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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3세는 조용히 살고 싶다-901화 (901/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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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점에서 데릭 모건 이사가 만날 사람은 그렇게 많지가 않았다.

“록히드마틴의 크리스 세이건 이사님이겠군요.”

데릭 모건 이사는 데니스 샐로먼 이사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최민혁 실장과 관련된 안건은 사전에 조율했습니다. 아마 일을 진행하는 데 큰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겁니다. 대신 데니스 샐로먼 이사님이 굿캅 역할을 해주셔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필요하다면 재정 경제원이나 오성 전자의 도움을 받아도 됩니다. 일단 최민혁 실장을 만나서 최대한 한번 협상을 해보세요.”

“…네.”

* * *

데릭 모건 이사는 미국에 도착하자 크리스 세이건 이사를 만나지 않았다.

그는 굳이 크리스 세이건 이사를 만나서 자기 입지를 헝클고 싶지 않았다.

대신 그가 선택한 사람은 다름 아닌 윌리엄 테일러 사장이었다.

‘그라면 알아서 잘할 거야. 내 영향력을 줄이려고 하는 사람이니까. 자신이 주도적으로 하려고 할 테니, 나에 대한 것을 알 수가 없을 거야.’

그가 걱정하는 것은 혹시 최민혁 실장이 자신에 대해서 알까 하는 부분이었다.

굳이 최민혁 실장 눈에 띄고 싶지 않았다.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최민혁 실장의 타깃이 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는 달리 밀리아머의 윌리엄 테일러 사장은 자기 주도적인 성향이 강했다. 그는 미국 국방성과 협의한 후에 메이런 프로젝트와 관련된 모든 특허를 다 넘겼다.

다만 이건 어디까지나 메이런 프로젝트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특허만을 넘긴 거였다.

그런데 메이런 프로젝트 진행 중에 나오는 특허는 꼭 직접적으로 연관된 것은 아니었다.

외부 연결 장치와 관련한 특허가 제법 있었다.

아니, 꽤 많았다.

특히 이지수 박사가 기존에 내놓은 특허를 분석해서 추가로 내놓은 기술도 있었다.

어떻게 보면 이지수 박사의 특허를 베낀, 아니, 우회한 특허였다.

심지어 이 특허 중에는 기계 장치와 관련된 부분도 많았다.

의공학 관련 부품은 꽤 돈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

이지수 박사가 메이런 프로젝트를 비비 꼬아서 한 이유였다.

윌리엄 테일러 사장은 굳이 이런 자세한 내막을 국방성에 알리지는 않았다. 그는 이보다 이지수 박사가 메이런 프로젝트를 다시 시작하게 되면, 뭔가 변화가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여기서 실마리를 찾는다면 대성공이라고 생각했다.

초기에는 그의 예상대로 되는 것 같았다.

그런데 불과 얼마 있지 않아서 무선 항공기 시제기 하나가 추락해 버렸다.

“…….”

다행히 사상자는 없었다.

추락할 당시 해당 지점에는 사람도 없었고, 불이 옮겨 붙을 만한 곳도 아니었다.

하지만 분명 이 지점에 오가는 차량도 있고, 사람도 제법 오간다.

최악의 상황에는 사상자가 생길 수도 있었다.

이지수 박사가 애니 모듈화 기법을 이용해서 안전을 확신하기에 한 일이었다. 엄밀히 말해서 반 애니 기법을 사용해서 마치 자폭 드론처럼 사람이 없는 곳을 타깃으로 삼았다.

무선 항공기 추락 현장은 마치 미사일 폭발이라도 일어난 것 같았지만 실상 보는 것과는 많이 달랐다. 그저 폭발만 큰 것처럼 보일 뿐이다.

이지수 박사가 폭발력을 조절한 것이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이런 폭발을 보고 투자를 접을 수도 있다.

하지만 윌리엄 테일러 사장은 오히려 인원을 더 추가해서 이지수 박사의 연구 주변을 샅샅이 살폈다. 직접적인 확인은 어려워서 거리를 두고, 조사를 진행한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기존 메이런 프로젝트에서 없었던 결과가 나타났다.

무선 드론 항공기가 마치 미사일과 같은 동선을 그린 것을 찾아냈다.

운이 좋았다.

‘이걸 활용할 분야가…….’

굳이 무인 항공기일 필요는 없다. 주변에 적용할 분야는 차고 넘치기 때문이다. 실제로 애니 아파트가 그 증거였다.

‘고급 아파트에 애니를 적용하면 대박일 텐데…….’

밀리아머는 가전 회사가 아니었다.

윌리엄 테일러 사장은 고심했다. 그는 이지수 박사가 스스로 무인 항공기도 추락시키고, 자기 아들 테일러 박사를 상대로 고소까지 진행하는 걸 보면서 만만한 이가 아니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정말 대단한 여자다.’

