님에게 빨리 보고나 하자.’

* * *

김명준 과장은 박소영 팀장에게서 바로 보고를 받은 후에 최민혁 실장을 찾아가서 미국에서 있었던 일을 말했다.

최민혁 실장은 혀를 찼다. 그는 자신이 쏘아 올린 화살 때문에 미국에서도 일이 복잡하게 돌아간다는 것을 깨달았다.

‘특별한 일이 없었다라. 하긴 이지수 박사 성격이 보통은 아니지. 더욱이 이제는 자본과 무력도 갖추었으니. 가만, 카스 프리먼 차관이라…….’

미국 국방성 내에서도 상당히 높은 고위직이다. 그런 인물이 한 사람을 스카우트하려고 한 것은 결코 평범한 일이 아니었다.

더욱이 이 미묘한 시기에 말이다.

사실 어떻게 보면 최민혁 실장 자신이 조시 로버트 아태 차관보를 부추긴 것이었다. 정확히는 그도 그 대상이 누구인지 몰랐을 뿐이다.

‘확실히 이번 애니 인공지능 기술은 이전과는 격이 다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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