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 3세는 조용히 살고 싶다-684화 (684/1,021)

#684.

권재홍 비서실장도 수긍하고 말았다. 최민혁 실장은 정말 조용히 있는 날이 없었다. 늘 안 보인다 싶으면 딴 곳에서 초대형 사고를 준비 중이었고, 결국 뭔가를 터뜨렸다.

두 사람도 이제야 최민혁 실장이 미국에 가 있는 이유를 알았을 정도였으니.

최문경 부회장은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어째 좀 이상하다 싶었는데, 이거였어. 그래도 설마 모건 스탠리를 상대로 수작을 부릴 줄은 몰랐어.”

푸념이라면 푸념.

그런데 최문경 부회장조차 이번 일은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자금 규모가 수십억 달러 형태이니 말이다.

하지만 최문경 부회장도 이제는 바보가 아니었다. 그는 모건 스탠리 이름을 듣자 한 가지를 떠올렸다.

바로 샐로먼 브러더스다.

그가 최민혁과의 갈등에서도 쉽게 흥분하지 않는 이유가 바로 그 샐로먼 브러더스 덕분이다.

최민혁이 아무리 날뛰어도 정신적으로 무너지지 않게 기둥이 되어준 것이 바로 샐로먼 브러더스였다.

KM 그룹은 그에게는 유희나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이 겁을 상실한 조카 놈이 바로 자신의 심장을 건드리고 있었으니.

다만 의문은 여전히 남았다.

‘설마 아니겠지? 내 배후 세력을 정리하려고 모건 스탠리에게 작업했다는 소리야? 아니야. 그건 더 말이 안 돼. 공격하려면 샐로먼 브러더스를 직접 쳐야 하잖아.’

“혹시 샐로먼 브러더스 측에서는 이 정보를 알고 있어?”

“아마 알고는 있을 겁니다. 하지만 자세한 내막은 모를 겁니다. 장승일 실장도 최근에 미국까지 가서 최민혁 실장과 소통을 한 덕분에 안 정보일 겁니다.”

정확히는 틀린 정보였지만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최민혁이 은근슬쩍 정보를 흘렸기 때문이다.

“샐로먼 브러더스 측과 약속을 잡아.”

“…알겠습니다.”

* * *

최문경 부회장은 결국 제임스 러너 이사에게 연락해서 샐로먼 브러더스와 약속을 잡았고, 다급하게 한국 지사로 움직였다.

확인이 필요했다.

제임스 러너 이사 역시 호들갑을 떠는 최문경 부회장의 행동에 고개를 갸웃했다.

“모건 스탠리 말입니까?”

“몰랐나? 상황을 봐서는 모건 스탠리가 에플 주식을 이번에 대거 처분할 계획이라고 하더군. 잘못된 정보였던 건가?”

“잠깐만 기다려 주십시오.”

제임스 러너 이사는 크게 당황했다.

그는 이번에 중국 통신 회사와 손을 잡고 IP 시티폰 사업에 대해 협상 중이었다. 그런데 여기에는 동남아 국가도 같이 포함돼 있었다.

일은 다행히 순조롭게 진행 중이었다. 중국 공산당이 간혹 강짜를 부리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 경우에는 미국 국무부를 압박해서 해결했다.

다행히 지금 중국 공산당은 미국에 납작 엎드린 상황이었다.

지금 진행하는 중국 공산당 개혁의 뼈대는 미국 도움이 없이는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그는 에플 주가에 신경을 쓸 여력이 없었다.

정확히는 자기 영역이 아니었다.

“가만, 그러면 최민혁 실장이 지금 미국에 장기 체류한 것도 이 일 때문이란 말입니까?”

“그렇지 않을까. 구골 설립이나 KMBOOK 일도 있지만 에플 일이 더 크지. 에플 지분 40%를 보유한 대주주이기도 하니까.”

물론 여기서 인공지능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빠졌다.

굳이 그 이야기는 하지 않은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최문경 부회장은 말을 하고서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지금 에플 주가 기준으로 한다면 최민혁의 에플 지분 가치는 무려 120억 달러를 훌쩍 넘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에플 주식만으로도 한국 최고 부자잖아!’

그제야 소름이 돋았다.

제임스 러너 이사 역시 최문경 부회장의 말을 듣고서야 안색을 굳히고 말았다. 지금까지는 에플 주식은 남의 일이었다. 단기로 오르고, 결국 조정장을 거쳐서 3달러 선으로 폭락할 것으로 생각했다.

실상 정상적인 주가라면 그게 합리적인 추론이었다.

제임스 러너 이사는 그제야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알겠습니다. 이번 일은 제가 알아서 본사 측에 알려서 처리하겠습니다.”

“…혹시 이 일을 몰랐던 건가?”

“미국 본사에서는 알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아니, 알겠죠. 다만 자세한 내막까지는 몰랐을 겁니다. 그리고 굳이 서두를 일도 아니고요. 모건 스탠리가 설사 에플 주식을 대거 처분한다고 해도 사전에 정보를 흘릴 테니까요.”

