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 3세는 조용히 살고 싶다-832화 (829/1,021)

#832.

얼핏 봐서는 자레드 해리스 대령의 행동이 선을 넘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그 역시 무선 드론 프로젝트와 관련된 이야기를 익히 들었다.

그 배후에 있는 더러운 정치 역할까지 말이다.

서머스 부장관 역시 마찬가지다. 그 역시 최민혁 실장을 매도하기는 했지만, 어느 정도 그 배후 이야기는 들었다.

다만 그걸 내색하지 않았다.

오히려 국익이라는 측면을 내세웠을 뿐이다.

“하, 이번 일은 중간 다리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 주기 바랍니다. 아니면 국방성 쪽에서 제대로 일을 진행하시든지.”

자레드 해리스 대령으로서는 재무부 부장관이 왜 지금에 와서야 이 일에 간섭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 역시 윗선의 복잡한 정치 역할을 좋아하지 않았다. 차라리 기회가 온 이상 불만을 토로했다.

“그 무인 드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방산업체에서 관리하는 일이라서 국방성이라고 해서 함부로 결정할 수는 없습니다.”

정확히는 그 방산업체로부터 로비를 받았다는 이야기였다.

사실 이 일이 미국 정부 내에 흔하디흔한 프로젝트라면 큰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 일은 미국 공군 미래 전력과 관련이 있는 일이었다.

무인 드론 기술이 미래 전장에서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은 다들 인정했다.

다만 그 시점이 10년 후가 될지, 20년 후가 될지 모를 뿐이다.

지금 당장 구현이 가능했다면 이미 다른 방산업체가 이 메이런 프로젝트를 먹었을 테니까. 이지수 박사를 매장시키지 않은 채 지켜보는 것도 이런 이유였다.

서머스 재무부 부장관은 오히려 제라드 해리스 대령을 협박했다.

“…만약 지금이라도 FBI에서 이 사실을 알면 문제가 안 됩니까?”

서머스 부장관은 짜증이 났다. 자신이 왜 이렇게까지 최민혁 실장의 제안을 들어야 하는지 갈팡질팡했다. 하지만 최민혁 실장의 제안을 이제 와서 모른 척할 수는 없었다.

‘젠장, 재선 끝날 때까지만 참자.’

“…굳이 일을 복잡하게 만들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일이 잘못되면 프로젝트는 프로젝트대로 박살이 날 겁니다. 그건 국방성에도 좋지 않을 겁니다.”

“하면 다른 방산업체에 권리를 넘기면 안 됩니까?”

“글쎄요.”

애매한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이지수 박사만 이 일을 다시 진행하면 어떻게라도 프로젝트는 굴러가니까.

실제로 테일러 박사는 이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았고, 이지수 박사를 손에 넣기 위해서 다양한 협박을 하는 중이었다.

그가 굳이 KMBOOK 본사를 찾아가서 행패를 부린 이유였다.

테일러 박사가 스토커처럼 행동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그게 여자에 미쳐서만은 아니었다. 그는 이 드론 기술의 미래 가치를 확신했다.

자레드 해리스 대령은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지만, 질문 따위는 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이 일로 받은 스트레스만으로 골치가 아팠다.

“서머스 재무부 부장관님이라고 하셨죠? 재무부 쪽에서 이 일에 왜 관심을 두는지 모르겠습니다. 설마 IRS가 방산업체 쪽을 들여다보는 겁니까?”

서머스 부장관은 내심 뜨끔했다. 애초에 재무부에서 최민혁 실장 목에 방울 달기를 한 이유가 재무부 밑에 IRS가 있어서다. 하지만 그런 것까지는 내색할 수가 없어서 오히려 냉랭하게 말했다.

“그건 지엽적인 문제입니다. 우리 미국 공군 전력에 중요한 기술입니다. 그걸 정상화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니, 현실적으로 그러기 힘들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방산업체 쪽에서 포기하지 않으면, 나중에 반드시 문제가 될 겁니다. 전 이 일에 끼고 싶지 않습니다. 청문회 스타는 사양입니다!”

서머스 부장관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내심 부패한 장성과 정치인을 내심 욕했다. 이럴 때는 오히려 최민혁 실장이 더 믿을 만했다.

그는 로버트 루빈 장관의 마음을 그제야 깨달았다.

“특허 때문입니까?”

“네. 기술적으로 어렵지 않아도 특허는 특허입니다. 그거 나중에 방산업체가 우리 미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걸면 이기기 어렵습니다. 일단 그 문제부터 해결해야 할 겁니다.”

“그렇습니까.”

서머스 재무부 부장관은 짜증스러웠다. 그도 이 일을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 아니었다. 다들 쉬쉬하는 분위기 때문이었다.

