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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혁도 크리스 세이건 이사를 만난 후에 추가 조사를 시켰다. 그는 덕분에 이 일이 샐로먼 브러더스가 부추긴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도 스티븐의 기조연설 전까지는 사태를 키우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이대로 넘어갈 수 없다고 생각했다.
‘전장은 내가 만들어야지.’
스티븐의 기조연설 문제로 고민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결국 대안을 찾다가 사드를 고민했다.
전생의 기억도 뒤져보고 말이다.
시나리오를 조금씩 만들었다.
그가 원하는 것은 사드 개발이 아니었다.
정확히는 샐로먼 브러더스가 최문경 부회장에게 집중하지 않도록 하는 데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한 사전 작업으로 진행하는 스티븐의 기조연설이 방해받지 않는 게 목적이었다.
결국 이들 시선을 사드에 집중하도록 하는 게 목적이었다.
특히 미국 정부가 이 일에 끼어들어서 상황을 흔드는 것을 원치 않았다. 이왕이면 여기에 대응되는 수단을 마련하고 싶었다.
‘차라리 잘되었어. 메이런 프로젝트에 대해서 몰랐다면 이런 작업을 할 수가 없으니까. 안보 문제는 미국 정부도 함부로 할 수가 없지.’
실제로 최민혁은 물끄러미 록히드 마틴 내부 분위기를 살폈다.
그 자신의 제안에 대해서 그다지 신경을 쓰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그건 곤란했다.
최민혁 실장이 원한 것은 아니지만, 자신을 엿 먹이려고 하지 않나. 이들도 실제적인 피해를 당하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결국 KM BOOK을 방문해서 카일리 로엔 박사와 손잡고, 이번 사드 미사일 실패에 대한 그럴듯한 보고서를 만들라고 지시했다.
그 자신은 아이디어만 제공하고.
카일리 로엔 박사는 최민혁 실장의 아이디어를 토대로 합리적인 보고서를 작성했다.
카일리 로엔 박사는 조금 뜬금없는 지시라서 당황한 얼굴이기는 했지만, 최민혁 실장 지시에 반박하지는 않았다.
“이번 사드 테스트 실패 원인이 요격탄두의 기계적인 이상이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서 생긴 거라는 말씀입니까?”
최민혁 실장은 전생에 사드 개발 과정을 떠올리면서 입을 열었다.
“그건 제 의견이 아니에요. 카일리 박사님의 지적 아닙니까?”
“하지만 제 의견은 어디까지나 기존 자료를 토대로 한 것입니다.”
“그렇기는 하지만…….”
카일리 로엔 박사 얼굴은 당혹스럽기만 했다. 그는 최민혁 실장이 한 지적대로 추론하기는 했지만 확신하지는 못했다.
최민혁 실장이 내놓은 아이디어는 정말 그럴듯했다.
최민혁은 여기서 끝내지 않았다. 그는 제어 시스템에 대해서 의심했다.
“미사일 요격을 하기 위해서는 초음속으로 날아가야 할 텐데, 결국 온도 특성과 같은 사소한 문제가 생길 겁니다. 일반적인 상황과는 좀 다르죠. 전자 부품에 문제의 소지가 생길 수 있죠.”
“…그 정도는 내부적으로 검토했을 겁니다.”
“내부적으로 검토하는 것과 실제로 테스트에서 적용하는 것은 좀 다른 문제죠. 이 부분도 적당히 한번 메꿔 보세요.”
요격 미사일이 하늘을 날아가는 것 자체는 오히려 문제가 되지 않았다.
문제는 요격 미사일 속도가 빨라질 때 생긴다.
특히 단기에 미사일 속도가 가속되면, 급냉 현상도 따라간다.
이런 변화에 어느 정도 대응을 한다고 해도 쉽게 되는 것이 아니었다.
카일리 로엔 박사가 그런 점을 모르지 않았다. 다만 그는 이런 문제에 대해서 사드 개발 팀이 어느 정도 대안이 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그러했다.
다만 실제적으로 먹히지 않았을 뿐이었다.
카일리 로엔 박사도 처음에는 최민혁 실장의 이야기를 의심했지만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하고서야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
‘실수인가? 이게 정말일까?’
하지만 최민혁 실장은 쾌재를 불렀다.
“역시 카일리 로엔 박사님은 대단하십니다. 합리적인 추론입니다.”
“아.”
그는 크게 당황했다. 이번 일은 최민혁 실장이 옆에서 가이드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 부분을 언급하려고 했다.
그런데 최민혁 실장은 카일리 로엔 박사의 말을 듣지 않았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이번 일 덕분에 카일리 로엔 박사님은 사드 개발에 쉽게 합류할 수 있을 겁니다. 저만 믿으세요.”
“…네.”
