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 3세는 조용히 살고 싶다-708화 (708/1,021)

#708.

“그래도 그 매출은 KM 전자에만 집중되잖아?”

“하지만 에플 차세대 제품에도 적용된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러면 이번에 출시되는 제품 판매량은 급증할 수밖에 없습니다.”

설마 그럴까 싶다.

그런데 당연히 그럴 수 있다.

그걸 그가 아는 이유는 간단했다.

“에플 투자자 분위기는 어때?”

“7달러 이하로 떨어지면 매집 세력이 미친 듯이 달려듭니다.”

“하.”

폴 고슬링은 이걸 잘 알고 있었다. 그가 에플 주식을 매집하면서 다른 주식과는 사뭇 다르다는 것을 느낀 것이었다.

에플 주식에 대한 투자자들의 집착은 그의 예상을 넘어섰다.

하지만 그도 그 정도는 안다.

“설사 그렇다고 해도 그렇게 장밋빛 전망만 있지는 않아. 한국에서 진행되는 CDMA 계획이 계속 미적거리는 중이잖아.”

실제로 최민혁이 CDMA에 손을 뗀 후에 일정이 늘어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게 CDMA가 중단되었다는 것은 아니었다.

오성 전자를 비롯한 한국 대기업은 이미 CDMA 폰 개발 일을 마무리하고 있으니.

그의 입장은 폴 고슬링과는 많이 달라서 이번 일은 정말 절망적이었다.

폴 고슬링은 어디까지나 에플 인수합병을 노리니 말이다.

“미래 기술 지분 인수는 이제 물 건너갔겠지?”

“가능은 합니다만 아무래도 모토롤라의 인수 대금보다는 더 내야 할 겁니다.”

모토롤라가 미래 기술 지분을 인수한 것은 15%에 2,000억이었다.

결국 자신은 그보다 더 높은 액수를 불러야 했다.

그런데 20% 지분이 이미 매각된 상황.

최민혁 실장은 미래 기술 지분을 굳이 더 매각하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원래 우리가 원한 것은 미래 기술 지분입니다. 인공지능을 노린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미래 기술 지분도 이제는 어렵게 되었으니.”

“뭐, 그렇게 보면 최민혁 실장이 우리 엿 먹으라고 양산 성과를 보여준 것이겠지.”

“안 그래도 인공지능 기술 때문에 골치가 아픈데, 여기에 차세대 배터리라니.”

스탠리 로버트 이사는 당연히 줄리안 패닝 부장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들었다. 그는 인공지능 문제는 굳이 언급하지 않았다. 이미 모건 스탠리 이사회에서 이 안건을 다루니 말이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결국 자신이 폭탄을 맞은 셈이었다.

때마침 찾아온 이는 폴 고슬링이었다.

그는 굳이 쓸데없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스탠리 로버트 이사 역시 눈빛으로 이제는 상황이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아니, ‘Game Over'라고 말했다.

폴 고슬링 역시 사무실 한쪽에 앉은 채 결국 담배를 베어 물었다.

스탠리 로버트 이사는 이번 일을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했다.

물론 존 맥커니 사장의 호출에 그 생각을 계속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내 방으로 와!]

* * *

“부르셨습니까?”

존 맥커니 사장은 힐끗 스탠리 로버트 이사를 쳐다보았지만 질책하지는 않았다. 그는 이보다 당면한 문제에 집중했다.

“어떻게 할 생각인가?”

“미래 기술 지분 말입니까? 솔직히 사정을 잘 알지 않습니까?”

존 맥커니 사장 역시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앞에 쌓여 있는 서류가 전부 미래 기술에 관한 것이었다.

“최민혁 실장이 사기를 친 것은 아닐까?”

“그건 아닐 겁니다. 다만 이번 일은 오성 전자가 나섰기에 양산도 무리 없이 진행된 것입니다.”

“미래 기술이었다면 어려웠겠지?”

“미래 기술만의 생산 능력으로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솔직히 그래서 시간이 좀 더 있을 줄 알았습니다.”

사실 미래 기술이 낀 이상 차세대 배터리 생산은 늘어질 수밖에 없었다.

최민혁 자신도 그걸 잘 알았다.

그도 굳이 차세대 배터리 생산을 서두를 이유는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상황이 이렇게 바뀐 것은 모건 스탠리, 자신들 때문이었다.

그들이 최민혁 실장을 자극한 덕분에 일이 이 모양이 된 것이었다.

“이건 모두…….”

존 맥커니 사장은 버럭 소리쳤다.

“설마 나 때문이란 소리를 하는 건가?”

