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 3세는 조용히 살고 싶다-706화 (706/1,021)

#706.

하물며 다른 회사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심지어 오성 전자 생산 담당자가 미래 기술 생산 전문가를 인정할 리가 없다.

아니, 실제로 실력 차이도 그만큼 나고 말이다.

미래 기술에서 고작 생산해 봐야 2~3천 대 내외다.

반면 오성 전자는 20만 대, 30만 대 물량을 찍어낸다.

격 차이가 너무 심하게 존재했다.

최민혁은 미래 기술 내부 보고서를 살피면서 단순히 권태성 실장에게 연락한다고 해서 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 전제는 KMB-01 생산량을 늘려야 해요. 그래야 의심을 하는 이도 줄어들 테니까. 이건 명확하게 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하긴 지금 나와 있는 시제품 양이 너무 작은 것도 문제입니다.”

“그래서 양산 물량이 중요합니다.”

양산이 가능하다고 말을 해도 그 말을 믿는 이는 별로 없다.

오성 전자와는 달리 미래 기술은 고작 40억 매출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최민혁은 혀를 찼다. 같은 사업부 내라면 일정을 검토할 수가 있다. 그런데 계열사, 아니, 다른 회사로 분리되어 버린 것이 문제다.

더욱이 자신은 투자자다. 경영 간섭도 한계가 있다.

‘아니, 원래 경영 간섭을 할 생각이 없었으니까.’

실제로 퀄컴, ARN, 에플 같은 곳은 알아서 잘 꾸려간다.

최민혁 자신이 설사 경영 간섭을 한다고 해도 지금 경영자보다 잘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미래 기술은 이야기가 좀 달랐다.

‘배 사장의 능력을 무시하기는 힘들지만 그건 먼 훗날 이야기야. 지금은 중소기업 사장에 불과하잖아. 하, 정말 손이 많이 가네.’

최민혁은 고민 끝에 권태성 실장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권 실장님도 잘 아시다시피 미래 기술 생산 능력은 오성 전자에 비할 바가 아닙니다. 그러니 이번 일은 좀 진지하게 생각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아니, 단순히 하는 말이 아닙니다. 오성 전자 내부 문제가 미래 기술에 퍼지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그건 권 실장님이 중재를 해줘야 합니다.]

[무슨 뜻인지는 알지만 전 지금 미국에 와 있습니다.]

최민혁 실장은 모건 스탠리 문제에 신경 써야 하는데, 이런 문제까지 생기자 짜증이 났다.

[그래서 문제가 터져도 신경 쓰지 않겠다는 말입니까?!]

[그건 아닙니다.]

[저도 오성 전자 내부 인력에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이 부담스럽습니다. 하지만 사정이 이런 것을 어떻게 합니까?]

사정은 미래 기술 내부 문제다.

그런데 최민혁은 마치 그게 오성 전자 때문에 생긴 일인 양 말했다.

권태성 실장은 내심 부아가 치밀었지만, 그 어떤 이야기도 할 수가 없었다.

최민혁은 결국 한 가지를 걸고넘어졌다.

[에플 매각설 말입니다. 그거 배후가 모건 스탠리라는 이야기가 있어요. 그런데 그 정보가 터져 나오기 전에 권 실장님이 모건 스탠리를 방문했다고 하더군요.]

[네?!]

권태성 실장은 화들짝 놀랐다.

하지만 그다지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스티븐이 하도 에플 매각설이 이상해서 뒷조사를 했는데, 다행히 그 과정에서 배후가 모건 스탠리라는 정보를 얻은 것이었다.

다만 이 일은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모건 스탠리가 굳이 이렇게 무리수를 둘 이유가 있을 듯했다.

때문에 스티븐은 집요하게 모건 스탠리 내부를 팠는데, 그러면서 에플 인수 팀에 대한 것도 알게 됏다. 그 과정에서 권태성 실장이 이 문제의 원인이라는 것까지 알아냈 것이다.

그걸 최민혁에게 알렸고 말이다.

최민혁은 그 정보를 일단 킵 해두라고 스티븐에게 부탁했다.

[제가 여기서 더 이야기해야 할까요?]

[그, 그건 아닙니다.]

그의 성격상 보복을 해야 하겠지만 지금은 보복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었다.

[좋습니다. 저도 오성 전자와 이웃처럼 잘 지내고 싶어요. 그러니 괜한 오해를 굳이 꺼내지는 않겠습니다. 그저 이번 일만 잘 처리해 주면 그 일을 아예 잊겠습니다. 어때요?]

[…알겠습니다.]

권태성 실장은 내심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차마 꺼내지 못했다. 이건 안건민 회장도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최민혁 역시 만족했다.

[좋네요. 결과는 미래 기술을 통해서 확인해 보겠습니다.]

