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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3세는 조용히 살고 싶다-920화 (920/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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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친 기획 팀원들은 굳이 KM 전자에서 차세대 MP3를 시장에 내놓으면 될 걸 왜 굳이 일을 만드느냐고 푸념을 털어놓지는 않았다.

그들은 보고서 제일 하단에 있는 MP3 애니 솔루션 예상 수익 규모를 살피면서 그저 혀를 내두를 뿐이었다.

거기에 찍혀 있는 숫자는 MP3 산업 인프라가 커질수록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 이익은 KM 전자에서 굳이 차세대 MP3를 하나도 팔지 않아도 생기는 이익이었다.

지금 KM 전자가 하는 차세대 MP3 사업은 어떻게 보면 경쟁자를 부추기는 역할 정도에 불과했다.

‘한국 기업 중에 이런 식으로 돈 버는 기업은 없겠지.’

그들은 새삼 최민혁 실장의 능력에 그저 혀를 찰 뿐이었다.

* * *

KM 전자의 최초 MP3 플레이어가 나왔을 때만 해도 MP3 산업이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장밋빛 기대를 한 이도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았다.

당장 문제가 된 것은 MP3 저작권을 둘러싼 소송이었다.

그 희생양이 냅스트였다.

덕분에 미국 MP3 산업은 주춤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하지만 한국은 상황이 좀 달랐다.

아무래도 한국 네티즌은 불법 파일 유통에 익숙했기 때문이다.

다만 이것도 일시적인 현상이었다.

MP3 시장이 점점 커지면서 MP3 저작권 갈등이 시작된 것이었다.

특히 MP3 음원 서비스 업체가 문제였다.

물론 저작권 지분 일부를 받음으로써 어느 정도 타협점을 찾았다. 음악저작권 협회, 컴퓨터 회사, 음반사, 서비스 제공 업체가 각 지분을 챙겼다.

다만 이 지분을 둘러싼 갈등은 쉽게 해결이 되지 않았다.

지분 수익을 둘러싼 갈등이 표면화되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소니 뮤직이 자사 음원 서비스를 약속한 것은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었다.

KM 전자 기획 팀을 이를 토대로 해서 MP3 플레이어 업체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특히 일본 시장 공략을 위한 업체 말이다.

최민혁은 이와 관련된 보고서를 받아 살피면서 꽤 만족했다.

“자, 이제 적당한 얼굴마담은 내세웠으니, 그다음 절차에 들어가죠. 괜찮은 MP3 업체 중에… 아, 이 업체가 좋겠군요.”

“디지털 웨이로 하실 생각입니까?”

그가 생각하는 대상은 KM 전자, 그리고 디지털 웨이였다.

‘필요하다면 그 숫자를 더 늘릴 수도 있지. LC 전자도 좋은 대상이니까. 게다가 이걸 빌미로 LC 전자와 HY 전자를 서로 대립시킬 수도 있고.’

방법은 많았다.

애초에 최민혁 실장이 원하는 것은 단순히 MP3 플레이를 많이 팔아먹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MP3 산업 인프라 자체를 키울 목적이었다.

“네. 시작 인원 대다수가 오성 전자 출신인 것도 마음에 듭니다. 이 정도라면 믿을 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일 처리도 깔끔한 편이고요.”

조성돈 팀장은 내심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데 굳이 디지털 웨이 같은 업체 쪽을 밀어줄 필요가 있습니까?”

“정확히는 디지털 웨이를 미는 것이 아니라 대표로 삼는 거죠. 다른 업체도 필요하다면 도와줄 생각입니다. 굳이 MP3 애니 솔루션을 굳이 독점할 필요는 없습니다.”

“…생산 문제 때문입니까?”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당장 에플만 해도 어느 정도 생산과 영업할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습니다. 우리 KM 전자와는 상황이 많이 다릅니다.”

“하면 KM 전자에서 진행하는 MP3 플레이어는 MP3 산업에 대한 감 때문입니까?”

“그렇죠. 단순한 생각만으로는 MP3 산업을 예상할 수는 없어요. 실제로 만들어봐야 감을 잡으니까. 그래야 다른 응용 산업 쪽에도 손을 쓸 수가 있어요.”

“…결국 이익은 MP3 애니 솔루션으로 본다는 말씀이군요.”

“대당 5만 원입니다. 굳이 거기서 우리가 더 욕심을 내야 합니까?”

“…아닙니다.”

조성돈 팀장은 내심 혀를 내둘렀다. 최민혁 실장이 새삼 제조업에 대해서 집착하지 않는 점을 깨달았다. 그로서는 처음에 잘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보면 최민혁 실장의 경영 스타일이 이익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이런 방식이 가능하려면 원천기술이 있어야 했다.

