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 3세는 조용히 살고 싶다-760화 (760/1,021)

#760.

최민혁조차 이런 문제를 다 고려하지는 못했다.

이런 부분은 사용자가 많아질 때 일어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그 이야기를 다 들은 김인환 수석 부장은 황당하기만 했다.

“다 좋습니다. CDMA 기술이고 뭐고 좋다 이겁니다. 그런데 최민혁 실장은 다른 회사 기획 실장 아닙니까. 왜 그의 지시를 우리가 이렇게 하청업체 직원인 것처럼 따라야 합니까?!”

“…지금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아니면 김 수석님이 솔루션을 내놓을 수 있습니까?”

“그거야…….”

그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대신 비행기 안으로 탑승한 후에 자리에 앉으면서 다시 불만을 토로했다.

“아니, 그래도 그게 말이 되는 소리입니까. 최민혁 실장 사정은 이미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미국에서 난리가 났다면서요. 심지어 미국 재무부가 최민혁 실장을 호출했다는 소리가…….”

“…그건 어떻게 안 겁니까?”

김인환 수석 부장이 버럭 소리쳤다.

“아, 저도 미국에 소식통이 있습니다. 제가 그러면 안 되는 겁니까. 중요한 것은 제가 그 정보를 어떻게 얻었느냐가 아닙니다. 왜 그 일에 우리가 끼어들어야 하냐는 겁니다!!”

옆 좌석에 앉은 LC 전자 중앙 연구소 엔지니어는 다들 슬그머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 역시 최근 한 달 가까이 꼬박 밤을 새우면서 피로에 절어 있었다.

물론 지금 미국행이 그 일과 관련이 있다고 들어서 겉으론 수긍하는 척했다.

하지만 사실 오늘 갑자기 결정된 미국행 소식에 황당하기만 했던 것이었다.

실제로 여권과 비자가 없어서 오늘 빠진 인력도 제법 있었다.

임명진 부장은 씁쓸하게 웃고 말았다.

“사실 걱정되는 게 제법 있습니다. 셀 구성을 어떻게 해야 할지 현실적인 문제도 있고, 인구 지형에 따른 특성도 고려해야 합니다.”

그랬다.

CDMA 실제 상용화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생길지는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있었다. 지금까지 수많은 테스트를 진행했음에도 아직 완벽하다고는 말할 수 없었다.

물론 최민혁 실장이 제안한 방식 덕분에 많은 문제를 사전에 풀기는 했다.

정확히는 최민혁 실장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LC 전자 기획실의 추론처럼 올해 상용화는 현실적으로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최민혁 실장이 도와줬다 하더라도 여전히 여러 가지 문제가 산적해 있었다.

“젠장맞을.”

김인환 수석 부장은 결국 욕설을 퍼붓고 말았다. 억울한 이야기지만 지금은 최민혁 실장이 까라면 까는 것이 좋았다.

그게 비용과 시간을 줄일 방법이다.

그럼으로써 지금 연구소에서 하는 삽질도 줄일 수가 있었다.

임명진 부장은 다행히 자신의 설득이 통했다고 생각하자 슬쩍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쩌다가 이렇게 된 것인지 모르겠군.’

* * *

CDMA 상용화 이전에 서비스 질, 서비스 확충 지역, 품질 개선 문제는 산적해 있다.

물론 일단 CDMA 서비스를 밀어붙이고 나서 개선할 수도 있다.

다만 그렇게 되었을 때 소비자의 원성이 빗발칠 수밖에 없다.

실제 서비스 사용자를 토대로 서비스를 해 보지 않았기에 일어난 일이다.

그 과정에서 들어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 역시 빼놓기 어렵다.

차라리 일정이 연기되더라도 철저하게 확인하는 것이 좋았다.

LC 전자 연구 팀은 최민혁 실장을 만나고 나서야 이런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최민혁 실장은 놀랍게도 한국 지형, 인구, 서비스 셀과 관련해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일 처리를 해야 할지 설명해 주었다.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어요. 기지국 수, 전력 제어 문제, 임계치를 고려하면 됩니다.”

최민혁 이야기는 꽤 간단했다. 인구수를 고려해서 그 부분에는 파일럿에 변화를 주면 된다는 논리다.

다만 송신된 시그널, 파일러 신호 세기에 따른 변화 규칙을 따로 만들어냈다.

바로 새로운 트래픽 제어 방식이었다.

이 방식은 생각보다는 단순하면서도 간단했다.

다만 임계치와 관련된 관계 사이가 명확하지는 않았다.

더 놀라운 것은 옆에 있는 이지수 박사다. 그녀는 마치 CDMA 서비스를 해본 사람처럼 수학식을 이용해서 설명해 주었다.

“각 서비스 셀, 인구수, 기지국 전력 사이에는 서로 상관관계가 있습니다. 특히 전력값에 따라서 셀 제어가 달라집니다.”