“…알겠네.”

그도 평소와는 달리 제임스 러너 이사를 더 타박하지 않았다. 이번 일은 너무 갑자기 단기에 일어난 일이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이놈이 미국에서 무슨 짓을 벌이는 거지.’

* * *

장승일 실장은 최문경 부회장을 아예 도청기까지 동원해서 감시하는 수준이었다. 그는 최근 조용하던 최문경 부회장이 최근 부산스럽게 움직인다는 걸 눈치채고 내막을 조사한 후에 부회장이 샐로먼 브러더스 측 인물과 만났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즉각 최민혁 실장에게 이 내용을 알렸다.

최민혁은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

[뭐, 하루 이틀 일도 아닌데, 크게 급한 일은 아니군요.]

[그건 절대 아닙니다. 제임스 러너 이사를 비롯한 샐로먼 브러더스 측의 한국 지사가 기존에 하던 일까지 접고 움직였다고 합니다.]

[설마 저에 관한 조사를 시작했다는 말입니까?]

[네, 정상적인 행보는 아닙니다.]

[그렇습니까. 대단하군요.]

시큰둥하게 반응한 최민혁은 이번 일이 자기 계획대로 상황이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확신했다.

이 대범한 태도에 장승일 실장은 혀를 내둘렀다. 이번 일은 샐로먼 브러더스 본사와도 관련이 있기 때문이었다.

[연합 SB 측의 지인을 통해서 확인한 바로는 기존에 하던 투자조차 모두 중단하고, 그 인력을 이번 일에 투입했다고 합니다.]

[그게 다 저 때문이란 말입니까?]

[이번 일은 신중하게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저 신중합니다. 그러니 너무 걱정은 마세요. 아, 이번 정보가 도움이 되기는 했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정보가 있으면 바로 연락 주세요.]

[…알겠습니다.]

장승일 실장은 전화를 끊고도 황당해서 입을 열 수가 없었다.

스피커폰으로 한 통화라서 함께 이 통화를 들은 구길모 차장은 장승일 실장의 눈치만 봤다. 다른 기획 조정실 임직원들 역시 다르지 않았다.

이번 일이 워낙에 중요하다 보니 의견을 조율하기 위해서 그들을 모았다.

그런데 최민혁 실장은 샐로먼 브러더스가 자신을 노린다고 하는데도, 콧방귀만 끼었다.

“…괜찮을까요?”

장승일 실장은 한숨을 내쉬었다.

“솔직히 나도 모르겠어. 난 최문경 부회장이 샐로먼 브러더스 측과 이렇게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다는 것만으로도 충격이었으니까.”

실제로 제임스 러너 샐로먼 브러더스 한국 지사장은 남의 눈치를 보지 않았다. 그러니 최문경 부회장이 찾아가자 마자 움직임을 달리했다는 것만으로도 둘 사이의 관계를 어느 정도 추리할 수 있었다.

애초에 KM 그룹 차입금 주인이 바로 샐로먼 브러더스였다.

그런데 이번 일을 통해서 알게 된 둘 사이의 관계가 심상치 않으니, 그 차입금 문제도 절대 단순하지 않았다.

장승일 실장은 그제야 최민혁 실장이 작년에 그렇게 걱정한 X 리포트 내용을 다시 떠올렸다.

‘설마 최문경 부회장이 X 리포트와도 관련이 있다는 소리인가? 하면 그 차입금도…….’

소름이 돋았다.

X 리포트는 그저 단순한 보고서가 아니었다.

어쩌면 예언서 이상일지도 몰랐다.

그가 걱정하는 것은 다름 아닌 최민혁 실장이었다.

“…도대체 어쩌려고 이러는 걸까?”

“…….”

대답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최민혁 실장이 지금 하는 행보는 이전과는 그 스케일 자체가 달랐다.

‘내가 걱정한 것보다 일이 커지지 않기를 바라야지. 설마 샐로먼 브러더스가 최민혁 실장님만을 노리지는 않을 거야.’

* * *

장승일 실장의 예측과는 달리 모건 스탠리의 동향을 파악한 샐로먼 브러더스 본사는 발칵 뒤집혔다.

그들도 설마 모건 스탠리가 에플 주식을 대거 처분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정확히는 지금 이 타이밍에 처분할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괜한 분란은 샐로먼 브러더스가 원하는 바가 아니었다.

결국 중재자로 나선 이는 스탠리 로버트 이사와 안면이 있는 킬리언 시몬스 이사였다.

그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지금 태국으로 쫓겨나 고생하는 데니스 샐로먼 이사에게 자문했다.

데니스 샐로먼 이사라고 해서 최민혁의 의도를 다 알 수는 없다. 다만 한국이 아니라 미국 본토에서 작업장을 만든 최민혁 실장이 황당했다.

[하, 기가 막히네.]

[혹시 이 상황을 예측한 건가?]

[아니, 이 정도까지는 몰랐지. 다만 최민혁 실장이 우리를 적대한다는 것은 알았으니까. 모건 스탠리를 이용할지는 상상도 못 했어.]

