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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3세는 조용히 살고 싶다-868화 (868/1,021)

#868.

"각 기능 블록은 나누어서 담당 계열사 쪽에 분담했습니다. KM 전자, ARN, 퀄컴, 에플 쪽에도 일을 맡겼습니다."

특히 드론 부분은 KMBOOK 쪽에서 아예 따로 맡았다.

"그쪽은 제품에 적용할 생각인 거죠?"

"맞습니다."

정확히는 각 분야별로 상업화를 검토중이다. 따라서 전체를 다 알 수는 없다. 각 파트별로 나누어져 있고, 심지어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도 따로 있다.

이 기준을 토대로 각 업체에서 제품에 결합하기만 하면 된다.

이지수 박사는 이 과정에서 누구나 보고 싶도록 공통 인터페이스 규격도 만들었다.

"애니에 대해서 전혀 몰라도 이 기준에 따르기만 하면 애니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단일 플랫폼으로 만들 생각입니다."

"……."

최민혁은 혀를 내둘렀다. 이런 수법을 잘 활용하는 회사가 다름 아닌 MS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이지수 박사는 다소 흥분을 떨치지 못했다. 그녀도 인공지능 애니를 고안하기는 했지만, 이걸 다양한 분야에 써먹겠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인공지능 산업이 활성화되려면 몇 년, 아니, 최소한 10년이 넘어야 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최민혁 실장의 제안 때문에 모든 상황이 바뀌었다.

비록 걸음마 단계이기는 하지만 다운 그레이드된 애니가 단기에 상업적으로 사용될 예정이었다.

아이컴만이 아닌 셈이다.

"사실 이 기술의 완성도를 올려서 드론에 적용할 수 있다면, 시장 반응도 괜찮을 겁니다. 다만 지금 시제품은 상황이 달라서 제품 양산이 좀 어려울 겁니다."

최민혁도 자신이 무리하게 밀어붙여서 만든 시제품 미니 드론의 한계를 잘 알았다. 그는 굳이 지금 단계에서 무리할 생각이 없었다.

"어쩔 수 없죠. 이제까지 상업화를 목표로 개발한 것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이지수 박사의 마음은 그렇지가 않았다.

"대신이라고는 뭐하지만 한 가지를 수정해 놓았으니, 그 부분은 꼭 확인해 보세요."

"네?"

"선물입니다. 그리고 저도 최 실장님이 절대로 양산할 생각이 없다고 계속 반복해서 말한 터라 그 부분을 간과한 것 같습니다. 다음에는 실수 없도록 하겠습니다."

"괜찮아요. 지금도 훌륭하니까. 일단은 남들이 보기에 부담 없도록 해주세요."

"……알겠습니다. 일단 가장 최상위 OS을 업데이트해 주세요."

"네."

"……."

스티븐은 영문을 몰라서 두 사람의 대화만 멍하니 듣고 있었다. 그는 신이 뭐라 묻기도 전에 최민혁 실장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입맛을 다셨다.

그저 최민혁 실장에게 조금 후에게 될 거라는 말만 들었다.

"좀 느긋하게 즐겨보세요. 이런 상황이 다시는 오지 않을 테니까. 제가 장담하지만 마이클 블룸버그는 생각을 바꾸게 될 겁니다."

"……알겠습니다."

***

마이클 블룸버그는 느긋하게 기다렸다. 그는 자신이 억지를 부렸다는을 잘 안다. 스티븐에게 못 할 짓을 했다는 것도 말이다.

하지만 그는 이번 일을 통해서 최민혁 실장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도 했다.

확실히 스티븐에게서 연락이 왔다.

다시 협상하겠다고 말이다.

[알겠습니다.]

마이클 블룸버그는 과연 최민혁 실장이 어떤 인물인지 궁금했다.

최민혁 실장은 바로 업데이트된 인공지능 미니 드론이 탑재된 상자를 가지고, 자기 사무실을 찾아왔다.

스티븐은 최민혁 실장과 동행한 채 아직도 흥분을 쉽게 떨치지 못했다.

그는 마이클 블룸버그에게 이렇게 제대로 뒤통수를 맞을지는 몰랐다.

하지만 그는 스티븐보다는 최민혁 실장의 모습을 유심히 살폈다.

'…어리구나.'

본래 동양인이 나이에 비해 어려 이는 것도 있지만, 최민혁 실장은 실제로 어렸다.

이제 대학교 2학년 나이이니 말이다.

지금은 휴학한 셈이니, 아직 대학교 1학년생이었다.

그런 그가 스티븐을 부하처럼 데리고 다녔다. 직접 보면서도 잘 믿기 어려웠다. 솔직히 최민혁 실장의 분위기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정말 귀중한 것은 최민혁 실장 주변의 모습이니까.

그들을 호위하는 경호원 역시 만만해 보이지 않았다.

특히 한 사람은 말이다.

