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 3세는 조용히 살고 싶다-678화 (678/1,021)

#678.

사실 테일러 박사 역시 이 분야를 수년 전부터 꾸준히 연구했다.

그것을 바탕으로 해서 그나마 가능한 이론을 내놓았다.

하지만 정작 이 이론은 이론적으로만 그럴듯할 뿐이지, 실제로는 효용 가치가 없었다.

[실패, 실패, 실패, 그 어떤 연구 기관도 제대로 된 결과를 내놓지 못했습니다. 존 사장은 이런 현실을 알고 그런 말을 하는 겁니까? 정확히 뭐가 있다는 겁니까? 구체적으로 말을 해보란 말입니다!!]

이사회 분위기는 그새 바뀌었다.

그들도 SF 영화에서 주로 나오는 인공지능을 모를 수가 없다.

그리고 그걸 현실에서 적용하기에 장벽이 많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존 맥커니 사장은 이미 최민혁 실장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얻었다. 다만 아쉬운 점은 그 자료에는 인공지능과 관련된 실체가 없었다.

그렇다고 그가 이 자리에서 포기할 수 없었다.

[최민혁 실장이 누구인지 모릅니까? 망해가는 에플 주가를 무려 8달러까지 끌어올린 장본인입니다. K 투스, MP3, 퀄컴, 위성 관련 원천기술을 고안한 세기적인 천재입니다. 그런 그가 인공지능에 그냥 재미 삼아서 투자하겠습니까? 아니, 그가 왜 에플에 무리하게 투자했겠습니까? 다 장기적인 포석이 있기 때문입니다. 초격차를 유지할 수 있는 기술이 있다면 과연 PC 업체가 에플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겠습니까?!]

말을 듣다 보니, 그럴듯한 이야기였다.

모건 스탠리 이사회 회원들도 다들 머릿속이 복잡했다.

그들도 열심히 최민혁 실장의 프로필을 떠올리면서 주판을 튕겼다.

하지만 마이크 라이언 이사는 오히려 피식 웃었다. 그는 차라리 이 정도에서 선을 그었다. 어차피 그들도 자료를 확인해 보면 답은 뻔하기 때문이다.

[아직 인공지능이 뭔지 잘 모르는 분이 많아서 판단을 내리기 힘든 것 같습니다. 이 회의는 상황 봐서 다시 진행하시죠!]

[…알겠습니다.]

존 맥커니 사장도 슬쩍 한 걸음 물러났다. 그는 시간을 번 것만으로도 만족했다.

* * *

모건 스탠리가 갑자기 시끄러워졌다.

최민혁 실장의 제안을 둘러싸고 모건 스탠리 이사회에서 말이 많았다.

이 소동이 얼마나 시끄러웠는지 이쪽저쪽에도 다 흘러 들어갔다.

최민혁 역시 벨린 투자의 우영민 부장 인맥을 통해서 모건 스탠리 내부 정보를 얻었다.

“생각보다는 내부 대립이 심한가 보군요.”

우영민 부장은 신기한 눈으로 최민혁 실장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모건 스탠리가 다루는 자금은 천문학적입니다. 따라서 그 자본에 얽힌 세력도 단순하지는 않습니다. 당장 모건 이사회 내부만 해도 겉보기와는 좀 다릅니다.”

“그 안에도 다시 알력 다툼을 한다는 말입니까?”

“네. 그것도 정해진 것이 아닙니다. 때에 따라서 퇴출당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이 일에 최민혁 실장님이 끼어들면서 더 상황이 복잡해졌습니다.”

모건 스탠리의 외견상 드러난 전문 경영인은 어디까지나 월급쟁이 사장에 불과했다. 실제로 오너는 다른 사람이니까.

심지어 모건 스탠리 지분을 소유한 실세는 잘 드러나지도 않았다.

최민혁이 건드린 세력이 바로 이들 오너였다.

“골치 아프네요.”

우영민 부장은 최민혁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이제 잘 안다. 심지어 지금도 말이다. 최민혁이 뭘 어떻게 건드렸는지, 모건 스탠리 이사회 내부가 마친 폭탄을 맞은 것처럼 난리였다.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습니까?”

“바트화 말입니까?”

그는 솔직히 최민혁 실장이 왜 그놈의 바트화에 집착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하긴 모건 스탠리의 반응도 좀 과하기는 하지. 뭘 그리 숨기는 건지.’

“네.”

“그게 간단한 문제로 보입니까?”

“그건 아닙니다. 그런데 모건 스탠리가 하는 일 하나하나는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그들은 막강한 자본력을 이용해서 인재를 끌어모았습니다.”

“인수합병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설마 제가 그들에게 당할 거로 생각합니까?”

“…그건 아닙니다.”

