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 3세는 조용히 살고 싶다-757화 (757/1,021)

#757.

바로 에플 주가의 폭등 과정에서도 공매도 계약만 한 채 조용히 상황을 지켜만 보는 샐로먼 브러더스가 문제였다.

“이 미친 새끼들은 왜 그냥 이러고 있는 거야? 지금 에플 주가가 35달러를 돌파했잖아. 벌써 손실이 반이 넘었잖아?!!”

최문경 부회장의 분노는 당연했다.

하지만 샐로먼 브러더스는 계속 자신만만한 태도를 고수했다.

심지어 최문경 부회장 자신에게 고압적인 태도까지 보였다.

그런데 지금은 함흥차사.

이쪽에서 연락해도 저쪽에서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권재홍 비서실장 역시 좋은 얼굴은 아니었다. 러시아, 대만 반도체 증설 때문에 좋았던 최문경 부회장의 얼굴이 헐크처럼 변해 있었기 때문이다.

“…죄송합니다.”

최문경 부회장이 원한 대답은 아니었다. 이번 일은 샐로먼 브러더스가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일 때문에 생긴 것이었다.

“권 실장, 내가 지금 그런 대답을 들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잖아. 도대체 일이 왜 이따위로 흘러간 거야. 샐로먼 그 개자식들이 약속했잖아?!!!”

분노를 견딜 수가 없어서 벌떡 일어나서 사무실을 빙빙 도는 최문경 부회장은 정말 미칠 것만 같았다. 참기가 쉽지 않았다.

샐로먼 브러더스의 일에는 제3자 입장이었던 권재홍 비서실장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 일은 자신이 최문경 부회장에게 불만을 토로한 덕분에 사전에 정보를 얻을 수 있었고, 분명 주도적인 입장이었다.

그는 샐로먼 브러더스 측과 괜히 연락했다고 후회했다.

‘차라리 모르는 것이 약이었어.’

이전처럼 이 일을 최문경 부회장이 직접 처리했다면 이런 잔소리는 듣지 않았을 것이다.

솔직히 이전처럼 간접적인 입장이었다면 굳이 이런 질책을 들을 필요도 없었다.

그래도 일단은 최문경 부회장의 눈치를 보면서 말했다.

“에플 공매도에 뭔가 문제가 생긴 것 같습니다. 최근 공매도 계약 체결이 늘어나기는커녕 오히려 줄기 시작했습니다.”

최문경 부회장은 버럭 소리쳤다.

“그거야 이번 일에 상관이 없는 헤지펀드 쓰레기가 끼어들 수도 있는 거잖아?!!!”

“그 사안을 샐로먼 브러더스 측에서 알아보고는 있는데, 아직 대답을 받지 못했습니다.”

“아니,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해? 내가 지금까지 투자한 금액이 모두 10억 달러가 넘어. 그런데 나에게 일언반구도 안 한다고? 이 개새끼들이 진짜 미친 것 아냐?!!”

그는 도저히 분노를 참을 수가 없어서 제임스 러너 이사에게 전화했다. 하지만 역시나 전화를 받지 않았다. 최문경 부회장은 화가 머리 끝까지 나서 핸드폰을 그대로 벽에 집어 던졌다.

쾅 소리가 나서 비서실 직원이 후다닥 들어왔다가 마약이라도 한 것 같은 최문경 부회장의 얼굴을 보고는 곧 사라졌다.

그는 분노를 추스르기 위해서 좀 더 시간이 필요했다.

권재홍 비서실장은 솔직히 이런 상황이 지겨웠지만 일단 참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계약이 그렇게 되어 있습니다. 제가 그 계약을 한 것도 아니고…….”

“야, 권 실장, 지금 그걸 변명이라고 하는 거야?!”

“…….”

권재홍 비서실장은 입술을 깨물었다. 사실 좀 억울하기는 했다. 애초에 미국 비자금 투자는 자신이 아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그리고 이번 일은 샐로먼 브러더스가 잘못한 일이었다.

이에 최문경 부회장은 한동안 욕설을 퍼부었다. 그가 필리핀, 러시아, 미국, 대만을 죽어라 뛰어다니는 동안에도 권재홍 비서실장은 제대로 실적을 내지 못했다.

“하, 그래, 그만하지. 내가 지금 자네를 괴롭혀 봐야 나올 것도 없으니. 다 좋아, 그런데 미국 재무부가 왜 민혁이 그놈을 찾는 거야?”

권재홍 비서실장도 바보는 아니었다. 그는 최근 언론사뿐만 아니라 비서실을 총동원해서 최민혁 실장의 성과물을 조사했다.

“아무래도 CDMA 때문인 것 같습니다. 원천기술 원소유주가 퀄컴인데, 퀄컴 지분 40% 소유자가 최민혁 실장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권재홍 비서실장이 내미는 보고서를 보자 화를 누그러뜨렸다. 권재홍 비서실장에게 분노해 봐야 자기 정력만 낭비되기 때문이다.

