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 3세는 조용히 살고 싶다-902화 (902/1,021)

#

록히드마틴 스스로도 투자를 일부 했지만 주로 밀리아머를 통해서 투자를 진행했다.

비공식적인 것은 더 많고 말이다.

물론 겁이 없는 이라면, 메이런 프로젝트에 탐욕을 부릴 것이다.

다만 그럴 경우 그 결과는 뻔했다.

윌리엄 테일러 사장이 록히드마틴의 눈치를 보는 이유였다.

사실 인공지능 관련 프로젝트는 2세대를 내다본 장기 프로젝트였다.

그런데 이 프로젝트 진행에 구설수가 너무 많았다.

크리스 세이건 이사는 마지막으로 나온 물을 마시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와서 하기에는 늦은 이야기지만 당신 아들이 문제였습니다.”

윌리엄 테일러 사장은 냉정하게 반박했다.

“그건 크리스 이사님도 이미 아는 사실이었습니다. 이지수 박사를 압박해야 더 연구 성과가 빠르게 나온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테일러는 그런 계획에 충실했고, 실제로 효과가 있었습니다.”

“또 최민혁 실장 탓을 하려는 겁니까?”

“실제 사실이 그렇습니다. 이지수 박사도 더 견디기 어려운 상황이었으니까. 그의 아버지 데니스 리도 한계 상황이었습니다.”

“그런 말은 누구나 합니다.”

“10년입니다! 우리가 이 일에 공을 들인 기간이 무려 10년이란 말입니다. 그 10년의 노력을 무시하는 겁니까?!”

크리스 세이건 이사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놈의 ‘테일러 박사’ 이야기가 나오자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 그런데 그럴 수가 없었다. 테일러 박사는 지금 소송에 휘말려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성추행하라고는 하지 않았습니다!”

“그건…….”

크리스 세이건 이사는 차가운 눈으로 쳐다보았다.

“윌리엄 사장님이 많이 크기는 컸나 봅니다. 저에게 이렇게 받아치다니!”

윌리엄 테일러 사장은 이를 악물었다. 그는 솔직히 자신이 실수했다는 것을 인정했다.

“…죄송합니다.”

“아, 됐습니다.”

크리스 세이건 이사는 이 상황이 그저 짜증스럽기만 했다. 일이 생각한 것처럼 풀리지 않아서다. 시제기가 추락하면서 이제는 이지수 박사를 건드리지도 못하게 됐다.

“…이지수 박사 말입니다. KMBOOK에서 지분도 엄청 받은 것 같더군요. 이제는 경제적으로 휘둘릴 상황도 아니고, 경호원만 여섯 명이 달라붙어서 과거처럼 건드리지도 못하겠더군요.”

“…최민혁 실장 때문입니다.”

“아, 그놈의 최민혁 실장.”

크리스 세이건 이사는 이를 으드득 갈았다. 이지수 박사를 결코 내버려 둔 것이 아니었다. 인내를 가지고 지켜봤다.

필요하다면 다른 차선책도 준비했고 말이다.

그런데 이제는 그것도 어려웠다.

더 황당한 것은 사드 때문에 나오는 내부 의견이었다.

비록 시제기 하나가 추락하기는 했지만, 애니 인공지능은 미사일에 전용할 수 있었다.

역설적이게도 추락한 시제기 동선을 확인한 결과로는 그랬다.

“…윌리엄 사장은 일단 이번 일에서 손을 떼세요.”

“…알겠습니다.”

윌리엄 테일러 사장은 살짝 고민하나 싶었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메이런 프로젝트와 관련된 특허도 제법 있는 터라 차라리 잘되었다고 생각했다.

‘차라리 이자들과 완전히 손을 터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최민혁 실장은 알아서 관리할 거야. 하지만 최민혁 실장이 만만한 사람은 아니지. 거기에 이지수 박사 역시 마찬가지고.’

중요한 것은 이지수 박사가 꿍쳐둔 기술이다.

백악관에도 꽤 인맥이 있는 록히드마틴이라면 그 비밀을 결국 밝혀낼 것이었다.

하지만 크리스 세이건 이사는 윌리엄 테일러 사장의 태도에 내심 피식 웃고 말았다. 다만 그는 이보다 이지수 박사, 최민혁 실장을 떠올리면서 눈살을 찌푸렸다.

지금까지 조사한 바로는 둘 다 만만한 인물이 아니었다.

특히 최민혁 실장은 말이다.

‘아무래도 최민혁 실장 이자와 연결 고리를 만들 필요가 있어.’

* * *

최민혁 실장은 ‘록히드마틴’과 관련된 정보를 추가로 확인하면서 계속 고개를 갸웃했다. 자신과 연결 고리가 전혀 없지는 않았다.

‘사드 실패에 대한 보험일까? 아니면 밀리아머 때문일까? 그것도 아니면 샐로먼 브러더스가 수작을 부린 것일까?’