카일리 로엔 박사는 최민혁 실장이 하는 말의 뜻을 뒤늦게야 깨달았다.
* * *
워싱턴 포스트의 톰 피트 기자는 최민혁 실장과 몇 번 만나봐서 그의 성정을 잘 안다. 그는 카일리 로엔 박사에게서 받은 사드 분석 보고서를 진지하게 살폈다.
이 보고서의 핵심은 아주 간단했다.
사드 개발 팀의 업무 태만을 지적하고 있었다.
기본적인 절차만 제대로 준수해도 이번 사드 테스트 실패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이다.
단 한 번의 실수로 수천 만 달러를 허공에 날린 셈이다.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그는 이 제보를 몇 번이나 분석해 봤는데, 특이점을 찾지 못하자 이 사드 관련 기사를 내보냈다.
[사드 개발, 이대로 좋은가?]
워싱턴 포스트에서 나간 이 기사는 꽤 큰 이슈를 끌었다.
막대한 미국 국민의 혈세가 투입된 사드 개발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증거였기 때문이다.
미국 정치권은 안 그래도 사드 개발에 대해서 부정적이었다.
그들은 이미 록히드 마틴에 대한 청문회를 준비 중이었다.
록히드 마틴이 수작을 부려서 청문회는 계속 연기되었고 말이다.
워싱턴 포스트에서 나온 이 기사 때문에 이제는 기회를 잡았다.
미국 상원은 크리스 세이건 이사를 즉시 호출했다.
미국 상원에서는 지금까지 진행한 사드 방어체제에 대한 사전 점검을 한 것이었다.
특히 불과 며칠 전에 있었던 실패에 대해 시비를 걸었다.
크리스 세이건 이사는 안 그래도 최민혁 실장 제안 때문에 머리가 아팠다. 그가 록히드 마틴 이사회에 넌지시 의견을 내놓았을 때, 죄다 다 반대한 것이었다.
심지어 분위기가 흉흉했다.
[크리스 이사, 당신 미친 것 아냐?]
[최민혁 실장을 모르는 사람은 없어요. 하지만 그 사람은 한국인이잖아. 한국인에게 록히드 마틴 지분을 넘기자고?]
[크리스 이사, 당신은 이게 문제야. 내가 언제 한 번 사고 칠 줄 알았다니까. 아니, 씨발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예상한 반응이었다.
크리스 세이건 이사가 몰라서 이들에게 질문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어느 정도 상황을 예상한 터라 이사회에 정식 안건으로 올리지 않았다.
그는 지금 최민혁 실장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번민 중에 상원의 호출을 받은 것이었다.
[그건 실수였습니다. 미사일 개발이 얼마나 힘든지는 저보다 여러분이 더 잘 아시지 않습니까?]
[우리 생각은 다릅니다.]
[좀 답답합니다. 여러분 중에는 미군에서 복무한 경험이 많은 것으로 압니다. 공대공 미사일도 아니고, 지대지 미사일도 아닙니다. 요격 미사일입니다, 요격 미사일. 음속을 넘는 속도로 날아오는 미사일을 격추하는 겁니다. 그게 간단히 될 리가 없지 않습니까?!]
사드는 어렵다.
자신들의 실수는 아니다.
이런 주장의 반복.
크리스 세이건 이사 이야기는 합리적이었다.
다만 담당 상원 의원은 워싱턴 포스트에게 지적한 보고서를 내밀었다.
[첨단 시스템이 아니라 분리 시스템의 기계적인 부분에 문제가 생겼더군요. 이건 절차를 밟아서 제대로 확인만 했어도 잡을 수 있는 문제였습니다!]
[네? 그게 무슨…….]
크리스 세이건 이사는 결국 뒤늦게야 상원에서 내놓은 분석안을 살피면서 그들의 눈치만 봤다.
“……!”
사드 연구 팀의 업무 태만을 지적하는 보고서였다.
그로서는 청천벽력 같은 일이었다.
그는 도대체 이 기밀 문건이 워싱턴 포스트에서 어떻게 알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분노한 상원의 분위기로 봐서는 자기 말이 먹힐 것 같지가 않았다.
그래도 확인은 필요했다.
[…워싱턴 포스트에서 이 문건을 어떻게 구했는지 모르겠군요. 설마 상원은 워싱턴 포스트에서 이 문건을 받은 겁니까?]
[크리스 이사, 지금 그게 중요합니까. 당신들이 제대로 일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지!]
[…….]
크리스 세이건 이사는 이를 악물었다. 어떤 새끼가 내부 정보를 흘렸는지는 몰라도 잡아서 반드시 죽여 버릴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는 상원에서 자신을 씹는 소리에 묵묵히 듣기만 해야 했다.
[사드 개발에 대한 문제점은 계속 나왔습니다.]