“아, 안 그래도 일본도 CDMA를 표준으로 정한다는 소리를 들었어. 그것 때문이겠군.”

“네. 일본 정부가 CDMA 표준으로 정한 것은 미국 정부 압력이라는 소리가 있습니다.”

“…하.”

최문경 부회장은 한동안 기가 막혀서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이 CDMA 관련 정보도 제보를 받지 못했다면 몰랐을 내용이었다.

황당한 이야기지만 찌라시 덕분에 CDMA와 관련된 정보를 알았다.

아니, 엄밀히 말해서 최민혁이 퀄컴 지분을 인수하는 것을 알았다.

그런데 당시는 그게 이렇게 중요한 가치가 있는지 몰랐다.

사실 당시 퀄컴도 상황이 좋지가 않았다. CDMA 기술 개발이 벽에 막힌 상황이었다. 그나마 ETRI가 나섰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것도 미국 정부가 한국 정부를 압박해서 말이다.

따지고 보면 겉으로 봐서는 이 일은 어쩌다가 우연히 된 것에 불과했다.

그런데 황당한 것은 조카 최민혁이었다.

그는 이 CDMA의 가치가 드러나기도 전에 굵직한 쇠파이프 빨대를 꼽아놓았다.

최민혁은 이제 CDMA 산업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이 돈을 번다.

한국, 일본, 미국 CDMA 통신 사업자가 피똥을 싸고, 통신 서비스 업체가 기지국을 개설하기 위해서 전 지역을 죽어라 뛰어다녀야 한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얻은 이익 일부는 최민혁 지갑에 차곡차곡 쌓인다.

다만 과거라면 이런 과정이 눈에 보이지 않을 수가 있었다.

지금은 상황이 좀 달랐다.

MP3 로열티 수익이 그 증거였다.

벌써 3억 달러가 넘는 천문학적인 이익이 최민혁에게 들어갔다.

사실 그 누구도 최민혁 실장이 MP3 로열티를 통해서 이렇게 엄청난 수익을 챙길지는 몰랐다.

최민혁 자신조차 말이다.

그러니 최문경 부회장은 머리로는 이해해도 가슴으로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하, 씨발, 민혁 이 새끼는 돈 되는 것은 착실히 다 챙기네.”

권재홍 비서실장 역시 혀를 내둘렀다. 그 역시 최민혁의 귀신 같은 안목에 감탄했다. 이번 일은 질투도 나지 않았다. 아무리 살펴봐도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솔직히 미래를 안다고 해도 이런 식으로 상황을 풀어갈 수는 없었다.

바로 CDMA 원천기술을 알아야 하니까.

‘특히 신기한 건 자존심이 강한 그 ETRI 연구원을 설득했다는 거야.’

물론 최민혁과 ETRI 사이 관계는 잘 알고 있다.

그래도 머리로는 잘 이해하기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한국 정부도 CDMA에는 비관적이었습니다. 그 분위기를 바꾼 사람이 최민혁 실장입니다. ETRI까지 동원해서 그렇게 만들었습니다.”

“…그렇겠지.”

최문경 부회장도 이번 일만큼은 조카 최민혁에 대한 푸념을 털어놓지 않았다. 아니, 그는 오히려 질린 얼굴이었다.

그도 당시 최민혁이 이 ETRI 일에 끼어들어서 뭔가 한다는 것은 알았지만, 상황을 이렇게 극적으로 바꿀 줄은 몰랐다.

더 웃기는 것은 한국 정부가 압박하려는 시점에서 미국으로 잠적을 하였다는 점이다.

“…설마 미국에 가서 하는 짓이 이 CDMA 사업 쪽이었어? 그건 미국 통신 사업이라면서. 한국인이 할 수가 없을 텐데?”

“이미 최민혁 실장은 미국 시민권을 얻었습니다.”

답답한 최문경 부회장은 결국 담배 하나에 불을 붙였다. 그는 가슴 깊숙이 담배 연기를 흡입하고서야 겨우 안정을 찾았다.

“벌써? 아니, 그게 말이 돼? 자격 자체가 안 될 텐데?”

“아무래도 미국 정부가 사전에 손을 쓴 것 같습니다. 최민혁 실장이 미국인이 된다면, 그가 한 일이 크게 염려되는 것은 아닙니다. 최근 초호화 펜트하우스 매입이 그 증거입니다. 한국인이라면 그렇게 할 수가 없습니다.”

실제로 사실이었다.

미국에는 엄연히 인종차별이 존재하니까.

미국 정부가 중간에 슬쩍 간섭만 했어도 부동산 거래는 중단되었을 것이다.

“카.”

최문경 부회장도 이번에는 정말 두 손을 다 들고 말았다. 최민혁 그놈이나 미국 정부나 하는 짓이 다 똑같았다.

“가만, 말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최민혁 소식 말이야.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이런 정보를 흘린 놈이 최민혁 그놈은 아니겠지?”

