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 3세는 조용히 살고 싶다-858화 (858/1,021)

#858.

리암 중위는 머쓱한 얼굴이었다. 그 역시 메이런 프로젝트와 관련된 인물 중의 하나였다. 군 생활에 회의를 느끼다가 결국 그만뒀으니까.

다만 그 역시 자신의 경력을 인정받아서 이곳에 배치될 줄은 몰랐다.

“지난달에 전역했습니다. 지금은 KM 시큐리티에 근무합니다.”

“아, KM 시큐리티라면 나도 들어봤어. 최민혁 실장이 만든 보안 회사를 말하는 거지?”

“맞습니다.”

“…아, 그렇구나.”

마크 소령은 그제야 상황이 어떻게 된 것인지 뒤늦게 알았다.

KM 시큐리티 주인이 다름 아닌 최민혁 실장이었고, 이지수 박사가 최민혁 실장의 가장 최측근 중의 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설마 메이런 프로젝트 담당자를 따로 스카우트한 것일까? 최민혁 실장은 정말 만만히 볼 사람은 아니야.’

* * *

최민혁 실장은 한창 세팅에 여념이 없는 건물, 장비, 경비, 심지어 이 프로젝트와 관련된 미군 대대를 살피는 중이었다.

그가 속도를 올리기 위해서 직접 나선 결과였다.

뭐, 어려운 것은 없다.

그쪽에 계속 연락하고, 자본 투자를 늘리겠다고 했으니까.

심지어 무인 항공기 관련 기술이 성공하면 미국 국방성에 배당을 더 높이겠다는 말도 했고 말이다.

특히 지난주까지 시간을 질질 끈 것이 주효했다.

자신이 일을 적극적으로 한다니, 얼씨구나 하면서 반응을 보였다.

지금 미국 국방성의 행동은 좀 과한 면이 있었다.

그만큼 이지수 박사에게 기대가 크다는 의미기도 했다.

최민혁은 메이런 프로젝트 건물을 살피다가 뒤늦게 마크 소령을 발견하고는 가볍게 경례를 했다.

“환영합니다.”

“아, 네.”

마크 소령은 떨떠름한 얼굴로 최민혁 실장을 쳐다보았다.

심지어 그 옆에서 머쓱한 표정을 짓는 자레드 해리스 대령 역시 마찬가지다.

자레드 해리스 대령은 예상한 것보다 더욱 빠른 설비 진척에 크게 당황한 눈치였다. 이 일을 급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것은 안다. 그런데 일을 진행하게 하는 부서에서도 정확히 어떻게 해야 할지는 잘 몰랐다.

그야말로 주먹구구식 일 처리였다.

그런데 알고 보니, 최민혁 실장의 동선에 따라서 국방부가 움직인 것이었다.

실로 황당한 일이었다.

이 일 자체가 비밀리에 진행되는 것도 문제였다.

가장 황당한 것은 이곳에 배치된 담당 부대다.

그들 역시 크게 당황하기는 매한가지였다.

느닷없이 윗선의 지시를 받은 것이다.

하지만 이번 일은 워낙에 이런저런 이야기가 많아서 미국 국방성에서도 쉬쉬했다.

테일러 박사, 밀리아머, 국방성, 로비, 탈세와 같은 미묘한 문제가 서로 엮여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 일을 받은 이가 다름 아닌 최민혁 실장이었다.

최민혁 실장은 또 지난주까지 빈정이 상해서인지 자기 꼴리는 대로 행동했다.

이런 일이 알려지면 구설수가 드는 것은 필연.

결국 보안을 유지해야 할 일이었다.

자레드 해리스 대령조차 그 내막을 이제야 안 정도이니, 실제로 내막을 아는 이들은 국방성 내의 고위 핵심 관료뿐이다.

하지만 마크 소령은 뒤늦게 나타난 이지수 박사를 보면서 방긋 웃기만 했다. 그녀를 마주한 것으로도 불만 따위는 없었다.

실제로 그와 동행한 부대원 30명은 이지수 박사에게 일사불란하게 경례했다.

이지수 박사는 그런 모습에도 크게 당황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그녀는 늘 있던 것처럼 미군의 군례를 받아넘겼다.

아니, 그녀는 이미 익숙한 이들을 일일이 골라내서 발 빠르게 움직였다.

그녀가 해야 할 일이 많았다.

시간은 부족했고 말이다.

최민혁 실장이 요구한 목표도 고려해야 했다.

최민혁 실장은 그걸 누구보다 잘 알았다. 그 역시 이리저리 전화하기 바빴다. 돈, 기술, 장비가 필요한 쪽에 따로 공급을 요청한 것이었다.

마크 프랭클린 소령은 지금 이 분위기가 싫지는 않았다. 그는 이지수 박사가 못다 한 메이런 프로젝트를 끝내기를 바랐다.

‘이지수 박사라면 할 수 있지.’

그는 메이런 프로젝트가 다시 가동되는 것에 만족했다.

