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 3세는 조용히 살고 싶다-764화 (764/1,021)

#764.

김현탁 사장은 김상구 회장의 눈치를 봤다. 딱 폭발하기 직전의 모습이었다. 막대한 자금만 탕진하고 있다고 있는 그대로 말했다가는 자신만 박살이 날 것 같았다.

“샐로먼 브러더스 측은 이미 중국 공산당 윗선과 만나서 조율 중입니다. 그 일만 끝나면 모든 것이 잘 풀려갈 겁니다.”

물론 중간에 로비 자금이 계속 소진 중이었다. 중국 측 인사와 만나기만 하면 뇌물로 돈이 소요되기 때문이었다.

아니, 정확히는 예측한 것보다 더 막대한 자본이 소요되었다.

중국 공산당은 돈에 미친놈 같았기 때문이다.

김현탁 사장은 그런 점을 사실 이번 사장단 회의에서 말해야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하지만 김상구 회장은 최용욱 회장에 대한 질투심에 사로잡혀서 이상한 점을 느끼지 못했다.

“확실해?”

“분명합니다!”

김현탁 사장은 일단 IP 시티폰에 관한 이야기를 여기까지 했다. 그는 김상구 회장이 굳이 다른 일에 집착하기를 바랐다.

“해외 투자가 쉽지 않습니다. 최용욱 회장의 처지에서 나름 최민혁 실장을 자랑하기는 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최민혁 실장이 퀄컴에 투자했지만, 미국 정부의 견제에 주춤한 상황입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최용욱 회장 투자 대박을 친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 투자가 그렇게 순조롭지만은 않습니다.”

“가만, 최 회장이 숨기는 것이 있다는 소리로 들리는데, 자세하게 말해봐!”

“미국 재무부 측에서 최민혁 실장을 호출해서 제동을 건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가만, 그러면 그 이야기가 사실이었어?”

김상구 회장만 놀란 것은 아니었다. DL 그룹 사장단 회의에 참석한 임원 대다수는 김현탁 사장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김현탁 사장은 KD 통신의 바지 사장 역할을 하기는 했지만, 덕분에 여기에 묶여 있는 세력을 통해서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특히 샐로먼 브러더스 채널을 통해서 얻은 정보는 꽤 적지 않았다.

“CDMA 표준은 미국 정부도 확정한 것입니다. 통신 사업은 미국 정부가 보안 때문에라도 외국 기업에 권리를 넘기지 않을 겁니다. 최민혁 실장의 퀄컴 지분은 문제의 소지가 다분했었습니다.”

“하지만 미국이라는 나라 속성상 그게 쉽지 않을 텐데?”

김현탁 사장은 어깨를 으쓱했다.

“글쎄요. 그게 미국 시민이 다른 나라 기업이 통신 회사 주인이 되도록 허락할까요? 그건 안보와도 직결될 문제입니다.”

“안보라…….”

김상구 회장은 그제야 수긍했다. 김현탁 사장의 지적은 틀리지 않았다. 다만 이대로 넘어갈 수는 없었다. 최용욱 회장에게 엿을 먹이고 싶었다.

“다 좋아. 최 회장 상황은 알았어. 그렇다고 해도 이동통신 사업이 황금 알을 낳는 거위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 KD 통신은 그런 이점을 살리지 못하고 있어. IP 시티폰 하나에만 목을 걸 수는 없잖아?”

“…그건 한번 검토해 보겠습니다.”

“다음 주까지 보고안을 따로 올려!”

이건 사실 최민혁이 원한 밑그림이었다. 김상구 회장이 자금을 더 쓰는 것 말이다. 짧은 기간 안에 새로운 사업 아이템이 나올 리가 없다.

결과적으로 본다면 IP 시티폰 투자를 늘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것까지 눈치를 챈 이는 없었다. 지금 DL 그룹에서 일어나는 일과 최민혁과의 연결 고리는 없기 때문이다.

다만 김현탁 사장은 갑자기 일어난 이 일이 찜찜하기만 했다. 그는 가능하면 IP 시티폰 투자에 무리하고 싶지 않았지만, 상황이 그렇지가 못했다. 차선이 없다면, IP 시티폰 투자를 더 늘려야 할 테니 말이다.

“…알겠습니다.”

“정 샐로먼 브러더스 쪽에서 몸을 사리면, 우리 DL 그룹이라도 투자를 더 늘려. 그래서 구체적인 결과를 반드시 도출해야 한다!!”

“…네.”

김현탁 사장은 내심 반박하고 싶었지만 차마 그러지 못했다.

지금 김상구 회장은 최용욱 회장 때문에 질투라는 감정에 사로잡혔다.

거기에 이동통신 사업에 대한 욕망마저 있었다.

질투와 욕망이라는 두 감정.

