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 3세는 조용히 살고 싶다-727화 (727/1,021)

#727.

사실 CCD 이미지 기술은 일본 쪽이 주도권을 가지고 있었다. 이미 관련 원천기술은 이들이 주도한 지가 오래였다.

MPEG4 특허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MPEG4가 비디오 산업이 발전하면서 급격히 발전할 때, 일본 대기업은 이 비디오 산업에 천문학적인 자본을 퍼부었다.

그렇게 해서 MPEG4 특허 지분을 무려 41%까지 획득했다.

결국 한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에서는 그 대안으로 CMOS 기술에 집중했다.

[문제는 이 CMOS 기술이 노이즈와 낮은 집적도 때문에 성과가 좋지 않았어.]

최민혁은 최영란 본부장의 이야기에 흠칫 놀랐다. 그가 의도한 방향과는 전혀 다른 대답이었다. 그는 최영란 본부장이 자기가 준 CCD 기술과 장치로 삽질을 계속하다가 부정적인 태도를 보일 것이라 봤다.

‘그때 내가 나서서 몇 가지 기술을 더 줘서 한 소리 하려고 했는데…….’

그 정도면 최영란 본부장도 1~2년 정도는 CCD 이미지 기술에 집중할 것이라 봤다.

딱 그 정도면 충분했다.

최문경 부회장을 압박하기에 말이다.

‘그걸로 부족하면 관련 특허를 사들이거나 업체를 인수하면 되니까.’

최영란 본부장은 갑자기 최민혁 실장이 대답이 없자 버럭 소리쳤다.

[야, 듣고 있는 거야?!]

[어, 미, 미안. 어디까지 말했어?]

[CMOS가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 같아서 그쪽을 파 봤다까지 했어.]

[계속해 봐.]

최영란 본부장은 그제야 골치 아픈 표정으로 썰을 풀어갔다.

최민혁에게는 꽤 쇼킹한 이야기였다. 이건 그도 전혀 예상을 못 한 상황이었다. CMOS 기술이 지금쯤 개발이 진행된다는 것은 알았지만 벌써 어느 정도 결실이 나온 것인지는 몰랐다.

[저, 정말이야? 그럴 리가 없어. 이건 말이 안 되는 이야기야.]

최민혁의 주장은 틀리지 않았다. 다만 그가 미처 간과한 부분이 있다. 한국 대학 연구소도 나름 이 기술을 얻기 위해서 노력했다.

다만 현실적인 이유로 실패했을 뿐이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최민혁이 최영란 본부장을 밀어준 덕분에 말이다. 최영란 본부장은 최민혁의 의도를 잘 몰랐기에 그냥 기존에 하던 대로 투자를 했을 뿐이다.

일종의 오해였던 셈이다.

하지만 이 투자를 받은 연구진들의 입장은 달랐다. 그들에게는 절망스러운 상황을 탈피할 수 있는 동아줄이나 마찬가지였다.

[어, 사실 다 너 때문이야. 네가 준 장비, 특허 말이야. 그것 덕분에 개발을 진행하기 더 쉬웠어. 그게 있어서 개발 속도가 달라졌으니까.]

개발 기간이 줄어들면서 결과가 곧바로 나왔다. 최영란 본부장은 ‘역시 최민혁!’이라고 외치면서 무지막지하게 자본을 밀어줬고 말이다.

최민혁도 대충 상황이 어떻게 된 건지 감을 잡았다. 하지만 그는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그건 알았으니까. 그 담당자랑 통화할 수 있도록 해 줄 수 있지?]

[안 그래도 그 약속을 잡으려고 전화했어. 그런데 이게 가치가 있을까?]

최민혁은 최영란 본부장의 우려에 혀를 차고 말았다. 그도 최영란 본부장이 자신이 시켜서 이 일을 하는 터라 이 이미지 산업에 대해서 잘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만 한 가지 부족한 점이 있지만, 그것까지는 모르는 눈치야. 하긴 아직 스마트폰이 나오지 않아서 이미지 산업에 대해서 잘 모르니.’

[걱정하지 마. 잘만 하면, 우리 누님 이번에 이사나 전무로 승진할지 모르겠어.]

[…정말 그럴까?]

최영란은 최민혁 실장의 칭찬에 얼떨떨했다. 그녀는 최민혁이 자신에게 이렇게 후한 평가를 해준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최민혁은 자신의 폰으로는 전화를 받을 수가 없어서 조성돈 팀장의 번호를 알려주었다.

[쓸데없는 걱정하지 말고, 가서 연락이나 해.]

[…알았어.]

최민혁은 전화를 끊고 나서도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는 자신이 아는 전생 1회 차와 너무 달라진 결과에 황당하기만 했다.