한때는 이지수 박사를 납치할까도 생각해 봤지만, 간단히 포기했다.

메이런 프로젝트가 그렇게 간단한 프로젝트가 아니었다.

특별한 특허하고도 무관했다.

애니라는 시스템 자체가 기술이기 때문이다.

그는 다시 고민에 빠졌다. 이지수 박사는 생각보다 만만한 인물이 아니었다. 실상 그런 점은 메이런 프로젝트의 과거 이력을 봐도 잘 드러났다.

데릭 모건 이사가 연락한 것은 그 무렵이었다. 그는 자세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그저 한국에서 진행되는 애니 모델 하우스에 대한 것만 말하고, 자료를 슬쩍 넘겼다.

[록히드마틴의 크리스 세이건 이사님은 이 사안을 깊이 들여다보는 중입니다.]

‘하, 일을 복잡하게 만드네.’

“…….”

윌리엄 테일러 사장은 순간 화가 났다. 데릭 모건 이사가 아니라 크리스 세이건 이사 때문에 분노했다.

그는 이 상황을 심각하게 생각했다. 그는 최근 한국에서 주목받는 애니 아파트의 근원이 누구인지 모를 수가 없었다.

이지수 박사였다.

‘설마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치려는 걸까?’

이지수 박사가 굳이 메이런 프로젝트를 다시 가져오려고 한 이유 말이다.

이 프로젝트 안에는 메이런 프로젝트를 응용할 수 있는 특허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미 그 기술은 이지수 박사, 정확히는 최민혁 실장에게 다 넘어갔다.

혹시나 싶어서 이 부분을 다시 검토시켰다.

* * *

“애매하네요.”

최민혁 실장도 난감한 얼굴이었다. 그는 메이런 프로젝트와 관련된 특허를 검토하면 정확히는 테일러 박사와 연관된 자료를 살폈다.

그런데 이 자료는 협력업체를 통해서 다 엮여 있었다.

분야도 의공학, 재료 공학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가 있었다.

이런 기술을 전부 다 애니 프로젝트와 엮을 수는 없었다.

이지수 박사 역시 그건 무리라고 그랬다.

최민혁 실장도 순순히 인정했다. 다만 그는 뭔가 찜찜하다는 것을 느꼈다.

조성돈 팀장도 그걸 알아챘다.

“테일러 박사가 기술을 빼돌렸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네. 아마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건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지금 이 시점에서는 가치 없는 특허라도 추후에 주목받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MP3 관련 특허가 그 대상이었다.

KM 전자 법무 팀에서 아예 작정하고 MP3 관련 특허를 쓸어 담은 것도 그런 이유였다.

실제로 이제 MP3가 들어간 특허는 전부 KM 전자 소유였다.

최민혁은 새삼 밀리아머가 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았네요. 쯧, 일을 복잡하게 만드는군요. 내 적이 아니라고 해도 믿지는 않을 것 같으니.”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록히드마틴이 찔러보는 것은 노리는 것이 있어서일 겁니다. 일단 얘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한번 살펴보죠. 다만 먹이를 줘서는 안 됩니다. 괜히 긁어서 부스럼을 내는 것이니까.”

“…알겠습니다. 벨린 시큐리티를 통해서 확인해 보라고 지시하겠습니다.”

“그래요.”

‘록히드마틴하고 얽히고 싶지 않은데, 그렇게 되지 않을 것 같아. 스티븐 기조연설 전에 큰일이 없으면 좋겠는데, 찜찜하네. 샐로먼 브러더스라면 이쪽 방산업체 쪽하고도 알 것 같아서 걱정돼.’

* * *

최민혁 실장의 추론은 틀리지 않았다.

밀리아머와 록히드마틴은 제법 관련이 있었다.

정확히는 경영진이다.

크리스 세이건 이사가 대표적인 인물이었다.

윌리엄 밀리아머 사장이 굳이 크리스 세이건 이사를 워싱턴 근교의 한 고급 레스토랑에서 만날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아니, 그는 이미 메이런 프로젝트와 관련해서 사전에 조율한 한 가지 사실을 확인했다.

“최민혁 실장에게 연락한다고 하셨는데, 어떻게 되었습니까?”

“아, 생각도 하기 싫습니다.”

크리스 세이건 이사는 음모론에 나오는 냉혈한은 아니었다. 그는 오히려 가족적인 성격에, 눈물도 많은 타입이었다.

다만 그는 돈 문제에 들어가면 집요한 타입으로 변모한다.

특히 메이런 프로젝트와 관련해서는 병적으로 집착을 했다.

그는 식사 내내 자신의 결함을 숨기려고 했다.

