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 3세는 조용히 살고 싶다-847화 (847/1,021)

#847.

당연히 이유는 있다.

가치 있는 기술을 굳이 미국 정부와 공유할 생각이 없었다. 하물며 미국 정부에 돈을 대는 다국적 기업에는 아부하기도 싫었다.

심지어 이익 공유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이지수 박사는 방산업체의 특성을 잘 알기에 걱정했다.

“정말 이 일을 할 생각입니까?”

최민혁은 쓰게 웃었다.

“그래도 퀄컴 지분을 넘기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습니까?”

“제 말은 보안을 명분으로 간섭이 심해질 거라는 얘깁니다.”

“그냥 가만히 있다고 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습니다. 앞으로 재무부를 비롯한 미국 정부 기관의 감시는 더 심해질 겁니다. 그렇다면 차라리 상대의 아픈 곳을 건드릴 만한 수단이 필요합니다.”

“…그게 미국 군사 기술이라는 말씀이세요?”

최민혁은 전생에서 무인 드론의 가치를 떠올렸다.

“미래 전장은 지금과는 달라질 겁니다. 인간이 아니라 로봇이 전장을 주도할 겁니다. 아직 인간형 로봇은 여러 가지 한계가 있어서 개발 속도에 한계가 있을 겁니다. 하지만 드론은 어떨까요? 무인 드론이라면 더 좋죠. 희생자가 없을 테니까. 그래서 더 보수적인 군사용 애니를 만들어야 할 겁니다.”

실제로 미국 국방성은 올해 들어와서 전술급 무인 항공기에 막대한 투자를 벌였다. 여러 방산업체와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었다.

메이런 프로젝트 기술이 이들 방산업체를 자극한 결과였다.

테일러 박사가 실제로 이 메이런에 사용된 기술을 방산업체 몇 곳과 협업해서 개발을 진행 중이었다. 이지수 박사를 대리한 것이었다.

물론 결과는 좋지가 않았다.

이지수 박사도 그걸 아주 잘 알았다.

“AT(Alliant Tech)에서 신개념기술시범산업으로 무인항공기 개발에 이미 착수했는데, 문제가 많은 것 같아요. 저에게 계속 연락 오는 것을 보면.”

대략 1억 달러 규모의 계약이었다.

테일러 박사가 이지수 박사의 성과를 슬쩍 넘겨서 협업한 것이다.

다만 공유 기술 중에 의미를 모르는 부분이 있어 이지수 박사에게 계속 자문한 것이었다.

물론 이 일은 메이런 프로젝트 실무진들을 통해서 이루어진 일이다.

최민혁도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그는 전생의 기억을 상기해 보았다. 딱히 떠오르는 것은 없었지만 그제야 한 가지 사실만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가 이지수 박사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 못했다는 것을 말이다.

자신이 이지수 박사 운명에 끼어들어서 이 사실을 안 것이었다.

“…이미 국방성하고는 계약이 다 끝난 것이 아닙니까?”

헬렌이 하품하면서 사무실로 들어왔다가 두 사람의 대화를 들었다.

“말도 마세요. 걔들 실력 정말 없으니까. 다 떠먹여 줘도 못 먹습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애초에 메이런 프로젝트가 무인 드론의 표준으로 자리를 잡았다. 즉 이 프로젝트가 무인 드론과 관련된 최초의 기술이었다.

뒤를 이어서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이들은 이 메이런 프로젝트를 따라야 했다.

다만 이 메이런 프로젝트는 인공지능 기술까지 포함하려 했지만 심층적인 부분에서 어떻게 접근할 방법이 없었다.

애초에 이런 문제 때문에 인공지능 부분을 다 도려냈다.

물론 자체 기술로 무인 드론을 개발하려고 노력을 하기는 했다.

그런데 문제는 세세한 부분에 있다. 광학 카메라, 적외선 카메라와 같은 센서를 도입한 것은 좋았다. 그런데 이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

이런 기술은 거미줄처럼 엮여 있어서 어느 하나가 막히면, 몇 개월 삽질은 늘 일어나는 일이다.

최민혁이 KM DVR에 이 기술을 적용할 수 있었던 것은 ARN, MP3, MPEG-2와 같은 다양한 원천기술을 확보해서 상업화시켰기 때문이다.

그 탓에 이지수 박사의 미래가 완전히 바뀐 셈이었다.

최민혁은 오히려 자신이 원한 진행 상황에 감탄했다.

“더 잘되었네요. 제가 원하는 것은 미국 정부가 우리 기술을 다 먹는 게 아닙니다. 계속 우리를 배제하고는 프로젝트 진행이 어려운 게 좋습니다. 거기에 미국 군사 기술이라면, 미국 정부 역시 우리를 일방적으로 공격하지는 못합니다. 이지수 박사님이 그런 경우잖아요?”

“…네.”

이지수는 박사는 그제야 최민혁 실장의 의도를 깨닫고는 혀를 내둘렀다. 헬렌은 입을 딱 벌린 채 최민혁을 쳐다보았다.

