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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3세는 조용히 살고 싶다-745화 (745/1,021)

#745.

하지만 최민혁 실장과 관련이 없거나 최민혁 실장이 내놓은 원천특허 때문에 손실을 크게 본 다른 영역은 달랐다.

특히 MP3 원천특허가 최민혁 실장에게 넘어간 이후에 문제가 된 것은 무선랜 관련 원천특허였다.

무선랜 관련 특허는 시즈벨에서도 따로 핵심 원천특허로 관리하던 기술이었다.

그런데 최민혁 실장이 IP 시티폰 이후에 이 무선랜 원천특허를 확충했다.

그 과정에서 시즈벨은 제대로 뒤통수를 맞은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최민혁 실장에게 하소연하기도 힘들었다.

시즈벨은 이런 식으로 원천특허를 잃고 나서는 제대로 수익을 내지 못했다.

투자는 투자대로 하고, 손실은 손실대로 본 것이었다.

경영 상황이 나빠질 수밖에 없었다.

시즈벨로서는 최민혁 실장에 대한 반감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시즈벨 이사회가 최민혁 실장을 싫어하는 근본적인 이유였다.

시즈벨 이사회에 시달린 가브리엘 아담스 대표이사가 딴생각을 한 이유이기도 하고 말이다.

조성돈 팀장은 굳이 KM 전자나 최민혁 실장 이름을 내세우지 않았다. 그는 우영민 부장과 만난 자리에서 대리인을 검토했다.

“뭐 지누스 측에서 지분을 확보하기만 하면 된다는 말씀이군요?”

“네. 이왕이면, 지누스 지분을 다 사들이면 좋겠지만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최대한 지분을 사들이고, 시즈벨의 다른 지분 소유자를 상대로 더 사는 것이 합리적인 대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즈벨은 이탈리아 회사치고는 유럽 이쪽저쪽과 안 엮인 곳이 없었다.

하지만 이들 대주주 역시 불만이 많았다.

제이미 니콜라스 이사가 설친 덕분에 생긴 일이었다.

제이미 니콜라스 이사는 한국을 중심으로 미국, 일본을 종횡무진으로 활동하면서 이익을 창출했다.

하지만 그건 최민혁 실장과 손을 잡았기 가능한 일이었다.

최민혁 실장과 대치되는 반대쪽은 전부 손가락만 빨았다.

특히 K투스가 문제였다. 이 기술 때문에 블루투스 기술 역시 휘청했다.

여기에 치명타를 준 일이 바로 모토롤라 측에서 이 K투스를 채용한 것이었다.

전생과는 달리 블루투스에 막대한 투자를 했던 시즈벨 입장에서는 뒤통수를 제대로 맞은 셈이었다.

시즈벨 지분을 소유한 오너 역시 마찬가지였다.

우영민 부장이 내세운 이들은 이번 펜트하우스 사태로 알게 된 이들 중의 하나였다.

다름 아닌 타이거 펀드의 줄리엇 로버트슨 회장이었다.

줄리엇 로버트슨 회장은 조성돈 팀장이 보낸 대리인 연락을 받고 나서는 제안을 흔쾌히 승낙했다. 정확히는 그도 호기심을 느낀 것이었다.

그런데 그가 알아본 바로는 시즈벨이 확보한 무선랜 원천특허는 핵심 특허가 아니었다.

그도 전문가를 동원해서 최대한 알아보기는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확인한 것은 딱 한 가지.

“핵심 특허는 이미 KM 전자에서 다 보유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최근 추가한 특허에는 시즈벨의 특허를 무력화하는 기술도 있습니다.”

후일 문제가 된 전송 효율을 개선한 특허였다.

이 기술 특허는 시즈벨이 칼텍에서 확보한 것보다 더 구체적이고, 효율이 월등히 높은 것이었다.

심지어 수학적인 백그라운드와 실험적인 통계 데이터 역시 정교했다.

이를 기반으로 한 무선랜 2차 특허는 1차 특허보다 더 발전되고, 정교해진 것이 특색이었다.

이 기술은 도저히 우회할 다른 대안이 없었다.

“…놀랍네.”

줄리엇 로버트슨 회장도 이번에는 최민혁 실장을 다시 볼 수밖에 없었다. 그는 최민혁 실장이 좋아서 펜트하우스를 매각한 것도, 굳이 아내 명의로 이익을 보려고 투자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이런 정보를 얻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실제로 얻은 정보는 그의 예측을 가볍게 뛰어넘었다.

결과적으로 시즈벨 특허의 가치 하락은 시즈벨의 가치 하락을 의미했다.

그로서는 시즈벨 주식을 굳이 보유할 이유가 없어진 셈이다.

그건 그가 아는 다른 지인 역시 마찬가지다.

자신이 알고 지내는 이들에게 이번 시즈벨 가치 하락을 이야기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에는 조성돈 팀장에게 유리한 포지션이었다.

