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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3세는 조용히 살고 싶다-911화 (911/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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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수 박사는 지난 일로 쌓인 앙금을 풀어내기 시작했다.

“메이런 프로젝트는 그 전자 시스템 통합 표준과도 관련이 있어요. 그거 만든다고 정말 고생 많이 했죠. 거의 10년 내내 죽어라 테스트만 했으니까.”

만약 그렇다면 이지수 박사의 말은 단순히 고생했다는 말로도 부족했다.

전자전 시스템 자체가 USB 스펙처럼 하나의 표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본 골격은 다 여기에 따른다고 봐야 했다.

최민혁은 내심 혀를 내둘렀다. 전자전 관련 기술에 대한 개발이 벌써 진행되는 줄은 몰랐다.

“…하면 무인 항공기나 사드 역시 그 솔루션과 호환이 되는 겁니까?”

“그렇죠. 그렇지 않으면 다 따로 놀 테니, 시너지가 올라가지 않잖아요. 미래 전장은 관련 정보가 가장 중요할 테니까.”

“…그렇군요.”

최민혁 실장은 황당한 눈으로 이지수 박사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그는 미래 미군이 사용하는 통합 전자전 솔루션의 초석을 만든 사람이 다름 아닌 이지수 박사라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다.

‘그래서 사드 분석이 쉬웠구나. 하긴 보안 문제 때문에 나에게 이야기할 수도 없었을 거고. 무인 항공기 추락도 그래. 아무래도 요격 미사일을 응용했다고 봐야 해. 정말 테스트용으로 벌인 일이구나.’

“…혹시 관련 자료를 제가 볼 수 있을까요?”

이지수 박사는 피식 웃었다.

“원래는 안 되는 거 아시죠?”

“제가 KMBOOK 오너입니다.”

“그러니까요. 알았어요. 제가 정리해서 자료를 보내죠. 다만 그 자료를 보고 나서 즉시 다 파기하셔야 해요. 누구에게 보여주면 절대로 안 돼요!”

“그러죠.”

그는 새삼 이지수 박사의 저력을 느끼면서 혀를 내둘렀다. 양파도 아니고, 까도 까도 뭔가 계속 나왔기 때문이었다.

‘아니, 메이런 프로젝트가 관련되었다면 당연한 일이겠지. 하긴 밀리아머, 록히드마틴, 미국 국방성이 이지수 박사에게 그렇게 저자세인 것도 이유가 있겠지. 그렇다면 이들 움직임을 이전처럼 수동적으로 봐서는 곤란하겠어. 아무래도 인력을 더 배치해야겠어. 특히 데릭 모건 이사 쪽은.’

* * *

데릭 모건 이사는 당연히 카일리 로엔 박사의 행동에 의심을 품어서 일단 몇 사람을 붙여서 뒤를 조사하게 시켰다.

그는 지금 이 상황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카일리 로엔 박사가 자신의 뒤통수를 칠 줄은 몰랐다.

물론 고의가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애니 인공지능에 집중하다 보니, 사드를 과소평가한 셈이었다.

‘하긴 이지수 박사가 사드와 관련해서 일부 조언을 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흔치 않으니까.’

정확히는 밀리아머, 록히드마틴, 미국 국방성만 아는 사실이었다.

그는 상황을 정리하고 나서야 내심 이를 갈았다.

분노가 새삼 치밀어 올랐다.

그는 이 사안을 밀리아머나 록히드마틴에 알리지도 못했다.

데릭 모건 이사는 상황이야 어쨌든 한 방 맞고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이건 최민혁 실장 솜씨가 틀림없어!’

굳이 최민혁 실장을 만나서 물어볼 필요가 없었다.

설사 묻는다고 해도 최민혁 실장이 할 대답은 뻔했다.

그는 이미 사전에 준비해 둔 계획 중의 하나를 실행하기로 마음먹었다.

에플 공격 말이다.

데릭 모건 이사는 곧바로 마쿨라 이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접니다. 계획대로 진행하세요.]

[…알겠습니다.]

* * *

최민혁은 데릭 모건 이사를 비롯한 주의할 인물 동선을 살피면서도 자기 주변을 꼼꼼하게 확인했다. 그가 그런 중에 발견한 건 에플의 이상 상황이다.

IRS, SEC, FBI가 마치 사전에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에플을 공격한 것이었다.

그는 어이가 없었다. 차라리 공격하려면 자신을 타깃으로 삼아야 하는데, 정작 목표는 자신의 지인과 관련이 있었다.

‘그래도 스티븐은 좀 그렇지 않나?’

그는 결국 자신이 아는 지인 중의 한 사람인 조시 로버트 국무부 아태 차관보에게 연락해서 따로 만났다.

“…죄송합니다.”

“아니, 그런 사과를 들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에요. 왜 일을 이렇게 지저분하게 만드는지 알고 싶어서 부른 겁니다.”

