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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3세는 조용히 살고 싶다-719화 (719/1,021)

#719.

최민혁은 송도연의 리허설 현황과 애니 진척 상황을 확인한 후에 고민에 빠졌다. 벨린 투자의 단기 에플 이익이 생각보다 컸기 때문이다.

10억 달러 투자 수익은 아무리 최민혁 실장이 인생 2회 차를 산다고 해도 가볍지 않았다.

‘선물이나 옵션 쪽은 잘 모르니.’

그 자신이 아는 인생 2회 차는 어느 정도 제약이 많았다.

그냥 막 원한다고 해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더욱이 나비 효과라고 해야 할까.

최근 들어서 부쩍 전생 2회 차 지식의 용도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 자신이 바꾼 미래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하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어차피 스승 이지수 박사까지 끌어들인 마당에 굳이 편법에 의지할 생각은 없었다.

그렇다고 인생 2회 차 지식을 완전히 무시하겠다는 뜻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 일만큼은 2회차 지식이 너무 취약해. 그렇다면 지금 정보를 기준으로 고민해야 해. 지금 에플 주가는 차세대 제품과 기술에 대한 기대 때문이기는 한데…….’

최민혁은 굳이 샐로먼 브러더스나 모건 스탠리 행동을 지켜만 볼 생각은 없었다. 그는 벨린 투자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지 고민했다.

‘만약 대주주인 자신이 에플 지분을 매각한다면 상황이 어떨까. 13달러 가격에 에플 주식 블록딜 거래를 받아들이는 이들이 있을까? 역시 무리인가.’

에플 주식을 13달러에 넘긴다면 무려 1,300% 시세차익이 나온다.

거기에 프리미엄까지 얻는다면 설사 세금을 다 뺀다고 해도 천문학적인 차익이 생길 것이다.

자신이 에플 지분 40%를 매집하는 데 들어간 금액이 1조 안팎이니 말이다.

‘13조인가? 아, 이건 무리야. 매각해도 일부만 가능할 것 같아.’

최민혁은 한화로 20억 달러에 가까운 자신의 에플 지분 가치를 떠올리면서 피식 웃고 말았다. 그는 에플 주식의 시세차익으로만 무려 12조를 벌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12조라니.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은 금액이었다.

그도 솔직히 애니만 없었다면 13달러라면 에플 지분 전체를 매각해도 나쁘지 않을 거로 생각했다.

아이컴이나 KMP-02B가 대단한 제품이기는 해도 지금 에플 주가를 설명할 수는 없었다.

‘거품이지. 뭐 4~5년이 지난다면 좀 상황이 다르겠지만.’

그것도 스마트폰이 포함된 경우다.

에플 스마트폰이 세계 시장을 장악한 경우를 가정하면 지금 에플 주식을 매각할 수는 없다.

최민혁은 문득 갈등했다. 그는 굳이 에플 주식을 들고 갈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어차피 에플 공매도가 진행된다면 지금 주식을 팔아도 상관은 없었다.

그는 한창 벨린 소프트를 비롯한 KM 전자 계열사를 정신없이 오가는 조성돈 팀장을 호출했다.

조성돈 팀장은 미국에 와서 오히려 스트레스를 더 받아서인지 체중이 무려 10㎏이나 빠졌다.

“괜찮습니까?”

조성돈 팀장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면서 툴툴거렸다.

“견딜 만합니다.”

“미국 생활이 쉽지 않죠?”

“처음에는 좀 그랬는데, 이제는 적응했습니다. 체중이 갑자기 준 것은 미국 생활 때문이 아니라 일이 너무 많아서입니다.”

단순히 많다는 것으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당장 스마트폰과 관련해서도 진행되는 프로젝트를 전부 확인하기 쉽지가 않았다.

조성돈 팀장은 그나마 어느 정도 일이 진척된 후에 스마트폰 프로젝트를 확인하게 돼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도 최민혁 실장에게 이야기를 듣기는 했지만, 미국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긴가민가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가 스마트폰 프로젝트 현황을 이해한다고 해서 또 확신한 것은 아니었다.

이유는 KM 전자 계열사인 ARN, 퀄컴에서 진행되는 스마트폰 관련 기술 때문이다.

솔직히 그도 열심히 공부하기는 했지만 따라가기 버거웠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신기했다.

자신은 프로젝트 현황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퍼질 지경이었다.

이 스마트폰 계획을 준비한 최민혁 실장을 쉽게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래.

최민혁 실장의 능력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하자.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스마트폰 기술은 너무 나간 것이었다.

당장 ARN에서 진행하는 저전력 CPU 변화를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터질 지경이었다.

그게 체중이 무려 10㎏나 빠진 근본적인 이유였다.

