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 3세는 조용히 살고 싶다-680화 (680/1,021)

#680.

사실 중국 공산당이 그렇게 한 이유는 일면 타당하기는 했다.

결국 IP 시티폰의 미래는 뻔하다.

샐로먼 브러더스가 이번에 한 투자는 큰 손해를 보게 될 것이다.

하지만 제삼자로서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일방적인 결정이었다.

다만 그 일이 가능했던 것은 역시 공산당이 자기 입맛대로 정해서다.

그도 모건 스탠리마저 IP 시티폰 사업에 가담한다면 리스크가 줄지 않을까 싶었다.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와 같은 개발도상국도 예외는 아니지.’

최민혁 자신이 던진 미끼.

그런데 그 미끼가 새끼를 치고 쳐서 덩치가 무럭무럭 자라나는 것을 확인했다.

그는 원래 다른 용건이 있었지만, 이번 일에 흥미를 쉽게 떨치지 못했다.

“혹시 골드만 삭스 쪽도 IP 시티폰 사업에 관심을 보입니까?”

로버트 이사는 바트화 협상을 하기 힘든 상황에서 최민혁이 IP 시티폰에 관심을 두자 쾌재를 불렀다.

“샐로먼 브러더스 쪽에서 리스크 회피를 위해서 어지간한 투자 은행 쪽에는 다 제안한 것으로 압니다. 대다수는 관심을 보였습니다.”

“그렇다면 그들끼리 긴밀하게 소통도 한다는 말이겠군요.”

“그건 그렇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왜 그런 질문을 하시는 겁니까?”

“아, 별 뜻이 있어 한 질문은 아닙니다.”

아니, 실은 큰 의미가 있는 질문이다.

그가 애초에 노린 것은 샐로먼 브러더스였다. 이왕이면 여기에 모건 스탠리 내에 자신을 적대하는 세력까지 한 번에 정리하면 나쁘지 않다.

‘이거 잘만 하면 작품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다만 최민혁은 일단 지금 문제에 우선 집중했다.

“하면 모건 스탠리 쪽은 IP 시티폰을 어떻게 하기로 결정을 내렸습니까?”

“…IP 시티폰 쪽에 투자를 늘리기로 잠정적으로 결론지었습니다.”

“호, 그래요?”

그는 평소에 하지 않던 아부를 늘어놓으며 최민혁 실장을 계속 찬양했다.

“그 IP 시티폰 원천기술을 처음 고안한 분이 최민혁 실장님 아닙니까? 그 기술은 미국 학계에서도 꽤 큰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공공성이라는 측면에서 그 어떤 무선 기술보다 우월합니다. 이건 최민혁 실장님이기에 개발 가능한 기술입니다. 실로 놀라운 업적입니다!”

아부.

“흠.”

최민혁 실장은 입에서 버터 향이 줄줄 나오는 스탠리 로버트 이사의 태도에 피식 웃고 말았다. 그 역시 스탠리 로버트 이사가 생각보다는 자존심이 강하다는 것을 이미 파악했다.

아무 생각 없이 저렇게 노골적으로 아부를 할 사람은 아니었다.

‘바트화 제안은 거절인가? 뭐, 그렇겠지. 사실 그 제안을 지금 이 시기에 그걸 받는 게 더 황당하지. 그것도 한국인을 상대로 말이야.’

사실 최민혁의 제안은 말도 안 되는 거다.

모건 스탠리가 고작 동아시아 기업가에게 휘둘릴 리가 없었다.

다만 상황이 좀 미묘했다.

바트화 계획 자체도 예상한 것처럼 순탄하게 흘러가지 않고 있었다.

태국 정부의 반발이 너무 심했기 때문이다.

최민혁 역시 모건 스탠리가 자신의 제안을 받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받으면 받는 대로, 받지 않으면 않는 대로 다른 방법을 취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가 노리는 것은 역시 어디까지나 샐로먼 브러더스.

어차피 자신이 압박한 덕분에 모건 스탠리 이사회 내부가 시끄러워졌고, 상황이 이러하니 샐로먼 브러더스와의 관계도 순탄하게 이어질 리가 없었다.

그 내막을 잘 모르는 스탠리 로버트 이사는 최민혁 실장을 유심히 살폈다. 그는 최민혁 실장이 어떻게 IP 시티폰 원천기술을 고안한 것인지 묻고 싶은 것이 많았다.

하지만 묻지 않았다.

‘어차피 이미 주인은 바뀌었으니까.’

이 자리는 IP 시티폰 때문에 마련한 게 아니었다.

“솔직히 IP 시티폰 사업 때문에 최민혁 실장님의 이력을 다시 살폈습니다. 그렇게 보면 태국 바트화 문제는 좀 이상합니다. 최 실장님은 이런 쪽에 관심이 없던 걸로 압니다. 혹시 태국 바트화 관련해서는 어떤 경로로 정보를 얻은 겁니까?”

