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 3세는 조용히 살고 싶다-750화 (750/1,021)

#750.

마이크 라이언 이사도 처음과는 달리 인상을 찌푸린 채 KMP-01을 살폈다. 이미 보고서를 통해서 사진으로 확인한 적이 있다. 확실히 흥미로운 제품이었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발전된 제품이라면 꽤 많은 이들의 시선을 끌 것이다.

‘에플이 여기에 집중한 건가?’

막상 보고서를 통해서 듣는 것과 실제로 확인한 결과는 좀 달랐다.

하물며 일본 시장 진출은 말이다.

MP3 산업 시장의 파이가 달랐다.

폴 고슬링이 지적하는 부분은 MP3 매출이 아니었다.

정확히는 MP3 산업의 성장 규모다.

이게 진짜 문제였다.

타이거 펀드 회장이 이 자료를 간과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금 봐서는 이 MP3 시장이 그냥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매년 급격한 증가할 것이 분명했다.

그 말은 KM 전자의 특허 수익 역시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는 얘기다.

이를 적용한 에플 역시 막대한 수혜를 볼 것이었다.

그런데 이게 다가 아니었다.

여기에 MPEG-2와 관련된 차세대 제품이 문제였다.

최민혁 실장이 에플 대주주인 이상 에플을 밀어줄 것이 분명했다.

지금도 혼란스러운데 변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었다.

‘맙소사!’

폴 고슬링은 자신이 직접 설명하지 않았다. 그는 다른 실무진을 몇 사람 호출해서 MP3 산업이라는 테마와 이 시장이 향후 어떤 식으로 커갈지에 대해서 설명했다.

[이번 일은 가볍게 생각할 일이 아닙니다. MP3 산업 시장이 불과 작년부터 시작해서 올 연초부터 급격히 성장하는 바람에 미처 간과했습니다. 당시 MP3 시장을 고려할 때 KM 전자를 가볍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럴 수가 없습니다. 원점에서 다시 재검토해야 합니다!]

오디오 콘텐츠의 급격한 성장에는 메이저 음반사 역시 무시하기 어려웠다.

[스티븐이 왜 메이저 음반사와 협상을 이어가는지 몰랐습니다. 그런데 MP3 시장 성장세를 생각한다면 당연한 판단입니다. 아마 스티븐은 이를 더 중요하게 생각했을 겁니다!]

그리고 이런 판단은 딱히 틀리지 않았다.

“냅스트에 대해서 들어보셨지 않습니까? 소송으로 난리가 났습니다. 그런데 이 냅스트를 이용하는 사용자는 오히려 더 급증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MP3 음원을 쉽게 구할 수 있게 됐습니다. 곧 미국 수출도 진행될 겁니다. 아니, 에플에서 이 제품을 시장에 출시할 겁니다. MP3 파급력을 과소평가하면 안 됩니다!!”

MP3와 MPEG-2는 좀 다른 이야기인데, 같이 혼용해서 사용했다.

“…….”

마이크 라이언 이사는 그걸 지적하지 못했다. 그는 이마를 붙잡았다. 골치가 아팠다. 생각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었다.

냅스트 이야기가 나오자 분위기는 다시 달라졌기 때문이었다.

마이크 라이언 이사가 아무리 생각이 없어도 요즘 뜨거운 IT 산업 분야를 무시하지 못했다. 특히 음원 산업이라면 말이다.

그는 그제야 굳은 얼굴을 한 채 침을 튀겨 가면서 입을 여는 폴 고슬링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이게 에플 공매도하고 관련이 있다는 말이야?”

폴 고슬링은 마이크 라이언 이사를 앞에 둔 채 목이 찢어져라 소리쳤다.

“네!! 분명히 영향을 줍니다. 당장 에플 주가에 큰 파급 효과를 미칠 겁니다. 그 부분은 철저하게 다시 확인해야 합니다. 스티븐이 최민혁 실장과 손을 잡고 뭔가 비밀리에 일을 진행했을 겁니다. 만약 여기에 비디오 모바일 기기까지 더한다면 말입니다!!!”

좀 오버스러운 추측이었다.

그런데 또 틀린 추론은 아니었다.

마이크 라이언 이사는 MPEG-2 관련 부분은 제품도 없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었지만, 폴 고슬링이 그 점을 무시해서 MP3로 억지 주장을 펼친 모습에 짜증스럽기만 했다.

“…하지만 그런 제품은 없다면서? 세한정보 통해서 확인했을 것 아냐?”

“세한정보는 그렇습니다. 하지만 에플이라면 상황이 좀 다르지 않습니까? 더욱이 스티븐이 최민혁 실장과 손을 잡았습니다!”

오해였다. 너무 막 나간 추측이었다. 다만 방향은 틀리지 않았다. 문제는 이 일을 그냥 간과해서 넘길 일이 아니었다.

