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 3세는 조용히 살고 싶다-682화 (682/1,021)

#682.

다만 그 이야기를 직접 하지는 못했다.

그래서 모건 스탠리가 받아들이기 힘든 바트화 문제를 가지고 계속 물고 늘어지는 것이다.

또한 그가 원하는 꿍꿍이는 한 가지가 더 있었다.

바로 에플 지분 정리.

모건 스탠리는 아무래도 가지고 있는 에플 지분을 정리할 확률이 높았다.

‘그 시점은 스티븐이 CES 기조연설을 하고, 차기작까지 공개한 이후겠지.’

모건 스탠리는 에플 지분 차익 실현으로 이익을 볼 것이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에플 주가가 폭등하면 어떻게 될까.

과연 그 정도 이익에서 멈출까.

아니면 에플 주식을 다시 사들이려 할까.

나름 차익 실현으로 재미를 봤다고 생각하는데, 알고 보니 그 위층에는 또 다른 위층이 있었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최민혁은 그 이후로는 모건 스탠리가 자신을 적대하지 않을 거라 확신했다.

따라서 이왕이면 모건 스탠리가 이 기회에 에플 지분을 더 많이 정리했으면 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모건 스탠리를 상대로 제대로 엿을 먹여놔야 했다.

‘샐로먼 브러더스를 비롯한 헤지펀드 세력 역시 같이 움직일 확률이 높아. 다만 한 번 뜨거운 맛을 보고 나면, 그들이 나와 무조건 대립하지는 않겠지. 특히 샐로먼 브러더스와는 계속 관계를 지속하기 힘들 거야. 손해를 메꾸려면 구골이나 KMBOOK 지분을 노릴 테니까.’

최민혁은 그래서 모건 스탠리의 반응이 궁금했다. 그는 굳어 있는 스탠리 이사의 얼굴을 보면서 피식 웃었다. 참 내심을 말하기가 그렇게 어렵나 싶었다.

‘뭐, 걸려 있는 판돈이 많으니, 대답 못 하는 것은 좋아. 어차피 대답은 정해져 있겠지. 어쩌면 먼저 잽을 좀 날려야 말할지도 모르겠어. 아무래도 에플 지분이나 KM 전자 지분 매각에 대한 반응이 먼저 나오겠지. 결국, 예상한 대로니까 그럼 나도 대응책을 확인해 둬야겠어.’

다행이라면 이번 일을 주도할 대상에 해당하는 스티븐이 이곳 캘리포니아에 있었다.

“스티븐을 호출 좀 해주세요.”

* * *

연구소 한쪽에는 음성 신호 리스트가 진행 중이었고, 바로 옆에는 원음 노이즈 특성 패턴값이 일정하게 흘러갔다.

여기에 따른 보상값은 바로 옆에 놓여 있었다.

이를 기반으로 한 음원 특성은 자동으로 흘러나왔다.

음성 인식 패턴 모델 분석 차트는 그 화면 옆의 다른 화면에 나타났다.

연구소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것들은 마치 미국 전역을 감시하는 시스템처럼 보일 정도로 복잡하고 정교하기만 했다.

이지수 박사는 이 복잡한 시스템 처리를 관리하는 연구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옆으로 가서 틀린 부분을 하나씩 체크했다.

“오리지널 데이터와 노이즈 데이터는 늘 실시간으로 바뀐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따라서 오염된 데이터에 집착해서는 안 됩니다.”

오염된 데이터는 실시간으로 흘러간다. 그걸 다 취합할 수는 없었다. 따라서 가능한 데이터만 추리고, 나머지 데이터는 빠르게 정리해야 했다.

이 문제를 처리하는 것이 바로 애니라는 인공지능이었다.

다만 화면상에 나타난 것은 결과가 아니라 바이너리 데이터였다.

그것만 봐서는 그 의미를 알기 어렵다.

그런데 이지수 박사는 마치 그 코드를 전부 다 읽는 것 같았다. 그녀는 원래 데리고 있는 자신의 연구원을 교관처럼 부려 먹었다.

헬렌은 마치 사령관 보조라도 되듯이 그들을 일일이 다 통제했다.

확실히 현실의 음성 인식을 바탕으로 한 디버깅 작업은 간단하지 않았다.

보통 사람은 도저히 어떻게 손을 쓰기 어려울 일이었다.

아니, 그냥 불가능했다.

그런데 이지수 박사는 이야기가 좀 달랐다. 그녀는 도저히 보통 사람 같지가 않았다. 단순히 천재라고 말하기에도 곤란했다.

이 광경을 본 스티븐은 지금 흥분을 쉽게 가라앉힐 수가 없었다. 애니의 성능은 그가 기대한 것보다 더 대단했다. 물론 하드웨어 자체에 손을 많이 썼다고 해도 그건 다르지 않았다.

