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 3세는 조용히 살고 싶다-851화 (851/1,021)

#851.

“그 새끼는 도대체 왜 자꾸 일을 만드는 거야. CES 전시회 일에만 집중해도 될 일이잖아. 에플 공매도 상황도 더 악화 중인데, 대안도 없을 것 아냐!!”

“…….”

댄 스티븐은 굳이 대답하지 않았다. 그로서는 상상도 못 한 일이었다. 최민혁 실장의 의도를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데릭 모건 이사는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일단 윌리엄 국방장관에게 이 정보가 들어가도록 손을 써봐. 그 반응을 보고 다시 이야기하지.”

“…알겠습니다.”

두 사람 다 불안했다.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했다. 최민혁 실장이 모건 스탠리를 건드릴 때도 이와 비슷했다. 잽만 계속해서 날리다가 갑자기 어퍼컷을 날리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최민혁 실장이 정말 노렸다면 상황을 여기서 끝내지 않을 것이다.

‘아닐 거야. 최 실장은 내막을 잘 모르잖아. 설마 이런 일로 우리를 건드리려고 하지는 않을 거야. 이번 일은 미국 국방성도 관련이 있잖아. 그래도 윌리엄 페리 장관에게 경고는 해줘야겠어.’

* * *

윌리엄 페리 국방장관은 갑자기 데릭 모건 이사를 통해서 최민혁 실장과 관련된 정보를 얻고는 크게 당황하고 말았다.

메이런 프로젝트는 그에게도 잊기 어려운 일이었다.

멀쩡한 프로젝트를 망가뜨린 장본인 중의 하나였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는 의도하고 그렇게 했던 것은 아니었다.

직접적으로 간섭한 것은 아니니까.

밀리아머와의 복잡한 역학 관계 때문에 메이런 프로젝트와 관련된 일을 모른 척할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테일러 박사의 요구를 알게 모르게 들어주었다.

그 탓에 메이런 프로젝트를 아주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사실이 드러날 수도 있었다.

‘설마, 없을 거야.’

하지만 그렇게 마냥 안도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밀리아머가 만약 혼자 죽기 싫다고 자신을 잡고 늘어지면 곤란했다.

그는 새삼 클린턴 대통령이 계속해서 한 말을 떠올렸다.

다름 아닌 ‘최민혁 실장’.

그도 어제까지는 최민혁 실장을 무시했다. 설마 자신과 관련이 있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목에 가시가 걸린 것처럼 숨을 쉬기가 쉽지 않았다.

그는 몇몇 정보 기관을 통해서 최근 최민혁 실장이 모건 스탠리를 상대로 한 경과 보고서 내용을 떠올려 보았다.

도대체 최민혁 실장의 의도가 뭔지 잘 몰랐는데, 결과만 놓고 보면 그렇지 않았다.

바트화 사태를 명분으로 모건 스탠리를 계속 자극했고, 결국 자기 이권을 챙겼으니까.

‘도저히 안 되겠다.’

그는 밀리아머 사장인 윌리엄에게 넌지시 만나자고 요청했다.

물론 만남 장소는 국방성에 납품할 초기 소총 실제 테스트장이었다.

만남 자체는 국방성에 납품할 차기 소총에 관한 이야기를 위한 자리였다.

마치 전쟁이 터진 것과 같은 총포 소리가 가득한 공간에서의 이야기는 타인의 시선을 피하기에 좋았다.

윌리엄 사장은 한창 소총 테스트에 여념이 없는 실험장을 보면서 입을 열었다.

“…윌리엄 장관님이 갑자기 이렇게 연락을 할 줄은 몰랐습니다.”

윌리엄 페리 국방장관은 잠깐 침묵했다. 그는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고민했다. 윌리엄 사장도 이제는 과거의 그가 아니었다.

밀리아머는 덩치를 키우고, 키웠다. 그 배후에 있는 테일러 가문은 더 무시할 수 없고 말이다. 월가에 뿌리를 내린 금력 집단이었기 때문이다.

“오해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네?”

그는 상대가 당황하자 슬쩍 한 사람 이름을 거론했다.

“혹시 최민혁 실장이라고 들어보셨습니까?”

윌리엄 사장은 의아한 표정으로 말했다.

“초, 초민, 초민혁 실장이 누굽니까?”

그가 굳이 동양인 이름을 기억할 정도는 아니었다.

다만 상대 이름이 이름이었다.

“…아, 설마 벨린 투자의 초민혁 실장을 말하는 겁니까?”

“맞습니다. 정확히 초민혁 실장이 아니라 최민혁 실장입니다. 아, 뭐 그 이야기는 중요한 것이 아니고, 에플의 대주주 중의 한 사람입니다.”

“당연히 모를 수가 없습니다. 스티븐이 그렇게 광고하는 사람인데, 모르는 것이 이상합니다.”