“여러 사람이 관련되어 있어서 누구라도 한 사람을 특정하기는 그렇습니다.”

“혹시 샐로먼 브러더스의 데릭 모건 이사가 관련되어 있습니까?”

“…그도 물론 연관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도 더 있다는 말이군요.”

조시 로버트 아태 부차관보는 최민혁 실장의 눈치를 보면서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무래도 최민혁 실장님과 부딪치는 이들이 많으니까요. 이번 사드 사태가 대표적입니다. 그 일 때문에 분노한 이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그건 저도 모르는 일입니다.”

조시 로버트 아태 부차관보는 탄식하고 말았다.

“그 사실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미 최민혁 실장님에게 반감이 있는 이들이 움직이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이건 미국 정부 뜻과는 다른 겁니다.”

“그렇겠죠. 거기도 단일 세력이 아니니까.”

“오해하지 않아서 감사드립니다.”

“그쪽에서 도와줄 수는 없습니까?”

“한계가 있습니다.”

“제가 스스로 어느 정도 실력을 보여주기를 원하는 겁니까?”

“그게…….”

조시 로버트 아태 부차관보는 식은땀을 흘리고 말았다.

그는 최민혁 실장이 분노해서 무슨 짓을 할지 그게 염려스웠다.

당장 이번 미국 상원의 사드 문제만 봐도 알 수가 있었다.

최민혁 실장은 이 자리에서 한 가지 사실을 확인받고 싶었다.

“미국 정부는 중도인 것은 확실하죠?”

“그건 분명합니다. 우리가 최민혁 실장님을 공격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정확히는 메이런 프로젝트 때문이었다. 거기에 이번 사드 문제도 있고 말이다.

이런저런 일이 얽히면서 이제는 최민혁 실장을 쉽게 건드리지 못하게 됐다.

심지어 이와 관련해서 가시적인 결과도 나왔기 때문이었다.

그중에 하나가 애니 하우스였다.

미국 국방성 담당자는 이 기술을 보고는 실제로 경악했다.

메이런 프로젝트 기술이 상업적으로 적용되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그 내부에 담겨 있는 복잡한 기술 수준을 어느 정도 알기에 이제는 이지수 박사를 쉽게 건드릴 생각도 못 했다.

아니, 이지수 박사를 넌지시 한번 건드려 보다가 된통 크게 당했다.

무인 항공기 시제품 하나가 갑자기 추락한 것이었다.

이에 대한 이지수 박사의 대답은 아주 간단했다.

[앗, 실수.]

본인이 스스로 책임을 인정한 것.

무인 항공기 추락에 관한 책임을 물을 수는 없었다.

만약 이지수 박사를 압박하면, 그녀는 더한 짓도 할 것 같았다.

따지고 보면 이런 일이 있기에 최민혁 실장이 아니라 그 주변을 공격하는 것이었다.

최민혁 실장은 새삼 자신이 한 행동이 맞다는 것을 이 자리에서 확인했다.

‘그러지 않았다면, 데릭 모건 이사 일을 슬쩍 도왔겠지. 이를 통해서 챙길 것은 챙기고. 이렇게 입을 다물게 한 것만으로도 결과가 나쁘지는 않아.’

“…좋습니다. 다른 변화가 있으면 바로 연락을 주세요.”

“…알겠습니다. 다만 IRS, SEC 쪽에 압력을 넣어서 무리수를 두지는 않도록 해두겠습니다.”

최민혁 실장은 싱긋 웃었다.

“그러면 감사하죠.”

‘스티븐 자존심이 있으니, 일단은 기다려 보는 것으로 하자.’

* * *

데릭 모건 이사는 이전에 마쿨라 이사가 에플에서 한 일을 명분 삼아서 IRS를 동원했다. 정확히는 몇 단계를 거쳐서 IRS에 신고한 것이었다.

여기에 SEC도 동원했다. 최근 에플 주가 폭등을 둘러싸고, 에플 내부 정보를 이용한 주가 조작 협의로 고소한 것이었다.

이것 역시 시민 단체 이름을 내세웠다.

결국 FBI도 나서서 에플에 대한 압수 수색을 진행해 버렸다.

이게 전혀 명분이 없지는 않았다.

마쿨라 이사가 한 범죄 행위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었다.

황당한 것은 마쿨라 이사가 직접 스티븐을 찾아가서 협박했다는 사실이다.

“난 아무런 죄가 없습니다.”

하지만 에플에서 쫓겨나기 전에 마쿨라 이사가 한 일이 있다.

이 때문에 에플이 마쿨라 이사를 기소한 것이었다.

스티븐 입장에서는 별로 알고 싶지는 않은 이야기였다.

“…그건 법정에서 이야기하시죠.”

