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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3세는 조용히 살고 싶다-912화 (912/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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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불과 며칠 사이에 일어난 일은 황당하기 짝이 없었다.

당장 미국 상원만 하더라도 이런 일을 단 며칠 사이에 벌일 수가 없었다.

미국 언론은 또 어떤가. 그들은 마치 짜기라도 한 것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거기에 마쿨라 이사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는 마치 누군가의 지시를 받은 사람처럼 움직였다.

스티븐은 문득 그게 과거 마쿨라 이사의 행동과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누가 있어.’

하지만 그는 그래서 더 의아했다.

‘최민혁 실장과 마쿨라 이사의 배후 사이에 존재하는 알력 싸움 때문일까?’

그는 쓰게 웃고 말았다.

‘최민혁 실장’과 관련해서 여러 가지 일이 있었다.

그 일은 모두 최민혁 실장에 대한 견제 차원에서 일어난 일이다.

자신이 최민혁 실장과 친하다는 이유만으로 압박을 받았으니까.

스티븐으로서는 실로 황당한 일이었다. 실상 이제까지 마쿨라 이사만이 자신을 협박한 것이 아니었다. 마이클 블룸버그가 시작이었을 뿐이다.

자신과 이름만 아는 많은 이들이 요즘 자신의 기조연설을 가지고 압력을 넣었다.

스티븐은 때문에 기조연설과 관련해서 깊은 애착을 뒀다.

이번 기조연설 자리에서 보여 줄 제품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겁니까?”

“네. 최종본으로 확정된 것입니다.”

스티븐은 자신의 손바닥에 놓인 카드 크기의 MP3 플레이어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그 역시 감회가 새로웠다.

기조연설을 앞두고 이 시제품이 나오기 전까지 한 시행착오는 단순히 몇 마디로 말로 끝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아니, 사실 최민혁 실장이 주도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주기적으로 바뀐 제품 스펙.

일정 때문에 시제품 제작에도 무리수를 많이 뒀다.

덕분에 평소 진행하는 개발비에 비해서 무려 10배 가까운 자금이 소요되었다.

바꾸고, 바꾸고, 또 바꾸었다.

최민혁 실장은 기조연설과 CES 전시회를 앞두고 미친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손을 썼다.

‘AC9701 칩은 정말 특이한 케이스였으니까.’

이 제품 안에 들어간 다양한 기능은 그 자신조차 잘 믿기지 않는 것이었다.

아날로그 오디오 신호를 디지털 신호로 바꾼 후에 내부적으로 따로 처리하는 기능도 있었다.

그 안에 사용된 알고리즘은 기존에 없던 기술이기도 했다.

스티븐은 이미 AC9701에 사용된 기술과 관련된 특허를 떠올렸다.

‘정말 놀라워. 최민혁 실장의 능력은 그 끝을 알 수가 없다니까.’

정말 신기했다.

최민혁 실장은 딱 필요한 기술이다 싶으면 늘 어디에선가 가져왔다.

만약 세상에 없다면 스스로 만들기까지 했다.

심지어 무인 항공기 사업에도 끼어들어서 뭔가 작업을 진행 중이었다.

자신에 대한 압박도 다 여기에서 출발한다.

자신이 굳이 마쿨라 이사의 행동에 격한 반응을 보이지 않은 이유였다.

‘이게 정말 이해할 수가 없어.’

스티븐은 이제 최민혁 실장의 능력이 무섭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는 곧 최민혁 실장에 대한 생각을 떨쳐 버리고, 자기 눈앞에 놓인 물건에 집중했다.

이 제품의 이름은 몇 번이나 바뀐 끝에 최종적으로 ‘아이팟’으로 결정이 났다.

하지만 이 아이팟은 기존의 아이팟과는 많은 면에서 차이가 있었다.

“인공지능 칩 테스트까지 잘 끝났죠?”

“물론입니다.”

“아이컴 용 애니와는 성능이 많이 떨어지죠?”

“그건 어쩔 수 없습니다. 이 작은 모바일 기기에 들어가는 CPU 성능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렇겠죠.”

아이팟은 여러 가지 제품으로 분류된다.

모든 기능이 다 들어가면 인공지능 기능까지 쓸 수 있다.

물론 아이컴에 적용된 애니 성능과는 비교하기 힘들었다.

그래도 모바일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는 기능은 다 포함된다.

그는 아이팟 디자인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디자인은 차고도 넘치니까. 중요한 것은 실제 품질이지.’

* * *

스티븐은 아이팟 시제품을 받고 나서는 한동안 시제품 디자인을 계속 살폈다. 그는 그 과정에서 최민혁 실장이 자신과 에플을 위해서 한 일을 떠올렸다.

단순히 고맙다는 말로 끝낼 사안이 아니었다.

그는 그동안 업무 협조를 해준 최민혁 실장에게 전화부터 했다.

