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9.
이 일을 주도한 권태성 실장은 자칫하면 회사에서 잘려 나갈 뻔했다.
그런데 모토롤라가 미래 기술 지분 15% 주식을 무려 2,000억에 사들이자 상황이 달라졌다.
오히려 대박을 터뜨렸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한편으로 아쉽다는 이야기가 파다했다.
[5% 지분은 너무 작았어.]
미국에 가 있는 권태성 실장으로서는 어이가 없는 일이었다.
다만 특이점이 있다면 역시 KM 전자는 에플 주가처럼 조정장을 거듭하면서 폭등도 폭락도 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이미 모토롤라 로열티 부분이 주가에 사전 반영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에플의 주가 역시 KM 전자 주가와 동조해서 8달러를 계속 유지했다.
이런 부분은 KM 전자 처지에서는 기대가 큰 부분이다.
그리고 변화 자체도 나쁜 편이 아니었다.
미국에서 장기 출장 명분으로 휴가를 즐기는 최민혁은 답변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조 팀장님, 국내 분위기는 어때요?”
“말도 마십시오, 아주 난리입니다. 특히 오성 전자에 대한 평가마저 달라졌습니다. 미래 기술 지분 인수는 신의 반 수였다고 말입니다.”
“신의 반 수는 또 뭡니까?”
“지분이 고작 5%에 불과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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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지분을 넘긴 것은 한편으로는 좀 아쉽습니다.”
최민혁은 피식 웃었다.
“지금은 어쩔 수가 없어요. 그쪽은 여유 자금을 무리하게 굴릴 수는 없으니까. 더욱이 오성 전자의 핸드폰 세계 시장 점유율은 10위권에 들지 못합니다. 그들로서는 그만한 투자를 한 것만으로도 높이 평가할 만합니다. 하지만 모토롤라는 사정이 좀 다릅니다.”
그랬다.
지금 이 시점에서는 오성 전자가 아직 세계 핸드폰 시장을 장악하지 못한 상태였다. 심지어 10위권 내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오성 전자가 핸드폰 시장을 장악하는 것은 몇 년이 더 지난 후다.
단적인 예로 모토롤라의 올해 예상 판매량은 대략 1억 대가 넘는다.
이 기준으로 본다면 미래 기술 지분 15% 확보도 작았다.
조성돈 팀장은 새삼스러운 눈으로 최민혁을 힐긋 쳐다보았다.
“하긴 모토롤라가 가지는 상표 가치가 있으니.”
조성돈 팀장은 오히려 이번 협상에 만족하지 않았다.
차라리 5%, 아니, 10% 정도가 좋지 않았을까 싶었다.
하지만 최민혁 생각은 좀 달랐다.
“모토롤라가 바보는 아니지 않습니까? 굳이 미래 기술을 그냥 키워줄 이유는 없죠.”
“하긴 주식을 일부 내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는 합니다.”
그는 피식 웃었다.
“너무 욕심을 낼 필요는 없습니다. 차라리 아군을 늘려서 파이 자체를 키우는 것이 더 낫습니다. 그렇게 영향력이 커진다면 모건 스탠리 같은 애들도 우리를 무시 못 하니까.”
“하긴 그렇게만 된다면 일이 더 쉬워질 것 같습니다.”
“그렇죠. 모토롤라를 적대할 이유는 없습니다. 어차피 노키아, 도시바를 비롯해 협상할 회사는 많습니다. 그들과의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면 됩니다.”
“하긴.”
조성돈 팀장 역시 그제야 쉽게 흥분을 가라앉혔다. 이번 협상은 기존에 계속 진행되던 협상을 한 번에 정리한 것에 불과했다.
전부 다 최민혁이 깔아놓은 판 위에서 진행된 일이었다.
“이보다는 우리 원래 목적인 모건 스탠리의 반응이 더 중요하죠. 그쪽은 어때요?”
“아무래도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졌습니다. 이제 CNN에서도 모토롤라와 미래 기술 협상을 기사로 내보낸 후로 연락이 더 자주 옵니다.”
“하긴 미래 기술을 원래 노린 곳이 모건 스탠리였으니.”
“하하하, 그러게 말입니다.”
“모건 스탠리 쪽을 계속 주시하세요. 그리고 샐로먼 브러더스와 우리 첫째 큰아버지, 그리고 오성 그룹 역시 빼놓지 마시고요. 아, DL 그룹도 빼놓지 마세요. 아마 이번에는 지난 시행 착오를 다시 반복하지 않으려고 할 겁니다.”
“알겠습니다.”
조성돈 팀장은 오랜만에 시원하게 대답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곳 벨린 소프트에도 기획 팀을 이미 뽑아놓았다. 덕분에 그들을 최대한 이용해서 일을 진척시키고 있었다.