조성돈 팀장은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저도 최 실장님에 대해서 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잘 모르겠습니다.”

최민혁은 피식 웃었다.

“그거 칭찬 맞습니까?”

“아니, 솔직히 칭찬이 아닙니다. 불가사의합니다. 사실 잘 이해가 안 됩니다. 이건 저만이 하는 생각이 아닙니다.”

이번 스마트폰 프로젝트에 달라붙은 연구원이면 다 하는 이야기다.

그들도 프로젝트 진행을 하면서도 고개를 젓기 바빴다.

최민혁은 오히려 반문했다.

“하지만 믿지 않은 이들도 많죠. 당장 테일러 박사가 대표적이죠.”

“아, 테일러 박사의 이야기는 저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쪽도 아는 것이라고 해 봐야 인공 지능 관련 기술 아닙니까? 그것도 이지수 박사가 한 일이니.”

이지수 박사의 경우도 이상한 일이었다.

정확히는 이지수 박사를 스카우트한 것 말이다.

이지수 박사의 경우에는 명성이 알려지지 않은 경우였다.

‘정확히는 누군가 이지수 박사의 정체를 인위적으로 지운 것 같지만.’

“도대체 이지수 박사님은 어떻게 아신 겁니까?”

최민혁은 어깨를 으쓱했다.

“MIT를 비롯한 이쪽저쪽을 많이 뛰어다닌 결과입니다.”

“그렇습니까.”

조성돈 팀장도 더는 질문하지 않았다. 레퍼토리가 너무 뻔해서다.

최민혁도 피식 웃었다. 조성돈 팀장이 푸념한다는 것 정도는 아니 말이다. 조성돈 팀장은 미국에 와서 미친 듯이 뛰어다녔다. 사실 많이 지쳤다. 이에 비해서 최민혁 실장은 장기 휴가를 즐겼다.

그렇다고 그런 불만을 내색하지는 않았다.

“안 그래도 계속 이대로 구경만 하려니, 좀 그러네요. 그래서 말인데, 최근 에플에서 쫓겨난 이들 현황을 한 번 확인해 보세요.”

“구조조정 된 이들 말입니까?”

“네. 살짝 흔들어 볼 생각입니다. 에플 주가가 13달러를 돌파했는데, 구경만 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서, 설마 에플 주식을 매각할 생각입니까?”

“사실 그 타이밍이 애매합니다. 모건 스탠리가 갑자기 에플 공매도를 접어버리면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니까요.”

“하지만…….”

조성돈 팀장도 최민혁 실장의 의도를 알자 크게 당황했다.

에플 지분 40%를 다 던지겠다는 뜻은 아니겠지만 20%만 해도 에플 주가는 요동칠 것이다.

최민혁은 피식 웃었다. ‘정확히는 우리 최문경 부회장님이 중간에 손절매하는 것을 막을 수 있죠’란 말까지 하지는 않았다.

“제가 대주주로서 에플 주가를 흔들겠습니까? 블록딜로 조용히 처리하면 됩니다. 또 이게 미끼가 될 수도 있는 법입니다. 제가 불안한 모습을 보여야 모건 스탠리나 샐로먼 브러더스가 좋아할 것 아닙니까?”

“…괜찮겠습니까?”

“스티븐에게 이야기하면 그도 어느 정도 이해할 겁니다. 지금 에플 주가가 너무 과열되었다는 것을 그도 알 테니까요.”

“휴우, 알겠습니다.”

* * *

에플에서 잘려 나간 임원 중에 과반수는 집에서 쉬고 있었다.

그런데 다른 과반수는 상황이 좀 달랐다. 그들은 이미 새로운 일자리를 구했다.

에플에서 나간 이들 중에서 오히려 더 고평가를 받은 이들도 있을 테니까.

아니나 다를까 스티븐과 반목했던 임원 중에도 그런 이가 있었다.

바로 마쿨라 이사다.

그는 선 마이크로시스템으로 이직했는데, 타이밍을 잘 탔다.

선 마이크로시스템이 승승장구하면서 오히려 명성을 더 올렸다.

최민혁으로서는 어이가 없는 일이었다. 때문에 그는 스티븐을 만났다.

“마쿨라 이사라…….”

스티븐도 쓰게 웃고 말았다. 그가 마쿨라 이사를 쫓아낸 덕분에 마쿨라 이사가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건 비단 마쿨라 이사의 능력 덕분만이 아니었다.

선 마이크로시스템이 한창 상승 흐름을 탈 때 잘 들어간 것이다.

“어쩔 수 없죠. 그런데 갑자기 마쿨라 이사는 왜 언급하시는…….”

“에플 주가가 13달러를 돌파한 것은 잘 알고 계시죠? 아니, 이젠 14달러를 넘어섰죠.”

에플 주가는 결국 14달러를 돌파했다.