‘설마 나로 말미암은 나비효과 때문일까? 하지만 이상하네, 이 시기에 CMOS 이미지 기술은 나오지 않았던 것으로 아는데…….’

하지만 그 고민은 잊어야 했다. 이미 결과는 나온 마당이다. 그렇다면 이 기회를 최대한 이용할 필요가 있었다.

‘일단 확인을 해보고 판단해야 되겠지만, 만약 기대한 이상의 결과라면, 결국 비디오 압축 코덱이 문제가 되겠어.’

그건 좀 골치 아픈 문제였다. 비디오 압축 특허를 보유한 이들이 MP3 특허처럼 순순히 자신에게 내놓을 까닭이 없기 때문이다.

‘골치 아프네.’

* * *

김희수 연구소장은 칩 설계 쪽의 전문가이기는 하지만 카메라 이미지 센서 쪽도 어렴풋하게 알았다. 그도 최민혁 실장에게 기술과 자료를 받아서 검토하기는 했지만, 한계를 느꼈다.

거기서 그가 택한 선택은 아주 간단했다.

이미지 센서 전문가를 찾아가는 거다.

대안으로 선택한 사람은 대학 선배로, 인하대 교수로 있는 박병주 교수였다.

박병주 교수는 인맥이 없는 탓에 인하대 교수로 가까스로 들어갔다. 그가 이룩한 성과를 고려하면 이것도 운이 좋았다.

하지만 그는 교수로 인하대에 들어간 후에도 주변에서 많은 압력을 받았다.

빽이 없이 교수로 들어온 자리.

그의 자리를 노리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았다.

더 재수가 없는 것은 그 자신이 선택한 전문 영역이었다.

바로 CMOS 이미지 기술.

CCD 원천기술을 꽉 잡고 있는 일본에 대항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실제로 대기업에서 CMOS 기술을 원했고 말이다.

그는 제법 CMOS 관련 특허도 냈다.

하지만 그 특허 자체만으로는 CMOS 기술을 상업적으로 구현하기 쉽지 않았다.

박병주 교수 처지에서는 생존하기 위해서 미친 듯이 일했다.

하지만 상황은 나아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악화되기만 했다.

CMOS 관련 특허가 생각보다 많이 쏟아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한국 대기업들뿐만 아니라 한국 대학 연구소 역시 빠지지 않았다.

그가 후배 김희수 연구소장의 방문을 받은 것은 딱 이 시점이었다.

사실 그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김희수 연구소장이 들고 온 것은 CCD 이미지 테스트 장비였다. 심지어 펌웨어를 비롯한 나머지 기술도 포함해서 말이다.

놀라운 점은 이 장비로 CMOS 테스트도 동시에 할 수가 있었다.

모듈만 간단히 바꾸면 되었다.

더 중요한 점은 이 기술에 대한 AS다.

게다가 이지수 박사가 구체적으로 CCD, CMOS 이미지 센서를 어떤 식으로 처리해야 할지를 쉽고, 직관적으로 설명해 주었다.

[이미지 센서도 따지고 보면 그 본질은 같습니다. 트랜지스터부와 포토 다이오드를 효율적으로 설계하면 되니까요.]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쉽게 얘기하는 이지수 박사.

놀라운 것은 그녀가 이 이미지 센서 기술에 대해서 꽤 많은 걸 알고 있었다.

[포토 다이오드 면적을 활용해서 감광 성능을 올리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만.]

이지수 박사는 자신의 특허 몇 가지를 확인하고는 그 자리에서 몇 가지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이 아이디어는 그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지수 박사 처지에서는 자신이 아는 지식 쪼가리의 일부였지만 박병주 교수에게는 사고의 전환점이 된 것이다.

[아.]

사실 뻔히 아는 기술이다.

그런데 이지수 박사는 이를 실제적인 수학식으로 표현해 주었다.

직관적으로 볼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향 설정을 해준 것이었다.

이지수 박사의 역할은 딱 거기까지였다.

[이 정도면 제가 충분히 도움을 줬다고 생각합니다. 나머지는 교수님이 알아서 부족한 부분을 메꿀 수 있으실 겁니다.]

이지수 박사는 밥상 위에 음식을 다 차려주었다. 그걸 숟가락으로 떠먹여 줄 수는 없다는 주장이었다.

[무, 물론입니다. 저, 정말 고맙습니다.]

박병주 교수는 컴퓨터 채팅을 통해서 이야기하면서도 벌떡 일어나서 이지수 박사에게 진심으로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다음 일은 쉬웠다.

박병주 교수는 이지수 박사가 제안한 아이디어와 자신의 특허를 토대로 해서 수십 가지 특허를 만들었다.

그다음에 이를 바탕으로 CMOS 이미지 테스트를 진행했다.