[우리 쪽의 무리한 요청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최민혁은 그 부분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지금 데릭 모건 이사 일 때문에 머리가 복잡했던 것이다. 혹시나 데릭 모건 이사가 스티븐에게도 손을 쓴 것이 아닌가 싶어서 통화에 집중했다.

[천만에요.]

[아닙니다. 지금까지 우리 에플에 베풀어준 도움은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제가 에플 대주주라는 것을 잘 아시지 않습니까. 공짜로 해준 일은 아닙니다.]

[다른 대주주는 절대로 이렇게까지 도와주지 않습니다.]

[그렇게 말씀해 주시면 고맙죠. 하지만 저도 다 생각이 있어서 이렇게 일을 진행한 겁니다. 앞으로 다른 회사 지분 확보도 더 쉬워질 거고요.]

스티븐은 원래 마쿨라 이사에 관한 이야기를 넌지시 집어넣으려고 하다가 깜짝 놀랐다.

[가만, 혹시 록히드마틴 지분을 인수하려 한다는 소문이 있던데, 설마 그것과도 관련이 있는 겁니까?]

[하하하, 전혀 아니라고는 말 못 하겠네요.]

최민혁은 의외로 냉정하게 말했다. 굳이 한국인의 정서가 담긴 어투를 삼갔다. 어디까지나 이해관계 때문이라는 점을 명시했다.

그것은 또한 에플에도 적용이 된다는 뜻이다.

만약 자기 뜻대로 에플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손을 뗄 수 있다는 경고였다.

스티븐은 화들짝 놀랐다. 그는 새삼 긴장했다. 최근 에플이 화려하게 부활의 날개를 펴면서 이런저런 유혹을 많이 받았다.

그에게 마쿨라 이사처럼 협박한 사람도 있었지만, 은근히 유혹한 이도 있었다.

그들 태반은 최민혁 실장이 가진 지분을 문제 삼았다.

스티븐이 나서서 에플 이사회와 손을 잡으면, 최민혁 실장을 견제할 수도 있었다. 심지어 무리하면 최민혁 실장의 지분을 팔아치우게 할 수도 있고 말이다.

스티븐이 만약 그들의 제안을 받는다면 배신자가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이건 그도 쉽게 판단을 내리기 힘들었다.

에플 지분 68%를 가진 세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최민혁 역시 그걸 잘 알았다. 그는 지금 데릭 모건 이사와 싸우면서 이런 현실적인 문제를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 했다. 굳이 스티븐 전화를 받자 냉정하게 선을 그은 이유였다.

[최 실장님, 저도 사람입니다. 최민혁 실장님이 저에게 해준 은혜는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이번 아이컴과 아이팟 개발을 위해서 도와준 부분은 잊지 않겠습니다.]

[그러면 저야 좋죠.]

그냥 단순히 한 말이 아니었다.

아이팟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다.

그게 물론 이익 때문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최민혁 실장이 원하던 두 사람 간의 관계였다.

스티븐은 새삼 최민혁을 만만하게 볼 수는 없었다. 일테면 뒤통수를 친다든지 하는 거 말이다. 최민혁 실장은 이제 자신이 넘보기 어려운 인물이었다.

그는 더욱이 최민혁 실장의 차가운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기도 했다.

이제까지 최민혁 실장의 행보를 본다면 얼핏 호구 같은 모습이었다.

그런데 지금 최민혁 실장의 어투는 전혀 남남인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는 때문에 마쿨라 이사 관련된 내용을 그대로 말할 수가 없었다.

‘…괜한 오해를 하지 않을까? 쓸데없이 만난 것도 자칫하면 문제가 될 텐데.’

스티븐은 최민혁 실장 눈치를 보다가 결국 원래 하려던 말을 전하지 못했다.

황당한 일이지만 이게 최민혁 실장의 입지였다.

* * *

스티븐은 우선 최민혁 실장에게 안부 인사를 전한 후에 그가 보내온 기본 자료를 다시 살폈고, 아이팟에 관한 보고를 다시 처음부터 들었다.

실무진의 이야기는 지루하기는 했지만, 그들 이야기를 무시하지는 않았다.

그는 설명을 다 들은 후에 자신이 직접 실제로 경험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우선 회의실 한쪽에 놓인 아이컴 쪽으로 걸어갔다.

4m 정도 거리를 남겨두자 아이팟 LED가 깜빡였다.

K투스 자동 연결이 끝난 것이었다.

스티븐은 아이팟을 올려두고 지시를 내렸다.

[모니터 켜!]

아이컴 화면이 즉각 켜졌다. 부팅 화면이 떠오르기가 무섭게 바탕 화면이 나타났다.

[메모장 띄워!]

아이컴 화면 중에 메모장이 바로 떠올랐다.

스티븐은 자신이 지시하면서도 눈동자를 동그랗게 떴다.

