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 3세는 조용히 살고 싶다-866화 (866/1,021)

#866.

물론 후일 이야기다.

다만 지금도 블룸버그 명성이 가볍지는 않았다.

최민혁은 힐끗 조성돈 팀장을 쳐다보았다.

조성돈 팀장은 미국에 와서 획일적인기획에서 벗어나서 이런저런 일을 다루면서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다만 그 스스로도 이런 자신이 싫지는 않았다.

"뭐 이곳저곳에서 온 정보를 얻어서 분석한 터라 생각보다는 꽤 중요한 것을 얻었습니다. 샐로먼 브러더스가 이상할 정도로 블룸버그의 사업을 확인 중입니다."

"조 팀장님 말씀은 샐로먼이 마이클블룸버그에 관심이 많다는 얘기 같군요. 물론 정보라는 관점에서 블룸버그를 무시할 수는 없어요. 그런데 그 일은 우리와는 아무런 연결 고리가 없을 텐데요?"

"관련이 있습니다."

"휴우, 조 팀장님, 지금 우리는 산적한 일이……."

"이번 CES 전시회 기조연설의 원래 후보자가 그 마이클 블룸버그였습니다."

"네? 그러면 원래 기조연설자가 스티븐이 아니라 블룸버그였다는 말씀이세요?"

"네."

"흠."

최민혁은 그제야 눈살을 찌푸렸다.

샐로먼 브러더스가 왜 조용하나 싶었는데, 다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그는 별 고민을 하지 않았다.

"설마 블룸버그가 다시 기조연설에 나서고 싶다는 말을 꺼낼까요?"

"제가 샐로먼 브러더스라면 그렇게 하게 만들 겁니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로서는 좋을 것이 없습니다. 이번 기조연설에서 송도연을 통한 MP3 산업을 부각시키려던 일이 헝클어집니다."

물론 다른 마케팅 방법도 있다.

하지만 그런 방법은 아무래도 CES 기조 연설 효과만 못했다.

아무리 자금을 많이 퍼붓는다고 해도 말이다.

결과적으로 시간이 흐른다면 그 결과가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그렇게 될 경우 자신은 소극적인 포지션을 취할 수밖에 없었다.

그건 별로 바람직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민혁 실장은 한 가지일 때문에 고민에 빠졌다.

처음에는 먼저 이쪽에서 나서야 하나 싶었는데, 그건 좋은 방법이 아니었다.

'스티븐을 완전히 믿을 수는 없으니.'

다른 사람과는 달리 스티븐은 능력이 있는 사람이다.

이번 애플 이벤트 이후에 애플의 성장세가 달라지면, 스티븐 역시 과거의 능력을 되찾게 될 것이다.

그는 이 일이 결코 서둘러야 할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일단 샐로먼 브러더스와 마이클 블룸버그에 대해서 자세히 살펴보세요. 아, 그리고 스티븐 역시 빼놓지 말고요."

"…알겠습니다."

조성돈 팀장은 문득 할 말이 떠올랐지만, 최민혁 실장의 표정이 달라진 것을 봤다. 그 역시 마이클 블룸버그에 대한 것을 듣고는 골치가 아팠다.

생각보다는 거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스티븐은 그런 마이클 블룸버그를 설득해서 자신이 CES 기조연설자로 나섰다. 이것 역시 지금 보면 가볍게 생각할 일이 아니었다.

'만만한 사람이 아무도 없구나.'

두 사람은 새삼 지금 일이 한국에서 사업할 때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최민혁 실장은 특히 더 말이다.

'하긴 사업이 이래야지. 지금까지는 너무 훌훌 마셨지. 세상 일이 만만하지 않잖아. 앞으로는 정말 신중하게 접근해야겠어.'

***

블룸버그 창시자인 마이클 블룸버그는 최근 들어서 스티븐에게 눈을 떼지 못했다.

그는 스티븐이 에플로 귀환한 것부터가 신기하기만 했다.

그는 스티븐 때문에 애플 주가에 흥미를 더 가졌다.

결국 프리마크 연구거래소를 설립해서 실시간으로 투자 정보를 공급하는 사업을 진행했다.

투자 정보 수진과 관련된 이 새로운 사업은 꽤 많은 이들의 시선을 끌었다.

일종의 개인에 대한 정보 거래와 비슷하기 때문이었다.

이 일의 기본은 역시나 스티븐이었다.

프리마크 연구거래소 소장인 그렉 파네 이사도 처음에는 이게 돈이 될까 회의적이었는데, 막상 펼쳐보니 결과가 나쁘지 않았다.

실시간 데이터에 혹한 고객이 제법 생겨났다.

"정보 가치에 돈을 지불한다는 것이 얼마나 괜찮은 상품인지 이번에 알았습니다."

평소 과묵하고 냉정한 그렉 파넬 이사답지 않은 표현이었다.