다만 그는 관리자일 뿐 오너는 아니었다. 그 이상의 일은 자기 권한을 벗어난 일이라서 최민혁 실장에게 바로 보고했다.

* * *

최민혁은 조성돈 팀장의 현황 보고를 듣고 나서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깨달았다. 그는 고민한 끝에 줄리엇 로버트슨 회장과의 미팅 일정을 잡으라고 지시했다.

줄리엇 로버트슨 회장은 연락을 받기가 무섭게 흔쾌히 만남을 수락했다.

허드슨 강 풍경을 따라서 자리 잡고 있는 저택은 경관이 압도적이었다.

뉴욕 도심과는 분리된 신세계 같았다.

이곳에 있는 저택은 마치 시계를 거꾸로 돌려놓은 것 같았다.

줄리엇 로버트슨 회장은 경호원 10명에 둘러싸인 채 최민혁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마치 평범한 농부 같은 분위기를 보인 채 최민혁에게 악수를 청했다.

“최 실장님 이야기는 자주 듣고 있습니다.”

“저 역시 회장님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둘 다 평범한 대화로 시작했다.

하지만 최민혁을 반긴 줄리엇 로버트슨 회장의 모습은 신중하기만 했다. 그는 타이거 펀드를 이끄는 리더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운 모습을 보였다.

다만 이번 만남 장소를 굳이 사방이 훤히 트인 이곳으로 한 이유는 보안을 의식해서인 것 같았다.

최민혁 역시 바트화 이슈를 떠올리면서 내심 피식 웃고 말았다. 결국, 바트화 사건의 최종 보스 중에 한 사람을 만났기 때문이다.

‘이 양반이 IMF 사태와도 연관이 있겠지.’

그 부분은 최민혁 자신도 잘 몰랐다. 타이거 펀드가 이익을 봤다는 소리만 무성할 뿐 내부적인 사정은 잘 몰랐으니까.

최민혁 자신이 전생을 기억한다고 해서 모든 사건을 다 아는 것은 아니었다. 지금처럼 명확하지 않은 사실은 주변 정황을 토대로 해석해야 했다.

“…전 회장님이 시즈벨 지분을 그렇게 많이 가진 줄은 몰랐습니다.”

“그게 다 최민혁 실장님 덕분입니다.”

“네? 그게 무슨 말씀인지…….”

줄리엇 로버트슨 회장은 의미심장한 눈으로 최민혁 실장을 쳐다보았다. 그는 사용인에게 지시해서 잔디 한구석에 마련한 테이블에 엉덩이를 걸쳤다. 이미 맛깔스러운 간식이 준비되어 있었다.

그는 최민혁 실장에게 간식을 권하면서 가볍게 물부터 마셨다.

“전 MP3 산업이 시작되기 전에 최민혁 실장님의 유럽 행보에 관심을 뒀습니다. 그러다 한 사람이 MP3 특허를 매입하기 시작했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음.”

최민혁도 깜짝 놀랐다. 그를 주목하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때만 해도 최민혁 실장님에게 그렇게 관심을 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KMP-01이 나온 이후에는 그냥 둘 수가 없었습니다.”

줄리엇 로버트슨 회장은 그때야 부랴부랴 MP3와 최민혁 실장에 대해서 알아봤다. 당시만 해도 뭐 하는 사람인지 알아보는 정도였다.

상황이 바뀐 것은 한 가지 사건 때문이다.

바로 MP3 산업의 대두.

“MP3 플레이어가 판매되어서 어느 정도 시장을 형성하자 그냥 둘 수가 없었습니다. 스티븐은 그제야 새로운 온라인 디지털 사업을 시작했고 말입니다.”

줄리엇 로버트슨 회장도 그땐 자신이 이미 늦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때문에 그는 최민혁 실장과 접촉할 수 있는 다른 채널을 찾았다.

“그런데 최 실장님은 외부와는 그 어떤 거래도 하지 않더군요. 심지어 투자 회사를 만들어 놓고도 외부 자금을 아예 받지 않았으니까.”

최민혁은 세계적인 헤지펀드인 타이거 펀드의 줄리엇 로버트슨 회장이 자신을 스토킹한 것에 결국 헛웃음을 짓고 말았다.

“그럴 여유가 없었습니다.”

“아, 물론 바쁘다는 것은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이후로 꾸준히 접촉할 방법을 찾았는데, 마침 바트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시즈벨 지분을 매집하신 거군요.”

“당시에 시즈벨이 특허에 대한 안목과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아니, 실상은 좀 달랐다.

줄리엇 로버트슨 회장도 막상 시즈벨의 지분을 얻고 나서야 안 사실이었다.

최민혁도 혀를 찼다. 그다음 이야기는 굳이 듣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줄리엇 로버트슨 회장이 굳이 최민혁 실장 자신에게 직접 연락하지 못한 것은 바트화 투자 때문이었다.