최민혁 실장이 MPEG-2 원천 특허를 왕창 쓸어 담았기 때문이다.

“어쩌자는 거야? 설마 에플 공매도 일정을 더 연기하자는 거야?!”

폴 고슬링은 냉정하게 일축했다.

“최소한 확인을 해야 합니다. 뭔가 있는지 검토해도 늦지 않습니다. 자칫 최민혁 실장에게 뒤통수를 맞을 수도 있습니다!”

마이크 라이언 이사도 당황했다. 그는 에플 공매도 일정을 뒤로 밀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꽉 입을 다문 폴 고슬링 모습을 보자 강요할 수가 없었다. 어차피 폴 고슬링도 자기 지시를 들으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시간을 많이 줄 수는 없어!”

“이 주, 아니, 삼 주만 더 주십시오!”

“쯧, 알았네.”

폴 고슬링은 그제야 쾌재를 불렀다. 그는 지금까지 자신의 촉을 건드린 불안에 대해서 확신을 한 것이었다. 최민혁 실장이 수작을 부렸다고 말이다.

‘됐다. 최민혁 실장이 뭔가 감추는 것이 있을 거야.’

이에 반해서 마이크 라이언 이사는 보고서를 살피다가 문득 최근 경험한 한 가지 특이한 사실을 떠올렸다.

‘설마 줄리엇 로버트슨 회장이 이 사실을 이미 알고 있는 거야? 이제 와서 뒤통수를 친다고? 다른 생각은 하는 것은 아니겠지?’

확인이 필요했다.

“줄리엇 로버트슨 회장 동선을 살펴봐. 특히 에플 공매도 쪽을 확인해!”

“…알겠습니다.”

폴 고슬링은 의아했지만 이미 마이크 라이언 이사가 자기주장을 들은 것에 만족했다.

* * *

타이거 펀드의 태국 바트화 매입은 겉으로 봐서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이번 일에 모건 스탠리, JP 모건, 골드만 삭스와 같은 많은 투자 은행이 같이 힘을 합친 터라 서로 호흡을 잘 맞추기가 쉽지는 않았다.

태국 정부가 이를 눈치를 챈 탓인지 이들 자금 흐름을 면밀하게 지켜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 세력은 돌아가면서 태국 수출 감소를 지적했고, 적자가 급증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투자자 리포트라는 명목으로 태국 정부를 계속 공격했다.

외국 자본 이탈은 필연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이에 대응해 태국 금융 당국과 주변국 중앙은행은 상호협력각서를 이용해서 싱가포르, 말레이시아에 같이 꾸준히 협조 요청을 했다.

타이거 펀드의 예상과는 다른 결과였다.

“태국 정부가 아주 바보는 아니군.”

타이거 펀드의 수석 펀드매니저 콜린 사이먼은 별 표정이 없었다.

“그렇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습니다. 이보다는 우리 내부 갈등이 더 문제입니다. 자칫하면 서로 약속을 지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는 않을 거야.”

“아니, 제 생각은 다릅니다. 실무진 선에서 서로 뒤통수를 칠 수도 있습니다.”

콜린 사이먼이 걱정하는 것은 바트화가 부족한 경우였다.

결국 이렇게 된 시점에서 바트화를 외상으로 판매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 된 거나 마찬가지다.

가장 먼저 들어가는 이가 자칫 큰 손해를 볼 수도 있었다.

따라서 서로 눈치를 보다가 일이 엉망이 될 수도 있었다.

실제로 그런 일은 비일비재했다.

줄리엇 로버트슨 회장은 눈살을 찌푸렸다. 이곳 태국 고급 휴양지에 와서도 오히려 스트레스를 더 받고 말았다.

그는 바트화 문제를 일단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 이야기는 한동안 하지 마.”

“정말 다른 헤지펀드를 믿는 겁니까? 말이 좋아서 상업 은행이지 하는 짓을 보면 양아치 저리 가라 할 정도입니다. 솔직히 모건 스탠리는 가장 믿기 어려운 곳입니다.”

마이크 라이언 이사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이었다.

줄리엇 로버트슨 회장은 피식 웃고 말았다. 그 역시 모건 스탠리를 애초에 믿지 않으니 말이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최근 만난 최민혁 실장은 실로 특이한 경우였다.

“그 이야기는 그만하지. 그보다 최민혁 실장은 어떻게 되었어?”

“지금 당장은 최민혁 실장도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습니다.”

그가 내놓은 자료는 역시 최민혁 실장이 시즈벨을 통해서 얻은 MPEG-2 관련 특허였다.

불과 며칠 사이에 취합한 정보라서 가장 최근 정보였다.