이젠 엄연히 메이런 프로젝트 시즌 2다.

‘이건 된다.’

그가 오른손을 번쩍 쳐들자 동행한 미군은 다들 환호했다.

“…….”

최민혁 실장은 그 모습에 혀를 내두르고는 이지수 박사에게 말했다.

“잠깐 이야기 좀 하시죠.”

“…네? 네!”

* * *

이지수 박사는 최민혁 실장이 자신을 직접 호출하는 경우가 드물다는 것을 잘 알았다. 어지간한 일은 그녀에게 다 권한을 넘기기 때문이다.

그녀는 예상한 대로 최민혁 실장이 내놓은 KM 전자 기획 팀의 보고서를 읽었다.

“아!”

감탄이 절로 나왔다.

그녀가 전혀 생각지 못한 방향이기 때문이다.

헬렌이 그 모습을 보다 못해서 같이 보고서를 살피다가 깜짝 놀랐다.

“어.”

두 사람 다 애니 성능에만 집착해서 한 가지 사실을 간과한 것을 깨달았다.

바로 필요성이었다.

차량 레이스에서 티코와 같은 차량이 맞지 않은 것과 같았다.

두 사람이 작업한 인공지능 애니는 일반인의 필요와는 전혀 들어맞지 않았다.

그런데 특수한 목적엔 또 적합하냐 하면 그것도 그렇지가 않았다.

CES 전시회용 드론이면 CES 전시용에 맞게 수정만 하면 된다.

이지수 박사는 뛰어난 이답게 KM 전자 기획 팀이 가이드라인을 정한 레벨별 10가지 프로필을 보면서 구체적으로 뭘 수정해야 할지 결론을 내렸다.

“이건 정말 기가 막힌 아이디어입니다.”

최민혁은 굳이 자신이 나서서 설명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당장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기준은 이 10레벨로 하죠. 사용자 특성에 따라서 일반용, 특수용과 같은 방식으로 나누면 될 것 같습니다. 일반용은 일반인에게 맞게 배터리 프로필을 따로 설정하면 됩니다.”

“그리고요?”

“여기 보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로 나누어놓았는데, 하드웨어 설정 역시 추가로 조정할 수 있어요. 조 차장님이 사전에 따로 설계해 놓았으니까요.”

조창호 차장은 스마트폰과 관련된 하드웨어 설계를 총괄했다. 그는 ARN를 비롯한 계열사 엔지니어 측과도 소통하는 중이었다.

그는 그 경험을 애니 드론에도 그대로 적용했다.

다만 애니 드론 자체에 문제가 많아서 그걸 그대로 그냥 뒀을 뿐이다.

이지수 박사는 그 점을 지적했다.

“조 차장님이 왜 그런 기능을 넣었는지 몰랐는데, 이 점을 고려한 것 같아요.”

그녀는 말을 하면서도 새삼 놀라운 눈빛으로 최민혁 실장을 쳐다보았다. 설마 애니 드론의 가장 고질적인 문제 중의 하나인 배터리 사용 시간을 이렇게 해결할 줄은 몰랐다.

실상 칩 성능을 제어하면, 배터리 소진은 50%, 아니, 사용하기에 따라서 90%까지 줄어든다.

그런데 애니 드론은 그런 작업을 할 수 있는 기반이 잘되어 있었다.

이건 스마트폰 개발에 대한 경험이 있어서였다.

결국 최민혁 실장이 한 스마트폰 개발이 마냥 실수만은 아니었다. 그가 스마트폰을 밀어붙인 덕분에 혁신적인 기술을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지수 박사의 설명을 통해서 한 가지 사실을 더 깨달았다.

“생각해 보면 우리 사람 뇌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평소에는 뇌 기능의 일부만 사용하니까요. 풀로 가동하면 뇌도 부담을 느끼잖아요. 애니 드론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을 것 같네요.”

이지수 박사 역시 감탄했다. 그는 순순히 최민혁 실장의 의견에 공감했다.

“그게 정답이에요. 너무 기술에만 집착한 나머지 한 방향으로만 민 것이 문제였습니다.”

“좋네요. 그러면 이 문제는 바로잡을 수 있죠?”

“네. 특히 메이런 프로젝트를 활용하면 시행착오를 더 줄일 수가 있어요. 그 안에는 제가 10년 동안 튜닝해 놓은 인공지능 블록이 있으니까요.”

“제가 더 도와줄 일이 없군요.”

“천만에요. 이게 정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지수 박사가 내민 것은 다름 아닌 보고서였다. 그 안에는 KM 전자 기획 팀이 깔끔하게 정리해 놓은 논리 프로파일이 있었다. 그걸 기준으로 삼으면 추가 작업은 이틀이 채 걸리지 않는다.

그녀는 그래서 더 최민혁 실장을 놀라운 눈으로 쳐다보았다.

‘자기 능력뿐만 아니라 조직 관리 능력도 참으로 탁월한 사람이구나.’