우영민 부장 역시 최민혁 실장의 자산 내역을 떠올리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최민혁 실장 자산은 대부분 현금과, 부동산, 주식이다. 그리고 부채 자체가 아예 없었다.

오히려 로열티 수익이 시간이 갈수록 눈덩이처럼 늘어났다.

그 자금 흐름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바로 우영민 부장이었다.

하지만 그는 모건 스탠리가 가진 힘을 잘 알았다. 세계의 인재와 자본을 끌어들여서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것 말이다.

최민혁은 우영민 부장이 우려하는 바를 알아챘다.

“아, 제가 모건 스탠리와 척을 지겠다는 뜻은 아닙니다. 정확히는 우리 측으로 끌어들이고 싶을 뿐입니다.”

“아니, 그러면 존 맥커니 사장과 협상을 잘해도 되지 않습니까?”

“문제는 절 노리는 인간이 모건 스탠리 지분을 가진 놈이라는 점입니다.”

“누구를 말하는 겁니까?”

“마이크 라이언 이사, 정확히는 그 배후에 있는 테일러 박사입니다.”

“마이크 라이언 이사와 테일러 박사라…….”

우영민 부장도 테일러 박사는 잘 몰랐다. 하지만 마이크 라이언 이사는 제법 안다. 모건 스탠리뿐만 아니라 월가에도 명성이 제법 있는 인물이다.

알려진 바로는 보수적인 투자자로도 꽤 유명했다.

하지만 안 좋은 소문도 있다.

그는 필요하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상대를 밟아버리기 때문이다.

“실장님, 굳이 그자와 차라리 화해하는 것도…….”

최민혁 실장은 결국 한마디 하고 말았다.

“이지수 박사는 아시죠? 그녀를 스토킹하는 인물이 바로 테일러 박사입니다.”

“…짝사랑입니까?”

“스토커죠.”

“…….”

우영민 부장은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도 최민혁 실장이 호출한 이지수 박사의 모습을 보고서는 탄식하고 말았다.

이지수 박사는 곧 고개를 갸웃한 채 나갔지만 말이다.

그는 이런 상황이 또 처음이라서 크게 당황했다.

자세한 내막은 몰랐지만 뭐 삼각관계라면, 또 다른 이야기였다.

최민혁은 물론 우영민 부장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이지수 박사가 지금까지 보여준 성과를 간단하게나마 설명했다.

특히 애니 관련 부분은 직접 아이컴 시제품을 통해서 보여주었다.

벌써 튜닝을 거친 터라 처음 시연했던 결과물과는 또 달랐다.

“마, 맙소사!!!”

충격.

잠시 시간이 흐르고 그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는 다른 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건 좀 이야기가 다르군요.”

우영민 부장은 한동안 애니를 보고 또 보더니 힐끗 최민혁 실장을 쳐다보았다. 그도 최민혁 실장이 정말 상리를 벗어난 천재라는 것은 알았지만 이건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최민혁 실장은 우영민 부장의 오해를 바로잡아 주었다.

“이지수 박사의 작품입니다!”

“…네.”

우영민 부장은 지금 에플 주식을 어떻게 해야 할지 주판을 튕긴다고 정신이 없었다. 이번 일은 잘만 하면 천문학적인 이익을 볼 수도 있다.

최민혁은 굳이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모건 스탠리 이사회 쪽을 한번 지켜봐 주세요. 아마 제가 의도한 대로 움직인다고 장담하기는 힘들어요. 사고를 칠 수도 있는데, 그 경우에는 회초리를 들어야 합니다. 그러니 특히 마이크 라이언 이사와 테일러 이사 쪽은 아예 사람을 고용해도 좋습니다. 다만 무리수를 두지는 마세요. 그쪽도 만만한 상대는 아니니까.”

“…알겠습니다.”

* * *

최민혁의 추측은 틀리지 않았다.

모건 스탠리 이사회도 인공지능이 가지는 현실적인 한계를 파악하자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지금처럼 한동안은 관망세로 갈까 하는 생각을 염두에 둔 이도 있었다.

아니, 실제로 많았다.

특히 마이크 라이언 이사의 반대 파벌이 그런 경향이 심했다.

결국 그들은 존 맥커니 사장이 한 의견을 다시 전문가를 불러 검토해야 했다.

정말 인공지능 기술이 가치가 있는지 말이다.

하지만 상황을 꼭 그렇게 긍정적으로 보지 않는 이도 있었다.

바로 마이크 라이언 이사였다. 그는 테일러 박사를 다시 만나서 협의했는데, 테일러 박사가 최민혁 실장에게는 바트화 관련 정보를 줄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다른 것은 다 필요 없습니다. 다만 최민혁 실장 그 인간과 손을 잡는 일만은 없을 겁니다!”