“록히드마틴이라면, 최민혁 실장이 멋대로 굴지는 못할 겁…….”

크리스 세이건 이사도 불만이 많았다. 그는 윌리엄 사장의 요청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최민혁 실장에게 접근하려고 했다.

“그런 말씀 마시죠. 록히드마틴이라서 달라질 것이 없다니. 그게 무슨 개소리입니까. 원래 이 일은 윌리엄 사장님이 책임질 일입니다!”

윌리엄 사장 역시 자기 아들 테일러 박사에게 이 일을 맡긴 것을 순순히 수긍했다. 무려 10년이 넘게 진행된 프로젝트였기 때문이다.

“그건 인정합니다.”

“인정? 이번엔 정말 윌리엄 사장님에게 크게 실망했습니다. 메이런 프로젝트에 들어간 비용이 얼마인지나 압니까!”

안다.

공식적으로 들어간 비용이 문제가 아니었다.

로비를 비롯한 간접적으로 들어간 비용이 오히려 월등히 많았다.

“하지만 테일러 박사의 계획은 제 아들이라서가 아니라 그냥 가능성이…….”

“아, 좋습니다. 그땐 이지수 박사의 속내를 알기 위해서 차라리 한 걸음 물러나는 것이 좋다고 해서 손을 뗐습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을 보세요. 우리 기술을 야금야금 빼돌려서 이익을 보는 거 말입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다른 소리를 하면 어떻게 합니까?!”

다만 이게 다가 아니었다.

“아, 좋아요. 다 좋습니다. 아니, 그래서 윌리엄 사장님 조언을 받아서 우리 쪽에서 이지수 박사 쪽에 접촉했습니다.”

‘실패했나?’

윌리엄 사장은 크게 놀라지 않았다. 이지수 박사는 생각보다 깐깐한 인물이었다. 아니, 심지어 더 지독한 인물이었다.

막상 한 꺼플 벗겨보니, 그 성격이 지독했다.

윌리엄 사장은 이런 내심을 숨겼다.

“록히드마틴 쪽에서 이지수 박사에게 접근하면 이야기를 충분히 풀어갈 수 있습니다.”

“충분히요? 이지수 박사가 무슨 이야기를 할 줄 알고 그럽니까? 안 한답니다! 메이런 프로젝트 관련해서는 절대로 협업을 할 생각이 없답니다!!”

“미국 국방성 쪽에 도움을 청하면…….”

“도움을 요청했죠. 그런데 그다음 결과가 뭔지 압니까? 시제기 하나가 추락했습니다!!”

‘설마 시제기가 추락한 것이 이 일 때문이었어?’

시제기 하나 개발에 들어가는 비용은 단위가 억 달러 규모였다.

미국 국방성도 시제기가 추락하자 이지수 박사를 설득하려는 일을 포기하고 말았다.

이게 이지수 박사가 의도적으로 한 일인지 알 수가 없었다.

아니, 확인할 수가 없었다.

잘못 건드렸다간 괜히 긁어서 부스럼을 낼 수도 있었다.

윌리엄 테일러 사장은 혀를 찼다. 하지만 그는 내심 웃고 말았다. 어차피 메이런 프로젝트의 최종 주인은 록히드마틴이었기 때문이다.

만약 록히드마틴에서 이지수 박사의 사정을 몰랐다면 계속 자신을 압박했을 것이다.

실제로 밀리아머 내에서도 이와 관련해서 말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로서는 이지수 박사와 관련된 사안을 크리스 세이건 이사에게 알릴 수밖에 없었다.

크리스 세이건 이사는 식사를 다 끝내고 나서도 별다른 내색을 하지 않았다. 그 역시 이번 일이 아주 고약하게 꼬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좋습니다. 무인 항공기는 그렇다고 합시다. 그 인공지능 기술 말입니다. 그거 미사일 방어 시스템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까?”

“설마 사드에 적용할 생각입니까?”

“휴우, 그것 때문에 말들이 많아요.”

작년에 시작한 사드 탄도탄 고고도 요격 체계는 나쁘지 않았다.

성공이었다. 다만 이건 목표물이 없는 단계에서나 그랬다.

2차 실험에서는 중단되었고, 다음 실험에서는 다시 성공했다.

문제는 그다음 부터였다.

프로그램 수정이 들어간 이후에는 계속 실패를 거듭했다.

작년 한 해는 실패의 연속이었다.

그건 올해 역시 다르지 않았다.

유도 시스템 기능과 같은 부분은 아예 테스트조차 진행할 수가 없었다.

결국 사드 개발 팀 내부에서도 말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록히드마틴 경영진 역시 다들 이 가능성이 없는 사드를 계속 진행해야 하나 불만을 토로했다.

그 과정에서 나온 이야기가 바로 메이런 프로젝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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