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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3세는 조용히 살고 싶다-924화 (924/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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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미 이사님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특허를 이용해서 최대한 이익을 보는 것.”

“하지만 전 그런 방식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최 실장님이 굳이 그렇게 해서 악명을 얻을 필요가 있을까요?”

최민혁 실장의 입장에서는 실로 가소로운 답변이었다. 그는 잠깐 제이미 니콜라스 CEO를 째려봤다.

당연히 제이미 니콜라스 CEO는 슬쩍 시선을 피하고 말았다.

그는 시즈벨 대표이사가 된 이후에 아무래도 다른 기업과 대립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건 물론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한국 대기업, 아니, 다른 글로벌 기업들의 생리를 잘 아시는 분이 그런 말을 합니까?”

“…죄송합니다.”

특허 괴물이 미래에 하는 일은 상상을 초월한 일이었다.

그들은 멀쩡한 대기업 등 뒤에 빨대를 꽂아넣고 이익을 빨아먹으니 말이다.

시즈벨은 그 특허 전쟁의 최전선에 선 기업이었다.

특허 악마였다.

최민혁 실장은 물론 그런 부정적인 이미지를 쓰고 싶지 않았다. 그는 정확히 그래서 시즈벨을 대리인으로 내세울 셈이다.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

“정확히 노리는 것은 IPS 사업 쪽이 아닙니다. MP3 쪽이니까. 그런데 MP3 쪽은 건드릴 수단이 많지가 않습니다!!”

“…알겠습니다.”

제이미 니콜라스 CEO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역시 최민혁의 의도를 잘 알았다. 그래서 마음이 편치 않았다.

최민혁 실장이 시즈벨 지분을 인수하기 전에는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막상 최민혁 실장이 시즈벨 오너가 되자 마음이 편치가 않았다.

그런데 이 일은 자신이 전문인 영역.

최민혁 실장의 지시에 따라야 했다.

조성돈 팀장은 두 사람이 사무실을 나가자 넌지시 질문했다.

“좀 그렇지 않을까요?”

최민혁은 짜증스러웠다.

“뭐가요? 시즈벨이 LC 전자 괴롭히는 거 말하는 건가요?”

“…네.”

“그럼 지금 저보고 LC 전자를 괴롭히란 말입니까?”

“아니 그건 아니지만…….”

최민혁은 억울했다.

“저라고 남 싫은 일을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 아닙니다. 자꾸 절 이상한 사람으로 몰아가는 것 같은데, 과거 일도 의도한 바가 아닙니다.”

‘과연 그럴까요? 아닌 것 같습니다만.’

란 말을 조성돈 팀장은 꿀꺽 삼키고 말았다.

최민혁 실장은 겨우 안정을 찾았다.

“시즈벨 오너는 접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이미 이사만큼 사람을 잘 괴롭히는 이도 없습니다.”

최민혁 실장은 어차피 한 가지 지시를 더 내렸다.

“이왕이면 디지털 웨이를 이용해서 한번 흔들어보세요. MP3 애니 솔루션이 LC 전자 손에 들어갈 수 있도록요.”

“네?”

“아, 어차피 디지털 웨이 내의 임직원 대다수가 오성 전자 출신 아닙니까. 그러면 그쪽을 통해서 오성 전자에 정보를 흘리는 척해서 결론적으로는 LC 전자 쪽으로 흘러가도록 손을 쓰란 말입니다.”

“…알겠습니다.”

조성돈 팀장은 최민혁 실장의 꼼꼼한 지시에 내심 혀를 내둘렀다. 그는 굳이 이런 수법을 쓸 필요가 있나 싶었다.

하지만 최민혁 실장의 생각은 좀 달랐다.

“이왕이면 속도를 좀 올려보죠. 이제는 기다리기만 할 수는 없으니까. 속도를 올려서 빨리 마무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권은 챙기고요.”

“…네.”

* * *

LC 전자의 IPS-LCD 패널 공장은 아직 완전히 양산에 성공하지는 못했다.

이제 겨우 시제품을 만들어내는 수준이었다.

그러니 시제품 생산과 동시에 생기는 불량률 극복에 초점을 맞추었다.

따라서 공장이 어수선할 수밖에 없었다.

제이미 니콜라스 이사가 이 공장을 방문한 것은 무리한 일이었다.

아직 내부적으로 안정을 찾지 못했다.

자료를 달라고 해도 당장 내놓기 어렵고 말이다.

하지만 그는 기어코 이 공장을 찾아가서 이제까지 생산한 LCD 패널 자료를 일일이 들추었다.

[이게 답니까?]

IPS-LCD 공장 관련자를 대놓고 갈구었다.

[이게 최선입니까?]

[세상 일이 그렇게 호락호락합니까? 우리 회사의 피 같은 특허를 이용해서 이익을 보면서도 우리 쪽에 숨기려 했습니까?]