“…그건 확실치 않습니다. 언론사를 통해서 얻은 정보이기 때문입니다.”

“아, 됐어. 누가 이 정보를 흘렸으면 어때. 이미 결정이 난 일이잖아. 그따위 소리는 그만해. 그래서 뭘 어쩌자는 거야?”

권재홍 비서실장은 그제야 최문경 부회장의 눈치를 봤다.

“그 에플 공매도 말입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굳이 계획대로 하실 생각입니까?”

“하지만 샐로먼 브러더스 측에서 아무런 말이 없었어. 우리 쪽에서 계약 해지를 하면 손실이 생각보다 더 클 거야.”

“그 손실 말입니다. 지금 에플 주가가 35달러를 돌파했습니다. 이대로 계속 상승한다면 손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겁니다.”

“…….”

최문경 부회장은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지금도 100% 손실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진짜 그 이상의 손실이 날 것이다.

자신이 투자한 공매도 계약이 휴지 조각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런데 그가 겁이 많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성급한 것은 아니었다.

고민한 끝에 내린 결론은 아주 간단했다.

“이런 이야기 하긴 그렇지만 지금은 손절매하기에 너무 늦었어. 차라리 계속 끌고 가지.”

“…알겠습니다.”

권재홍 비서실장은 망설이다가 결국 입을 다물고 말았다.

최문경 부회장의 의견도 틀리지는 않았다.

지금은 손을 떼기가 어려운 타이밍이었다.

‘설마 에플 주가가 더 가파르게 오르지는 않겠지? 지금은 샐로먼 브러더스를 믿을 수밖에 없는 건가.’

* * *

샐로먼 브러더스 한국 지사 분위기는 생각보다 좋지가 않았다.

2년 전에 4억 달러 손실을 기록하면서 적자를 기록한 샐로먼 브러더스의 상황이 올해 들어서 더 상황이 악화하였기 때문이다.

샐로먼 브러더스는 나름 글로벌 종합 서비스와 같은 혁신을 발표하기는 했다.

샐로먼 브러더스가 한국에 합작 증권 회사를 설립한 것도 그 일환이었다.

연합 SB도 그중 하나다.

그 과정에서 최민경 부회장을 부추겨서 KM 그룹에 차입금을 밀어 넣으려고 했다.

투자해서 수익이 나면 좋은데, 최악의 경우라 하더라도 KM 그룹을 인수할 수 있다고 봤다.

물론 이런 계획은 완벽하게 짜여진 것은 아니었다.

윗선에서는 이 일이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는 염두에 두었겠지만, 최소한 실무진 선에서는 그 내막까지 알지는 못했다.

데니스 샐로먼 이사가 태국으로 쫓겨난 것도 이 계획 자체가 엉클어졌기 때문이다.

제임스 러너 이사 처지에서는 최고의 기회인 셈이다. 그는 한국에서 일 처리만 잘한다면 본사로 금의환향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다만 이런 흐름이 바뀐 것은 에플 공매도 때문이었다.

모건 스탠리를 비롯한 많은 세력이 이번 일에 참여했다.

이번 일은 분명 실패할 리가 없는 계획이었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제임스 러너 이사는 평생 익숙하지 않은 사과를 한 사람에게 해야 했다.

요즘 샐로먼 브러더스 내에서 주목을 받는 한 인물 데릭 모건 이사 때문이다.

아시아 증권 회사의 총책임자인 그는 저돌적이면서 다혈질인 인물이다. 그렇다고 미친놈처럼 분노하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다만 말투가 좀 거지 같았다.

“제임스 이사,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해? 내가 오죽하면 일본 지사에 있다가 한국 지사로 뛰어왔겠어. 도대체 일을 왜 이따위로 한 거야?!”

그는 날이 잔뜩 서 있는 데릭 모건 이사의 눈치를 봐야 했다.

샐로먼 브러더스 본사 내에서도 단연 주목을 받는 인물이었다.

샐로먼 브러더스 대주주이자 실질적인 최고 경영 책임자 워렌 버핏이 미는 인물이다.

괜히 그의 눈 밖에 나서는 다른 회사를 알아봐야만 했다.

“솔직히 전 억울합니다. 애초에 이 일은 본사에서 진행하는 일입니다. 최민혁 실장은 지금 미국에 가 있는데, 제가 어떻게 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내 말은 그게 아니잖아. 최소한 최민혁 실장에 대해 주의하라고 경고할 수 있잖아. 어떻게 일이 다 터진 다음에 내가 알아야 하는 거야!”

“…….”

제임스 러너 이사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는 새삼 태국으로 쫓겨난 데니스 샐로먼 이사의 경고를 떠올렸다. 목이 찢어져라 외친 그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데릭 모건 이사는 전형적인 꼰대는 아니었다. 그는 기가 막힐 뿐이었다. 에플 공매도 이야기를 듣기는 했지만, 이 일이 이렇게 문제가 될지는 몰랐다.

“최문경 부회장 자금 10억 달러 외에는 더 손실이 없는 거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