마이클 블룸버그는 씩 웃었다. 그 역시 스티븐을 만나지 않았다면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번 일의 동기를 제공한 사람이 스티븐이었다.

"그런데 그 스티븐 말이야. 그 배후가 최민혁 실장이라는 이야기가 있던데, 그거 사실인가?"

"아, 그건 맞을 겁니다. 스티븐 스스로 인정한 사실입니다."

"그 자존심이 강한 스티븐이 정말 인정했다고? 정말인가?!"

"네. 따지고 보면 이번 CES 전시회 아이템에도 최민혁 실장이 손을 썼다는 이야기가 파다합니다. KM 전자 엔지니어가 직접 에플까지 찾아와서 협업했다고 하니까요."

당시 KM 전자 엔지니어가 에플에 파견 나간 것은 꽤 조심스럽게 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 일도 이제는 아는 사람은다 아는 사실이 되었다.

최민혁 실장과 스티븐의 명성이 알려지면서 일어난 일이었다.

마이클 블룸버그는 한동안 이 문제를 곰곰이 생각한다고 입을 열지 않았다.

그는 이 상황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비록 스티븐이 한 번 망가졌다고 해도 그 명성이 사라지지는 않았다.

자신을 설득하던 스티븐의 모습에는 과거의 그 스티븐 못지않은 열정이 있었다. 그만큼 자신도 무시하지 못하는 인물이었다.

그런데 도대체 최민혁 실장은 어떻게 스티븐을 자기 사람으로 만든 것일까.

'아니야. 이건 말이 안 되잖아. 상황이 바뀌면 스티븐 그 친구도 달라질 거야. 그렇다고 해도 최민혁 실장 이 친구를 무시할 수는 없겠어.'

"…그 최민혁 실장 말이야. 혹시 그 친구 정보에 대한 수요는 어때?"

"말도 마십시오. 장난 아닙니다. 정보 수량만 감안하면 스티븐조차 상대가 안 됩니다. 생각보다는 관심을 둔 사람이 정말 많습니다."

그는 KM DVR 기증과 관련된 사실을 떠올리면서 고개를 갸웃했다.

"그거야 미국 언론에서 조명해서 그런 것이 아닌가?"

"그런 것이 동기가 된 것은 맞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이곳저곳에서 최민혁 실장을 찾는 일이 많습니다. 특히 미국 연방 정부 역시 예외는 아닙니다."

"흠."

마이클 블룸버그는 턱을 쓰다듬었다.

그로서는 전혀 예상을 못 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번 프리마크 연구거래소를 통해서 최민혁 실장 정보의 가치를 확인했다.

절대로 무시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모건 스탠리 역시 최민혁 실장 정보를 실시간으로 알아보는 중이고, 샐로먼 브러더스 같은 경우에는 거의 스토킹 수준입니다. 정보 이용료에 구애받지 않습니다."

"혹시 그 중국 사업 때문인가? KD 통신인가 뭔가 하는 사업?"

"네. 최근에 최용욱 회장 지분을 더 확보한 것으로 압니다."

"아, 그 지분, 나에게도 제안한 것 같은데?"

"네, 제가 보류를 권했습니다. 아무래도 최민혁 실장의 행동이 석연치 않아서 말입니다. 최민혁 실장이 KD 통신의 가치를 안다면 그렇게 멍청한 짓을 할 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아, 맞아, 그 일도 있었지."

마이클 블룸버거는 최민혁 실장이 엮이지 않은 곳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더욱이 그 행동 역시 수상한 구석이 너무 많았다.

"확실히 그 일은 이상했어. MP3, MPEG-2 특허권을 혼자 독식할 때와는 달랐지. 기회다 싶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친구치고는 너무 이상했어."

"솔직히 그 부분과 관련해서 한 번쯤은 샐로먼 브러더스 쪽과 만나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긴 나쁘지 않아. 아, 이왕이면 지금 한번 연락해 보는 것이 좋겠어."

하지만 굳이 연락해 볼 필요도 없었다.

비서가 마침 샐로먼 브러더스 내의 한 인사에게 연락이 왔다는 보고를 해왔다.

'허 타이밍이 참 기가 막히네.'

***

마이클 블룸버그는 데릭 모건 이사를 모를 수가 없었다.

그 역시 샐로먼 브러더스라는 거대한 투자 회사를 이끌어가는 데릭 모건 이사에 대해서 관심을 두고 지켜보는 중이었다.

그런 그가 이번 CES 기조연설과 관련해서 흥미로운 제안을 할 줄은 더 몰랐다.

사실 스티븐에게 이번 기조연설을 양보한 것은 소송 문제도 있고, 스티븐에 대한 호감도 있어서다.

만약 스티븐이 부활하기 전에 도움을 줬다면 후일 자기 동반자 한 사람에게 빚을 지운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마이클 블룸버그는 때문에 '최민혁 실장'과 관련된 정보를 얻기 위해서 무슨 말을 해야 할까 많이 고민했다.