[한번 제대로 된 소송을 해볼까요? 당신네 인생 거지로 만들어봐?!!!]

그는 매의 눈으로 특허료를 착복하면 그냥 두지 않겠다고 공공연히 주장했다.

불행히도 이런 갑질이 가능한 것은 IPS-LCD 특허 계약과 관련된 첨부 조항 때문이었다.

시즈벨 입장에서는 LC 전자의 패널 숫자를 확인할 대안이 필요했다.

LC 전자 역시 그런 점은 순순히 수긍했다. 다만 그걸 직접 찾아와서 생산 초도 물량까지 다 들추면서 확인할지는 몰랐다.

제이미 니콜라스 CEO 행패는 마치 그룹 감사 팀의 감사와 다르지 않았다.

아니, 더 심했다.

인간적인 모욕도 주었으니까.

그는 LCD 패널 공장 내의 부장급 인사를 다 불러 모아서 괴롭혔다.

[단 한 대의 특허료라도 횡령하면, 우리 시즈벨은 모든 법적 조치를 다 취하겠습니다!]

그 위세는 대단했다.

시즈벨은 마치 갑, LC 전자는 을처럼 대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대우를 받으면서도 LC 전자 직원들은 단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

하지만 LC 전자의 IPS 패널 관련자는 다들 이를 악물었다.

그들로서는 아무런 대안이 없었다.

특허 계약 항목에 들어가 있는 내용이니 말이다.

제이미 니콜라스 CEO는 계약을 충실히 이해한 것에 불과했다.

그리고 이 사실은 한병수 실장에게도 바로 보고가 올라갔다.

불과 단 며칠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으니.

그로서도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이상하군. 일이 너무 빠르고, 정신없이 일어나는 것 같아.’

하지만 그는 안 그래도 박용혁 전무의 제안 때문에 이전처럼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아니, 그래서는 곤란했다.

처음 최민혁 실장을 만났을 때와 지금은 분위기 자체가 달랐다.

물론 최민혁 실장에게 직접 항의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일이 어렵게 돌아가네. 이전에 지시한 작업에 관한 확인이 필요해. 이대로 그냥 넘어갈 수는 없어.’

* * *

LC 전자의 중앙 연구소장인 권혁수는 IPS-LCD 사업부에서 일어난 시즈벨의 난동을 아는 지인을 통해서 듣고는 웃고 말았다.

‘시작인가?’

이미 이 일에 대한 징조는 계속 있었다.

윗선에서 KM 전자와 최민혁 실장에 대한 자료를 계속 보내왔기 때문이다.

그는 이 지시를 토대로 해서 KM 전자 관련 제품에 대한 벤치마킹에 들어갔다.

이 일을 주도하는 이들 중의 하나는 MP3 연구 팀의 최효재 부장이었다.

그는 세계 최초 KM 전자의 MP3 플레이어를 봤을 때와는 태도가 달랐다.

“MP3 애니 솔루션에 대한 것은 이미 검토 중입니다. 그런데 이게 꼭 SF 영화 속의 특수한 기술 수준은 아닙니다.”

최효재 부장이 MP3 애니 솔루션에 대해서 아는 것은 아주 간단했다.

그 역시 오성 전자에 있는 지인을 통해서 정보를 들었다.

무슨 기밀 따위가 아니었다.

오성 전자도 이미 어느 정도 추론한 상황이니까.

다만 LC 전자가 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었던 것이다.

필요하다면 서로 힘을 합치고 말이다.

하지만 최효재 부장은 전혀 그럴 생각이 없었다.

그들은 오성 전자보다 더 많은 자본과 인력을 이미 투자해서 벤치마킹 중이었다.

그 과정에서 유의미한 소득도 있었고 말이다.

그가 내놓은 것은 애니 인공지능과 관련된 벤치마킹 결과였다.

“오성 전자에서 애니를 이용한 노트북을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물론 어렵게 구했다.

정확히는 오성 전자 연구원의 베타 노트북을 빼돌렸다.

오성 전자 연구원은 도둑맞았다고 신고까지 했고 말이다.

“우리가 그냥 일상적으로 아는 것 같은 인공지능 수준은 아닙니다. 이보다는 오히려 좀 더 영리한 펌웨어에 가깝습니다.”

펌웨어는 하드웨어 장치와 연동된 프로그램을 말한다.

정확히는 지능 모듈로 분리된 애니를 말하는 것이었다.

실제로 가장 밑바닥 애니의 지능 수준은 영리한 펌웨어와 비슷했다.

무선 드론에서 사용된 애니 수준과 상업적인 애니의 수준은 전혀 달랐다.

단적으로 차원이 다른 것이었다.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 다운그레이드를 한 것이니 말이다.

내부 설계 개념은 전혀 달랐던 것이다.

