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 3세는 조용히 살고 싶다-711화 (711/1,021)

#711.

헬렌이 미인계를 용납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더욱이 권태성 실장 때문인지 안재운 전무도 법적으로 문제가 될 만한 행동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이 일을 그냥 가볍게 생각하지 않았다.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했다.

그 자신이 기획한 큰 그림대로 상황이 풀려가지 않아서다.

‘중요한 것은 오성 그룹이 아니잖아.’

애초에 그의 타깃은 오성 그룹이 아니었다.

모건 스탠리.

정확히는 바트화가 핵심이다.

아니, 어떻게 보면 이 타깃도 부차적인 목표였다.

‘정작 핵심은 우리 첫째 큰아버지이니까. 다만 이 양반하고 엮이는 오성 그룹이라서 문제일 뿐이지.’

최민혁은 조성돈 팀장에게 최문경 부회장의 지금 상황을 확인했다.

“아직 조용합니다. 가끔 이쪽저쪽 인물을 만나기는 하지만 별다른 움직임은 없습니다.”

그는 차라리 최문경 부회장에게 미인계를 써볼까 하다가 피식 웃고 말았다. 아니, 꼭 그런 방법이 아니어도 좋았다.

‘가만, 우리 부회장님을 비슷한 방식으로 압박하면 어떨까? 오성 전자가 관심을 보였다는 점을 강조하면 괜찮을 것 같은데…….’

오성 전자가 원하는 인공지능 가전 기술의 교량 역할로 말이다.

지금 오성 전자는 이 기술에 욕심을 내고 있다.

앞으로의 미래 가치를 고려하면 절대로 이 협상을 최문경 부회장이 두고만 볼 리는 없었다.

‘뭔가 해도 해야지.’

이런저런 고민 끝에.

“따로 비자금을 움직이는 것도 없고요?”

“그런 움직임이 보였다가도 다시 뒤집기 일쑤입니다. 그건 KM 그룹 사장단 회의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내에 이런저런 압박을 받는데, 평소와 거의 다를 바가 없습니다.”

그는 최문경 부회장이 초조해한다는 것을 확실히 깨달았다. 일단 지금까지 한 일이 제법 진행된다는 것을 말이다.

‘그렇다면 이 기회를 놓칠 수는 없지.’

“그렇습니까?”

조성돈 팀장도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최민혁 실장님의 지시를 받기 전까지는 최문경 부회장 행적을 잘 이해를 못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확인해 보고서야 아니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정작 오성 그룹이 나서서 엉뚱한 짓을 벌이고 있습니다. 권태성 실장이 KMBOOK을 찾아간 것이 대표적입니다.”

“하긴.”

최민혁도 피식 웃고 말았다. 지금 돌아가는 상황은 마치 정체기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자신이 만든 계획대로 상황이 풀려가지 않았다.

그가 계속 모건 스탠리, 오성 전자, 최문경 부회장에게 자극을 주기는 하지만 실제로 잘 엮이지는 않았다.

때문에 그는 상황을 이대로 둬서는 곤란하다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이 영화의 주인공인 최문경 부회장을 그냥 이대로 둘 수는 없었다.

“이지수 박사에게 연락해 보세요.”

“네? 이지수 박사에게 말입니까? 하면 인공지능 솔루션…….”

“아뇨. 그것으로는 우리 첫째 큰아버지를 압박하기 힘들어요. 가능한 걸로 가봅시다.”

“무슨 말씀이신지?”

“혹시 핸드폰 카메라에 대해서 들어봤습니까?”

“네?”

뜬금없는 이야기에 조성돈 팀장은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이번 일은 그가 아는 이전의 계획과는 좀 많이 달랐다.

“이 기술은 당장 몇 가지 기술적인 한계가 있어요. 그렇다고 해도…….”

* * *

디지털카메라 방식에 관한 연구는 꾸준하게 진행되었다.

주로 CCD 방식이 그 대표적인 예다.

빛을 전하로 변화시켜서 이미지를 얻는 방식이다.

초소형 기기에서는 이 방식이 주가 되었다.

CMOS는 아직 먼 이야기다.

그런데 이 방식은 근본적으로 이미지 용량이 커서 제대로 연구가 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적용되는 기술은 다름 아닌 영상 관련 기술이다.

인공지능과 관련된 영상 인식이 문제가 많은 것도 이런 이유다.

이지수 박사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녀는 영상 인식 부분에서 효율을 올리기 위해서 영상 압축을 연구했다.

MPEG4에 대한 연구 동기다.

물론 이 연구는 이지수 박사 혼자 할 수는 없었다.

그녀가 주도하기는 했지만 많은 이들이 참여했기 때문이다.