그는 김명준 과장을 유심히 쳐다보다가 다시 최민혁 실장을 쳐다보았다.

그는 최민혁 실장을 둘러싼 과장된 소문의 진실을 확인하고 싶었다.

"이렇게 명성이 자자한 최민혁 실장님을 뵙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정중한 인사에 최민혁 실장은 다소 당황했다. 그는 억지를 부린 마이클 블룸버그가 자신을 상대로 괴악한 행동을 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아, 아닙니다. 제가 오히려 하고 싶은 말입니다. 언론과 정보 산업을 주도하는 마이클 블룸버그 님에 대한 명성은 자주 들었습니다."

"하하하, 그렇습니까."

"물론입니다. 인터넷 산업이 점점 널리 보급되면서 정보화사회가 될 겁니다. 그때는 마이클 님의 정보 창출과 이를 빠르게 전달하는 사업은 더 주목을 받게 되겠죠."

"호오, 그렇습니까."

마이클 블룸버그도 꽤 놀라운 얼굴이었다. 그는 이 어린 비즈니스맨에게서 자기 사업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줄은 몰랐다.

최민혁 실장은 굳이 없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는 미래에 마이클 블룸버그가 하게 될 사업 방향을 슬쩍 언급했다.

"특히 투자와 관련이 있는 부가가치 정보 서비스를 통해서 고객을 끌어모으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시장, 주식, 환율과 같은 정보를 축적하게 해서 보다 높은 가치의 정보를 만들어서 공급할 수 있을 테니까."

"…흠."

마이클 블룸버그는 이제 감탄하기보다는 오히려 경계 어린 눈으로 쳐다보았다. 그가 그린 콘텐츠의 가치에 대해서 최민혁 실장이 너무 정교하게 알았기 때문이다.

'설마 내 사업에 끼어들 생각인가?'

최민혁은 굳이 이런 마이클 블룸버그의 우려를 걷어내지 않았다.

"콘텐츠 가치 중점을 연관성, 희소성, 질, 타이밍을 잘 고려한다면 오히려 더 가치가 커질 겁니다. 제가 투자한 구골이 어떻게 보면, 이런 가치 기준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설마 이 정보 산업에도 투자할 생각인 겁니까?"

"굳이 제가 할 필요는 없습니다. 아마 구골이 저를 대신할 겁니다."

"으음."

마이클 블룸버그는 상당히 굳은 얼굴을 한 채 최민혁 실장을 째려봤다. 그가 쇼킹을 받은 것은 자신이 어느 정도 그리고 있는 사업의 핵심을 최민혁실장이 정확하게 지적했기 때문이다.

최민혁은 그 모습에 피식 웃고 말았다. 그가 이런 미래 정보를 알고 있는 건 마이클 블룸버그가 이것과 관련된 이야기를 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사업으로 재미를 단단히 본 후에 말이지.'

그런데 그 정보 사업을 시작도 하기 전에 도둑맞게 생겼다.

마이클 블룸버그는 불행히도 구골과 같은 플랫폼이 없었다.

그는 결국 차선으로 야후를 선택해야 하는데, 그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야후, 구골을 비롯한 검색 업체에 대한 내부적인 검토 때문이다.

결과는 놀랍게도 구골이 압승이었다.

기술적인 효율성 면에서 말이다.

이 부분은 블룸버그 연구소 내에서도 다시 재검토 중이었다.

결과가 기대한 것과는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마이클 블룸버그가 굳이 데릭 모건 이사의 제안을 받은 것도 이 이유였다. 그는 스티븐의 이야기를 듣자 최민혁 실장을 바로 떠올렸다.

'곤란한데.'

"……."

스티븐은 뒤에서 협상에 끼어들려다가 입을 다문 채 멍하니 두 사람을 쳐다보았다. 마이클 블룸버그의 행동이 자신을 대할 때와는 전혀 달랐다. 그가 왜 최민혁 실장에게 저렇게 정중한 지 알 수가 없었다.

다만 그도 두 사람의 대화를 곰곰이 생각한 끝에야 탄식하고 말았다.

'설마 최민혁 실장이 마이클 블룸버그의 미래 사업을 안다는 말인가? 그걸 적극적으로 공략한 건가. 아니, 그걸 어떻게 아는 거지?'

그 못지않게 마이클 블룸버그 역시 이제 바위처럼 굳은 얼굴이었다.

"…설마 최민혁 실장님은 우리 블룸버그를 노리는 겁니까?"

최민혁은 피식 웃었다.

"제가 굳이 블룸버그 사업을 할 이유가 있겠습니까? 지금 하는 사업도 역량이 딸려서 죽을 지경입니다!"

"하면 왜 그런 식으로……."

"그러면 마이클은 왜 스티븐에게 그런 식으로 압박한 겁니까?"

"……."

마이클 블룸버그는 크게 당황해서 입을 다물고 말았다.

