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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3세는 조용히 살고 싶다-889화 (889/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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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문제는 이게 아니었다.

‘이거 자칫하다가 에플 공매도 전선에도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마이클 블룸버그 회장은 그 자신도 재산이 많지만, 인맥이 더 문제였다.

그는 미국 유력 인물을 알아도 너무 많이 알았다.

특히 투자 정보를 이용해서 그들에게 투자 아이템을 주기도 했다.

외부에 공개된 것 외에 VIP 자문은 따로 하기 때문이었다.

이번 에플 공매도 투자자들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마이클 블룸버그는 당연히 샐로먼 브러더스나 모건 스탠리와 동맹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그는 데릭 모건 이사에게 뒤통수를 맞았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이후 그가 최민혁 편을 든다면 에플 공매도가 어떻게 될지 몰랐다.

실상 처음에는 약속을 지켰어서 문제다.

나중에 얼마든지 배신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되어 버린 탓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신경만 써야 하는 처지가 되었으니 말이다.

데릭 모건 이사는 그제야 마이클 블룸버그 회장에게 협박한 일을 후회했다.

‘최민혁 실장 이 새끼가 이걸 노린 거야!’

뒤늦게야 당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이클 블룸버그를 최대한 이용하려고 했는데, 오히려 뒤통수를 제대로 맞았다.

다행히 마이클 블룸버그 회장이 아직 다른 투자자를 만나지는 않은 듯했다.

그는 그 어떤 태도 변화도 보이지 않았다.

슬쩍 다른 지인 통해서 알아본 바로는 투자에도 변화를 주지 않았다.

그는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을 거듭하다가 분노를 터뜨렸다.

뒤늦게야 최민혁 실장의 실력과 위험성을 깨닫고 말았다.

더 황당한 것은 최민혁 실장이 갑자기 SBC 방송뿐만 아니라 한국 대형 언론 시사 프로그램에 줄기차게 나갔다는 점이다.

특히 한국 외환 시장에 대한 경고는 좀 뜬금없었다.

“저 새끼가 왜 저런 소리를 해?”

댄 스티븐 부장 역시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딱히 한 건 없잖아? 중국 쪽에 투자를 늘릴 수밖에 없어서 주식을 담보로 한국 내의 달러 일부를 투자한 거라고. 그걸 뻔히 알 텐데, 저런 개소리를 하는 거야?”

중국 투자를 위해 이번에 사들인 KD 통신, KD LCD 주식을 담보로 한 것이었다.

겉으로 보기와는 달리 그저 투자자를 숨기기 위한 임시방편이었다.

“…아무래도 오해한 것 같습니다.”

“잠깐만, 혹시 내가 모르는 다른 작업을 한 거야?”

“그건 아닙니다. 저도 확인을 해봤는데, 한국 쪽에 손을 쓴 세력은 없습니다. 지금 바트화 플랜에만 신경 쓰기도 바쁩니다.”

그랬다.

바트화 사태가 이제 겨우 계획대로 풀려가는 상황이었다.

거기에 유럽을 비롯해서 이미 다른 쪽이 더 급했다.

한국 외환 시장을 노리는 세력은 없었다.

오히려 이들은 당황했다.

데릭 모건 이사는 최민혁 실장의 황당한 행보에 고민하는 동안에 이환채 차관에게서 연락도 받았다. 결국, 부랴부랴 서울 근교의 한정식집에서 그와 만났다.

이환채 차관은 지금 자신이 하는 고민을 털어놓았다.

특히 단기 외환 파동에 대해서 말이다.

“설마 저희가 그 일에 관련되었다고 생각합니까?”

“그건 아닙니다. 데릭 모건 이사님이라면 내막을 아실 것 같습니다.”

“그건 이 차장님이 잘못 알고 계신 겁니다.”

“무슨 말씀입니까?”

데릭 모건 이사는 최문경 부회장 측에게서 얻은 정보를 떠올렸다. 정확히는 제임스 러너 이사가 최문경 부회장에게서 잘 봐달라고 얻은 정보를 통해서 안 사실이었다.

“이 일은 최민혁 실장이 최용욱 회장 지분을 사들이려고 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겉으로 보는 것과는 많이 다릅니다.”

사실 좀 극단적인 해석이었다.

아마 오성 그룹이었다면 농담으로 넘길 일이었다.

하지만 그 당사자가 최민혁 실장이었다.

이번 KM 블룸버그 설립과 같은 황당한 일은 늘 일어났다.

이환채 차관은 그제야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처음 듣는 이야기이지만 묵묵히 듣기만 했다. 최문경 부회장이 직접 확인한 내용은 진실에 가까웠다.

정확히는 최민혁 실장이 보여주고 싶은 진실 말이다.