무려 영상 압축과 관련된 원천기술이다.

그 과정에서 원천특허도 얻을 수 있는 만큼 많은 사람들이 끼어들었다.

그녀는 때문에 최민혁이 자신을 찾아와서 이 연구에 대한 것을 묻자 깜짝 놀랐다.

‘어떻게 알았지?’

“연구하기는 했지만…….”

“혹시 그 연구 결과를 볼 수 없을까요?”

“하지만 미국 국방성과 같이 연구해서…….”

최민혁은 당연히 필요한 부분을 지적했다.

“비디오 쪽만을 따로 떼면 문제가 안 될 겁니다.”

“으음.”

그녀도 순순히 인정했다. 최민혁 실장의 말이 맞았다. 미국 국방성에서 보안으로 처리한 것은 어디까지나 무선 드론 시스템 전체다.

그 일부분은 이야기가 좀 달랐다.

아마 이전이라면 최민혁 제안을 무시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좀 다르다.

그녀는 최민혁 때문에 얻은 것이 너무 많았다.

그녀는 자신이 한 연구 결과를 보여 주었다.

헬렌도 딱히 최민혁 실장의 제안을 반대하지는 않았다.

물론 영상 처리 관련 테스트 모듈을 포함해서 말이다.

그녀가 내놓은 것은 주먹 크기의 CCD 방식 모듈이었다.

거기에 영상 이미지를 압축해서 저장할 수 있는 방식도 말이다.

최민혁은 인생 1회 차 시기에 이지수 박사가 자신의 과거를 푸념했던 기억 일부분을 떠올렸다. 그녀가 아쉬워했던 기술이었다. 이 기반 기술을 이용하면 핸드폰 카메라 시장도 공략할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정말 성공했군요.”

사실 당장 써먹기는 힘든 기술이라고 해도 지금 이 시점에서는 몇 년을 앞선 기술이었다. 이 기술을 최초로 적용한 제품을 내놓은 오성 항공조차 몇 년 후에 관련 제품을 내놓으니 말이다.

“네? 뭐, 그 정도는 아닙니다. 상업적으로 이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어요. 더욱이 최민혁 실장님이 요구하는 모바일 기기에 적용하기도 힘들어요.”

최민혁도 당장 이 기술을 접목하기 힘들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넘어야 할 기술 장벽이 제법이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건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요는 최문경 부회장을 압박할 동기면 충분했다.

“그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기반 자료만 있으면 됩니다.”

“네?”

“이걸 이용해서 핸드폰용 카메라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기만 하면 됩니다. 그 정도는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건 당장 무리입니다.”

“그게 무리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이지수 박사님뿐이지 않습니까? 아, 저기 헬렌도 있군요.”

“…….”

헬렌은 노트북으로 무선 모듈 카메라를 동작시키면서 힐끗 최민혁 실장을 쳐다보았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녀도 생각 같아서는 관련 기술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그러지 못했다.

최민혁 실장이 지금까지 해준 것 때문이다.

당장 KMBOOK 지분도 받았으니 말이다.

최민혁은 씩 웃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당장 이걸로 하려는 건 한 사람을 자극하는 것뿐이니까. 일단 이게 카메라에 들어가는 모바일 카메라용 개발 도구라고 생각해 두세요."

“…알겠습니다.”

두 사람은 영문을 알 수가 없었지만, 최민혁 실장 말을 거역하기 힘들었다. 둘 다 자신이 연구한 인공지능 결실이 이미 어느 정도 이루어졌다는 것을 알았다.

때문에 고작 테스트용 기술 따위에는 그다지 욕심이 없었다.

물론 최민혁 역시 두 사람이 가진 역량을 잘 알기에 굳이 설득하지도 않았다.

‘영란 누나가 알면 좋아할 거야.’

* * *

최영란 본부장은 최근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다.

KM 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계열사를 10개로 줄인 것 때문에 특히 그녀의 영향력은 나날이 커지는 상황이었다.

그녀는 특히 계열사 매각 자금을 어디에 이용할지 고민을 거듭했다.

이 자금을 잘 활용해서 결과가 나오면 금상첨화다.

그런데 만약 결과가 좋지 않다면 결국 최용욱 회장에게 신뢰를 잃게 된다.

그녀는 섣불리 자금을 활용하지 못했다.

최민혁 실장에게 계속 연락한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받았어?]

[응? 뭘? 아니, 갑자기 전화해서 그게 무슨 생뚱맞은 소리야.]

다행히 마침 그녀 앞으로 국제 배송이 왔다.

그녀는 영문을 몰랐지만 일단 소포 내용을 확인했다.

원격 영상 모듈 장비가 안에 있었다.