윌리엄 사장은 다만 영문을 몰라서 고개를 갸웃했다. 군산복합체 사장인 자신은 아무리 떠올려 봐도 최민혁 실장과 엮일 일은 없었다.

“저도 최민혁 실장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이쪽저쪽에 꽤 엮여 있더군요. 다만 방산업과는 관계가 없는 것으로 압니다.”

“관련이 있습니다.”

“네?”

“최민혁 실장의 최측근 중에 한 사람이 이지수 박사입니다. 이래도 사장님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생각합니까?”

윌리엄 사장도 ‘이지수 박사’ 이름을 듣고는 깜짝 놀랐다.

“네? 이지수 박사요? 설마 메이런 프로젝트의 그 이지수 박사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이지수 박사는 그에게도 실로 껄끄러운 인물이었다. 생각 같아서는 암살을 해버리고 싶을 정도였다. 그런데 그럴 수가 없었다.

이지수 박사는 살아 있는 게 밀리아머에게 이익이었다.

“네. 그리고 그 메이런 프로젝트 말입니다. 다시 진행하는 것으로 결정이 났습니다.”

“…….”

윌리엄 사장은 입을 쿡 다문 채 침묵했다. 그는 윌리엄 페리 장관 같은 거물이 왜 이런 자리에서 미팅 요청을 한 것인지 처음에는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지수 박사 문제라면 이야기가 좀 달랐다.

메이런 프로젝트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이유 중의 하나가 테일러 박사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그 일에 자기 아들인 테일러 박사가 관련이 있다.

만약 테일러 박사가 메이런 프로젝트를 완성했다면 손뼉을 쳤을 것이다.

그런데 상황이 그렇지가 못했다.

그 반대였다.

아직까지 제대로 된 결과를 내지 못했다.

아들인 테일러 박사는 계속해서 이지수 박사를 상대로 공작을 펼치는 중이었다.

이 일이 생각보다 많은 문제를 만들어냈다.

윌리엄 사장은 그 일을 뒤에서 다 처리를 해야 했고 말이다.

그는 지난 일을 떠올리자 내심 부아가 치밀었다. 이미 사골이 된 메이런 프로젝트를 갑자기 이 자리에서 들을지는 상상도 못 했다.

하지만 그는 윌리엄 페리 장관에게 조심할 수밖에 없었다.

밀리아머의 토대는 미국 국방성이었기 때문이다.

“…하고자 하시는 의도가 있습니까?”

윌리엄 페리 장관 역시 윌리엄 사장을 무시하지는 않았다.

“메이런 프로젝트에서 손을 뗐으면 합니다. 특히 테일러 박사를 말하는 겁니다.”

“하지만 우리 밀리아머가 지금까지 메이런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습니다. 막대한 투자도 했고요. 일방적인 희생이었습니다.”

“정확히는 이지수 박사의 연구 성과를 가로챈 거죠.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범죄를 저질렀고 말입니다. 정말 모를 거로 생각합니까?”

“그게 무슨…….”

윌리엄 페리 국방장관은 결국 자신이 몰래 가져온 서류를 내밀었다. 주로 테일러 박사가 이제까지 한 불법 행위와 관련된 것이었다.

테일러 박사가 이제까지 이지수 박사에게 한 모든 범죄 행위가 낱낱이 다 기록되어 있었다.

공무원 매수, 횡령, 공갈, 협박과 같은 다양한 범죄 행위 말이다.

“…….”

윌리엄 사장은 크게 당황했다. 아니. 내심 이를 악물었다. 이런 일이 생길 것으로 생각한 적도 있다. 다만 실제로 윌리엄 페리 국방장관이 이런 식으로 나올지는 상상도 못 했다.

윌리엄 페리 국방장관도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이미 클린턴 행정부의 대선 유세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이 일이 밝혀지면 좋을 것이 없습니다. 저도 일을 복잡하게 만들고 싶지 않습니다. 대충 돌아가는 상황은 잘 아니까.”

“하, 하지만 이 일은 제가 독단적으로 결정한 일이 아닙니다. 따지고 보면 암묵적으로 허락한 일 아닙니까. 그게 이익이…….”

“지난 일을 거론하자는 게 아닙니다. 앞일이 더 중요하니까. 솔직히 이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 테일러 박사는 성과가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괜히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 생각이 없습니다. 그래서 밀리아머가 이번 일에는 손을 뗐으면 합니다.”

엄밀히 말하면 최민혁 실장이 손을 떼야 하는 것이 맞다.

결국 밀리아머를 최민혁 실장과 함께 저울에 올렸을 때 손색이 있다는 이야기였으니까.

다만 윌리엄 사장도 나날이 치솟는 최민혁 실장의 명성을 떠올리면서 이를 악물었다. 그는 자존심이 상해서 내심 크게 분개했지만,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았다.