[설마 모건 스탠리가 우리까지 노렸다는 말인가?]

[글쎄, 그건 잘 모르겠어. 아직 일을 벌인 것은 아니잖아. 더욱이 모건 스탠리가 굳이 우리를 적대할 이유는 없어. 아니, 사실 그것도 확신할 수는 없군.]

데니스 샐로먼 이사도 오락가락했다.

모건 스탠리가 에플 주식을 대거 처분한다면, 에플 주가가 폭락해서 샐로먼 브러더스는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정확히는 이익의 대부분을 뱉어내야 한다.

그들은 모건 스탠리와는 달리 1달러에서 매집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 가지 문제가 등장했다.

정말 모건 스탠리가 자신들을 적대하는지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샐로먼 브러더스를 바라보는 미국 정부의 시선이 좋지가 않았다. 아니, 정말 심각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미국 정부가 직접적으로 샐로먼 브러더스를 건드리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지금과 같은 상황을 계속 유지할 것이다.

그리고 모건 스탠리는 충분히 그 기회를 이용할 수 있다.

그건 정말 심각한 일이었다.

이 미묘한 시기에 최민혁 실장이 끼어들었다는 점을 정말 우연이라고 생각해야 할까.

[내 생각은 좀 달라. 최민혁 실장이라면 미국 정부를 이용하고도 남을 자이니까.]

[…서, 설마 그렇게까지 할까?]

[자넨 최민혁 실장이 어떤 사람인지 전혀 몰라. 그의 나이나 외모만 보고 얕잡아 볼 생각은 마. 내가 오죽하면 최민혁 실장에 대해 경고를 했겠나?]

[…알겠네.]

킬리언 시몬스 이사는 너무 황당한 내용이라서 한동안 입을 열지 못했다. 아마 모건 스탠리 정보를 알지 못했다면 데니스 샐로먼 이사의 말을 전적으로 믿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좀 달랐다.

‘문제는 다른 사람이 이 이야기를 믿을까 하는 점이야. 이거 골치네.’

[이번에는 자세하게 확인해야 할 거야. 난 최민혁 그 인간이 왜 모건 스탠리와 갈등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으니까.]

[의도적으로 잽을 날렸다는 말인가?]

[그게 사실 황당하지. 아마 모든 이들은 믿지 않을 거야. 체급 자체가 비교되지 않으니까. 하지만 내 생각은 달라. 뭔가 다른 노림수가 있어. 최민혁 실장 그 인간이라면…….]

킬리언 시몬스 이사는 이번 사태 때문에 최근 조사한 KM 전자의 동향을 하나씩 이야기했다.

[혹시 이것도 관련이 있을까. 미래 기술이 최근 모토롤라를 만나서 배터리 공급 체결을 검토 중이야. 거기에 구골 검색 엔진은 야후보다 한 수 위라는 평가가 나오고, KMBOOK은 지금 AOL 측과 협상 중이라는 소리가 있어.]

미래 기술이 모토롤라를 만난 것은 당연히 배터리 공급 계약 때문이다. 그런데 이 협상은 라이센스 협상을 포함했다.

계약 체결이 된다면 미래 기술의 가치는 급등할 것이 분명했다.

여기에 구골에 대한 관심은 야후 나스닥 상장을 앞두고 일어난 일이라서 시간이 갈수록 열기가 더 폭발적이었다.

심지어 KMBOOK은 최민혁 실장의 자금 후원을 받아서 AOL과 협상을 유리하게 진행 중이었다. AOL 입장에서는 메신저 서비스가 꼭 필요했다. 그러니 KMBOOK이 가진 기술은 그들에게 꽤 중요한 것이었다.

데니스 샐로먼 이사는 기가 막혀서 도저히 입을 열 수가 없었다. 그는 어이가 없는 어조로 반박했다.

[…하, 그 이야기를 이제 와서 하면 날 보고 어쩌란 말인가?]

[설마 이것도 최민혁 실장이 사전 정지 작업으로 한 일이란 말인가?]

[당연하지. 그 정도가 아니었다면 내가 왜 최민혁 실장을 경계하라고 그렇게 외쳤겠나. 조심하게. 지금 분위기를 봐서는 단순히 모건 스탠리를 노리는 것 같지는 않으니까.]

[그게 무슨 소리야?]

[우리야. 타깃은 우리라고. 애초에 날 한국에서 쫓아낸 이유도 그 연장선이야. 이제는 힘을 키웠으니, 본진을 노리는 거라고!]

킬리언 시몬스 이사는 흥분한 데니스 샐로먼 이사의 말에 쉽게 수긍하지 못했다. 너무 황당한 이야기였다. 솔직히 최민혁 실장이 자산이 많다고 하지만 자신과는 아직 비교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그렇게 안심만 할 수는 없었다. 모건 스탠리를 상대로 하는 꼴을 봐서는 말이다.

그도 이번 일이 심상치 않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모건 스탠리의 반응이 문제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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