최민혁 실장은 간단하게 그 장비에 대한 것을 가감 없이 말했다.

[그 장비는 원래 영상 인식에서 사용된 테스트 모듈이야. 하지만 그 안에 사용된 기술은 당장 써먹을 수가 있어. 오성 전자가 관심을 보이는 기술이니, 쉽게 생각하면 안 돼.]

정확히는 오성 전자가 관심을 보내는 인공지능 가전에 적용될 기술이었다.

굳이 그런 점까지 언급하지는 않았다.

다만 오성 전자란 말은 의미가 있었다.

이에 최영란 본부장 역시 관심을 기울였다. 다만 처음에는 무슨 뜻인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초소형 영상 모듈이라는 것도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그나마 CCTV와 같은 모바일 제품에 적용될 수 있다는 말에 그제야 어느 정도 수긍했다.

다만 그녀가 받은 것은 핸드폰에 적용할 수 있는 놀라운 소형 카메라 모듈이었다.

최영란 본부장은 반나절에 가까운 설명을 듣고서야 혀를 내둘렀다.

그녀도 최민혁이 도라X몽 같다는 생각은 했지만 이건 정말 놀랍기만 했다.

[와, 이런 것도 가능해? 설마 모바일 카메라 기술이 이 정도 수준에 이르렀어?!]

[CCD 카메라에 대한 것은 따로 확인을 해봐. 그 안에 있는 것은 테스트 모듈뿐만 아니라 CCD 처리 IC 설계도까지 다 포함한 자료이니까.]

[어? 잠깐만, 그게 무슨 소리야?]

최영란 본부장도 이번에는 화들짝 놀랐다. 최민혁의 말은 그녀의 인식을 가볍게 벗어나 있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꽤 간단한 거다.

내부에 들어간 영상칩은 CCD 모듈을 통해서 입력받은 영상 이미지를 디지털로 바꾸어서 저장하는 역할을 했다.

또한 이 영상칩을 제어하는 펌웨어 역시 다 포함되어 있었다.

심지어 그 영상을 압축해서 캡처하는 것까지 말이다.

다만 이게 쉽다는 것은 몇 년 후에나 그렇다는 말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는 몇 단계 발전된 기술이다.

최민혁은 자신이 설명해 줘봐야 최영란 본부장이 그 의미를 모른다고 생각했다.

[AD 설계 쪽 전문가 있잖아. 그쪽에 문의해 봐. 내가 원하는 것은 따로 메일을 보냈으니, 가능하면 그대로 했으면 좋겠어.]

[…알겠어.]

그녀는 자기 앞에 놓인 미래 기술에 쉽게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도대체 이런 기술이 어디서 튀어나온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 * *

CCD 제어칩 역시 나름 쉽지 않은 기술이다.

하지만 영상을 압축해서 처리하는 기능 역시 간단하지 않은 기술이다.

당연하다고 해야 할지 KM 산업에 합병된 AD 설계 김희수 연구소장은 이 기술을 제법 알았다. 정확히는 차세대 기술로 이 부분을 연구했다.

즉, 그가 실제로 이 기술을 직접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몇 년 후 기간을 두고 연구를 해봐야 한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개발 자금 역시 100억 이상 들 것이라 봤다.

그러니 당장은 뭐 어떻게 확인할 수준은 아니었다.

그런데 그런 기술이 들어간 모듈이 갑툭튀로 튀어나왔으니.

“…대체 이건 어디서 난 겁니까?”

최영란 본부장도 피식 웃고 말았다. 그녀도 솔직히 묻고 싶은 바였다.

“민혁이에게 받은 거예요. 그 이야기는 중요하지 않아요. 핵심은 이것이니까. 제가 알고 싶은 것은 이게 가치가 있을까 하는 거예요.”

김희수 연구소장은 그 이야기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 역시 이제는 최민혁 실장이 관련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굳이 더 묻지는 않았다.

“잠시만요.”

김희수 연구소장은 노트북에 든 관련 자료를 하나씩 검토했다.

그의 측근이 어느 사이에 달라붙어서 관련 자료를 같이 확인했다.

그들은 자료를 확인하면서 입을 딱 벌리고 말았다.

영상 압축 코덱에 대한 연구는 아직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선행 연구가 이미 진행된 것이었다.

‘맙소사 적어도 4~5년은 앞선 연구야.’

특히 이미지 처리 관련 IC 기술은 듣지도 보지도 못한 것이었다.

“저, 정말 이 기술도 최민혁 실장님이 본부장님에게 보낸 겁니까?”

“솔직히 맞아요. 이게 그렇게 대단한 건가요?”

“다, 당연합니다.”

실무진 한 명이 나서서 이 기술이 왜 중요한지 설명해 주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