그는 실로 어처구니가 없었다. 이렇게 노골적인 협박을 당하게 될 줄은 몰랐다.

그런데 최민혁 실장에게 함부로 할 수는 없었다.

그저 마른침을 삼킨 채 최민혁이 한 말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최민혁 실장이 방금 말한 사업 방향대로 신사업을 한다면 블룸버그는 직격타를 받을 것이다.

심지어 미래 사업 전반이 말이다.

최민혁은 그 가치를 알면서 그다지 욕심이 없는 눈치였다.

그게 더 무서웠다.

마이클 블룸버그는 식은땀을 흘리면서 최민혁의 얼굴을 힐끗 다시 살폈다. 감정이 없는 시선에 오히려 자신이 시선을 피하고 말았다.

그는 최민혁 실장이 정확히 자신이 하려는 사업을 알고 있는 게 맞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이번 협상은 너무 짧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자리에서 더 협상을 이어갈 수는 없었다.

"으음, 제가 약속이 있어서 협상을 이어가기 힘듭니다. 혹시 내일 시간이 되시겠습니까?"

"그러죠."

최민혁은 쿨하게 물러나고 말았다.

***

마이클 블룸버그는 최민혁 실장이 떠나고 난 다음에 그렉 파넬 이사를 호출했다.

그는 최민혁 실장이 한 이야기를 세세하게 언급했다.

그렉 파넬 이사는 역시 냉정한 성격답게 묵묵히 듣기만 했다.

다만 그도 구골의 이름을 듣고 나서는 흠칫 놀라기는 했다.

"…그냥 한 말은 아닐 겁니다. 구골 대주주가 최민혁 실장이니 말입니다. 구골 미래 가치는 야후를 통해서 확인 할 수 있습니다."

"그 야후 말인데, 협상은 어떻게 되어가?"

"결과가 좋지 않습니다. 야후 처지에서는 아쉬울 것이 없으니까요."

야후는 한창 폭발적인 인기를 구가하는 중이었다. 협력하겠다는 정보 업체가 넘쳐났다. 그들로서는 굳이 블룸버그에게 매달릴 이유가 없었다.

때문에 야후는 일방적인 조건을 내걸었다.

하지만 블룸버그로서도 숙이고 들어갈 이유가 없었다.

결국 대안으로 선택한 것은 유럽 TV 시장 공략이었다.

데릭 모건 이사 덕분에 프랑스 쪽은 뚫었고 말이다.

"하면 구골이 대항마가 될까?"

"구골도 나쁜 선택은 아닙니다. 아니, 오히려 더 나은 선택일 겁니다. 구골업체는 이상할 정도로 검색 엔진 성능을 알리지 않았는데, 오히려 써본 사람 중심으로 평이 좋습니다. 다만 검색 엔진에 너무 집착하는 것이 문제가 됩니다."

구골 엔진은 최민혁 실장이 굳이 간섭하지 않았다.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가 알아서 꾸려가기 때문이다.

투자도 넉넉하게 받았고, 기술 지원도 충분한 상황이다.

이들은 외부 압력 따위에 신경을 쓸 인물이 아니었다.

결국 블룸버그는 구골 측과 여러 차례 협상했지만 잘 풀리지 않았다.

그들은 결국 반쯤 포기한 상황이었다.

블룸버그 역시 그 안건을 보고받았다. 그가 최민혁 실장 이름을 듣자 이번 일을 억지를 써서 밀어붙인 진짜 이유였다.

하지만 그가 만나본 최민혁 실장은 생각보다 앞뒤가 콱 막힌 인간이었다.

그는 때문에 그렉 파넬 이사가 가져온 보고서를 살피면서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처음에는 데릭 모건 이사의 행동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알 것 같았다. 왜 그가 무리수를 둬가면서까지 일을 벌인 것인지 말이다.

'이러면 이야기가 다르지.'

"자네 생각은 어때? 최민혁 실장을 적으로 만드는 것 말이야."

어지간한 일에는 눈도 깜짝하지 않은 그렉 파넬 이사가 버럭 소리쳤다.

"최민혁 실장과 대립하겠다니?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십니까?!"

"아, 알았으니, 그만해. 그냥 해본 이야기이니까."

"최민혁 실장과 같은 사업을 할지언정, 절대로 적으로 만들어서는 절대로 안 됩니다!"

"…알겠네."

그는 격앙된 그렉 파넬 이사의 답변에 혀를 내둘렀다. 상대가 이런 반응을 보일지는 상상도 못 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

다시 만난 마이클 블룸버그의 모습은 첫 만남 때와는 달랐다.

눈빛은 오만하지 않고, 태도 역시 정중하기만 했다.

동행한 그렉 파넬 이사도 눈치껏 뒤에서 지켜보기만 했다.

"……."

오히려 스티븐이 기가 막힌 얼굴로 마이클 블룸버그를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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