“아니, 스티븐 당신이 꼭 알아야 할 이야기입니다.”

마쿨라 이사는 마치 악당처럼 웃으면서 스티븐을 괴롭혔다.

스티븐은 최근 IRS가 유독 자신을 괴롭힌다는 사실 때문에 머리가 아팠다. 그리고 그 배후가 마쿨라 이사라는 것을 이 자리에서 깨달았다.

“IRS가 설사 날 명분으로 삼아서 조사한다고 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습니다. 마쿨라 이사 당신이 한 일에 관한 책임을 져야 할 겁니다!”

“확신하는 겁니까?”

“물론이죠.”

“아니, 난 빠져나올 수 있어요. 어느 정도 대비책을 만들어 뒀으니까.”

“설마 희생양을 말하는 겁니까?”

“물론.”

“정말 어이가 없군요.”

마쿨라 이사는 히죽 웃으면서 오히려 스티븐의 비서에게 받은 커피 맛을 즐겼다. 그는 마치 이곳이 자신의 사무실이라도 되는 양 행세했다.

“스티븐, 옛정을 생각해서 충고하는 겁니다. 제 말을 잘 들으세요.”

“별로 듣고 싶지 않습니다. 당장 나가지 않으면, 경비원을 부를 겁니다.”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합니까?”

“무슨 의도로 그런 말을 하는지 알고 싶지 않네요.”

스티븐은 결국 경비원을 호출했다.

마쿨라 이사가 넌지시 한 가지 사실을 말해주었다.

“당신이 아끼는 직원인데, 정말 모른 척할 겁니까? 자칫하면 감옥에 갈 수도 있는데?”

“그건…….”

문제는 그 희생양이 지금 에플에서 열심히 일하는 엔지니어라는 점이다. 심지어 마쿨라 이사는 그들의 명단까지 내놓았다.

“…….”

스티븐은 명단을 확인하면서 이를 악물었다. 그는 리스트에 첨부된 문건을 통해서 그들이 유죄라는 것을 확인했다. 그로서는 난감한 일이었다.

마쿨라 이사가 에플의 핵심 인재를 가지고 협박한 셈이었다.

하지만 스티븐의 입장에서는 마쿨라 이사의 행동이 잘 이해가 되질 않았다.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는 겁니까?”

“그야 당신이 나에게 한 일이 있으니까.”

“하지만 그건 내가 당신을 타깃 삼아서 한 일도 아닙니다!”

“아, 좋아요.”

마쿨라 이사는 이전과는 달리 신사처럼 스티븐에게 공대했다. 하지만 이것도 다 속셈이 있어서다. 괜한 일로 문제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

“한 가지 조건만 들어준다면 당신하고 대립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스티븐은 당연히 마쿨라 이사의 협박을 들어줄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그도 호기심을 쉽게 떨치지는 못했다.

“그게 뭡니까?”

“이번 기조연설을 중단하거나 포기해 주세요.”

“하하하.”

스티븐은 호탕하게 웃고 말았다. 그는 어이가 없어서 미칠 지경이었다. 도대체 자신의 기조연설이 뭐가 이렇게 문제가 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마쿨라 이사 이전에도 이미 근 백여 명이 자신을 상대로 다양한 압력을 행사했었다.

마쿨라 이사는 굳은 얼굴을 한 채 곧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금 PC 시장은 예상과는 달리 20%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에플이 도약할 좋은 기회죠. 굳이 이런 기회를 기조연설과 같은 일로 놓치지 말기 바랍니다.”

“잘 이해가 안 됩니다. 기조연설이 딱히 큰 의미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왜 그렇게 그 일에 집착하는 겁니까?”

“당신이 싫어서라고 해두죠.”

“…제 대답은 노입니다!”

“아직 시간은 있으니, 잘 생각해 보기 바랍니다!”

* * *

‘도대체 이번 기조연설이 뭔가 문제가 된다고 다들 저러는 것일까?’

그는 마쿨라 이사가 내민 에플 직원 명단을 살피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 일은 이들이 알고 한 것이 아니었다.

다만 그 역시 밑에서 올라오는 보고를 잘 알았다.

특히 사드 관련 문제 말이다.

그가 굳이 방산업에 신경 쓸 일은 아니었다. 그런데 사드 문제와 관련이 있는 록히드 마틴과 KMBOOK 사이의 정보를 들었다.

KMBOOK의 카일리 로엔 박사가 이번 사드 테스트의 문제점을 적발한 것과 그 문제를 미국 상원을 통해서 공론화시킨 일 말이다.

이 사건은 워싱턴 포스트가 시작하기는 했지만 이미 미국 언론이 메이저 이슈로 다루고 있는 일이었다.

그리고 이 일 가장 위에는 자신과 관련이 있는 최민혁 실장이 있었다.

‘설마 이게 다 최민혁 실장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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