[…네.]

권태성 실장은 전화를 끊고 나서는 이를 보드득 갈았다.

그는 최민혁 실장이 자신의 행적까지 지켜보는 줄은 몰랐다.

‘하긴, 그게 당연한 건가.’

다만 앞으로 해야 할 일을 떠올리면서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최민혁은 물론 이 정도에서 그냥 끝낼 생각이 없었다. 그는 미래 기술의 사정을 확인한 후에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

* * *

핸드폰 시대는 작년에 와서 약간 주춤하기는 했지만, 그 열기가 여전히 뜨거웠다.

따라서 이 핸드폰 부품 중의 하나인 배터리에 대한 기대 역시 만만치 않았다.

기술도 기술이지만 양산 기술 역시 무시하기는 어려웠다.

오성 전자는 이러한 배터리 양산을 아예 분리할 생각마저 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배터리 사업부는 꽤 뜨거운 사업부다.

전영수 실장은 그걸 누구보다 잘 알았다. 그는 야심이 있었다. 때문에 이번 배터리 사업부를 이용해서 부회장까지 갈 생각이었다.

그러니 자신이 주도한 양산 시스템을 미래 기술 임직원에게 제대로 전할 리가 없다.

그건 미래 기술 역시 마찬가지다.

그들은 초창기 기술에서 한층 업그레이드된 부분에 대해서는 오성 전자 임직원에게 제대로 말하지 않았다.

“그냥 시키는 대로 하세요!”

일방적인 지시.

다른 이도 아닌 오성 전장 임직원이 이 소리를 듣고 가만히 있을 리는 없다.

“거참 너무하네요. 여기 설비가 당시네 회사 거로 생각합니까?”

“물론 우리 설비는 아닙니다. 하지만 대여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니 지시에 따라 주세요.”

“제기랄.”

욕설이 나왔다.

다만 주먹다짐과 같은 극한 대립이 생길 정도는 아니었다.

문제는 시간이 갈수록 그 갈등이 심해졌다는 것이다.

* * *

전영수 실장은 사태를 주시하다가 결국 윤상수 수석부장을 부추겨서 오히려 그 갈등을 부추겼다.

어차피 KMB-01 양산품이 늦게 나와도 상관이 없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파견 나온 허종진 팀장은 갑자기 바뀐 분위기에 크게 당황했다. 그는 수십 가지 배터리 특성을 바꾸어서 변화를 줬는데, 그걸 확인하기가 만만치 않았다.

“안 됩니다.”

“아니, 여기서 생산을 중단하고 몇 가지만 바꾸어서 진행하자는 겁니다.”

“하, 그걸 말이라고 합니까?”

양산이 뭔지 잘 모르기에 나온 허종진 팀장의 무리수였다.

오성 전자 임직원은 그걸 계속해서 지적했고 말이다.

“정말 이런 식으로 나올 겁니까? 이번 일은 최민혁 실장님이 지시한 겁니까?”

“그놈의 최민혁 실장 타령, 지겹네요. 아니, 당신이 한 말의 의미를 알고 지시하는 겁니까?”

실상 이번 경우는 허종진 팀장이 무리수를 둔 것이었다.

결국 서로 갈등이 심해지자 설비가 제대로 굴러갈 리가 없었다.

최민혁 실장은 설마하니 이런 일이 생길까 싶었는데, 정말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자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그는 허종진 팀장을 탓하지 않았다. 무리수가 있다는 것을 알아도 지금은 허종진 팀장을 밀어줘야 했다.

‘그러지 않을까 싶었는데, 역시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구나.’

그 역시 공장 내의 근로자 사이에 대립과 갈등이 심하다는 것을 잘 안다.

그러니 다른 회사에 대한 대응이 좋을 리가 없다.

하물며 그 아이템이 핸드폰과 같은 모바일 기기에 빼놓을 수가 없는 KMB-01이라면 말이다.

최민혁은 이런 점이 아쉬웠다.

‘내 손발이 되어줄 양산 공장이 있는 것도 나쁘지 않아.’

하지만 그렇다고 노조 소굴이 될 공장은 딱 질색이었다.

그가 굳이 미래 기술과 같은 회사를 인수하고, 콜린스 사업부를 매각하려는 이유다.

현재 방식이 어떻게 보면 그가 생각하는 절충점이었다.

물론 이번 일은 좀 다르게 처리할 생각이었다.

그는 미래 기술 측에 전화해서 지금 상황을 확인했다.

[오성 전자 측에서 심하게 나오면 저에게 핸드폰으로 신호 주세요.]

이번에는 결국 전영수 실장이 끼어들어서 미래 기술 임직원을 마구잡이로 갈구었다.