그리고 최효재 부장은 바로 그 부분을 펌웨어 형태로 구현했다.

효과는 있었다.

다만 문제도 여전히 있었다.

베껴서 만든 펌웨어 수준이 정확히는 레벨 1인 애니의 인공지능보다 떨어졌다.

최효재 부장은 높은 레벨의 애니를 분석할 수가 없어서 대안으로 오성 전자에 사용된 애니를 토대로 분석을 진행했던 것이다.

“…회의를 좀 잡아요. 실무진을 다 불러 모아서 이야기를 들어보게.”

“…알겠습니다.”

* * *

권혁수 연구소장은 레벨 1 애니에 대한 보고를 받고 나서는 그제야 안도했다. 그 역시 이제까지는 애니 아파트란 소리만 듣고는 걱정이 많았다.

그런데 KMBOOK의 애니 인공지능 수준은 그렇게 높지가 않았다.

정확히는 애니 아파트에 사용된 애니의 지능 수준 말이다.

‘그럴 수밖에 없겠지.’

아직은 하드웨어 인프라가 애니의 지능을 최대한 살리지 못한 것이었다. 시제품으로 막대한 자금을 퍼부어서 만든 소량의 물건이라면 모르겠지만, 상업화는 좀 다른 문제였다.

다만 그도 LC 전자의 사장실로 가면서 어떻게 이 사안을 보고해야 할지 머리가 복잡했다.

아직 확실한 것이 많지 않아서였다.

변수도 있고 말이다.

당장 MP3용 애니 솔루션이 그 증거였다.

누가 이런 방안을 생각했을까.

솔직히 감탄하고 말았다.

사장실 복도에서 만난 한병수 실장 역시 그와 다르지 않은 것 같았다.

“한 실장님도 고민이 많은 것 같습니다.”

한병수 실장은 권혁수 연구소장을 보자 그나마 안도감을 느꼈다.

“말도 마십시오. 최민혁 실장 일은 늘 저에게 악몽 같은 인물이니까.”

그가 걱정하는 이유가 있었다.

“…역시 MP3 때문입니까?”

“네. 이전과는 상황이 달라도 너무 다릅니다.”

MP3 플레이어가 국내에 출시되었을 때만 해도 많은 이들이 이 제품에 주목했다.

한국 대기업 역시 다르지 않았다.

LC 전자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다만 이들은 MP3 플레이어의 한계를 금방 알았다. 바로 음원 업체의 저작권 때문이었다.

대기업은 특히 저작권과 관련해서 소송을 불안하게 지켜봤다.

그런데 시간이 흐른 지금은 상황이 좀 달랐다.

인터넷과 컴퓨터 통신을 타고 MP3 열풍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이 열기는 MP3 시장 자체를 키웠다.

거기에 미국의 냅스트 소송이 오히려 더 시장 파이를 키웠다.

비록 법적인 문제가 있지만, 이제는 너무 많은 사람이 불법 파일을 내려받았다.

결국 해외 메이저 음반업체가 국내에 이의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PC 통신은 된서리를 맞았고 말이다.

MP3 파일 삭제는 지속해서 이어졌다.

통신 음악 동호회는 이런 법적인 문제를 계속 경고했고 말이다.

한병수 실장은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이 일도 전 최민혁 실장이 배후에서 물밑 작업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이유라도 있습니까?”

“최 실장이 국내에 들어온 이후에 일어난 일이니까요.”

“하긴 이번 일은 정말 뜬금없이 일어난 것 같습니다. 가만, 그러면 차라리 법적인 조처를 하면 되지 않습니까? 메이저 음반업체를 동원하면…….”

“증거가 없어요.”

정확히 최민혁 실장은 지금까지 인터넷 MP3 붐에 그 어떤 조치도 하지 않았다. 있다고 하면, 냅스트 소스를 공개했다 정도다.

그것도 몰래 말이다.

한병수 실장은 한숨을 내쉬면서 회의실 문을 열었다.

“차라리 최민혁 실장이 냅스트를 만들었다는 음모론이 맞았으면 했습니다. 그거라면 최민혁 실장을 공격할 방법이 많으니까.”

바로 도덕성.

하지만 이것 역시 명확한 증거는 없었다.

그리고 한병수 실장의 이런 고민은 그만의 것은 아니었다.

한봉준 LC 전자 사장 호출에 회의실에 모인 이들 역시 다들 비슷했다.

그들 역시 갑자기 한봉준 사장이 자신을 호출한 이유를 들은 것이었다.

‘결국 이렇게 시작하나?’

다만 지금 당장 최민혁 실장을 적대하자는 것은 아니었다.

대안을 마련하자는 것이니까.

일단 어느 정도 수습책이 있다면 최민혁 실장과 대립할 것이다.

‘그게 가능할까?’

한병수 실장은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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