다만 그도 상황이 이렇게 된 이유를 알아야만 했다.

“…도대체 왜 이러시는 겁니까?”

“뭐 최민혁 실장 때문이라고 해두죠.”

“하.”

윌리엄 사장은 정확한 내막까지 굳이 묻지는 않았다. 최민혁 실장이 문제가 된다면, 연결 고리는 이지수 박사일 테니까.

‘설마 복수야? 가만, 이 일이 테일러 그놈하고 관련이 있는 거야? 테일러 이 새끼는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돌아다니는 거야?!’

그는 결국 이번 일을 자세히 알아보기로 마음먹었다.

* * *

최민혁도 딱히 미국에서 분탕질을 벌일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가 이지수 박사에게 기회를 준 것은 인공지능 무인 드론 기술 때문이었다.

이 일이 잘 진행되는 것이 그에게 이익이었다.

미래를 위한 포석이기도 하고 말이다.

이건 에플 주가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실제로 찌라시 형태로 소문을 낸 것도 사실이었다.

다만 다우존스 지수에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5,900선을 넘었다라. 그럴 수 있죠. 아니, 그게 왜 제가 알아야 할 일이죠?”

조성돈 팀장은 당혹스러웠다.

“아무래도 메이런 프로젝트와 관련이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에플 관련 기술주를 중심으로 반등에 성공했습니다.”

그랬다.

에플 주가가 드디어 50달러의 긴 횡보를 끝내고는 60달러를 돌파한 것이었다.

이번 CES를 앞두고 에플의 차기작에 대한 기대 심리 때문이었다.

“샐로먼 브러더스 짓입니까?”

“네. 그쪽도 엮여 있는 것 같습니다. 그자들이 에플 공매도 세력을 다시 부추겼습니다.”

“그래요? 참 의심이 많네요. 그냥 한 번에 올리면 될 것을 가지고, 주가를 그런 식으로 처리하다니.”

에플 주가는 50달러 선에서 횡보하면서 40달러 중반과 50달러 중반선을 계속 맴돌았다.

그런 차에 갑자기 에플의 아이컴에 대한 기대치가 올라가면서 정체된 에플 주가가 결국 다시 반등한 것이었다.

에플 주가가 오르면서 에플 관련 기술주를 한 번에 다 끌어올렸다.

그 일은 결국 다우존스 주가까지 끌어올렸고 말이다.

조성돈 팀장은 한 가지 사실을 더 지적했다.

“아무래도 미국 재선도 한 가지 이유인 것 같습니다.”

최민혁은 피식 웃고 말았다.

“설마 그 일이 한국에서 벌인 일 때문이라고 생각하세요?”

“전혀 무관하지는 않을 겁니다. 샐로먼 브러더스가 회장님 지분을 사들였지만 실상 그 몫은 투자자들에게 돌아갔습니다. 그런데 그 투자자에는 여러 세력이 얽혀 있습니다.”

그 투자자 중에는 모건 스탠리를 비롯한 헤지펀드, 사모 펀드 등의 다양한 세력이 있었다.

그들은 KD 통신, KD LCD 주식을 사들이고서야 최민혁 실장을 다시 평가했다.

심지어 최민혁 실장을 무시하던 세력조차 최민혁 실장의 능력을 인정한 것이었다.

이런 부분이 문제였다.

최민혁 실장이 복수하려는 대상은 이들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휴, 그래서 솎아내기가 필요해.’

이건 최민혁 실장 자신이 원한 바는 아니었다. 그가 그런 세세한 부분까지 컨트롤하기는 힘들었다. 그저 물길을 열어두고, 누가 끼어드는 지만 확인했을 뿐이다.

그는 때문에 이번 두 회사 지분을 매입한 투자자들의 실제 명단을 확인하면서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일이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조성돈 팀장이 눈치를 보다가 조심스럽게 한 가지 서류를 더 내밀었다.

“이건 지난주부터 우리를 들여다보는 한 세력입니다.”

“…밀리아머군요.”

“네. 아무래도 이지수 박사 일 때문인 것 같습니다. 메이런 프로젝트의 원주인이니까요. 더욱이 테일러 박사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흠.”

최민혁은 놀라지 않았다. 애초에 이지수 박사를 미는 이상 나올 만한 세력이었다.

“…딱 적기인가요?”

“괜찮겠습니까?”

“뭐가요? 설마 군산복합체라서 겁을 먹은 겁니까?”

“…그건 아닙니다. 다만 만만히 볼 집단은 아닙니다. 특히 미국 정치 쪽하고도 긴밀한 관련이 있어서 말입니다.”

최민혁이 그 사실을 모르지 않았다. 그 역시 밀리아머는 이미 이지수 박사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모른 척했다.

‘테일러 박사의 배후가 문제지. 가볍게 상대할 세력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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