국방성도, 재무부도, 심지어 다른 관련 미국 정부 기관도 말이다.

아니, 웃기는 것은 그 사이에 낀 최민혁 실장조차 자신을 이용하려 한다는 거다.

그런데 자신은 알면서도 당할 수밖에 없었다.

‘짜증이 나네.’

* * *

최민혁은 당연히 조성돈 팀장에게 일을 맡긴 후에 드론 문제는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아서 계속 상황을 확인했다.

그 역시 이 일이 폭탄 돌리기와 비슷하다는 것을 깨닫고는 혀를 내둘렀다.

‘테일러 박사가 문제인가. 하여간에.’

그는 내심 혀를 내둘렀다.

초강대국인 미국이라고 해도 내부가 잘 돌아가는 것은 아니었다.

많은 조직끼리 이해관계가 존재한다.

서로 돈이 되지 않으면 모른 척하기 일쑤였다.

심지어 다른 조직처럼 내부적인 문제가 계속 존재했다.

조성돈 팀장 역시 난감했다.

“어떻게 할까요? 예상과는 많이 달라서 난감한 상황입니다. 일이 쉽게 풀린 상황과는 많이 다릅니다. 설마 이렇게까지 미국 기관 끼리 내부적으로 대립할지는 몰랐습니다.”

“설마 여기서 접을 생각입니까?”

“자칫하면 추문 이슈가 될 것 같아서 하는 말입니다.”

최민혁은 피식 웃었다.

“그렇게까지는 안 될 겁니다. 재무부나 국방성이 생각이 없지는 않을 겁니다. 테일러 가문 역시 바보가 아니니까요.”

“적당한 선에서 합의를 볼 것으로 생각합니까?”

그는 솔직히 일을 키우고 싶었다. 그런데 그럴 수가 없었다. 미국 국방성 내부의 알력 싸움이다. 자신이 괜히 일을 키웠다가는 역풍을 고민해야 했다.

한국 정부가 아니라 미국 정부를 상대로 협박하는 것은 자살골이다.

굳이 그럴 이유는 없었다.

“네. 아니, 차라리 잘되었습니다. 워싱턴 포스트에도 슬쩍 정보를 조금씩 흘려보세요. 미국 국방성도 앗 뜨거워할 겁니다.”

“네? 그러다가 문제가 터지면…….”

그는 피식 웃었다.

“증거가 없잖아요. 테일러 가문이 알아서 손을 쓸 겁니다. 우리 조 팀장님이 제보하지 않는 이상은 사건이 확대되지 않을 겁니다. 아, 이지수 박사님도 있군요. 이 박사님은 이미 이 일에 대해 선을 그은 것으로 압니다.”

그랬다.

이지수 박사는 KMBOOK 지분을 얻은 후에 무인 드론에 대해서는 반쯤 포기했다.

최민혁 역시 이전에는 굳이 무인 군사용 드론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지금 자신이 벌여놓은 일.

이전과는 달리 여기에 대한 회피 수단이 필요했다.

‘더욱이 스마트폰이 활성화하려면, 망 사업도 필수적이야. 그건 미국 정부 도움이 있어야 해. 전생 관점에서 본다면 10년 가까운 시간이 필요한데, 그건 곤란해. 차라리 인공지능 무인 군사용 드론을 활용해서 다리를 만들어둘 필요가 있어.’

가장 핵심은 무인 군사용 드론은 상업적으로 써먹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무인 드론이 군사용으로서 기술 가치가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최민혁이 기회를 최대한 이용할 생각이었다. 그는 굳이 방산업체와 국방성을 적으로 만들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일 수 있어요. 군사용 무인 드론과 관련된 자잘한 특허를 확보할 수 있죠. 필요하다면 방산업체 라이센스를 얻죠. 아마 미국 국방성도 크게 반발하지 않을 겁니다. 미국 재무부가 우리를 도울 테니까요. IRS를 우리 뜻대로 움직일 수도 있을 겁니다. 이 구도를 유지하죠!”

“…알겠습니다.”

조성돈 팀장은 갑자기 예언자 같은 강한 발언을 하는 최민혁 실장의 모습이 어색해서 시선을 돌리고 말았다. 가끔 최민혁 실장이 이상할 때가 있는데, 지금이 그때와 같았다.

* * *

워싱턴 포스트가 최민혁 실장이 흘린 정보를 물고 나서는 미국 국방성 쪽을 캐기 시작했다.

미국 국방성 입장에는 앗 뜨거워하는 상황이었다.

그들이 항의한 상대는 서머스 재무부 부장관이었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우린 모르는 일입니다. 우리는 원칙에 따라서 일을 진행하는 겁니다.]

[그런 얘기가 아니지 않습니까. 만약 청문회라도 열리면 당신들이 다 책임을 져야 할 겁니다!]