“…그, 그게 정말입니까? 하면 외환 쇼크와 최민혁 실장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말입니까?”

“네.”

이환채 차관은 그제야 의심을 풀었다. 그는 최민혁 실장이 한국 외환 시장을 상대로 테스트를 벌일 수 있다고만 생각했다.

‘선입견인가?’

그렇게 생각하자 최민혁 실장이 한 행보 하나하나가 다시 떠올랐다.

그런데 오히려 골치가 아팠다.

최민혁 실장의 의도가 이건 이것 같고, 저건 저것 같아서다.

더욱이 각 사건은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 보여도 간접적으로 교묘하게 다 엮여 있었다.

이건 최민혁 실장만이 그 의도를 알 수가 있었다.

‘설마 내가 또 당한 건가?’

데릭 모건 이사는 합죽이가 된 이환채 차관의 표정을 살폈다.

이환채 차관은 크게 당황한 채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질문을 해 봤지만, 대다수가 오해였다.

최민혁 실장의 이미지 때문에 잘못 판단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 속에 최민혁 실장이 깔아놓은 지뢰가 있다는 것까지는 몰랐다.

데릭 모건 이사는 이환채 차관이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는 곧 인상을 찌푸리고 말았다.

묘한 함정.

오해와 선입견.

결국 뒤통수 맞기.

지나고 나서 보면 다 함정이다.

‘가만, 이런 상황에 대한 것을 어디서 많이 들은 것 같은데…….’

뭔가가 머릿속을 간질간질 자극만 하지 바로 떠오르지 않았다.

데릭 모건 이사도 평소라면 그냥 넘어갔을 테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그는 이번 일이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다 결국 한 가지 사실을 떠올렸다.

‘맞아, 데니스 샐로먼 이사가 있었구나!’

뒤늦게 태국으로 쫓겨난 데니스 샐로먼 이사는 놀랍게도 최민혁 실장의 위험성을 계속 보고했다.

디테일에서 차이는 있다.

그 보고를 뭉갠 사람이 다름 아닌 데릭 모건 이사였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진행된 일을 보면 외환 달러 쇼크는 자신이 만든 셈이었다. 그것도 최민혁 실장이 시작한 일 때문에 말이다.

만약 한국 정부가 심하게 반발하는 경우라면 지금처럼 오해를 풀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미국 정부에 이어서, 한국 정부에게도 블랙 리스트에 오른다면 아무리 샐로먼 브러더스라고 해도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Mother Fucker!'

최악의 상황에 큰일 날 뻔했다.

그는 식은땀을 흘리면서 심호흡까지 했다.

데릭 모건 이사는 상황의 심각성을 알자 결국 전화기를 들었다.

[데니스 샐로먼 이사를 호출해. 당장 오늘 비행기로 한국에 오라고 해!]

* * *

데니스 샐로먼 이사는 비록 태국에 좌천되기는 했지만, 곧 태국 생활에 잘 적응했다. 그도 가끔 서울 생활이나 뉴욕 삶을 떠올리기는 했다.

하지만 이곳 태국도 그렇게 나쁜 곳만은 아니었다.

자신만만한 금융 전문가가 잘 없어서 여러 업체에서 자문을 요구했다.

심지어 태국 정부도 말이다.

태국 정부는 나름의 경제 발전을 위해서 절치부심 노력했다.

그는 결국 태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서 자신이 가진 자금으로 왕 노릇까지 했다.

흥미로운 일은 이 과정에서 뒤통수를 맞을 뻔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 위기 상황을 잘 피해 갔다.

최민혁 실장과의 갈등 과정에서 쌓은 경험 때문이었다.

그는 최민혁 실장과 대립하면서 절대로 말과 행동 따위는 믿지 않았다.

그 덕에 태국 고위 관료의 수작을 사전에 눈치챌 수가 있었다.

이를 명분으로 삼아서 오히려 태국 고위 관료와 더 잘 지냈고 말이다.

‘이게 전화위복인가?’

다만 그도 데릭 모건 이사 지시를 받고 나서는 좀 고민했다.

아니,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전화를 해봤다.

[데니스입니다. 혹시 무슨 급한 일이라도 터진 겁니까?]

데릭 모건 이사도 자신이 한 일이 있어서 데니스 샐로먼 이사에게 말을 조심했다.

[최민혁 실장 일 때문입니다.]

[…최민혁 실장 일에는 끼고 싶지 않습니다. 이미 시간이 지나서 최민혁 실장은 잘 모릅니다. 그 일이라면 다른 사람을 호출하셨으면 합니다.]

[아뇨. 그 반대입니다. 당신이 보고한 보고서대로 상황이 흘러가서 도움이 필요합니다. 지난 일은 제가 다시 사과드립니다.]