연구 과정은 그야말로 순식간에 진행되었다.

그 자신이 하는 방식 자체가 이지수 박사가 다 했던 것이니까.

사실 이지수 박사가 준 장비 자체는 돈이 안 되지만 이 개발 환경에 들어갔을 자금은 수십억이 족히 넘어가는 수준이었다.

하드웨어, 펌웨어, 거기에 자체 OS 드라이버까지 말이다.

그 결과가 바로 CMOS 이미지 센서 기술이었다.

심지어 놀랍게도 모바일에서 적용 가능한 기술이다.

최민혁은 이메일로 연구 관련 사진과 결과를 받아 본 후에 한동안 입을 열지 못했다.

[…….]

연구소에 막 도착해서 사전에 상황을 설명한 최영란 본부장은 김희수 연구소장과 박병주 교수 두 사람에게 가볍게 눈빛을 교환하고 나서는 최민혁에게 입을 열었다.

[민혁아, 어때?]

[…….]

최민혁은 당연히 대답하지 않았다. 그도 최영란 본부장을 통해서 이지수 박사가 도움을 줬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실제로 이지수 박사에게 확인도 해봤다.

그녀의 대답은 간단했다.

[아, 최 실장님이 하는 일인데, 당연히 도와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건 그렇지만 이 CMOS 이미지 특허는…….]

[괜찮아요. 저에게는 큰 의미가 없으니까. 이번 일이 도움이 되었다면 그걸로 족해요. 최 실장님이 저에게 해준 것을 감안하면 이건 은혜랄 것도 없습니다.]

[…네.]

최민혁은 이지수 박사와 대화를 떠올리면서 혀를 내둘렀다. 이지수 박사 딴에는 간단한 도움이었다고 생각하지만, 그에게는 아니었다.

아니, 박병주 교수에게는 성수나 마찬가지였다. 이 CMOS 이미지 원천기술 기반이 있었기에 김병주 교수가 지금까지 한 연구가 다 생명을 얻었기 때문이다.

‘…이건 9년 후에나 나오는 특허야.’

CMOS 관련 원천특허는 9년이 지나야 쏟아져 나온다.

전기 신호를 디지털 영상 신호로 변환하는 이 소자는 쉽게 보면 필름과 다르지 않다.

그 핵심 특허를 무려 9년이나 앞당겨서 얻은 것이었다.

최민혁도 뒤늦게야 관련 자료를 토대로 이 CMOS 관련 특허를 하나씩 기억했다. 다른 영역과는 달리 이쪽은 자신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던 것들이었다.

‘운이 좋은 건가?’

그럴 리가 없었다.

이지수 박사가 없었다면 아예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결과였다.

그런 이지수 박사를 세상 밖으로 보낸 것은 다름 최민혁 자신이었다.

최영란 본부장은 최민혁이 답이 없자 소리쳤다.

[어때? 왜 대답이 없어?!]

[아, 미안, 으음, 잘했어. 아니, 최고야. 설마 이 정도 결과를 내놓을지는 몰랐어.]

[정말이지?]

최영란 본부장은 신이 났다. 그녀도 이제까지 최민혁 실장에게 일방적인 지시를 받아서 일을 진행한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최민혁은 최영란 본부장의 심리를 이해하자 피식 웃고 말았다.

[누나, 이번 일은 진짜 잘했어. 자부심을 느껴도 괜찮아.]

[그렇지? 어, 고마워.]

최영란 본부장은 최민혁 실장의 칭찬에 크게 당황하고 말았다.

최민혁은 물론 피식 웃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좀 있어. 그 부분은 내가 정리해서 자료를 보내줄게. 그걸 토대로 한번 일을 제대로 진행해 봐. 아니다. 차라리 이번에 계열사 하나 만들자. 법인을 따로 설립해. 이름은 알아서 정하고. 이미지 센서를 주로 하는 회사야.]

[어? 그게 무슨 소리야? 이제 막 결과가 나왔는데?]

[아니, 이 정도면 충분해.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 신설 법인 만드는 것도 밀어봐. 자금이 필요하다면 내가 500~700억은 낼 테니까. 아마 할아버지가 내 제안을 받지 않을 거야. 직접 투자하려고 할 테니, 누나도 지분 확보하고. 아마 그 정도면 영란 누나의 그룹 내 입지도 아주 달라질 거야.]

[…알겠어.]

최영란 본부장은 흥분한 최민혁이 전화를 끓어버리자 황당한 얼굴이었다.

그녀는 이제까지 최민혁 실장이 어떤 식으로 사업을 키워 왔는지 누구보다 잘 알았다. 최민혁이 이런 이야기를 할 정도면 이미 이 카메라 이미지 사업은 무조건 초대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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