마치 미친 사람처럼 울부짖는 테일러 박사의 모습은 평소와는 달랐다. 그는 격한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바로 이지수 박사로 인한 시기심에 사로잡혀서 최민혁 실장을 증오한 것이었다.

“…알겠습니다.”

마이크 라이언 이사도 혀를 찼다. 그도 테일러 박사의 측근을 통해서 듣기는 했지만, 테일러 박사의 상태가 이 정도인지는 몰랐다.

‘하긴 몇 년에 걸쳐서 작업했다고 했는데, 최민혁 실장이 중간에 가로챘으니. 분노할 만은 해.’

붉게 충혈된 눈을 한 테일러 박사는 이를 으드득 갈았다.

“내가 원하는 것은 최민혁 실장 그 새끼가 미국 사업에 절대로 끼지 못하게 하는 겁니다!”

“하지만 이미 구골 설립과 KMBOOK 설립까지 한 상황입니다.”

“그것도 막아야죠. 그러니 최소한 모건 스탠리 쪽에는 얼씬도 못 하게 해야 합니다!”

“무슨 말씀인지는 알겠습니다. 하지만 최민혁 실장과는 사업상 겹치는 것이 별로…….”

“라이언 이사!!!”

“…알겠습니다.”

그는 질투심에 사로잡혀서 길길이 날뛰는 테일러 박사의 모습에 혀를 찼다.

테일러 박사가 이지수 박사에게 손을 쓴 것은 꽤 되었다. 정말 공을 많이 들였다. 덕분에 테일러 박사 측근이라면 이 내막을 제법 안다.

자세히는 몰라도 그가 이지수 박사에게 심각하게 집착한다는 것 정도는 말이다. 실제로 이지수 박사에게 다가가 인물 몇 사람을 조용히 사회에서 매장한 적도 있었다.

그런데 최근 최민혁 실장이 이지수 박사와 손을 잡았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문제가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역시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이번 일에 실패하면 라이언 이사 당신도 책임을 져야 할 겁니다!”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 * *

마이크 라이언 이사는 존 맥커니에 앞서서 다시 모건 스탠리 이사회를 소집한 후에 존 맥커니 사장을 노골적으로 압박했다.

[존 사장, 최민혁 실장 이야기에 앞서서 한 가지를 먼저 짚고 넘어가죠. 페소 폭락 이후에 멕시코 경제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어서 투자를 대폭 늘려야 한다는 이야기가 지난주에 나왔습니다.]

이번 주에 들어서 페소화 강세 현상이 조금씩 나타났다.

이자율도 낮아지고, 외국 자본도 대폭 늘어났다.

그 덕분에 모건 스탠리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멕시코 그루포 포사다를 포함한 호텔 쪽에 집중 투자하기로 했다.

이 투자 진행을 위해서 미국 정부 측에도 계속 로비를 진행했다.

하지만 멕시코 정부는 헤지펀드 배후라고 짐작한 미국 정부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결국 미국 정부가 채찍을 들어야 했다.

미국 국무부는 이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자신이 굿캅 역할을 해야 하는데,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아서다.

그래서 타이밍을 맞추어야 했다.

자신들의 투자가 끝난 시점에서 미국 정부를 이용한 언론플레이가 필요한 시점 말이다.

그리고 이 일은 모건 스탠리에게도 꽤 중요한 일이었다.

[멕시코에 대한 투자 예상 금액은 대략 6억 달러 안팎이고, 필요하다면 추가로 4억 달러를 더 투자해야 합니다. 일단 다른 투자를 제쳐놓고, 이 일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건 아시죠?]

[…그렇기는 합니다만.]

존 맥커니 사장도 모를 수가 없는 일이었다. 다만 불과 며칠 전에 회의에서 최민혁 실장의 제안을 물어뜯던 마이크 라이언 이사가 갑자기 다른 소리를 하자 크게 당황했다.

마이크 라이언 이사는 다른 이사를 힐끗 쳐다보면서 소리쳤다.

[그런데 뜬금없이 에플 이야기나 최민혁 실장 이야기가 핵심이 된 이유가 뭡니까?!]

[에플 투자 금액이…….]

[아, 그것은 이미 에플 주식 일부를 매각해서 차익 실현 하기로 한 것 아닙니까? 그 자금 일부가 멕시코 쪽에 들어가기로 한 것이고!]

[그걸 그렇게만 볼 수는 없습니다. 아마 에플 신제품에 이지수 박사의 AI가 적용된다면 상황이 또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그거 확실한 거 맞습니까? 정말 인공지능이 적용된 PC가 나오는 거 맞냔 말입니다. 여기 다른 의견 있습니까?!!!]

이사회에 참석한 이들 중에 마이크 라이언 이사에게 반기를 든 이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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