이지수 박사는 이런 스티븐의 감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오염된 데이터를 필터링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결국, 잡음을 정리하는 것이 음성 인식을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의 출발점입니다. 다만 이건 아직 시작점에 불과합니다. 오염 데이터 패턴은 시간과 같이 결합하기 때문에 그런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인간의 음성은 발성자, 방법, 환경에 따라서 큰 차이가 있다.

음성 스펙트럼 자체가 변질하기 때문이다.

특히 비선형적인 특성이 있는 부분은 노이즈로 처리하기 곤란했다.

이것 자체가 하나의 특성이기 때문이다.

이런 노이즈 패턴을 처리하기 위한 알고리즘은 다 따로 처리되어야 한다.

따라서 두 개의 마이크 시스템을 이용하면 처리 시간은 한없이 줄어든다.

다만 이런 변화가 실시간으로 일어나니, 그걸 다 처리하기는 매우 어렵다.

하지만 이지수 박사는 마치 로봇처럼 그들의 언어를 이해한 것 같았다. 그녀는 자신의 자리에 앉아 일일이 지시를 내리면서 당장 눈에 보이는 버그를 하나씩 수정했다.

“ANM 모델은 그런 면에서 특히 강점이 있습니다. 사전에 사용자 데이터에서 특이값을 미리 정하는 것도 있지만, 그 값이 누적되어서 처리가 되기 때문입니다.”

딥러닝 방식과도 통하는 이런 처리는 그야말로 인공지능의 정석이라고 할 만했다.

그래도 이 일이 끝없이 이어지지는 않았다.

스티븐은 마실 것을 들고는 후다닥 이지수 박사의 앞에 뛰어가서 내밀었다.

“이 박사님, 정말 놀랐습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믿을 수가 없습니다!!!”

이지수 박사는 스티븐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녀의 시선은 노트북을 향해 있었다. ANM 모델 모니터링 중에 발견된 버그 몇 가지를 더 확인했다. 인공지능이 이래서 어려운 것이었다.

딥 러닝.

즉 인공지능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정말이지 이건 믿을 수가 없는 광경입니다!”

스티븐은 떨리는 심장을 멈추기가 쉽지 않았다. 그도 최민혁 실장에게 이지수 박사의 소개를 받을 때까지는 몰랐다.

그는 지금 이지수 박사가 일하는 모습을 보고서야 깨달았다.

천재 위에 존재하는 천재.

초천재를 말이다.

천재와는 격이 다른 존재였다.

다만 그도 한 가지 점에 있어서는 의혹을 드러냈다.

“근데 제가 잘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이런 기술이 있다는 것을 왜 지금까지 사람들이 몰랐을까요? 이 정도 이론이라면 이미 학술 대회에서 발표했을 텐데?”

화면에 집착해 있던 이지수 박사가 그제야 감정 없는 표정으로 스티븐을 힐끗 쳐다보면서 어깨를 으쓱했다.

“그럴 여건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자세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아무리 그래도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국방성 과제와 관련이 있어서 보안 때문이라고 해두죠.”

“설사 그렇다고 해도 모든 것이 보안 문제로 제한되지는 않을 겁니다.”

“그런가요?”

이지수 박사도 더 자신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그녀도 뒤늦게 최민혁 실장 얼굴을 떠올렸다.

처음 그를 봤을 때는 아무런 감정이 없었다.

‘아니, 있기는 했어. 그가 MP3 관련 특허를 다 쓸어 담았으니.’

그런 면에서 본다면 MP4 특허는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그건 이미 특허 주인이 다 정해져 있으니 말이다.

그녀도 그런 이유 때문에 최민혁 실장을 꽤 관찰하기는 했다.

그런데 지금은 생각이 달랐다.

그녀는 자신 앞에 놓인 이 놀라운 설비에 혀를 내둘렀다.

슈퍼컴퓨터도 컴퓨터지만 인력 수준 자체가 꽤 높았다.

더욱이 이들은 단순히 이론만 연구하는 연구원이 아니라 실무에 해박한 엔지니어들이었다.

즉, 그녀가 원하는 바를 굳이 자세하게 말하지 않아도 소통이 되는 이들이었다.

덕분에 ANM 모델 개발은 속도가 붙었다.

자신이 뼈대를 만들기를 했지만, 현실과 이어주는 부분에서 부족한 점이 많았다. 그런데 그 부분이 다 어느 정도 정리가 된 것이었다.

이건 스티븐의 능력 역시 무시하기는 힘들었다. 이들 연구원을 끌어온 사람이 그였으니 말이다. 두 사람의 시너지는 그녀의 예상을 가볍게 뛰어넘었다.

“두 분께 다시 한번 감사 드립니다. 두 분이 없었다면 이 연구 결과가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했을 겁니다.”

실제로 최민혁의 인생 1회 차에서는 세상에 나오지 못했던 연구다.

테일러 박사가 일구어 낸 것은 원래 ANM 모델의 2할이 채 되지 않았다.