[화면 창을 좌측으로 키워, 아니, 좀 더 키워 봐. 거기서 조금만 더.]

스티븐 말에 아이컴 화면에 떠오른 메모장 창 크기가 자연스럽게 연동했다.

스티븐은 자신이 지시를 내리면서도 잘 믿기지 않아서 멈칫했다. 자기 말에 화면의 커서가 즉각 반응했다. 마치 가상의 마우스를 움직인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는 곧 정신을 차리고 다시 지시를 내렸다.

[지금 작업하는 원고는 이번 기조연설을 위한 초기 원고이다. 따라서…….]

장황한 스티븐의 말에 따라서 메모장에는 그 말이 그대로 적혀 나갔다.

당연히 오타가 나왔다.

[앞부분은 지워.]

다시 삭제된 앞 문장.

스티븐은 다시 그 일을 반복하면서 워드 작업을 계속했다.

그는 이런 일이 잘 믿기지가 않아서 일단 옆에 비서에게 계속 말하라고 일을 떠넘긴 후에 멍하니 화면을 쳐다보았다.

미친 기능.

초기 시제품과는 외형만 비슷할 뿐이지, 내부 기능은 아예 격이 달랐다.

“…….”

비서가 슬그머니 한마디 해줬다.

“다들 이 기능을 써보고 경악했습니다. 이게 쉽게 되는 기능이 아닙니다.”

당장 눈앞에 결과가 너무 충격적이었다.

너무 직관적으로 바로 응답해서 보면서도 잘 믿기지 않는 결과였다.

지금까지의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오타였다. 노이즈 문제 역시 빼놓기 어려웠다. 비슷한 기능이 있는 제품이라면 이와 같은 수준의 퀄리티를 보장할 수 없었다.

지금은 초기 아이팟 품질 수준과는 격이 다른 성능이었다.

그만큼 아이팟 성능이 빠르게 발전했다는 의미였다.

아니, 그런 정도가 아니었다.

말하기에 대응되는 기능이 너무 직관적이어서 마치 입이라는 펜으로 글을 쓰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그런 실재감이 존재했다.

스티븐은 그 감각을 확실하게 느꼈기에 몇 번이나 다시 기능을 확인하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K투스와 인공지능 때문에 가능한 겁니까?”

“그게 핵심입니다. K투스 내에 인공지능 스펙을 따로 추가해서 직접 연동할 수 있게끔 설계되어 있습니다.”

단순히 K투스를 통한 통신이 아니었다. K투스와 OS가 바로 연동되도록 K투스 설정 자체가 바뀌어서 적용되었다.

물론 K투스 버전 업데이트는 자연스럽게 진행되었고 말이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K 투스 소유자가 최민혁 실장이기 때문이다.

최민혁 실장이 블루투스와는 관계 없이 K투스 스펙을 입맛대로 변경시킨 것이었다.

“문제는 이게 다가 아닙니다. 이 아이팟에 들어가 있는 인공지능, AC9701 코덱을 비롯한 음성 노이즈를 제거할 수 있는 기능이 있습니다.”

하지만 보다 직접적이고, 빠른 기능을 선보일 수 있는 건 단순히 이런 것들 때문만은 아니었다.

블루투스보다 간결해진 K투스 기능이 큰 효과를 발휘했다.

K투스는 초기 블루투스 단계를 다 건너뛰고, 효율적으로 만들어진 근거리 통신망이었다.

그 덕분에 이렇게 빠른 응답 특성이 가능한 것이었다.

거기에 아이팟과 아이컴에 적용된 노이즈 필터링 시스템이 큰 역할을 했고 말이다.

덕분에 아이컴의 음성 인식 시스템은 초창기 단계를 건너뛰어 버렸다. 아니, 한 세대를 건너뛴 혁신적인 시스템이었다.

최민혁 실장 전생에서도 이루어지지 않은 결과물이었다.

‘정말 믿기지 않는군. 하긴 이 정도이니, 마쿨라 이사를 동원해서 그 짓을 한 것이지. IRS, SEC까지 동원한 것도 그럴 수 있어.’

그는 원래 이 일을 자신이 알아서 손을 써보려 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게 먹히지 않았다.

과거 에플 창업주일 때의 영향력이 박살 났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에플에 다시 복귀한 후에 힘을 회복하는 중이기는 했지만 아직은 아니었다.

스티븐은 내심 자존심이 상했다. 그는 이를 악물었다. 다만 아이팟을 보고 나서는 자신을 괴롭힌 유혹을 완전히 떨쳐낼 수 있었다.

그는 지금은 도움이 필요했다. 결국 망설이다가 마쿨라 이사와 관련된 사안과 다른 이해 관계자의 유혹에 관한 내용을 최민혁 실장에게 알렸다.

거기에 자신을 유혹한 기업에 대한 것을 좀 더 상세하게 말이다. 이와 관련된 보고서는 모두 따로 보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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