최민혁 실장 이야기가 나와도 가슴으로 수긍한 눈치는 아니었다.

지금 김상구 회장을 설득할 사람은 세상에 그 누구도 없었다.

‘일이 이상하게 꼬이네.’

김현탁 사장은 문득 이 일도 최민혁이 수작 부린 것이 아닌가 싶었다.

그런데 그건 추측에 불과했다.

이미 KD 통신이란 수레바퀴가 굴러가는 중이었다.

이대로 사업을 중단했다가는 천문학적인 손실을 봐야 했다.

KD 통신은 지금도 중공을 비롯해 동아시아 전역에 영업하고 있기는 했지만 그뿐이다.

영업 전략이 성공하든, 아니면 영업 중이든 그게 당장의 이익은 아니었다.

결국 적자 폭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김현탁 사장이 보수적인 견해를 취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만약 이런 상황에서 외부 쓰나미가 온다면 DL 그룹은 큰 타격을 받을 것이다.

김현탁 사장은 문득 이 일이 다시 한번 최민혁 실장과 설마 관련이 있을까 하는 의문도 가졌다가 곧 고개를 흔들고 말았다.

그건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나간 망상이었다.

‘괜찮을까? 괜찮을 거야.’

그제야 DL 그룹 사장단 회의는 무난하게 흘러갔다.

다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분노한 김상구 회장이 자신을 노릴까 봐 다들 안절부절못한 것이었다. 덕분에 DL 화재를 비롯한 손실이 늘어난 부분까지 제대로 검토가 되지는 않았다.

김상구 회장은 오로지 이동통신 사업과 최용욱 회장만을 생각한 것이었다.

덤으로 최민혁 실장 이름이 오르내리기는 했다. 하지만 크게 신경을 쓴 이는 없었다. 최용욱 회장이 준 자극이 너무 컸다.

김현탁 사장은 김희찬 부사장을 쳐다보면서 도움을 청했다.

하지만 분개한 김상구 회장의 모습에 김희찬 부사장은 고개를 내젓고 말았다. 당장 김상구 회장이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김현탁 사장 처지에서는 한숨만 나올 일이었다. 그는 DL 그룹이 수렁으로 빠지는 기분을 느꼈다. 그런데 뾰쪽한 대안은 없었다.

최민혁 실장이 만들어놓은 덫은 넓기도 넓지만 깊기도 깊었던 것이었다. 제삼자 입장에서는 도저히 그 의미를 알 수가 없었다.

‘젠장맞을.’

* * *

최용욱 회장은 김상구 회장에게 복수한 후에 CDMA 통신사업자 선정에 대한 정보를 검토하면서 대리만족을 느낄 뿐이었다.

더욱이 뒤늦게 김상구 회장이 DL 그룹 사장단 회의에서 행패를 부린 소식 역시 들었다.

그로서는 쾌재를 부를 일이었다.

장승일 실장은 최민혁 실장이 굳이 번거롭게 일을 만든 것에 대해서 의견을 말했다.

“최 실장님이 그렇게 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을 겁니다.”

최용욱 회장 역시 입맛을 다셨다.

“하지만 잘한 일은 아니야. 더욱이 이동 통신 사업은 아무래도 생각해도 아쉬워. 지금은 자금도 넉넉한 사정이니까.”

“아무리 현금이 쌓여 있어도 어차피 LC, 오성, 대운, HY 그룹이 참여한 일입니다. 우리로서는 무리수가 따릅니다.”

KM 그룹은 30대 대기업과 KM 그룹을 비교하면 아직도 체급 차이가 크게 난다.

KM 전자를 합치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말이다.

최용욱 회장은 손자 최민혁을 떠올리고는 내심 혀를 찼다. 외부에서 KM 전자를 KM 그룹에 여전히 포함하지만 실제로는 완전히 계열 분리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최민혁 실장이 굳이 그런 점을 외부에 내색하지 않았다. 겉으로는 그 자신 역시 KM 그룹에 속해 있다는 점을 알렸다.

이렇게 되면 KM 그룹에 대한 시선이 달라진다. 손자 최민혁 실장의 KM 전자 가치가 KM 그룹을 합친 것보다 더 많기 때문이다.

당장 최민혁 실장이 보유한 에플 주식 32% 가치만 해도 수십 조 단위이기 때문이다.

“그건 그래.”

“더욱이 회장님은 이미 에플 투자로 큰 이익을 얻었지 않습니까?”

최용우 회장은 입맛을 다셨다.

“지금 에플 주가가 40달러를 돌파했다는 소리를 들으면서 그런 소리를 하는 거야? 민혁이 그놈 이야기랑 다르잖아.”

에플 주가 40달러.