최민혁은 피식 웃었다.

“아, 그거야 누군가 태국 바트화를 사들여서 그런 거죠. 굳이 멀리 갈 필요가 없죠. 영국 파운드화 폭락이나 멕시코 페소화 폭락 사태와 유사하기 때문입니다. 고평가된 통화는 외환 투기꾼에게 먹음직한 먹잇감이 될 수밖에 없으니까요.”

스탠리 로버트 이사도 마냥 부인만 하지 않았다.

“하면 최 실장님 혼자 태국 바트화 수급을 저희 쪽에 제안을 한 겁니까?”

“네. 모건 스탠리나 골드만 삭스에서도 태국 바트화를 꽤 사들인 것으로 알아서요.”

“흠.”

스탠리 이사도 딱히 놀라지 않았다. 이 정도 정보는 환율 정보를 약간만 살펴도 알 수 있다. 실제로 모건 스탠리는 장기 계획에 따라서 바트화를 매입 중이었다. 다만 구체적인 정보는 몇몇 소수 인물만이 알고 있었다.

그는 설사 그렇다고 해도 그 정보만으로 이 일에 집착하는 최민혁 실장의 탁월한 안목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정말 그게 다일까?’

이 부분도 조금 이상했다.

최민혁은 스탠리 로버트 이사가 계속 요란하게 머리를 굴리자 불쑥 입을 열었다.

“협상이 어렵다면, 혹시 태국 바트화 매입 작업 책임자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중재해 줄 수는 없습니까?”

스탠리 이사는 당황했다. 사실 그조차 바트화 담당자와 만나지 못했다. 존 맥커니 사장이 이에 관한 정보는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짐작 가는 인물은 있지만…….’

“네? 그건 모르는 일입니다.”

최민혁은 딱히 스탠리 이사를 타박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자신이 아는 정보를 계속 반복해서 말했다.

“솔직히 모건 스탠리 쪽에서도 바트화를 계속 사들이는 건 사실입니다. 저도 그래서 바트화를 지금 사들일까 고민 중입니다. 그래도 괜찮겠습니까?”

“그건…….”

최민혁은 같은 이야기가 먹히지 않자 결국 말을 바꾸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태국 바트화가 돈이 되면, 저도 매입할 생각이 있어서 말이죠. 필요하다면 태국 바트화 공매도에 같이 낄 수도 있습니다. 다만 걱정되는 건 그렇게 했을 때 모건 스탠리 쪽도 타격을 받을 것 아닙니까? 결국, 그렇게 되면 모건 스탠리와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그런 상황은 원하지 않습니다.”

“네?!”

화들짝 놀란 스탠리 이사의 태도에 최민혁은 그제야 호탕하게 웃고 말았다.

“아니, 그러면 제가 왜 굳이 스탠리 이사님을 괴롭혔겠습니까. 저는 진지하게 바트화를 투자할 생각이 있습니다. 그런데 자칫 제가 섣불리 움직였다간 그쪽이 하는 쪽박을 깰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되면 결국 서로 얼굴을 붉히지 않겠습니까? 심지어 오해해서 서로 치고받고 싸울 수도 있는데, 굳이 그럴 이유가 있겠습니까? 그래서 그쪽 담당자와 같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좋게 말을 하는데, 내용은 협박이나 다르지 않았다.

모건 스탠리가 계속 지금과 같은 애매한 포지션을 취하면 최민혁도 그냥 태국 바트화 플랜에 슬쩍 끼어서 한몫 챙기겠다는 뜻이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있었다.

최민혁이 과연 이번 일에 얼마나 많은 자금을 퍼붓나 하는 것이다.

“…….”

스탠리 로버트 이사는 그제야 입술을 살짝 깨문 채 최민혁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지금까지와는 최민혁 실장의 태도가 달라진 것을 깨달았다.

이제까지는 그냥 말만이었다면 지금은 행동으로 옮기겠다는 뜻이었다.

겉으로는 미소 짓는데, 그게 마냥 실없이 웃는 게 아니었다.

그는 최민혁 실장이 바트화 정보가 아니라 바트화 환율 전쟁에 끼어들고 싶다는 의도를 파악했다.

이건 이야기가 많이 달랐다.

“…그건 이 자리에서 결정할 수 없습니다.”

최민혁은 피식 웃었다. 그는 이미 샐로먼 브러더스 주제가 나온 것으로 만족했다. 이제 모건 스탠리를 잘만 압박해서 샐로먼 브러더스와 엮을 방법을 고민했다.

그는 그래서 이전과는 달리 조금 굳은 얼굴로 스탠리 로버트 이사를 압박했다.

“그러면 이 자리에서 더 할 이야기가 없겠습니다.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가능한 한 빨리 뜻을 정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전 모건 스탠리와 싸우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정 싸워야만 한다면 최선을 다해서 싸울 생각입니다!”