그녀는 그 자리에서 바로 LC 전자 연구 팀이 두 달에 걸쳐서 고민하던 문제를 시뮬레이션 프로그램 하나로 간단히 해결해 주었다.

“…….”

최민혁 실장도 깜짝 놀랐다. 그가 아는 것은 기본적인 알고리즘과 방향이었다. 저렇게 딱 정해진 수치가 아니었다.

‘역시 이지수 박사!’

“…와!!!”

이지수 박사의 놀라운 외모에 놀랐던 LC 전자 엔지니어들은 다들 입을 딱 벌리고 말았다. 그들은 지금 상황을 보면서도 잘 믿기지 않았다.

벨린 소프트 건물도 그들의 시선을 끌지 못했다.

그만큼 충격적인 일이었다.

자신들이 미국으로 비행기를 타고 이동한 하루, 시뮬레이션 실험을 진행한 하루, 딱 이틀 만에 자신들이 일 년 정도 서비스한 후에 삽질해도 알까 말까 한 실험 결과를 본 것이었다.

최민혁은 특히 시스템과 단말기 특성에 대해서 몇 가지 주의할 점을 말해주었다.

“어때요? 도움이 됩니까?”

“…네, 됩니다.”

한병수 실장은 최민혁이 아니라 넋을 놓고 있는 김인환 수석 부장을 쳐다보았다. 비행기 안에서도 계속 불만을 토로하던 그. 하지만 이곳에서는 큰 충격을 받아서 아무런 반박을 하지 못했다.

“이, 이럴 수가. 마, 말도 안 돼!”

그가 놀란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건 분명 사용 서비스를 진행한 후에나 알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지역별 사용자 숫자에 따라서 얼마든지 사전에 프로그램 변경을 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지수 박사는 이 자리에서 그 자리에서 공식과 프로그램을 설명해 주었다.

특히 실전에서 생길 수 있는 손실값을 일일이 수학적으로 다 예측해 주었다.

“…어,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 거죠?”

이지수 박사는 피식 웃고 말았다.

“미국 국방성에서 진행한 과제 중에 통신 시스템과 관련이 있는 프로젝트가 있었습니다. 이 시스템이 그것과 유사합니다.”

정확히는 무인 드론 시스템이었다. 특히 인공지능을 이용한 시스템으로, 정밀한 타격을 위해서 만든 알고리즘이었다.

지금 적용된 기술은 바로 그것과 관련이 있었다.

최민혁은 꽤 만족한 얼굴이었다.

“제가 노파심에서 한번 서비스를 점검해 보고 싶었는데, 잘되었습니다. 원래는 ETRI 쪽 담당자를 불러 이야기하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시스템 쪽은 LC 전자에서 주로 했다고 하더군요.”

“그렇기는 하지만…….”

한병수 실장은 새삼 충격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했다.

그는 가까스로 정신을 차렸다. 그제야 몇 가지 의문을 떠올렸다.

최민혁 실장의 무리한 요구 말이다.

굳이 이런 일을 할 필요가 없었다.

그는 다시 한번 이지수 박사, 김인환 수석 부장 연구 팀, 그리고 임명진 부장의 얼굴을 쳐다보고 난 후에 한숨을 내쉬었다.

“갑자기 이런 도움을 주다니, 솔직히 잘 이해가 안 됩니다. 혹시 우리 쪽에 원하는 것이 있습니까?”

최민혁은 방긋 미소 지었다.

“당장 원하는 것은 없습니다. 뭐, 있다고 한다면 퀄컴 쪽과 기술 협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을 언론을 통해서 알려주세요. 미국 쪽 언론사 몇 사람 명단을 드리겠습니다.”

데릭 모건 이사를 고려한 일이었다. 때문에 단순히 이 말만 가지고는 그 의미를 알기는 어려웠다. 실상 이지수 박사도 잘 모르니까.

“…알겠습니다.”

한병수 실장은 석연치 않은 기분이었지만 아직도 충격과 흥분을 떨치지 못하는 김인환 수석 부장을 보자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좋네요.”

최민혁은 그제야 히죽 웃었다. LC 전자의 대답은 가벼운 것이 아니었다. 이들의 역할은 오성 전자 못지않았기 때문이다.

‘CDMA 상업화는 무조건 성공한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으니까. 그것도 예상보다는 빨리. 데릭 모건 이사도 이 일을 진지하게 받아들일 거야.’

* * *

샐로먼 브러더스가 KM 그룹에 막대한 투자를 하려는 것은 단순히 일상적인 투자를 하기 위함이 아니었다.

이들은 한국을 동아시아 전역을 아우르는 투자 관제탑으로서 사용할 계획을 수립했다.

하지만 KM 그룹의 최용욱 회장이 갑자기 차입금을 받지 않겠다고 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기존의 모든 전략을 다시 바꾸어야 했다.