“그건 아닙니다.”

“정말인가?”

“이건 최민혁 실장의 능력이 대단해서 일어난 일입니다.”

“그렇지?”

존 맥커니 사장도 은근히 자기 실책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리고 스탠리 로버트 이사도 굳이 책임 문제를 가지고 시간을 끌지 않았다.

“이젠 바트화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는 답이 없습니다. 최민혁 실장이 아예 언급조차 안 하려고 할 겁니다.”

“그런가?”

존 맥커니 사장은 눈살을 찌푸렸다. 미래 기술 지분 문제는 이사회에 상정한 사안이 아니었다.

“벨코어사 측에 투자한 금액이 얼마인가?”

“지금까지 대략 3,000만 달러가 넘을 겁니다.”

“생각보다 많네. 설마 그쪽에서는 다른 대안이 없다고 해?”

“네. 미래 기술이 가진 배터리 특허에 대항한 특허가 제법 있기는 합니다. 그런데 미래 기술 측은 굳이 그 특허가 없어도 우회할 방법이 있습니다.”

“우리 측은 없고?”

“네. 제가 듣기로 미래 기술 측에서 특허를 사들이겠다는 제안까지 한 것으로 압니다. 다만 아직 보류 중입니다.”

“그거라도 팔아야 손실을 줄일 수가 있나?”

“아뇨. 큰 의미는 없을 겁니다. 다시 말하지만, 미래기술은 굳이 벨코어사의 특허가 필요한 상황이 아닙니다.”

차세대 배터리 원천기술 싸움은 이미 결과가 나와 있는 사안이었다.

가장 큰 문제는 이미 KMB-01B 양산이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차라리 오성 전자 측과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훨씬 나았다.

“일본 측에서는 이미 차세대 배터리 기술에서 손을 빼고 있습니다. 그들은 아예 미래 기술 지분 확보 쪽으로 노선을 정했습니다.”

“그 쪽발이들이 벌써 포기했다고?”

“이미 IPS LCD 원천기술 싸움에서 당한 바가 있기 때문에 더 그럴 것 같습니다. 생각해 보면, 그것도 최민혁 실장 짓이네요. 최민혁 실장과 싸워서 이길 자신이 없는 것이겠죠.”

정확히는 오성 전자 때문이었다. 오성 전자가 발 빠르게 움직인 덕분에 미래 기술 차세대 배터리 특허를 제대로 검증만 해준 셈이다.

“심지어 CDMA 기술과 관련한 협상도 진행한다고 합니다.”

“뭐? 이미 유럽은 TDMA가 장악했잖아. 굳이 그럴 필요가 있어?”

“아무래도 우리 미국 정부의 반응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정부 통신 관료는 TDMA가 우리 미국 통신 시장을 독점하도록 내버려 둘 생각이 없습니다. 그러니 그들로서는 대안이 없을 겁니다. 결국, 방향을 바꾸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흠.”

존 맥커니 사장은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그는 이 일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최민혁 실장을 만나서 할 이야기가 없었다.

“좋아, 그러면 이렇게 하지. 이번 에플 공매도 공략은 우리만으로 곤란한 것 같아. 이왕이면 규모를 더 키우자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아, 자네는 일단 지켜만 봐. 우리 쪽에서 일단 일을 빠르게 진행할 테니까. 대신 최민혁 실장의 동선을 면밀하게 살펴.”

“…네.”

그는 존 맥커니 사장이 도대체 무슨 계획을 진행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다만 지금까지의 그의 행보를 볼 때 할 일은 간단했다.

‘다른 투자자를 끌어들일 생각인 건가?’

* * *

스탠리 로버트 이사의 추측은 틀리지 않았다.

존 맥커니 사장은 이미 모건 스탠리 이사회의 방향이 정해진 마당에 그들을 설득하는 것은 포기했다.

대신 그가 한 일은 아주 간단했다.

그 자신이 잘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결국 에플 인수합병 팀에게 이번 공매도 관련 자금을 더 모으라고 지시했다.

폴 고슬링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지금 에플 상황은 자네도 잘 알 거야.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것 말이야. 하지만 물량으로 밀어버리면 그런 문제는 간단히 해결할 수가 있어.”

“하지만 우리 이익이 많이 줄어들 겁니다.”

“그건 어쩔 수 없잖아.”

“아니, 생각한 것보다 더 이익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그럴 거면 에플 공매도를 하는 것이 아무런 의미가 있습니다.”

존 맥커니 사장도 잘 안다. 하지만 이번 일을 멈출 수는 없었다.