그 근원은 세 중의 하나일 것이다.

다만 지금 급한 일은 록히드마틴이었다.

이 작자들이 애니에 욕심을 냈으니, 그냥 넘어갈 리가 없었다.

최민혁 실장은 결국 사드와 관련된 전생 기억을 떠올렸다.

사드 실험은 계속 실패하게 된다.

주한 미군에 사드를 설치한다는 희망 고문을 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미국 의회에서조차 예산 문제 때문에 이 프로젝트를 접으려고 하니까.

다만 몇 년 후에 아슬아슬하게 성공하게 된다.

그것도 몇 년 후에.

지금 록히드마틴은 이 사드와 관련해서 벼랑 끝에 몰려 있었다.

‘결국 대안을 찾아야겠지. 인공지능 애니 기술을 적용한다면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할 수 있어.’

다만 최민혁 실장이 의아한 부분은 메이런 프로젝트에 대해서 어떻게 알았느냐 하는 점이었다. 미국 국방성이 정보를 줬을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모르겠네. 역시 샐로먼 브러더스가 문제라고 봐야 하나? 뭐, 상관없지. 어차피 이런 일은 비일비재할 것으로 생각했으니.’

최민혁 실장 그 자신이 이제까지 조용히 힘을 키운 이유였다.

그가 굳이 최문경 부회장, 샐로먼 브러더스만을 상대한다면 이렇게 신중할 필요가 없었다.

둘 주변에는 탐욕에 미친 승냥이들이 넘쳐나기 때문이었다.

최민혁 실장은 결국 밀리아머, 록히드마틴을 주범으로 확신한 채 연결 고리를 하나씩 살폈다.

그는 그중에 빼놓을 수가 없는 것이 샐로먼 브러더스라는 것을 깨달았다.

때마침 그쪽에서 다시 만나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

그로서는 의아한 일이었지만 원래 샐로먼 브러더스를 걱정한 것은 최문경 부회장의 배후라고 생각해서였다.

하지만 지금은 꽤 변화가 심했다.

록히드마틴의 배후를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지금쯤에 한번 얼굴을 보는 것도 나빠 보이지 않았다.

[좋습니다.]

* * *

다만 만남 장소로 택한 곳은 도심의 한 흔한 카페였다.

“…….”

데니스 샐로먼 이사는 외국인을 동물원 구경하듯이 쳐다보는 이들에 씁쓸하게 웃으면서 최민혁 실장을 힐끗 쳐다보았다.

최민혁 실장 역시 샐로먼 브러더스에서 나온 사람이 데니스 샐로먼이라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태국 생활은 괜찮았습니까?”

피부가 살짝 탄 데니스 샐로먼 이사는 쓰게 웃고 말았다.

“태국 생활이 보기와는 달리 나쁘지 않았습니다. 더욱이 저는 불러주는 사람이 많아서 삶 자체는 오히려 한국보다 나았습니다.”

두런두런 일상적인 이야기.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최민혁 실장은 슬쩍 샐로먼 브러더스와 관련된 근황부터 질문했다.

“모기지 채권 담당 이사가 방한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건 미국 내 모기지 채권 투자를 독려하기 위함입니다.”

최민혁은 피식 웃었다.

‘시기가 문제이니까.’

그도 솔직히 전생 기억을 안다고 하지만 자세한 흐름은 몰랐다.

그런데 최문경 부회장, 샐로먼 브러더스, IMF를 같이 연동해서 지켜보자 이상한 점이 드러났다.

굳이 모기지 투자를 유도하는 것 말이다.

“미국 국채보다 이율이 높다는 점을 강조하겠군요.”

“최 실장님도 한번 투자해 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국채보다 이율도 높고, 오히려 더 안정적입니다.”

모기지 채권의 규모는 대략 1조 7천억 달러를 훌쩍 넘었다.

천문학적인 규모였다.

샐로먼 브러더스는 이미 런던을 중심으로 유럽에 대규모 영업 중이었다.

최민혁은 입맛을 다셨다. 모기지 사태는 아직 먼 훗날 이야기였다. 그는 이보다 데니스 샐로먼 이사와 대화 중에 문득 이 모기지 투자가 IMF를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 최 부회장님에게 고마워해야 하나?’

“모기지 계약이 늘어날수록 국내 달러가 미국으로 많이 빠져나가겠습니다.”

“네? 그게 무슨…….”

“아, 재정 경제원이 자문하던 단기 외환 달러 쇼크 때문에 기억나서 하는 말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한국 경제 수준이 있는데, 그런 일이 생기겠습니까?”

“그렇습니까.”

최민혁은 힐끗 데니스 샐로먼 이사 얼굴을 살폈다.

‘거짓말은 아니네. 가만, 그러면 이 사람은 IMF와 관련된 계획을 모르는 건가? 그럴 수도 있지. 아직은 시간이 많으니까.’