‘확실히 국내에서 일할 때보다는 정보를 얻기가 쉬워.’
* * *
모건 스탠리는 당연히 KM 전자와 모토롤라의 로열티 협상안에 대해서 최민혁의 예측보다 더 기민하게 반응했다.
그들은 이미 M&A 시장에 대해서 공격적인 전략으로 대응책을 바꾸었다.
특히 아시아 시장에 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KM 전자와 모토롤라의 로열티 계약은 쇼킹한 일이었다.
폴 고슬링 팀장은 사전 정지 작업으로 에플 인수합병 팀을 꾸렸는데, 이 팀에서 이번 로열티 계약을 처음부터 들여다봤다.
“3억 달러라니.”
실로 쇼킹한 일이었다.
K투스 이야기는 이미 몇 달 전부터 꾸준히 나오기는 했다.
그런데 그 로열티가 무려 3억 달러 투자가 될지는 몰랐다.
폴 고슬링은 모건 스탠리 내에서 꾸준한 실적을 쌓은 펀드 매니저로 이런저런 많은 기업을 봤지만, KM 전자같은 기업은 처음이었다.
그는 존 맥커니 사장의 지시에 에플 인수합병 팀을 꾸리기는 했지만, 사태가 이런 식으로 흘러갈지는 전혀 예상을 못 했다.
“드디어 모토롤라가 미친 거야?”
“…그쪽 지인을 통해서 알아본 바로는 어쩔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이미 일본 핸드폰 업체가 계속 KM 전자를 노크한 상황이라서요.”
“하긴.”
지금까지 한 일이라고는 일단 한국, 샐로먼 브러더스, 에플에 대한 정보를 모은 것뿐이다.
에플 주가에 대한 사전 정지 작업으로 주식을 꾸준히 추가로 모집 중에 이 사태가 터졌다.
에플 주가가 8달러를 유지하기는 했지만, 간혹 매수세가 심하게 몰리는 기간에서는 다시 10달러를 돌파하고는 했다.
그러니 목표한 에플 주식을 모집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었다.
처음 시작할 때의 호기는 이미 사라진 지가 오래다.
자칫하다가는 이번 일을 시작도 하기 전에 접어야 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스탠리 이사 쪽과 상의를 해봐야겠어.’
* * *
폴 고슬링 팀장은 결국 인수합병 쪽의 전문가인 스탠리 로버트 이사에게 자문했다.
스탠리 로버트 이사는 마이크 라이언 라인으로 자신감을 피력했던 폴 고슬링이 스트레스를 너무 많아서 좀비 같은 모습을 보이는 바람에 내심 피식 웃고 말았다.
하지만 굳이 겉으로 내색하지는 않았다.
사실 상황이 생각보다 더 심각했다.
KM 전자는, 아니, 최민혁 실장은 이제 겨우 잽 한 방을 날린 것에 불과하니까.
‘그 잽 한 방에 호들갑을 떨어야 한다니.’
“휴우,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폴 고슬링은 에플 인수합병 팀을 만들 때의 자신감을 이미 잊어버렸다.
“이런 상황을 예측하지 못한 겁니까?”
“솔직히 미래 기술 15%의 가치가 3억 달러라는 게 문제가 아닙니다. 대당 평균 로열티 5달러가 문제죠. 핸드폰 시장 성장세가 어떤지는 제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것 아닙니까?”
에플 인수합병 팀 사무실 한쪽 벽면에 쭉 늘어서 있는 정보가 그 증거였다.
통계 차트가 말하는 증거는 정말 안 좋았다. 더욱이 한국, 미국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정보는 변수 요인이 너무 많았다.
올해 핸드폰 시장은 작년과는 또 다르다.
그런 상태에서 KM 전자가 단순히 모토롤라 한 회사에서 받는 로열티 수익만 해도 천문학적이었다.
“…이거 정말 계획대로 가능한 겁니까?”
스탠리 로버트 이사도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결국 다시 바트화 문제를 걸고넘어졌다.
“솔직히 전 바트화 부분을 최민혁 실장과 타협했으면 합니다.”
폴 고슬링 역시 마이크 라이언에게 수십 차례나 경고를 들었다. 그도 당시에는 웃고 넘겼다. 그런데 막상 당해보니, 이건 ‘앗 뜨거워’ 할 문제였다.
“아, 그놈의 바트화, 정말 최민혁 실장과 바트화 협상만 타결되면 이런 갈등이 필요가 없는 겁니까?”
“네. 그런데 알다시피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폴 고슬링은 혀를 찼다. 그 역시 마이크 라이언의 자존심이 어떤지 잘 안다. 사실 그들 자신을 협박할 이들은 흔치 않았다.
그런데 최민혁 실장은 그 흔치 않은 세력 중의 하나였다.