[우리 재무부는 메이런 프로젝트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흥, 정말 그렇다고 생각합니까?!]

[하, 정말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알아는 보겠습니다.]

* * *

서머스 재무부 부장관은 조성돈 팀장의 제안을 처음에는 쉽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도 워싱턴 포스트 분위기를 보자 그럴 수가 없었다.

그는 차라리 이 일이 반드시 정상이 되도록 하고 싶었다.

단순히 최민혁 실장이 이 일에 끼어들어서가 아니었다.

무인 드론 군사용 기술은 앞으로 미래 전장을 고려할 때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었다.

지금이야 맨땅에 삽질하는 군사 기술이라도 해도 당장 몇 년 후는 다를 것 같았다.

그가 이렇게 확신하는 이유는 이 일에 최민혁 실장이 갑자기 끼어서였다.

최민혁 실장이 하는 일이 돈이 안 될 리가 없다고 판단했다.

물론 이렇게 예민한 것은 최민혁 실장과 갈등을 빚은 이후에 그의 행적을 달달 암기할 정도로 살펴봤기 때문이었다.

다른 이유라면 최민혁 실장의 능력 때문이다.

그가 지금까지 진행한 일 중에서 실패한 것은 없었다.

이번 드론도 마찬가지다.

최민혁 실장이 관심을 둔 이상 분명 어떤 식으로든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차라리 미국 방산업체보다 최민혁 실장에게 더 믿음이 갔다.

그로서는 인정할 수 없는 일이지만 이대로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어차피 미국 국방성 통해서 방산업체가 군용 드론 기술을 보유한 것이니까. 이번 일은 처리하기에 따라서 결과가 달라져.’

그는 결국 고민한 끝에 로버트 루빈 재무장관에게 다시 보고했다.

로버트 루빈 재무장관은 서머스 부장관의 보고 내용이 비록 재무부가 담당할 내용을 벗어나기는 하지만 무시하지는 않았다.

그는 결국 이 안건은 백악관 국무회의에서 정식으로 보고를 해버렸다.

* * *

최민혁 실장도 처음에는 재무부 미팅 일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그 자신이 뒤로 챙긴 원천기술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문득 재무부의 반응이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물론 조성돈 팀장이 대단하다는 것을 알았지만, 재무부의 반응이 영 이상했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데…….’

인공지능 미니 무인 드론 프로젝트는 미국 국방성에 담당해야 할 프로젝트였다. 그런데 그쪽을 통해서 미국 국방성에 압력을 넣었는데,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국토안보부라도 움직여야 할 사안 아닌가? 아니, 너무 나갔나?’

조성돈 팀장 역시 최민혁 실장이랑 별반 다르지 않았다.

“너무 급하게 일 처리할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당장 이익을 보는 것이 많습니다.”

“네? 아 혹시 KM DVR 때문입니까?”

그는 신기하다는 듯이 보고서를 들고 와서 최민혁에게 내밀었다.

“보통 업체가 갑인데, 갑 같지 않습니다.”

실제로 KM 센서는 아직 KM DVR를 마구잡이로 찍을 수준은 아니었다.

이제 초도 물량이 겨우 3만 대 찍었다.

이것도 KM 센서 임직원이 3교대를 해야 했고, 심지어 다른 업체에 외주까지 줘서 한 일이었다.

외주 업체 숫자가 무려 5곳을 넘겼다.

다만 품질 관리는 철저하게 진행했다.

외주 업체에서도 KM DVR에 흥미가 있었다.

이번 일은 KM 전자 기획실이 모두 총출동해서 감사까지 했다.

박상기 차장은 아직 보직을 받지 못한 신입 사원까지 모두 다 동원했다. 그들을 모두 외주 업체 쪽에서 보내서 일을 시킨 것이었다.

기존 KM 전자 공장 역시 쏟아지는 일감 때문에 공간이 남지 않아서 한 일이었다.

KM 전자, KM 센서는 이 KM DVR 때문에 눈코 뜰 새가 없었다.

그렇게 해서 초도로 나온 3만 대를 미국 연방 조직에 나누어서 보냈다.

이 일 때문에 미국 연방 조직도 난리가 났다. 보안 설비를 새로 해야 하는 터라 연방 건물 리모델링도 같이 해야 했다.

당장 재무부만 해도 이번 일을 기회로 초고속 통신망까지 같이 깔았다.

이건 백악관의 지시가 없이는 진행되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런데도 일사불란하게 움직였으니.

이미 백악관에서 이 일을 승인했다는 점이다.

미국 언론 역시 연방 정부의 이런 활동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유야 어쨌든 고속 통신망이 깔리면 그만큼 민원 처리가 빠르고 편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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