하지만 그녀는 이보다 최민혁 실장이 내놓은 아이디어를 다시 살폈다. 이것을 잘만 응용하면 메이런 프로젝트 기술을 어느 정도 획득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잘만 하면…….’

메이런 프로젝트를 통해 감만 얻는다면 인공지능 미니 드론에서 부족한 부분을 메꿀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그게 되어야 프로젝트 일정을 대폭 당길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젠 어느 정도 감을 잡았다.

이지수 박사는 그제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후다닥 뛰어갔다.

최민혁은 후다닥 뛰어가는 이지수 박사의 뒷모습을 보면서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그는 의외로 애니 드론 기술이 꽤 상업적으로 의미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정도면 노릴 사람이 제법 많겠어.’

* * *

스티븐은 CES 전시회를 앞두고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였다.

그는 발표회 과정을 달달 외울 정도로 노력하고 노력했다.

다만 그 역시 최민혁 실장에 대해서 계속 지켜보는 중이었다.

그가 이상하게 생각한 것은 최민혁 실장에게도 이번 CES가 꽤 중요하다는 부분이다.

그건 송도연 무대와 관련해서 들어간 자금만 봐도 알 수가 있다.

무대 감독으로 제임스 감독을 택했으니까.

제임스 감독 역시 투자 때문에 최민혁 실장의 제안을 받았다.

덕분에 이번 전시회 수준은 어지간한 영화보다 높았다.

이런 일을 벌여놓은 이가 최민혁 실장이다. 그가 이 일을 내버려 둔 것은 이 일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 아닐 것이다.

스티븐 역시 최민혁 실장의 성격을 잘 아는 터라 꾸준하게 최민혁 실장에게 연락했다. 하지만 최근 최민혁 실장은 미국, 한국을 종횡무진으로 활동하면서 여러 가지 일을 벌이는 중이었다.

그 과정에서 나온 일이 바로 방산업체 인수였다.

스티븐은 순간 최민혁 실장을 걱정했다. 그는 혹시 최민혁 실장이 너무 잘나가서 자만심을 가진 것이 아닌가 싶었다.

얼마 전에 부탁한 이야기도 걱정스러웠고 말이다.

스티븐은 때문에 그 일이 CES 전시회 진행 일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염두에 뒀다. 그런 뒤 그는 몇 번이나 최민혁 실장에게 연락했다.

그런데 바쁘다고 늘 연락을 받지 않았다.

그는 결국 고민을 하다가 결국 최민혁 실장을 직접 찾아갔다.

그런데 최민혁 실장은 이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그는 반팔에 반바지를 입은 채 한곳을 바라보는 중이었다.

그곳에 있는 것은 바로 무인 항공기였다.

당연히 그 주변에는 철책이 처져 있었는데, 외부와는 완전히 차단되어 있었다. KMBOOK 건물에서 봐야 그 모습이 보였다.

그 항공기 옆에는 수십 명의 미군이 붙어서 뭔가 열심히 작업 중이었다.

하지만 그 무인 항공기 밑에서 장비를 검사하면서, 장비를 연결하게 하는 이는 놀랍게도 여성이었다.

머리를 돌돌 말아서 묶은 머리에도 그녀의 미모를 숨기지는 못했다.

그녀는 검은 테 작업용 고글을 착용한 채 장비 체크에 여념이 없었다.

그 옆에는 헬렌이 노트북으로 장비 상태를 체크 중이었다.

늘씬한 모양의 비행기는 전형적인 전투기에 비해서는 그 크기가 30% 정도에 불과했다.

앞 모양은 특이하게도 사람 얼굴이 길게 늘어진 것 같았다.

최민혁 실장은 뒤늦게 사무실 안으로 들어와서 멍하니 무인 항공기 작업 현장을 보는 스티븐을 향해서 입을 열었다.

“오, 스티븐, 죄송합니다. 제가 좀 정신이 없어서 말이죠.”

스티븐은 보좌관 몇 사람과 같이 최민혁 실장에게 다가갔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입니까?”

최민혁은 어깨를 으쓱했다.

“제가 방산업체 인수하려는 이야기를 들었을 겁니다. 그 대안으로 방산업 라이센스를 얻어서 한 가지 일을 하려고요.”

“저, 정말입니까? 가만, 그런데 이상하군요. 방산업 라이센스가 그렇게 빨리 나올 수가 없을 텐데요?”

최민혁은 인상을 찡그렸다. 미국 국방성은 뭐가 마음에 안 드는지 배 째라는 식으로 나왔다. 아이러니한 건 메이런 프로젝트 시설은 또 이미 다 넘겼다.

“아, 아직 안 받았습니다.”

“네?”

“뭐, 미국 국방성도 그 나름의 사정이 있나 보죠. 절차가 있지 않습니까. 그렇다고 그걸 기다릴 시간은 부족하고 말이죠. 일단 저질러 놓고, 고민하자는 거죠.”

“…무슨 말인지 도저히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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