“이제는 이익이 중요한 것이 아니야. 이 기회에 최민혁 실장을 밟아버리지 못하면 우리를 다들 우습게 알게 될 거야.”

“그렇지 않을 겁니다. 최민혁 실장의 능력은 보통 사람과는 많이 다릅니다. 아니, 세상에 누가 40억 매출 미래 기술을 이용해서 오성 전자를 관리하게 할 수 있습니까? 그건 누구도 못 하는 일입니다.”

“그럴지도. 그렇다고 해서 이대로 일을 중단할 수는 없어.”

“하, 알겠습니다.”

두 사람의 대화를 들은 케네스 최는 혀를 내두르고 말았다.

‘정말 대단하구나.’

그도 최민혁 실장의 명성은 익히 안다. 그래도 이번 경우는 좀 심했다. 미래 기술을 끼워서 오성 전자를 이용해 양산하다니.

그걸 이용해서 미래 기술 지분 20%를 무려 2,500억에 팔아치웠다.

다들 이게 얼마나 황당한지 잘 모른다.

그는 폴 고슬링에게 푸념을 털어놓았다.

“이미 에플 인수설로 많이 시끄러웠습니다. 그들이 우리 말을 믿을지 모르겠습니다.”

“글쎄, 그건 모르는 일이야. 선마이크로시스템의 고트 회장은 에플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으니까. 아마 우리 제안을 거절하지는 않을 거야.”

“하지만 이번은 공매도이지 않습니까?”

“아니, 에플 주가 폭락 말이야. 그로서는 에플 주식을 헐값에 매입할 기회니까.”

“아.”

케네스 최는 그제야 수긍하고 말았다.

‘아무래도 이런 정보는 전해줘야 할 것 같아.’

* * *

케네스 최는 소위 말하는 오성 그룹 장학생 중의 한 사람이었다.

원래는 서울대에 재학 중이었는데, 오성 그룹 장학생으로 선정된 이후에 하버드 대학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오성 그룹 측의 지원을 받아서 무리 없이 하버드 대학을 졸업했다. 석사는 예일대에서 했다.

예일대 졸업 후에는 모건 스탠리에 입사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의 정체성이 바뀌는 것은 아니었다.

오성 그룹 장학생 덕분에 지원을 계속 받았으니 말이다.

모건 스탠리 입사 역시 오성 그룹 장학생 플랜에 따른 일이었다.

그는 모건 스탠리 퇴직 이후에 오성 그룹 전략 기획실로 옮길 예정이었다.

즉 오성 그룹이 S급 인재로 키운 사람이 바로 그 자신이었다.

그는 때문에 존 맥커니 사장의 지시를 받으면서도 자신이 해야 할 일을 금방 깨달았다.

그는 결국 오성 그룹 장학생 관리 팀을 통해서 미국에 들어와 있는 권태성 실장과 안재운 전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케네스 최는 바로 그 점을 지적했다.

“하지만 그 CDMA에 이미 최민혁 실장이 명확하게 선을 그어놓았습니다. 비록 일정이 늘어져도 목적지를 향해서 잘 순항 중입니다.”

“KMB-01B가 CDMA에도 영향을 준다는 말이군. 아니, MP3 역시 마찬가지란 이야기야.”

“네. 그래서 그쪽은 난리가 났습니다.”

폴 고슬링도 물론 KMB-01B가 에플 매출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이미 에플 MP3에 영향을 줬다.

그리고 그게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방아쇠만 잘 당기면 에플 주가는 단기 폭등을 하겠군.’

그로서는 최악의 일이었다.

“잘 알았으니, 이 정도로 하지.”

그는 자리에서 바로 일어났다. 아무래도 스탠리 로버트 이사를 다시 만나서 상의를 해봐야 했다.

* * *

스탠리 로버트 이사는 KMB-01B 양산 소식에 매우 놀라지 않았다. 그는 이미 배가 항구를 떠났다는 것을 깨닫고는 미칠 것 같아서 두통약 10개를 입안에 동시 털어놓았다.

그는 지금 상황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협상 자체는 계속 미적거리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최민혁 실장이 갑자기 이런 식으로 폭탄을 던질지는 몰랐다.

아니, 자신이 토로한 불만에 최민혁 실장이 크로스카운터를 날릴지는 상상도 못 했다.

그의 측근인 줄리안 패닝 부장은 스탠리 로버트 이사의 눈치를 보면서 조심스럽게 말했다.

“걱정이 이만저만한 일이 아닙니다. 만약 미래 기술이 오성 전자의 생산 설비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면 우리로서는 손 쓸 길이 없습니다.”

“그렇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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