그런데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다.

"한 가지 제안할 일이 있습니다."

그는 능구렁이답게 슬쩍 말을 돌렸다.

"데릭 이사님이 저에게 무슨 제안을 할 일이 있다는 말입니까?"

"이 일은 마이클에게도 큰 이익이 되기 때문입니다."

"일단 들어나 봅시다."

"스티븐에게 이번 CES 기조연설을 양보했다고 들었습니다. 그 일을 다시 원점에서 검토해 보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그건 좀 곤란합니다."

하지만 데릭 모건 이사는 집요했다.

"물론 마이클 입장도 잘 압니다. 하지만 이번 제안만 받아준다면, 우리 샐로먼 브러더스 역시 그만한 것을 내놓겠습니다."

"……."

그로서는 의아한 일이었다. '최민혁 실장'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기도 난감했다. 왠지 스티븐을 공격하는 것을 봐서는 최민혁 실장과 전혀 무관할 것 같지가 않았다.

결국 일단 데릭 모건이 과연 어떤 제안을 내놓을지에 집중했다.

"그만한 물건이 뭔지 말씀해 보세요."

데릭 모건 이사는 상대가 떡밥에 관심을 보이자 흠칫 놀랐다.

그는 마이클 블룸버그가 재물에 관심을 보일지는 몰랐다.

솔직히 샐로먼 브러더스라는 거대한 투자 회사를 움직이는 실세인 자신이 약속하는데 말이다.

하지만 마이클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결정하기가 쉽지 않네."

"……."

데릭 모건 이사는 내심 이를 갈았다.

마이클 블룸버그가 이상할 정도로 잿밥에 관심을 기울이자 당황한 것이었다.

스티븐을 상대로 살짝 건드리는 일인데, 어려운 부탁도 아니었다.

마이클 블룸버그의 위치라면 말이다.

다행이라면 이미 한 가지 제안을 준비해 왔다.

"AFT 통신과 합작으로 프랑스 경제전문 TV 망 개설에 길을 놔드리겠습니다."

마이클 블룸버그는 깜짝 놀랐다. 블룸버그 경제 TV는 이미 실시간으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 왔다. 다만 프랑스 쪽은 아직 로비하는 중이었다.

프랑스 쪽은 프랑스 정부 측의 반발 때문에 당연히 일을 쉽게 풀 수가 없었다.

그는 데릭 모건 이사가 이 사실을 어떻게 알았는지 굳이 묻지 않았다. 블룸버그 이사회를 통하면 금방 알 수가 있는 정보이니까.

"으음, 좋습니다. 솔직히 스티븐 일과 관련해서 뒤늦게 안 사실 때문에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제가 한약속이라서 지키려고 했습니다만."

슬쩍 여기서 끊었다.

하지만 데릭 모건 이사는 눈치가 있었다.

"이번 일은 스티븐의 무리수가 따른 일이었습니다. 스티븐을 싫어하는 사람이 정말 많아서 말도 많이 나옵니다. 스티븐의 멘토이기도 한 마쿨라 이사조차 스티븐을 욕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야."

그는 굳이 더 자세한 것을 묻지 않았다. 다만 한 가지만큼은 슬쩍 짚고 넘어갔다.

"혹시 최민혁 실장이라고 들어보셨습니까?"

데릭 모건 이사는 화들짝 놀랐다.

"네? 아, 최민혁 실장이라면, KM DVR로 유명한 그분 아닙니까?"

"네, 뭐, 맞습니다. 혹시 최민혁 실장에 대해서 잘 압니까?"

"저도 다른 사람과는 다를 바가 없습니다."

"그렇군요."

마이클 블룸버그는 혀를 찼다. 그가 보기에 데릭 모건 이사의 방금 모습은 늘 '최민혁 실장'의 이름을 되새기지 않았다면 보일 수가 없는 반응이었다.

'이번 일도 최민혁 실장 그 친구와 관련이 있나 보다.'

***

마이클 블룸버그 역시 스티븐에 대해서 딱히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가 스티븐의 제안을 받아준 것은 어디까지나 비즈니스일 뿐이다.

그런데 데릭 모건 이사가 더 매력적인 제안을 해오자 굳이 스티븐의 눈치를 볼 이유가 없었다.

그는 때문에 꼭 데릭 모건 이사의 제안 때문이 아니라 반쯤 본심으로 슬쩍 기조연설과 관련해서 스티븐 쪽에 법적인 조치를 취하겠다는 뉘앙스를 슬쩍 던졌다.

하지만 이런 법적인 문제와는 별개로 이번 기조연설 내용은 꽤 가치가 있는 것이었다.

바로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과 관련된 마케팅에 관한 내용이었다.

특히 소비자를 유혹할 수 있는 제품경향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고 했다.

고객 요구, 기술이 융합된 창조 마케팅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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