월가에서도 거품이라고 모두 한소리로 외쳤다. 심지어 미국 경제지 대다수는 에플 주가 거품을 경고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장은 이미 미쳐 돌아가는 중이었다.

에플 투자자에게는 광기만이 남았다.

수급이 미친 듯이 넘쳐나니, 에플 주가는 고공 행진을 거듭했다.

에플 주식에 기름을 퍼부은 것은 다름 아닌 공매도 세력이었다.

에플 공매도 세력 일부가 손절매하고 떨어져 나간 것이었다.

이게 꽤 충격적인 일이었다.

공매도 세력이 손해를 보면서 떨어져 나간 이유 말이다.

이를 둘러싸고 공매도 세력 간에 갈등이 있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그리고 이건 특별한 일도 아니었다.

투자 세력 간에 갈등은 늘 있는 일이니 말이다.

그나마 샐로먼 브러더스가 주축이 된 세력이 에플 공매도 계약을 잡고는 있어서 그나마 에플 주가가 40달러에서 맴돌고 있었다.

손절한 공매도 세력 역시 에플 주식이 나오는 족족 매집하는 중이었다.

무려 40달러에 말이다.

“그거야…….”

장승일 실장도 에플 주식을 둘러싼 진흙 싸움을 조사했기에 바로 대답하지는 못했다. 최민혁이 예상한 것과는 달리 에플 공매도 폭락은 일어나지 않았다. 아무리 주가는 신만이 안다고 하지만 이번 일은 정말 특이한 경우였다.

그는 평창동 저택에 도착할 때까지 잔소리를 늘어놓는 최용욱 회장의 모습에 입을 쿡 다물기만 하다가 서재에 도착해서야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건 저도 들은 이야기인데, 최민혁 실장님이 미국 로버트 루빈 재무장관의 초대를 받았다고 합니다. 그러니 아직 그 일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닐 겁니다.”

“미국 재무장관? 그게 무슨 황당한 소리야? 민혁이 그 녀석이 왜…….”

하지만 최용욱 회장도 말을 끝내지 못했다. 손자라고 생각한 최민혁이 미국에서 한 일을 떠올렸다. 특히 요즘 들어서 감탄만 한 일은 다름 아닌 이동통신 사업이다.

정확히는 이동통신 사업자가 아니라 CDMA 서비스의 원천기술에 대한 것이었다.

황당한 일이지만 최민혁은 그 CDMA 원천기술 소유자인 퀄컴 지분 40%를 소유한 오너였다.

지금 한국 정부가 미친 듯이 한국 대기업 30곳을 끌어들여서 불판을 붙여놓은 CDMA 서비스 원천기술을 소유한 거다.

이거야말로 한강 물을 팔아먹은 봉이 김선달도 울고 갈 일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황당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한국 정부에서도 이 일 때문에 자신을 달달 볶았으니 말이다.

그런데 손자 최민혁은 귀신같이 상황을 알아채고는 미국으로 튀었다.

미국 가서는 초호화 펜트하우스 모으기 취미를 즐기는 중이었다.

미모의 마사지를 받으면서 말이다.

심지어 초미녀 두 사람을 옆에 낀 채 낭만을 즐긴다고 한다.

실제로 이지수 박사, 헬렌, 최민혁 실장이 동행한 사진이 파파라치에 의해서 찍혔다.

그 사진만 봐서는 최민혁 실장의 여성 편력만으로 시선을 끌었다.

물론 다 오해였지만 그 내막을 아는 사람은 흔치 않았다.

최용욱 회장은 고민하다가 시간을 확인했다. 다행히 미국 시각은 오전이었다. 그는 고민하다가 자신에게 황당한 지시를 내린 손자 최민혁에게 전화를 걸었다.

최민혁은 평소처럼 전화를 받았다.

[네, 할아버지.]

[네 녀석이 하라는 일은 잘 처리했다.]

그도 평소와는 달리 흥미를 보였다.

[아, 그러면 김상구 회장의 자존심을 확실히 건드린 겁니까?]

[그래. 그런데 할아비에게 그런 일까지 지시하다니, 네 녀석도 많이 컸구나.]

[하하하, 아닙니다. 이번 일은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할아비에게 그런 말을 할 필요 없다. 그런데 이제 가족 모임에도 참석하지 않고, 언제까지 미국에 있을 생각이냐?]

[할아버지도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미국 재무부 측에서 만남을 제안해 왔습니다. 그 일 대응 때문에 정신없이 바쁩니다.]

정확히는 최민혁은 최문경 부회장, 샐로먼 브러더스, 이와 관련이 있는 세력 DL 그룹에 대한 사전 정치 공작으로 바빴다.

최용욱 회장에게 부탁해서 김상수 회장을 건드린 것도 같은 이유였다.

최용욱 회장이 나이가 몇인데, 이런 최민혁의 수작을 모를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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