“…….”

스탠리 로버트 이사는 최민혁 실장의 의도를 몰라서 입을 다물고 말았다. 그는 최민혁 실장이 정말 모건 스탠리와 끝장을 보자는 것인지 알 도리가 없었다.

‘…아무래도 상황이 심상치 않아.’

* * *

스탠리 로버트 이사는 최민혁 실장과 만난 후에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최민혁 실장이 바트화 문제에 그저 제삼자로 관망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본격적으로 뛰어들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된다면 지금 바트화 플랜에 따라서 진행하는 모든 일이 어그러진다. 심지어 최악의 경우 손실이 얼마나 나올지 알 수조차 없었다.

‘그건 곧 최 실장에게 이익이잖아. 설마 벨린 투자를 이용해서 반대 포지션에 자금을 쓴다는 말일까?’

그렇게 했을 경우에 최민혁 실장이 끌어올 자금 규모를 떠올려 봤다.

도저히 그 규모가 상상이 되지 않았다.

그는 결국 존 맥커니 사장에게 최민혁 실장의 의지를 보고했다.

존 맥커니 사장도 상황이 생각처럼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가 특히 우려하는 것은 바로 인공지능 기술이다. 이 기술은 얼마든지 PC에 적용할 수가 있었다.

‘하면 에플 주가에도 영향을 준다는 이야기잖아?’

결국 최민혁 실장과 협상이 깨졌을 때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구골은 이미 어느 정도 상황이 예상 가능했다.

그는 사실 확인을 위해서 결국 마이크 라이언 이사를 따로 만났고, 마이크 라이언 이사를 설득해서 과거 주주 모임에서 본 적이 있는 테일러 박사를 찾아갔다.

“이지수 박사에 관해서 알고 싶습니다.”

테일러 박사는 안 그래도 이지수 박사 때문에 화가 나 있었는데, 존 맥커니 사장 일행이 자신을 찾아오자 분노했다.

“아니, 그걸 왜 저에게 묻는 겁니까? 더욱이 그쪽은 지금 그런 쓸데없는 조사를 할 정도로 한가한 분입니까?!”

어이가 없는 테일러 박사.

실상 모건 스탠리는 지금 여러 분야에 투자를 진행하고 있었다.

태국 바트화 문제도 문제지만 국제 곡물 가격에도 꽤 많은 투자를 진행했다.

덕분에 국제 곡물 가격은 폭등했다.

이 때문에 태국의 곡물 가격이 폭등하면서 태국은 큰 타격을 받았다.

안 그래도 태국 바트화 환율을 흔드는 배후 세력에 투기 세력이 끼어 있다고 난리였다. 이런 시기에 곡물 파동마저 생기니, 태국의 분위기는 정말 좋지 않았다.

경작지 감소나 인구 증가 현상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이 곡물 파동 배후에는 투기 자본이 있다는 이야기가 파다했다.

그 배후 중에는 모건 스탠리 역시 빠지지 않았다.

이 곡물가 폭등으로 모건 스탠리가 꽤 많은 재미를 봤기 때문이다.

테일러 박사가 지적하는 것이 바로 이것이었다.

하지만 존 맥커니 사장은 테일러 박사의 말을 일방적으로 무시했다.

“테일러 박사님, 이지수 박사가 KMBOOK에 합류한 것은 아실 거로 생각합니다. 그 배후에는 최민혁 실장이 있습니다. 이들이 뭔가 꿍꿍이가 있는데, 그 내막을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게 그렇게 중요합니까?”

“네. 이들이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한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한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대해서 아는 이들이 없습니다. 이지수 박사에 대해서는 테일러 박사님이 잘 안다고 들었습니다. 단편적인 정보라도 상관이 없습니다! 아시는 게 있다면 알려주세요!”

“흠.”

테일러 박사는 눈살을 찌푸렸다. 이지수 박사의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아서다. 이지수 박사의 능력을 이야기하려면 결국 자신을 깎아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옆에서 듣고 있던 마이크 라이언 이사 역시 눈치를 보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도 존 맥커니 사장의 의견에 공감하는 것은 아니지만 두 사람의 태도 때문에 일단 두 사람 편을 들었다.

“인공지능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지수 박사가 한 연구 결과는 국방성 과제와 관련이 있어서 파악하기 쉽지 않습니다.”

특히 무인 드론과 관련된 부분은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중간에 프로젝트가 중단된 것도 있고, 보안 문제가 서로 겹쳐져 있어서다.

심지어 그 기술을 마지막으로 확인한 이가ㅇ 바로 테일러 박사였다. 그는 물론 이지수 박사가 가진 특허 때문에 자세한 이야기는 할 수는 없었다.

사실 3개월만 더 시간이 있었어도 이지수 박사를 협박해서 그녀가 가진 무인 드론 원천기술을 헐값에 사들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그렇지가 못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