[…그렇습니까.]

데니스 샐로먼 이사는 좀 황당했다. 지금까지 죽어라고 본사에 최민혁 실장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그리고 결국 그 일 때문에 찍혀서 태국으로 쫓겨났다.

그런데 이제 와서 자신의 말이 진실이라는 것을 안다고?

데릭 모건 이사 목소리가 한층 더 내려갔다.

[지난 일에 대해서는 합리적인 보상을 하겠습니다. 이번 한국 지사 위기 상황만 넘기면, 본사에 자리를 마련하겠습니다.]

[글쎄요.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한국 상황도 이미 이전과는 꽤 바뀐 것으로 압니다.]

[무슨 말이죠?]

[원래 한국 재정 경제원에서 우성 건설 파산은 적당히 덮어두는 것으로 가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좀 바뀌었습니다. 해결이 제대로 되지 않았으니까요.]

더 큰 문제는 한국은행이었다. 이들이 태도를 갑자기 바꾸었다. 기업을 무조건 살리기보다는 힘든 기업은 아예 도태시키는 것으로 말이다.

정부는 물론 그 반대였다. 무리수를 둬서 일을 밀어붙이려 했다.

하지만 은행장은 불안했다. 그들은 단기 외환 쇼크를 경험한 탓에 리스크 관리를 해야 했다.

[더 큰 문제는 최민혁 실장입니다. 어제 보니, KBC 시사 토론에도 나가서 한국 금융 위기를 노골적으로 경고했습니다. 심지어 재정 경제원의 이환채 차관을 작정하고 씹었습니다.]

그리고 이 일은 단순하게 끝나지 않았다.

불안감을 느낀 은행 몇 곳에서는 보수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다만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우성 건설은 사전에 정부가 먼저 나섰다면 2,000억 안팎에서 정리가 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 상황이 제가 있을 때와는 좀 달라진 겁니다. 한국 정부도 이제는 정책금융 방식을 지양하는 중입니다. 이번 일은 그 신호탄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참고로 전 그쪽은 잘 모릅니다.]

[…그건 상관이 없습니다. 처음부터 다시 배워도 되니, 일단 한국으로 와주세요.]

[다시 말하지만 제가 한국에 가도 소용이 없습니다. 최민혁 실장 때문에 이제는 한국 정부도 모든 문제를 적자생존 원칙에 따라서 정리하려고 할 겁니다. 그건 이전과는 전혀 다른 방침입니다.]

[…당장 와주세요.]

데니스 샐로먼 이사는 잠깐 침묵했다. 그는 솔직히 한국으로 돌아가기 싫었다. 이곳 태국 생활도 나쁘지 않았다.

당장 한국으로 복귀하면 싸워야 할 사람이 바로 최민혁 실장이었다.

최민혁 실장 이름을 떠올리자 머리 한구석에 박아놓은 과거의 아픈 기억이 치솟았다.

[…정말 제가 필요합니까?]

[지난 일은 제 실수였습니다. 그 부분은 다시 사과드리겠습니다. 이번 일은 전권을 드릴 테니, 한국 일을 제대로 처리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일단 가서 말씀드리겠습니다.]

* * *

데니스 샐로먼 이사는 데릭 모건 이사의 지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마치 휴가라도 가는 사람처럼 느긋하게 비행기에 탑승했다.

그는 한국에 도착하자 샐로먼 브러더스 한국지사의 도움을 얻어서 오성급 호텔에도 투숙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데릭 모건 이사에게서 몇 번이나 전화를 받았다.

확실히 다시 만난 데릭 모건 이사는 본사에서 봤을 때와는 달랐다. 2~3일 정도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것 같았다.

“늦었습니다.”

“괜찮습니다. 그보다 급한 일은 잘 해결한 겁니까?”

“네. 이사님이 오라고 하는데, 당장 달려와야죠.”

그렇게 말하는 사람치고는 여유롭기 짝이 없었다.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았으니, 다급하게 이곳에 온 것도 아니었다.

데니스 샐로먼 이사는 한국에서 좌천당해 태국으로 쫓겨난지라 감정이 좋지 않았다. 굳이 그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서글서글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자세한 상황을 듣고 싶습니다.”

제임스 러너 이사가 슬쩍 눈치를 보면서 입을 열었다.

“지금까지 진행된 일은 최민혁 실장이 국내에 들어와서 최용욱 회장 지분을 매각…….”

데릭 모건 이사는 그런 데니스 샐로먼 이사의 모습에 탄식하고 말았다.

제임스 러너 이사는 차마 얼굴을 들지 못했다. 그는 자신이 한 말이 있어서 데니스 샐로먼의 눈치만을 봤다.

그는 평소에 늘 보여준 그 자신만만한 여유를 전혀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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