그런데 최민혁 실장은 미국 하원이 경계할 정도로 기술 측면에서는 독보적인 존재였다. 지금과 같은 영업을 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 이유였다.

철저하게 효율 측면에서 경영하는 방식이라 손해를 볼 수가 없었다.

‘아니, 어쩌면 뭔가 대비를 하는 것 같기도 해. 역시 X 리포트 때문일까?’

* * *

오성 전자 출신인 범재운 사장은 작년에 과감히 영화 주인공처럼 사직서를 상관 얼굴이 아니라 책상 위에 던진 후에 퇴직했다.

그 후 그는 동료를 모아서 디지털 웨이라는 기업을 창업했다.

그가 노린 것은 다름 아닌 MP3 플레이어였다.

다만 그가 이 MP3 산업에 대해서 준비하는 중에 튀어나온 것이 바로 KM 전자였다.

KM 전자는 MP3 산업을 시작하기가 무섭게 결과를 내놓았다.

그로서는 절망적인 상황이었다.

황당한 일은 그다음에 일어났다.

최민혁 실장이 MP3 관련 특허풀을 패키지 형태로 내놓았다.

계약에 따라서 특허료를 대당으로 내기만 하면 얼마든지 KM 전자의 MP3 특허를 사용할 수 있었다.

더욱이 신생 벤처는 그 혜택이 생각보다 많았다.

일정 기간 특허료 면제까지 시켜주니까.

그는 오성 전자에서 배운 업무 경험을 토대로 국내 시장이 아니라 해외 시장, 특히 일본 시장을 타깃으로 잡았다.

일본에는 아직 MP3 산업이 생기지 않은 틈을 노린 것이었다.

그는 최민혁 실장이 참조로 공개한 MP3 플레이어 자료를 가지고 가장 빨리 MP3를 개발했다.

바로 엠피오의 탄생이다.

아니, 그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디지털 카메라, 디지털 녹음기 기능까지 추가한 것이었다.

디지털 카메라 관련 칩은 얻기가 쉬웠다.

KM 산업에서 따로 내놓았기 때문이다.

그로서는 기가 막힐 따름이었다.

‘따로 반도체 계열사를 만든다는 소리가 있기는 한데, 정말 믿을 수가 없구나.’

시작은 좋았다.

심지어 대운 전자에서 투자하겠다고 찾아왔다.

대운 전자 역시 아직 MP3 산업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 디지털 웨이에 투자를 결정한 것이었다.

덕분에 생산 외주 업체도 찾았다.

그는 덕분에 엠피오의 일본 시장 진출에만 신경을 썼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일본에 수출을 시작한 지 불과 두 달 만에 무려 30만 대를 팔아치웠다.

최민혁 실장의 전생보다 무려 50% 이상 더 늘어난 매출이었다.

범재운 사장은 그제야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그는 자신이 조직 생활에 적응을 잘하지 못하는 단점을 잘 알았다.

그 때문에 자기 사업을 시작했고 말이다.

다만 이렇게 성공할 줄은 몰랐다.

하지만 범재운 사장은 곧 아주 안 좋은 소식을 듣고 말았다.

에플의 차기 제품인 아이팟이 이번 CES 전시회에 공개된다는 소식 말이다.

심지어 에플의 스티븐은 이번 CES 기조 연설에서 이 새로운 제품을 공개하기로 한 것이었다.

일본 다음 타깃으로 선정한 곳이 미국 시장이었으니 벼락을 맞은 꼴이 된 것이었다.

범재운 사장은 아이팟에 관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 노력을 기울였다.

그런데 그 결과가 너무 안 좋았다.

카더라 자료를 토대로 한 것이기는 하지만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기술이 넘쳐났다.

최민혁 실장이 나타난 것은 딱 이 시점이었다.

“요즘 디지털 웨이에 대해서 잘 지켜보는 중입니다. 직원 대다수가 오성 전자 출신의 연구원이라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아, 아닙니다.”

벤처가 아무리 잘나가도 벤처였다.

오피스텔 하나를 얻어서 20명 남짓한 직원이 근무하는 곳이다.

정상적인 기업 형태와는 많이 달랐다.

어설프기 짝이 없었다.

최민혁 실장은 딱히 그런 모습을 보고 비웃지 않았다.

그는 전생에서도 이보다 더 악조건인 사무실을 꾸려 나가기도 했다.

최악의 상황에 부닥쳤을 때는 돈이 없어서 컵라면만으로 삼시 세끼를 챙겼다.

심지어 컵라면이라도 있을 때가 행복했다.

굶기도 했으니까.

그가 굳이 HY 전자의 행보를 보면서 소니, 디지털 웨이를 찾은 것은 생각 없이 한 일이 아니었다.

초심을 찾는 것.