[당신들 정말 개발 성공할 자신은 있는 겁니까?]
[만약 이 사드 개발에 실패할 시에 10억 달러 이상을 날려 버리는 겁니다. 당신들이 그 리스크에 대한 대안이 있습니까?!]
사드 개발을 위한 추가 예산 이야기는 단 한마디도 할 수가 없었다.
지금 상원 분위기는 사드 개발을 접으려는 모양새였다.
그럴 수는 없었다.
록히드 마틴이 지금까지 퍼부은 돈이 얼마인데, 이대로 접는다는 말인가.
‘젠장맞을.’
[다시 검토해서 보고하겠습니다. 문제점이 있다면 바로 수정하겠습니다. 시간을 좀 주십시오!]
물론 상원 반응은 달랐다. 그들은 크리스 세이건 이사를 맹렬하게 씹었고, 모든 책임을 록히드 마틴 쪽으로 다 전가했다.
[이번 일에 대한 명확한 답이 없으면, FBI에 기소하겠습니다!]
* * *
크리스 세이건 이사는 일단 록히드 마틴으로 돌아가서 조직 내부부터 살폈다. 그는 사드와 관련이 있는 연구원을 이 잡듯이 찾았다. 상원에 정보를 흘린 놈이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다행히 실마리를 찾았다.
범인은 록히드 마틴 연구 팀은 아니었다.
상원 쪽에 아는 지인이 있어서 보고서의 출처를 확인했다.
“카일리 로엔 박사라고?”
그런데 카일리 로엔 박사가 기밀을 빼돌린 것은 아니었다.
사드와 애니 융합 연구에 대한 검토는 이미 진행 중이었다.
사드 관련 정보 일부가 미국 국방성을 통해서 KMBOOK에 넘어간 것이었다.
“확실합니다. KMBOOK 쪽에서 메이런 프로젝트와 관련해서 미국 국방성과 접촉을 한 것으로 압니다. 그 과정에서 보고서가 넘어갔습니다.”
“이해할 수가 없군. KMBOOK은 메이런 프로젝트에 정신이 없을 텐데, 왜 뜬금없이 사드를 가지고 딴죽을 걸어?”
“…그건 확인 중입니다.”
“흠.”
크리스 세이건 이사는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랐다.
하지만 그는 이 일을 그냥 넘어갈 수가 없어서 카일리 로엔 박사에 대한 것을 살폈다.
결과는 어렵지가 않았다.
카일리 로엔 박사는 최근 록히드 마틴에 입사 지원을 했고, 실제로 합격했다.
그런데 결과는 KMBOOK을 선택했다.
황당한 것은 그를 밀어준 이가 다름 아닌 샐로먼 브러더스란 점이다.
크리스 세이건 이사는 이 사안이 너무 이상해서 그나마 자신과 친한 밀리아머의 윌리엄 테일러 사장에게 문의했다.
“……!”
윌리엄 테일러 사장은 경악했지만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바로 연락드리겠습니다!]
* * *
윌리엄 테일러 사장은 크리스 세이건 이사에게 연락받기가 무섭게 데릭 모건 이사에게 전화해서 바로 만났다.
두 사람은 카일리 로엔 박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한 후에 황당해서 한동안 입을 열지 못했다.
정확히는 윌리엄 테일러 사장이 그랬다.
물론 카일리 로엔 박사를 KMBOOK에 첩자로 들여보낸 데릭 모건 이사는 크게 당황했다. 이런 일은 전혀 예상도 못 했다.
하지만 그들은 곧 정신을 차리기가 무섭게 카일리 로엔 박사를 은밀한 곳에서 만났다.
카일리 로엔 박사는 자기가 한 일을 숨기지 않았다.
“맞습니다. 이지수 박사님이 따로 지시한 일이라서 진행했습니다. 사드 관련해서는 미국 국방성에서 계속 업무 요청이 들어와서 검토한 일입니다. 그 보고서는 사드 미사일 실패 자료를 토대로 제가 분석한 것입니다.”
정확히는 록히드 마틴이 애니를 결합한 사드 개발과 관련해서 미국 국방부에 도움을 요청했다. 미국 국방부는 보험으로 이 사안을 분석했고 말이다.
그 보고서가 상원으로 넘어갔다는 이야기다.
워싱턴 포스트에 대한 것을 슬쩍 빼버려도 말이다.
KMBOOK 내에 사드와 관련된 기밀 정보가 자연스럽게 넘어갔다.
데릭 모건 이사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돌아가는 상황을 금방 이해했다. 밑의 실무진 선에서는 나름 이게 합리적이라고 해서 진행한 일이었다.
애초에 KMBOOK 내에도 미군이 있다.
그들이 자신들 뒤통수를 칠 리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었다.
“…정말 다른 뜻은 없었다는 말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