데니스 샐로먼은 애초에 휴전 협상 때문에 이 자리에 온 터라 생뚱맞은 모기지 이야기를 잘 이해할 수가 없어서 슬쩍 말을 돌렸다.

“요즘 재정 경제원에서도 최민혁 실장님에게 도움을 청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아닙니다.”

“…제가 어젯밤에 실무진을 통해서 확인한 사실입니다. 최민혁 실장님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서 구체적으로 확인했습니다.”

데니스 샐로먼은 자기 근황을 속이지 않았다. 그는 재정 경제원을 통해서 최민혁 실장에 대한 것을 조사한 것이었다.

지금 이 시점에서 만나자고 한 것도 운이 아니었다.

최민혁은 새삼 데니스 샐로먼의 날카로운 말에 혀를 내둘렀다.

그는 솔직히 샐로먼 브러더스가 최문경 부회장에게 손을 떼기를 원했다. 아니, 그게 어렵다면 샐로먼 브러더스 내부에 외과수술만 하면 된다.

‘당연히 내부자가 필요한데…….’

최민혁 실장은 이곳에 오기 전에 본 데니스 샐로먼 이사의 프로필을 다시 떠올렸다. 꽤 믿을 만한 사람이었다. 그가 샐로먼 브러더스 직원이라고 해서 계속 이 회사 직원은 아니었다.

‘사내 정치 싸움에 밀려서 태국으로 쫓겨난 사람이니까. 회사에 대한 믿음은 상당히 깨졌겠지. 흐음, 그렇다면 대안이…….’

어차피 샐로먼 브러더스는 결국 망한다.

몇 년 후의 미래이기는 하지만.

‘그 틈을 벌리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

두 사람 머릿속은 각자 다른 그림을 그렸다.

대화는 물론 그저 좋은 이야기였고 말이다.

다만 두 사람 대화가 평행선을 그릴수록 헛돌기만 했다.

최민혁 실장은 물론 계속 시간만 낭비할 수는 없었다.

“갑자기 왜 만나자고 연락하신 겁니까?”

“우리 샐로먼 브러더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합니까?”

“규모가 큰 투자 회사로 압니다. 세계적인 투자 회사라고 봐야죠. 저 같은 기업가는 바짝 엎드려야 할 공룡입니다.”

“…하지만 최민혁 실장님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좋게 말해서 타협해도 될 일을 크게 벌이시는 것 같습니다.”

“제가요? 오히려 그쪽이 일방적으로 공격하지 않았습니까?”

“…우리 회사에 반감이 있는 겁니까?”

“글쎄요. 그건 좀 애매하군요. 다만 전 우리 첫째 큰아버지와 사이가 안 좋습니다. 그런데 그쪽은 우리 최문경 부회장을 지원하더군요. 제가 그쪽 회사에 좋은 감정을 가지기 힘들지 않겠습니까?”

데니스 샐로먼 이사는 그제야 마른침을 삼켰다. 그는 최민혁 실장의 강한 어투에서 한 가지 실마리를 발견했다.

“하, 하면 최민혁 실장님은 최문경 부회장과 손을 떼면, 우리 샐로먼 브러더스와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습니까?”

최민혁은 당연한 이야기에 멈칫했다. 그로서는 전혀 예상도 못 한 대답이었다. 애초에 샐로먼 브러더스를 믿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몰래 깔아놓은 초대형 덫을 떠올렸다.

‘IP 시티폰에 대해서 눈치를 챈 건가? 아니야. 지금은 진실을 알 리가 없어.’

다만 어느 정도 눈치를 챌 수는 있다. 확실치는 않아도 데니스 샐로먼 이사는 자신이 해놓은 일 때문에 불안해했다. 다만 그도 그게 물론 무엇인지 모르는 것 같았다.

‘지금 손을 떼기에는 너무 늦었지.’

최민혁은 그제야 데니스 샐로먼 이사의 제안에 머리가 아팠다. 데니스 샐로먼 이사를 믿어서가 아니었다. 너무 꼬이고, 꼬여서 이제 자신도 손을 대기 힘들었다.

“…원론적인 답이기는 하지만 샐로먼 브러더스가 우리 최문경 부회장에게 손을 뗀다면, 저도 긍정적으로 고민해 보겠습니다.”

‘물론 IP 시티폰 계획을 접을 수는 없지.’

그건 자신도 어떻게 해볼 단계를 이미 넘어섰다.

지금 IP 시티폰은 덩치를 계속 키워가는 중이었다.

KD 통신 붕괴는 LPG 폭발이 될지, 지대공 미사일 폭발이 될지, 전술핵 폭발이 될지, 아니면 수소 폭발이 될지는 그 자신도 몰랐다.

데니스 샐로먼 이사는 최민혁 실장 표정을 살피면서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그건 내부적으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하지만 이전과 다르게 대답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은 이전과 상황이 꽤 다릅니다.”

“그건 모르죠. 어쨌든 좋은 대답 기다리겠습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