에플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까지 고려한 상황.
때문에 이를 위한 다양한 정보 및 작업에 관한 이야기는 한쪽에서 계속 나왔다.
“휴우, K투스를 이용한 제품이라. 이걸 가볍게 볼 수는 없겠습니다.”
“기존의 블루투스와 비교해서 차이가 너무 심합니다. 일단 속도 자체도 다르고, 프로토콜 안정성 역시 더 높습니다.”
K투스는 애초에 블루투스 상위 버전에서 시작한 통신 방식이다.
그러니 미래의 블루투스보다 오히려 구현하기가 더 쉬웠다.
사실 이런 부분은 이론적으로는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실제로 구현해서 그걸 증명한 모델이 없었다.
스타택은 바로 이런 시점에서 나온 모델이었으니.
이 모델이 단순히 핸드폰 모델이라고만 좁혀 생각하기 힘들었다.
스타택 자체는 정체된 핸드폰 시장을 터뜨리는 트리거나 마찬가지다.
이 부분을 분석한 이들은 다들 걱정스러운 표정이었다.
“에플 공매도가 정말 성공할 수 있을까요?”
“아니, 핸드폰과 에플 제품은 서로 전혀 다른 제품입니다. 설사 K투스가 적용되었다고 해도 효과가 그렇게 크지 않을 겁니다.”
“일단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죠. 스타택을 직접 구해야 하는 한이 있어도!”
* * *
최민혁 실장은 이미 모건 스탠리를 주의할 대상으로 본 터라 에플 스티븐의 도움을 얻어서 모건 스탠리 내부 동향을 살폈다.
그는 당연히 자신에 대응한 에플 인수합병 팀에 대한 정보도 얻었다.
물론 이들이 스타택에 크게 당황했다는 사실도 이미 접수했다.
모토롤라 측에서 슬쩍 모건 스탠리가 스타택 정보를 원한다는 보고를 받았다.
“그들이 원하는 대로 해주세요.”
조성돈 팀장은 고개를 갸웃했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겠습니까?”
“충분히 가치가 있을 겁니다. 마냥 스타택 이야기를 듣는 것과 직접 경험해 보는 것은 달라요. 특히 배터리 사용 시간은 차원이 다릅니다.”
단순히 배터리 사용 시간이 늘어났다는 걸 정보로 아는 것과과 직접 경험해 보는 건 천지차이다.
실제로 배터리 사용 시간이 3~4배 차이가 나면 그 효과는 생각한 것보다 더 크다.
“…알겠습니다. 모토롤라 측에는 그렇게 전해놓겠습니다.”
“가능하면 이번 기회에 회사별로 정보 총괄 조직도 한 번 만들어보세요. 기획 팀에서 따로 관리하면 좋을 듯합니다.”
“…네.”
조성돈 팀장은 골치가 아팠다. KM 전자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면서 관리 자체가 쉽지 않았졌기 때문이다.
* * *
스타택 모델은 모토롤라가 심혈을 기울여서 만든 제품이다.
따라서 그 시제품을 구하기는 쉽지 않다.
아무리 모건 스탠리라고 해도 그건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모토롤라 스스로 그 시제품을 공개한다면 이야기가 좀 다르다.
이런 내막을 잘 모르는 폴 고슬링 팀장은 모토롤라 쪽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한 펀드 매니저에게 지시를 내렸다.
다행히 그 펀드 매니저의 능력 덕에 최민혁 실장이 지시 내린 스타택 샘플을 구할 수 있었다.
“이 스타택, 진짜 물건입니다. 당장 이 스타택이 보여주는 효과를 보세요!”
그는 스타택을 이용해서 K투스로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보여주었다.
PC에 연결된 장치를 이용해서 원격으로 PC를 제어한 것이었다.
하지만 역시 제한은 있었다.
아직은 자유롭게 사용하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은 역시 배터리 사용 시간이다.
한쪽에서 스타택 시제품을 들고 장기 통화를 한 이는 새삼 감탄을 터뜨렸다.
“이거 진짜 물건입니다!”
“조루 배터리와는 차원이 다릅니다!”
“내가 이거 나오면 당장 산다!”
“세상에 이런 제품이 왜 이제 나온 것일까?!”
찬사를 터뜨리는 펀드 매니저들.
“…….”
폴 고슬링 팀장은 스타택 샘플을 이리저리 동작시키면서 인상을 굳힌 채 입을 도저히 열 수가 없었다.
스타택에 대한 다른 이들의 반응을 보면 다른 핸드폰 경쟁사 제품이 어떨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결국 K투스를 원하는 업체는 모두 최민혁 실장에게 달려갈 것이다.
아니, 지금도 최민혁 실장을 찾아가서 허리를 숙인 채 협상에 임하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