[당신들, 이따위로 할 거야? 여기가 미래 기술 안방인 줄 알아? 당신들이 이 배터리 양산 설비가 뭔지는 알고 나서는 거야?!]

[말이 심하십니다!]

[고작 매출 40억 회사 설비가 30만 대 양산 설비를 보고 가르치는 건가. 하, 정말 웃기지도 않아. 정말 생각이라는 것을 하는 거야?!!]

전영수 실장은 일방적으로 미래 기술 임직원을 밀어붙었다.

파견 나온 미래 기술 임직원은 차마 전영수 실장과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허종진 팀장은 결국 최민혁 실장에게 전화를 건 후에 스피커폰을 내밀었다.

[전 KM 전자의 최민혁 실장입니다!!!]

스피커폰으로 나온 당당한 음성.

딱 한마디 말이었지만 파워는 있었다.

전영수 실장은 화들짝 놀라서 입을 다물었다.

심지어 이곳에 관리 차원에서 나온 임권수 부장은 이미 어느 정도 사정을 아는 터라 나서지 않았다.

전영수 실장은 이게 뭔가 싶었다. 하지만 그도 ‘최민혁 실장’의 이름을 듣자 긴장했다. 모를 수가 없는 인물이었다.

최근 모토롤라 계약 때문에 다시 한껏 주가를 올린 인물이기 때문이다.

특히 K투스, 무선랜, MP3 관련 원천기술 특허로 주목을 받았다.

최민혁 실장은 이 특허를 이용해서 대당 평균 5달러 로열티를 챙겼다.

그것도 전 세계 핸드폰 시장을 석권한 모토롤라를 상대로 말이다.

심지어 권태성 실장에게 일방적으로 지시를 내린 인물이었다.

[허 팀장님, 생산은 잘 되어갑니까?]

[아, 문제가 좀…….]

[무슨 문제입니까?]

[오성 전자 생산 팀과 서로 조율이 잘 안 되어서 생산을 중지했습니다.]

정확히는 허종진 팀장의 무리수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하지만 최민혁은 허종진 팀장에게 책임을 돌리지 않았다.

[거기 책임자는 누굽니까?]

[저, 전영수 실장입니다.]

[그래요? 전 실장님, 거기 있습니까?]

스피커폰이기는 하지만 목소리는 꽤 생생했다.

덕분에 최민혁의 어조가 좋지 않다는 것을 잘 보여주었다.

전영수 실장은 머리가 아팠다. 그도 솔직히 권태성 실장이라면 생까 버리겠지만, 최민혁 실장은 이야기가 좀 달랐다.

이번 일만 해도 그렇다.

윗선의 허락을 받았다는 것은 최민혁 실장이 손을 썼다는 이야기다.

[아, 안녕하세요. 배터리 사업부를 책임진 전영수 실장입니다.]

목소리가 제법 떨렸다.

그도 설마 최민혁 실장이 직접 전화해서 확인할지는 몰랐던 것이다.

최민혁 목소리가 냉랭했다.

[아, 전 실장님이군요. 그런데 안 좋은 소리가 들려서 말입니다. 지금 제가 미국에서 일 때문에 정신이 없는데, 국내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니 마음이 불편합니다.]

[그, 그게…….]

[혹시 지금 일 처리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겁니까. 그러면 전영수 실장님의 제안을 받아들여서 안재운 전무님과 협의를 다시 할까요?]

오성 그룹 황태자 안재운 전무의 이야기가 나오자 분위기는 다시 달라졌다.

최근 안재운 전무의 실적은 눈부셨다.

일본으로 퇴출당한다는 이야기는 이미 쑥 들어갔다.

안재운 전무가 이제 오성 그룹 후계자로 확정되었다는 소리가 파다했다.

그런 안재운 전무가 약속한 일을 파투 낸다는 의미는 안재운 전무와 대립하겠다는 소리다.

전영수 실장은 다급하게 소리쳤다.

[네? 그, 그건 아닙니다!]

물론 이번 일은 안건민 회장까지 올라간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최민혁 실장은 이미 이 일에 안재운 전무와 권태성 실장이 관련된 것을 알았다. 권태성 실장이 굳이 안재운 전무를 챙겨주는 것은 윗선의 지시가 아니고는 불가능했다.

더욱이 소심꾸러기 권태성 실장이 미국까지 와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도 이전과는 달랐다.

‘그게 가능해지려면 윗선의 지시를 받아야지. 안재운 전무와 관련해서 지시를 내리려면 안건민 회장 외에는 답이 없지.’

최민혁은 이점을 최대한 이용했다. 이게 사실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제가 보고받기로 양산에 문제는 없는 것으로 압니다. 따라서 나머지 자잘한 것만 잘 처리하면 일이 잘될 문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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