SB 연합, 최근 추가로 한누리 증권사를 설립한 것은 그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다.

동아시아 시장에서 수익 규모를 키워가는 시점에서 영 안 좋은 일이었다.

데릭 모건 이사는 이런 미묘한 변화 때문에 KM 그룹을 유심히 살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을 비롯한 다른 지점에서 올라온 정보를 취합했다.

그런 중에 가장 눈에 띈 인물은 역시 최민혁 실장이었다.

최민혁 실장 때문에 KM 그룹에 대한 계획 자체가 다 날아갔기 때문이다.

데릭 모건 이사는 최문경 부회장이 활동하는 정보를 여러 채널을 통해서 꾸준히 들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겉으로는 절대 그걸 내색하지 않았다.

최문경 부회장을 최대한 이용하기 위해서는 거리를 둘 필요가 있었다.

실상 지금까지 최문경 부회장은 자신의 기대를 벗어나지 않았다.

만약 최민혁 실장만 아니었다면 모든 일은 자기 뜻대로 되었을 것이다.

‘골치 아프네.’

데릭 모건 이사는 최민혁 실장과 만나서 대화한 기억을 꼼꼼히 떠올려 봤다. 그로서는 여전히 이해하기 힘든 점이 많았다.

그는 시차 적응을 위해서 뉴욕의 한 호텔에서 묵고 있다가 뒤늦게 한 가지 사실을 보고받았다.

[이번 한국 CDMA 서비스는 비록 퀄컴의 도움을 받기는 했지만, 소비자의 욕구를 완벽하게 충족시킬 수 있을 정도로 테스트를 완료했습니다.]

[이번 테스트는 실제적인 문제를 다 감안해서 설계했습니다. 아마 한국에서 확인 작업이 끝나면, 일본, 미국에도 한 달에 서비스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이 대답에는 퀄컴 엔지니어 당사가 나와서 확인까지 해주었다.

[우수한 한국 엔지니어와의 협업에 대해서 다시 한번 감사 드립니다. 이번 LC 전자 연구원의 도움을 얻어서 빠르면 미국 CDMA 시범 서비스와 상용화 작업은 올해 중순 안에 진행될 예정입니다!]

느리다 못해서 거북이가 기어간다는 소문이 파다한 미국 통신 서비스와는 전혀 다른 행보였다.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야?”

지금까지 디지털 휴대폰 상용화 자체는 큰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었다.

다만 서울처럼 인구가 밀집한 지역에서 별문제 없이 서비스할 수 있을까는 의문이었다.

디지털 주파수를 사용하는 것 자체가 까다로운 일이기 때문이다.

결국 서울 지역의 이동통신 서비스 성공이 전제되어야 일본이나 미국에서 성공적으로 적용될 것이었다.

데릭 모건은 이미 CDMA 서비스가 이 부분에서 꽤 난제가 많다는 것을 보고받았다.

그가 굳이 CDMA 서비스에 대해서 무리수를 두지 않는 이유였다.

사실 최민혁 실장을 찾아가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지금까지 느긋했던 것도 그 탓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

정말 퀄컴의 주장처럼 서울 같은 인구 밀집 지역에서 CDMA 서비스가 성공한다면 말이다.

퀄컴 실무진이 나와서 저렇게 자신하는 것은 대안을 찾았다는 이야기였다.

데릭 모건 이사는 황당해서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자신이 파악한 것과는 전혀 다른 결과였다. 퀄컴 내부 정보를 통해서 검토한 사실과도 달랐다.

그는 크게 당황했다.

이제는 그냥 이렇게 느긋하게 두고만 볼 수는 없었다.

자리에서 바로 일어나서 허겁지겁 옷을 챙겨 입었다.

그는 최대한 빨리 뉴욕 센트럴 파크 근처의 한 저택에서 신문을 읽고 있는 워렌 버핏을 찾아갔다.

“우, 워렌, 헉, 헉, 헉 오랜만입니다.”

워렌 버핏은 신문을 테이블 위에 올려둔 채 커피 한 잔을 내놓았다. 그는 자신이 대주주가 아니라 그저 평범한 직장인처럼 말했다.

“무슨 일이라도 있어?”

그는 겨우 숨을 돌렸다.

“아, 급한 일 때문에 주차하게 시키고 바로 뛰어왔습니다!”

“일본에서 바로 온 건가?”

“한국을 거쳐서 최민혁 실장을 만나고 왔습니다.”

“최민혁 실장이라면, 혹시 요즘 펜트하우스로 소문이 자자한 그 젊은 친구 말인가?”

“네. 또한, 에플 공매도의 주인공입니다.”

“에플은 그 친구보다 스티븐을 더 신경 써야 하지 않나?”

“그게 또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미국 재무부 측에서도 최민혁 실장에게 관심을 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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