최민혁 실장은 어색하게 웃고 말았다.

“세상 일이 다 그렇잖아요. 너무 잘해주면 아주 호구로 아니까. 무인 드론 군사 기술이라면 미국 정부도 우리를 멋대로 하지는 못할 겁니다. 더욱이 그 기술을 베끼기도 힘들죠. 애니가 적용된 무인 드론 기술은 기존 무인 드론과는 격이 다른 것으로 압니다만?”

“…맞아요.”

이지수 박사는 혀를 내둘렀다. 최민혁이 지난 재무부 미팅에서 어쩔 수 없이 한 걸음 물러났지만 그걸 마음에 두고 있다는 것에 말이다.

‘하긴 지금 진행하는 구골이나 차세대 메신저가 더 중요하지.’

AOL과 협업으로 진행하는 메신저 서비스 베타 결과는 생각보다 반응이 더 좋았다. AOL 측에서 오히려 당황할 정도였다.

‘6억 달러에 메신저 사업을 넘기라니. 하긴 정말 중요한 것은 그런 서비스겠지.’

거기에 비하면 군사용 드론 기술은 그다지 돈이 되지 않았다.

다만 이 기술은 미국 국방성을 압박해서 미국 정부와 딜을 볼 수 있는 수단이었다.

* * *

이지수 박사는 지난 재무부 미팅에 이를 갈고 있는 최민혁 실장의 의도를 잘 알기에 딱히 미국 국방성에 관해서도 부담을 가지지 않았다.

다만 그녀도 괜히 자신 때문에 최민혁이 나서는 것이 아닐까 염려했다.

하지만 최민혁은 군용 무인 드론의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알았다. 그는 단순히 이지수 박사 때문에 이 일에 매달리는 것이 아니었다.

‘미국 정부와 협상할 수 있는 카드 하나는 만들어둘 필요가 있어. 군용 무인 드론이라면 나쁜 선택은 아니지. 더욱이 인공지능 군용 무인 드론이라면 가장 이상적이지. 그래야 클린턴 대통령도 날 무시하지는 못할 테니까.’

그녀는 결국 메이런 프로젝트 실무를 총괄했던 마크 프랭클린 소령에게 연락해서 약속을 잡았다.

만남 장소는 샌프란시스코 근처에 있는 한 주 방위군 진지였다.

마크 프랭클린 소령은 이지수 박사에게 인간적인 연민을 가진 이였다. 하지만 그는 다른 미군 장교와는 달리 전자 공학, 물리학 박사, 수학 박사 학위를 가진 인물이었다.

소위 말하는 천재에 들어간다.

그런 그가 굳이 미군에 입대한 것은 할아버지 영향이 컸다.

자신이 다른 사람과 달리 교육 특혜를 받은 것은 반드시 돌려줘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이기에 이지수 박사를 아주 잘 알았다.

“연락은 몇 번 했는데, 다시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지수 박사 역시 어깨를 으쓱했다.

헬렌은 그런 그가 마음에 들지 않은 눈치였다.

그녀를 바라보는 마크 소령의 따스한 시선 때문이었다.

이혼남 주제에 자신을 넘보기 때문이었다.

나이는 무려 10살 차이였다.

이지수 박사는 헛웃음을 짓고 말았다. 그녀는 마크 소령의 안내를 받아서 진지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를 발견한 이들이 깜짝 놀라서 정중하게 경례했다.

이곳에 있는 군인들은 이지수 박사의 명성을 잘 아는 이들뿐이었다.

사실 메이런 프로젝트 성과는 초기에 꽤 쇼킹했다.

미군에서도 이 프로젝트에 대해 기대했다.

미군 기술이 공산권 국가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다고 생각했다.

이지수 박사는 주둔지 군대의 뜨거운 시선에 어깨를 으쓱했다.

마크 프랭클린 소령이 자기 사무실로 안내하면서 툴툴거렸다.

“테일러 박사의 갑질에 다들 질려 있어요. 이제는 모르는 사람이 없으니까. 박사님의 빈자리가 생각보다 컸습니다.”

“제가 뭐 한 게 있나요?”

“아닙니다. 테일러 박사가 AT를 끌어들여서 일을 진행해도 오히려 일의 진척은 더 나빠졌습니다. AT 맨파워가 박사님보다 못한 셈이죠.”

“…….”

이지수 박사는 딱히 반박하지 않았다. 그녀는 이미 메이런 프로젝트를 옛 남자처럼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속에 가득한 기억은 사라지지 않았다.

메이런 프로젝트는 그녀가 애착을 기울인 일이었다.

처음에는 그럴 의도가 아니었다.

그런데 메이런 프로젝트를 하면서 다양한 기술이 필요했다.

그건 그녀에게도 꽤 매력적인 일이었다.

헬렌 역시 메이런 프로젝트를 사랑했고 말이다.

마크 프랭클린은 개인적인 감정보다는 국가에 대한 충성 때문에 이 일에 매달렸다.