줄리엇 로버트슨 회장이 아무리 잘나간다고 해도 협력 파트너 중의 하나인 모건 스탠리나, 샐로먼 브러더스를 의식할 필요가 있었다.

“하면 지금도?”

줄리엇 로버트슨 회장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지금은 상황이 다릅니다. 전 이 자리에서 최민혁 실장님에게서 바트화 투자에는 관여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듣고 싶습니다. 아마 최민혁 실장님은 제 제안을 거절하지 않을 거로 생각합니다. 원하는 것이 있을 테니 말입니다.”

최민혁은 여기서 바트화 투자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서 헛웃음을 짓고 말았다. 그가 굳이 바트화 투자로 모건 스탠리를 괴롭힌 것은 샐로먼 브러더스, 더 나아가서는 최문경 부회장 배후 세력을 분리하려는 의도였다.

그런데 그 이야기가 돌고 돌아서 타이거 펀드의 수장인 줄리엇 로버트슨 입에서 나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설마 시즈벨 지분을 저에게 넘기라는 제안을 들어줄 겁니까?”

“으음, 좀 어려운 요구기는 하지만 바트화 투자 철회를 약속한다면 가능합니다.”

“흠.”

최민혁은 겉으로는 열심히 주판을 두들기는 척했다. 하지만 그는 내심 쾌재를 불렀다. 사실 태국 바트화 투자는 지금 들어가기에는 시기적으로 어려웠다.

‘거기에 굳이 다른 헤지펀드의 시선을 끌 필요는 없을 테니까.’

“좋습니다. 대신 한 가지 조건을 더 들어주셔야 합니다. 다른 시즈벨 주주에게서 지분을 얻도록 도움을 주셨으면 합니다.”

“…지분을 완전히 넘겨받는 것은 어려울 겁니다. 그들도 바보는 아니니까.”

“다리만 놓아주시면 됩니다.”

최민혁은 의외로 협상이 쉽게 진행되자 얼떨떨했다. 그는 줄리엇 로버트슨 회장이 부담스러운 요구를 할 것으로 생각했다.

필요하다면 만남을 여러 번 가져야 할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다.

“회장님이 일방적으로 손해를 본 것 같아서 어리둥절합니다.”

줄리엇 로버트슨 회장은 피식 웃었다.

“호의라고 생각해 두십시오. 전 최민혁 실장님과 척을 질 생각이 없습니다. 앞으로 이웃끼리 잘 지냈으면 합니다.”

최민혁은 자신이 모건 스탠리의 스탠리 로버트 이사를 만날 때면 늘 하던 이야기를 자신이 거꾸로 듣고서야 어깨를 으쓱하고 말았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타이거 펀드와는 앞으로 할 일이 많습니다. 서로 도와가면서 서로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뿐입니다.”

줄리엇 로버트슨 회장은 방긋 미소를 지은 채 손을 내밀었다.

최민혁 역시 줄리엇 로버트슨 회장의 손을 잡은 채 가볍게 웃었다.

하지만 그는 내심 줄리엇 로버트슨 회장을 믿지 않았다.

‘요즘 시즈벨 상태가 좋지 않으니, 이번 기회에 손을 떼는 것이겠지. 애초에 핵심 특허는 죄다 나에게 빼앗겼으니, 가치가 많이 떨어져. 그런 회사 지분을 넘기는 척하면서 생색을 다 내다니, 정말 믿기 어려운 사람이네.’

* * *

사실 줄리엇 로버트슨 회장은 지누스 드 상티스 이사와도 안면이 있었다. 그는 시즈벨의 다른 대주주와도 알고 지냈다.

시즈벨 대주주 대부분이 이탈리아나 유럽의 유명 명가 쪽이었기 때문이다.

지누스 이사 자체도 이탈리아 내에서는 열 손가락에 꼽히는 명문 가문 출신이었다.

이런 줄리엇 로버트슨 회장이 직접 나섰으니, 시즈벨 대주주 대다수가 그의 편을 들어주었다.

이건 한편으로 그들에게도 이익이었다.

시즈벨은 원래 자신이 원천특허를 확보한 후에 로열티 사냥을 하는 기업이다.

그런데 이제까지 공을 들인 핵심 특허가 사라지는 바람에 시즈벨의 가치가 휘청했다.

시즈벨 회사 자체가 어려워진 것은 아니지만, 미래 성장 엔진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시즈벨이 부랴부랴 무리수를 두려고 해도 대안이 없었다.

그런 차에 최민혁 실장의 행적을 조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제이미 니콜라스 이사는 모토롤라 협상 대리인으로 나선 후에 더 주목을 받았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제이미 니콜라스 이사가 최민혁 실장 대리인 역할을 하면서 얻은 정보를 이사회에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제이미 니콜라스 이사는 최민혁 실장의 대리인으로서 최선을 다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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