그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다.

그가 원하는 것은 결코 글로벌 대기업을 구축해서 잘 먹고 잘 사는 게 아니었다.

최문경 부회장과 그의 지인을 끌어내리는 것이 그의 목표였다.

‘잊지 말아야지.’

다만 이런 최민혁 실장의 내심을 잘 모르는 범재운 사장은 최민혁 실장이 직접 자신을 찾아온 것이 믿기지 않아서 말을 더듬었다. 그는 최민혁 실장의 어린 나이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최민혁 실장의 본질을 보려고 노력했다.

‘초괴물이니까.’

그는 오성 전자 출신인 터라 최민혁 실장에 대한 실시간 정보를 여러 채널을 통해서 들었다. 다 믿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이야기의 1할만 맞아도 감히 함부로 할 수 없는 인물이었다.

“이, 이렇게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최민혁 실장은 어깨를 으쓱했다. 다소 강한 기질을 내보이는 범재운 사장이 딱히 싫지는 않았다. 그가 조사한 바로는 대인 관계에 문제가 많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범재운 사장이 무능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의지가 강한 인물이었다.

일본 시장에 가장 먼저 뛰어들어서 일본 MP3 시장을 일군 사람이었다.

다른 벤처 기업은 이제야 일본 시장을 기웃거릴 정도였으니까.

그는 조성돈 팀장에게 MP3 애니 솔루션을 보여주라고 손짓했다.

“사실 갑자기 범재운 사장님을 찾은 것은 이걸 보여주기 위함입니다. 아마 에플 소식을 들었다면 비슷한 이야기를 알 겁니다.”

MP3 애니 솔루션은 범재운 사장에게는 충격적인 물건이었다.

그는 이미 아이팟과 관련해서 다양한 소문을 들었는데, 지금 최민혁 실장이 보여준 것이 놀랍게도 그중에 하나였다.

바로 모바일 인공지능.

그 기술이 상용화된 것이었다.

범재운 사장은 오성 전자 연구원 출신이기에 오성 전자의 기술력을 잘 알았다. 그런 오성 전자도 이런 MP3 애니 솔루션을 만들 수는 없었다.

하드웨어도 문제지만 가장 큰 문제는 바로 MP3 애니 솔루션이었다.

인공지능을 MP3 솔루션에 결합하다니.

실로 상상도 못 한 일이었다.

그는 오성 전자 연구원 출신인 터라 이 기술의 가치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금방 깨달았다.

“마, 맙소사!”

“하긴 놀라운 기술이죠. 우리 KM 전자 기술진의 능력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물건입니다.”

“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인공지능 관련 기술 상업화를 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기술 장벽이 많은 것으로 압니다!”

“그렇죠. 고생 많이 했습니다. 그래도 범 사장님은 우리 고생을 단번에 알아봐 주니, 매우 고맙네요. 새삼 마음이 편합니다.”

최민혁 실장은 경악한 범재운 사장을 다시 건드렸다.

“사실 이건 비밀인데, 아이팟에 적용된 것이 바로 이 기술입니다.”

“저, 정말입니까? 마, 말도 안 됩니다!”

“여기 있잖아요. 이건 솔루션 형태이니, 기술 적용은 이미 몇 달 전부터 진행되었습니다.”

“…….”

그는 충격에 빠져서 기술 자료를 살피면서 한동안 입을 열 수가 없었다. 이런 기술이 있다는 것도 놀라운데, 그걸 선뜻 보여주는 최민혁 실장의 행동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도대체 왜 이러시는 겁니까?”

그는 어금니를 악물었다. 최민혁 실장이 왜 이러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자신을 희롱하려는 게 아니고서야 말이 되지 않았다.

최민혁 실장은 굳이 웃지 않았다.

“경쟁은 아무래도 공평한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제가 에플 대주주 중엔 한 사람이기는 하지만 MP3 기술을 사용한 국내 벤처 기업도 전혀 무관하지는 않으니까요. 다들 우리 MP3 기술을 사용하니까.”

“그 말씀은 설마 이 기술을 우리 쪽에게 제공하겠다는 말입니까?”

“솔루션이라고 한 것 같은데요? 이거 공짜는 아닙니다. 이 솔루션 안에 들어간 칩을 다 제공하고, 기술 자문 비용을 받습니다.”

실제로 추가로 옆에 올라온 문건에는 기술 자문 테이블에 맞추어서 기술료가 기입되어 있었다.

소름이 끼칠 정도로 철저하게 말이다.

범재운 사장은 그제야 허탈하게 웃고 말았다. 그는 최민혁 실장의 말에 내심 감동했다가도 냉정한 뒷말에 혀를 차고 말았다.

“…얼마입니까?”

“대당 5만 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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