스티븐은 뒤늦게야 이지수 박사의 표정에서 숨겨진 내용을 추론했다.

그는 때문에 이 놀라운 성과물을 어떻게 해서라도 써먹으려고 궁리 중이었다.

그런 차에 최민혁 실장의 호출을 받았다.

딱히 기분 나쁘지 않았다.

최민혁 실장이 또 얼마나 놀라운 소식을 전할지 그게 더 궁금했다.

‘이렇게 서두르는 것을 봐서는 이 연구를 그냥 연구로만 써먹지는 않겠지. 그건 나도 다르지 않으니까.’

* * *

스티븐은 최민혁 실장이 회의실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그곳으로 가면서 CES 기조연설 준비 때문에 온 것인가 싶었다. 실제로 송도연과 리허설 연습장에 몇 번 가서 서로 손발을 맞추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니었다.

최민혁은 스티븐을 보자 전혀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아무래도 모건 스탠리가 다른 생각이 있는 것 같습니다.”

스티븐은 눈치가 빨랐다.

“설마 이번 기존연설 후에 에플 주식을 대거 처분하겠다고 합니까?”

“아마 그러지 않을까요. 지금 모건 스탠리는 목돈이 필요하니까요.”

“…정말입니까?”

“뭐, 스티븐의 처지를 생각해서 고민하는 척 정도는 하겠죠. 하지만 그들의 태도는 변함이 없을 겁니다.”

“음.”

스티븐은 잠깐 침묵했다. 그도 이전이라면 모건 스탠리 이사회의 반응에 부담을 느끼고 자신의 지인들에게 이리저리 전화하기 바빴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솔직히 달랐다.

모건 스탠리가 설사 에플 주식을 정리한다고 걱정하지 않았다.

다만 하필이면 왜 이 시기인가 싶었다.

“모건 스탠리의 자금이 부족하지는 않을 텐데요?”

“중국 시장 투자도 있고, 태국 바트화, 이번에 전 세계 식량 폭등에도 깊이 관여한 것으로 압니다. 생각처럼 현재 모건 스탠리의 자금 사정이 넉넉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렇다면 가장 먼저 이익 실현을 하려고 할 텐데, 그럴 경우 에플 지분은 꽤 적합한 대상이죠.”

실제로 에플 주가는 꽤 오랫동안 1달러 밑에서 맴돌았다.

모건 스탠리는 그 타이밍에 맞추어서 적지 않은 에플 지분은 매집했다.

에플 이사회에서 모건 스탠리의 입김이 통하는 이유였다.

그 당시에는 모건 스탠리도 스티븐이나 최민혁 실장을 존중해 줬다.

그런데 최민혁 실장과 관계가 틀어지게 되면 상황이 좀 다르다.

모건 스탠리로서는 지분을 대거 정리할 수밖에 없다.

스티븐은 특히 모건 스탠리가 혼자 움직일 거로 생각하지 않았다. 이들은 이익 집단들에게도 그 정보를 흘릴 확률이 높았다.

스티븐 역시 다르지 않았다. 그들은 이번 기회를 통해서 스티븐의 입에 재갈을 물릴 생각일 것이다. 사냥개는 통제가 가능할 때 써먹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그는 모건 스탠리의 그런 반응에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 이미 ANM 시스템 완성도는 자신이 실시간으로 확인 중이었다.

더욱이 최민혁 실장은 남 이야기하듯이 말하는 중이었다.

“가만, 혹시 애니 시스템을 고안한 것도 이런 일을 대비한 겁니까?”

최민혁은 피식 웃었다.

“뭐, 겸사겸사라고 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세상일은 모르니, 보험 삼아서 대비해 둔 겁니다.”

스티븐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 역시 최근 최민혁 실장이 모건 스탠리와 긴밀하게 접촉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애초에 에플 이사회 중에는 모건 스탠리에서 미는 이들이 있으니, 그들의 입을 통해서 정보를 얻은 것이었다.

그들 처지에서는 정말 스티븐이 최민혁 실장의 측근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하면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저도 처음에는 CES 기조연설 때까지 기다리려고 했는데, 상황이 그렇게 흘러갈 것 같지 않습니다. 그 전에 모건 스탠리가 움직일 확률이 높습니다.”

“하면 애니를 좀 더 빨리 공개해야 한다는 말씀이군요.”

“이미 에플에서 사전 광고를 준비했을 거로 생각합니다. 그 광고 내용을 좀 바꾸면 됩니다. 애니를 넣어서 말이죠.”

“애니를 넣자면 정확히 어떤 방식을 말하는 겁니까?”

“일테면 사지 마비 환자가 애니를 이용해서 뭔가 하는 모습을 담는 방식이 있겠죠.”

다행히 이미 이 방식에 대한 테스트를 진행한 적이 있었다.

지금 당장 불특정인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어렵지만 딱 정해진 소수를 대상으로 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한 달 정도의 시간이 있으면 임의의 대상을 상대로 하는 것도 가능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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