그런데 갑자기 이 프로젝트가 중지된 것이었다.

테일러 박사는 이 프로젝트를 책임지기 무섭게 자기 사람을 박았다.

마크 프랭클린 소령은 그나마 이 프로젝트의 핵심이라서 물러나지 않았고 말이다.

덕분에 메이런 프로젝트는 테일러 박사가 원한 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테일러 박사는 이지수 박사 흔적을 다 지우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아마 이 박사님이 이걸 보시면 깜짝 놀랄 겁니다.”

그가 보여준 자료는 메이런 프로젝트 시즌2에 대한 자료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기본적인 골격은 이지수 박사가 다 만들어놓은 것이었다.

마크 프랭클린 소령은 히죽 웃었다.

“인공지능 소형 드론은 잘 봤습니다. 저도 하나 어둠의 통로로 구해서 확인해 봤는데, 기본적인 골격 자체는 다 같더군요.”

이지수 박사는 정보가 샜다는 것을 알았지만 개의치 않았다. 국방성에서 관련 정보를 모를 수가 없었다. 최민혁 실장이 시간을 너무 짧게 줬다. 때문에 기존 메이런 프로젝트 사양을 그대로 가져왔던 것이다.

덕분에 일은 생각보다 쉬웠다.

메이런 프로젝트 시즌1을 완성하는 거 말이다.

마크 프랭클린 소령은 메이런 프로젝트 실무진을 호출했다.

그들은 들어오기가 무섭게 이지수 박사에게 충성을 다짐했고, 자신이 해왔던 것을 하나씩 설명하기 시작하였다.

그 모든 것은 이지수 박사가 최근 무리하게 진행한 인공지능 무인 드론과 인터페이스가 정확히 일치했다.

심지어 OS, 응용 프로그램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녀도 처음 이 자리에 오기 전에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솔직히 최민혁 실장의 요구를 들어주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 경우는…….’

좀 달랐다.

마크 프랭클린 소령은 군인이지, 정치인이 아니었다. 그는 백악관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도 한 가지는 알았다.

“이번에 백악관을 제대로 한벗 엿 먹여보시죠. 아마 이지수 박사님이라면 이제는 설설 기게 하여서 복수하시는 것도 가능할 겁니다!”

“…그다지.”

이지수 박사는 쓰게 웃고 말았다. 그녀는 이보다 최민혁 실장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야말로 아낌없는 주는 남자였다.

‘도대체 왜 그러는지 알 수가 없다니까. 그래도 이번 일로 빚을 갚을 수가 있을 것 같아.’

마크 프랭클린 소령은 이지수 박사가 원하는 제안을 듣지 않았다.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다. 이미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아니까.

* * *

마크 프랭클린 소령은 국방성 내부에 여러 단계를 거쳐서 백악관에 보고서를 올렸다.

워런 크리스토퍼 국무장관은 당연히 크게 당황했다. 그로서는 상상도 못 한 보고서였다. 더욱이 일 처리 결과 역시 마찬가지였다.

메이런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든 일이긴 하지만 잘만 된다면 차기 미국 군사력의 한 축을 담당할 일이었다.

때문에 아무리 그라도 무시하기 힘들었다.

그는 국무회의에서 말을 빙빙 돌려서 ‘메이런 프로젝트’를 언급했다.

그 과정에서 또 최민혁 이야기가 나왔다.

재선을 앞둔 클린턴 대통령은 당연히 최민혁 실장 일에 손을 대기가 싫었다. 그는 지금 올 하반기에 있을 재선에 반쯤 미쳐 있었다.

굳이 재선을 앞두고 일개 사업가인 최민혁 실장 일에 신경을 쓰고 싶지 않았다.

다만 상황이 그렇게 녹록하지 않았다.

최민혁 실장 이야기와 관련해서 늘 나오는 이야기는 메이런 프로젝트가 아니라 다름 아닌 에플이기 때문이다.

요즘 언론에서 늘 떠들어 대는 것도 CES 전시회 관련이었다.

귀환 스티븐.

그 배후에는 늘 최민혁 실장이 있었다.

결국 최민혁 실장, 에플을 엮여서 이야기할 수밖에 없었다.

최민혁 이야기가 나오면 에플 주가, 그리고 다우 지수 이야기가 나온다.

재선에서 미국 다우지수 주가는 내릴 수가 없는 이야기였다.

클린턴 대통령은 재선 공약으로 초고속망에 대한 미래 가치를 이야기했다.

그럴 때면 또 나오는 이야기가 있다.

“에플이 좋은 예입니다. 최민혁 실장이 대주주가 된 이후에 에플 주가가 결국 60달러를 돌파했습니다. 아무리 다우지수 상황이 좋다고 하지만 이례적인 일입니다.”

이 말에 답을 하는 이는 없었다.

사실 다들 쉬쉬하지만, 최민혁 실장의 능력을 인정하고 있었다.

굳이 멀리 갈 필요가 없었다.

에플의 CEO 스티븐의 인터뷰만 봐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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