말도 안 되는 에플 주가의 상승세.

이런 변화는 별다른 것이 없었다.

바로 수급 때문이다.

모건 스탠리와 스티븐의 갈등.

그 과정에서 스티븐이 최민혁 실장 의도대로 무리수를 계속 뒀다.

스티븐 자신은 애니 기술력을 과장한 것이라 찝찝하기는 했지만 이대로 당할 수 없다는 절박함에서 한 일이었다.

최민혁도 이마에 내 천자를 그렸다. 그가 아는 인생 1회 차 에플 정보는 이제 무시해야 했다. 아니, 뭐 참고 정도는 해도 될 것이다.

“에플 주가 14달러는…….”

스티븐은 설마 했다.

“에, 에플 지분 일부 정리할 생각입니까?”

“상황이 그렇게 흘러간다면 그럴 생각이기는 합니다만 아무래도 가만히 있는 것은 아닐 것 같아서요.”

“네?”

“제가 계속 에플 지분을 들고만 있다면 다른 생각을 할 겁니다. 그런데 에플 지분 일부를 매각한다면 생각이 많이 달라질 겁니다. 당장 애니 기술에 대해서 의심하기 시작할 테니 말이죠.”

“아.”

스티븐도 그제야 최민혁의 의도를 깨닫고는 탄식하고 말았다.

확실히 최민혁의 주장도 일리가 있었다.

지금처럼 보수적인 태도라면 모건 스탠리나 샐러먼 브러더스가 손절매하고 털고 나올 수가 때문이다.

“세력이 빠지기를 원치 않는 겁니까?”

“네.”

최민혁은 굳이 자신이 노리는 타깃이 최문경 부회장이라는 것을 말하지 않았다. 지금 이 사태가 달랑 그 한 사람 때문이라는 것을 말이다.

스티븐이 진실을 안다면 이 일을 좋아할 리가 없었다.

스티븐도 잠깐 고민했다. 그런데 최민혁 실장 주장은 일리가 있었다. 이대로 에플 주가가 과열되는 것은 좋은 현상이 아니었다.

당장 SEC가 끼어들 여지도 존재했다.

“무슨 뜻인지 잘 알겠습니다.”

최민혁은 물론 한 가지는 분명히 해뒀다.

“비록 블록딜로 일부 주식을 정리할 수는 있어도 어차피 다시 그만큼 매집할 겁니다.”

“…네.”

스티븐도 고민에 빠졌다. 정말 에플 주가가 공매도 때문에 급락한다면 자신도 에플 지분을 늘리기에 좋았기 때문이다.

‘애니가 문제인데…….’

* * *

에플에서 쫓겨난 마쿨라 이사는 선 마이크로시스템으로 이직한 것을 오히려 잘했다고 생각했다.

그놈의 지긋지긋한 에플은 이제 잊고 싶었다.

솔직히 인공지능 어쩌고 하는데, 자신이 보기에는 다 개소리였다.

‘스티븐 그 새끼가 사기를 친 거지.’

사실 그로서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

에플에서 진행한 모든 프로젝트가 거의 다 실패했기 때문이다.

말이 좋아서 신기술이지, 상업적으로 써먹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그는 결국 에플과 스티븐에 대해서는 잊고 살았다.

아니, 가능하면 그쪽을 쳐다보지도 않으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에플 쪽에서 연락이 왔다.

에플 대주주인 최민혁 실장에게서 말이다.

마쿨라도 부랴부랴 최민혁 실장에 관해서 조사를 해보았다.

그는 드러난 최민혁 실장의 프로필을 보고서는 입을 딱 벌리고 말았다.

‘에플 주식 가치가 20억 달러라고?’

안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에플 주가는 1달러를 맴돌았으니.

그때 에플 주식을 구입한 놈을 미친놈이라고 생각했다.

잊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에플 주가는 무려 14달러였다.

마쿨라 이사는 당연히 이 일이 모건 스탠리의 공매도 사전 정지 작업 때문이라는 것까지 보고받았다.

그래도 이건 너무하지 않나.

‘씨발.’

완전히 돌아버릴 것만 같았다.

그는 에플을 떠난 뒤에 에플 주식을 다 정리했기 때문이다.

그때만 해도 4달러에 정리했으니, 잘했다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마쿨라 이사는 최민혁 실장의 미팅 요청을 도저히 거절할 수는 없었다.

“당신이 그 명성이 자자한 최민혁 실장이군.”

“하하하, 아닙니다. 제 명성이란 것이 있겠습니까.”

“…….”

자신이 만난 최민혁 실장은 여러 가지 면에서 충격적이었다.

당장 가장 큰 것은 역시 나이.

아무리 봐도 자기 막내아들보다 나이가 많지 않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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