줄리엇 로버트슨 회장은 MP3 특허 로열티를 토대로 MPEG-2 예상 매출이 나온 것을 보면서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폴 고슬링이 조사한 것과는 달리 모바일 쪽 관련 사업까지 조사했다.

“이게 정말 핸드폰에도 적용되는 거야?”

“그렇지 않고서야 최민혁 실장 행동이 말이 되지 않습니다. 당장 ARN 지분을 인수한 것도 이 이유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건 제가 직접 확인한 사실입니다.”

“그게 무슨 뜻이야?”

“이미 ARN 내에서 MPEG-2 관련 프로젝트가 진행된 것을 확인했습니다.”

정확히는 타이거 펀드 역시 ARN 지분을 보유 중이었다. 최민혁 실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얻은 정보를 토대로 적극적으로 나선 결과였다.

최민혁 실장이 차린 밥상 위에 숟가락을 슬쩍 올려둔 것이었다.

ARN 대주주인 이상 ARN 개발 프로젝트 현황 정도는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깊이 들여다보지는 못했다.

ARN 이사회에서도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민혁 실장 때문에 콜린 사이먼도 깊이 파고들지는 못했다.

“ARN 측에서는 이미 오디오, 비디오 코덱을 이용한 IP 개발이 진행 중이었습니다. 물론 원천기술이 없어서 로열티 문제가 있지만, 최민혁 실장의 요청에 따른 것 같습니다.”

“가만, ARN은 최민혁 실장이 MPEG-2 원천기술을 확보한 것까지는 몰라?”

“네. 대신 그 전 단계까지 진행되었습니다. 업데이트가 필요하기는 하지만 어려운 문제는 아닙니다. 더욱이 원천기술 소유자가 최민혁 실장이니 말입니다.”

“하!”

줄리엇 로버트슨 회장은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진짜 놀랐다. 그는 사전에 이미 이 일이 물밑에서 진행되고 있는지 몰랐다.

그는 진지한 얼굴로 자신의 앞에 놓인 보고서를 심각한 안색으로 쳐다보았다. 이건 절대 그냥 가볍게 생각할 일이 아니었다.

당장의 이익도 문제지만 정작 진짜 문제가 되는 것은 향후 새로운 사업 영역이었다.

최민혁 실장은 아직 성숙하지도 않은 비디오 코덱 시장에 초대형 빨대를 꽂아놓았던 것이다.

콜린 사이먼은 별 표정이 없는 얼굴로 말했다.

“더 놀라운 사실은 모바일과 시스템에서 사용할 수 있는 두 가지 타입을 병행해서 개발시켰습니다. 이 부분은 ARN 내부 엔지니어도 깜짝 놀랄 일입니다. 적용 범위가 생각보다 광범위하기 때문입니다.”

“핸드폰은 어려울 텐데?”

“그래서 현실성이 높은 보안 카메라, 디지털 플레이어 쪽을 검토하는 것 같습니다. 두 가지 아이템은 굳이 모바일일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개발 과정에서 모바일 역시 돌파구를 찾았다고 합니다. 정확히는 최민혁 실장에게 정보를 받았다는 소리가 있기는 합니다만.”

정확히는 이지수 박사가 최민혁 실장의 지시를 받아서 ARN 측에 비디오 압축 관련 정보를 넘긴 것이었다. 특히 ARN 측에서 막힐 때는 솔루션까지 줬다.

여기에 더해진 것이 저전력 설계였다.

그 덕분에 ARN 프로젝트 역시 예정한 것과는 달리 무려 1년 가까이 일정을 당기게 됐다.

콜린 사이먼 이사는 특히 한 가지 점을 지적했다.

“이 칩을 이용한 솔루션 개발 역시 KM 그룹 계열사인 KM 산업에서 진행 중입니다. 아직 완성된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프로젝트 진행 자체는 꽤 나간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제가 자세한 것은 확인하지 못했지만 ARN을 통해서 확인한 사실입니다.”

정확히는 최민혁 실장 자신도 지시를 내리기는 했지만, 프로젝트 현황을 자세하게 아는 것은 아니었다. 이 프로젝트 자체는 시간이 많이 필요했고, MPEG-2 특허를 확보하기 전까지는 무리하게 진행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ARN과 이지수 박사의 능력은 놀라운 것이었다.

그들의 능력 덕에 최민혁 실장의 예상보다 더 빠르게 프로젝트가 진행된 것이었다.

그러니 이런 내막을 잘 모르는 이들이 그 의미를 안다면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놀랍군.”

줄리엇 로버트슨 회장은 진짜 충격을 받은 표정이었다.

그는 최민혁 실장이 보통 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는 척을 지기보다는 파트너로 인정했다. 하지만 동등한 파트너는 아니었다. 딱 고기 방패 수준 정도로 여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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