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 3세는 조용히 살고 싶다-673화 (673/1,021)

#673.

M 전자 기획 팀은 이야기를 개발한 큰사람컴퓨터 사장인 황태우를 직접 만나서 다양한 협상을 시작했다. 정확히는 투자다.

황태우 사장으로서는 크게 당황했다. 그는 KM 전자만이 아니라 한국 내의 소위 말하는 대기업 쪽과 다 만나봤다.

그들이 내민 것은 달콤한 유혹이었다.

회사를 넘기기만 하면 원하는 돈을 다 줄 수 있다고 했다.

결국 지분 이야기가 나왔다.

다만 역시 문제는 30억 가까운 매출액이 걸림돌이 되었다.

불법 복제가 없었다면 300억이 넘었을 테니, 협상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

심지어 KM 전자 기획 팀이 내민 금액보다도 높았다.

다만 황태우 사장이 KM 전자의 제안을 무시하지 못한 것은 상대가 최민혁 실장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최문경 부회장을 비롯한 이들이다. 이들도 최민혁 실장이 한 사업을 고려해서 이야기를 높이 평가하기는 했지만 확신하지는 못했다.

불법 복제는 어떤 방법을 써도 쉽게 해결하기 힘들었다.

이 와중에 KM 전자 기획 팀이 끼어들어서 깔짝깔짝거렸다.

막대한 투자 제안을 한 것도 아니었다.

고작 30~40억 투자만을 제안했다.

그것도 지분을 무려 30%나 요구하면서 말이다.

KM 전자의 최민혁 실장이 만든 분위기가 아니었다면 그럭저럭 통했을 제안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그렇지가 못했다.

결국 상황이 정리되지 못하고 빙글빙글 돌기만 했다.

이렇게 되니 그들도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특히 최문경 부회장은 이야기와 협상을 하다가 슬그머니 빠져나갔다. 그는 최민혁이 수작을 부렸다고 확신한 것이었다.

최민혁은 국내의 돌아가는 상황을 다시 보고받은 후에 피식 웃고 말았다. 그는 거듭되는 안재운 전무의 연락을 피한 상황에서 모건 스탠리 쪽을 다시 압박했다.

‘생각보다는 반응이 신통치 않아. 하지만 이 기회를 잘만 이용한다면 모건 스탠리 내부를 흔들 수도 있어. 그렇게만 된다면 동맹을 맺기도 쉽지.’

* * *

최민혁의 추측은 틀리지 않았다.

스탠리 이사는 모건 스탠리로 돌아가서 존 맥커니 사장에게 보고는 했지만, 욕만 잔뜩 들었다. 존 맥커니 사장 역시 누군가에게 압박을 받는 모양새였다.

‘이사회인가.’

그도 뭔가 더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결국 다시 내부 인원을 총동원해서 검토에 검토를 거듭했다.

그렇게 해서 다시 존 맥커니 사장을 찾아갔다.

존 맥커니 사장은 참조로 보고 있던 책을 책상 위에 쾅 소리가 나도록 집어 던졌다.

“스탠리 이사, 어찌할 거야? 이거 제대로 일을 분석하기는 한 거야!!”

스탠리 이사는 물리적인 압박에 몸을 움찔 떨었다. 그는 사실 최민혁 실장 문제가 이런 식으로 전개될지는 상상조차 못 했다.

“…태국 바트화 문제 말입니다. 어디까지 갈 생각입니까?”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다시 버럭 소리치는 존 맥커니 사장은 미래를 아는 선지자가 아니었다. 그 역시 자금만 대고, 재미만 보는 조연 중의 하나였기 때문이다.

그저 이 스토리가 어떻게 흘러갈 것이라는 정도만 예상할 뿐이다.

스탠리 이사는 최악의 상황을 떠올려 보았다. 태국 정부가 나서서 투기 세력을 엄하게 다스리겠다고 공포한 상태다.

그렇다면 미국 언론을 이용해서 미국 환투기 세력을 조명할 수도 있다.

때문에 무작정 한 나라의 경제를 파국으로 몰고 간다는 상황을 만들 수는 없다.

‘결국 직접적인 개입은 없겠어. 그렇다는 이야기는…….’

결국 해야 하는 건 헤지펀드와의 중간 브로커 역할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 이익은 제대로 챙기고 말이다.

이건 헤지펀드만을 믿고 밀어붙이는 일은 아니었다.

“하면 제가 미국 정부 인사를 직접 만나서 확인해도 됩니까?”

“아니, 그치들을 만나서 어쩌겠다는 거야?”

“최소한 그들 입장은 들어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미국 정부가 어느 정도 알고 있다면, 최민혁 실장을 압박할 수도 있습니다.”

“그게 될까?”

“제가 듣기로 최민혁 실장은 미국 정부 인맥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그쪽에 중재를 요청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으음.”

존 맥커니 사장도 무조건 스탠리 이사를 공격할 수는 없었다. 그 역시 태국 바트화 공략이 본격화되면 사태가 어떻게 흘러갈지 모른다는 것을 알았다.

사전 체크가 필요했다.

하지만 그는 절로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일이 왜 이 지경까지 흘러갔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이사회 분위기도 이상해.’

특히 달라진 이사회는 자신에게 긍정적이지 않았다.

이 모든 사태가 최민혁과 접촉을 한 이후에 일어났다.

도대체 어쩌다가 자신이 이 모양이 된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알겠네. 하지만 실수가 없어야 해. 만약 문제가 잘못되면 자네가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할 테니까.”

“…알겠습니다.”

로버트 스탠리 이사는 이를 악물었다. 그는 솔직히 억울했다. 중간에 껴서 제대로 아는 것도 없었다. 자기 일을 잘하고 있었는데, 엉뚱한 일에 희생양이 될 판이었다.

‘빌어먹을.’

* * *

스탠리 이사는 존 맥커니 사장의 도움을 얻어서 조시 로버트 아태 차관보를 은밀한 곳에서 만났다.

물론 조시 로버트 아태 차관보는 시작부터 태도가 좋지 않았다.

“이런 자리가 외부에 알려지면 문제가 된다는 것은 아시죠?”

“압니다.”

“아뇨. 당신은 상황을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전 국무부 직원이고, 당신은 투자은행 직원입니다. 둘이 이렇게 비밀리에 만나는 것이 말이 됩니까? 차라리 로비스트를 이용하든지 했어야죠!”

“하지만 그러기에는 문제가 너무 민감합니다.”

“설사 그렇다고 해도 이런 직접적인 만남은 곤란합니다!”

“하지만 이번 일은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예외적인 상황이라서 어쩔 수가 없습니다!”

“무슨 뜻입니까? 아니, 얼마나 중요한 일이기에 절 따로 이렇게 부른 겁니까?!”

스탠리 이사는 즉각 불만을 토로했다.

“최민혁 실장 같은 외국인이 국내 실리콘 밸리 핵심 종목과 기술을 소유하는 것 말입니다. 미국 안보에도 문제가 됩니다.”

조시 차관보는 혀를 찼다.

“최민혁 실장이 스파이라도 된다는 소리입니까?”

“그런 뜻이 아닙니다.”

“아니, 그러면 무슨 뜻으로 하는 말입니까?”

“최민혁 실장을 내버려 두는 일이 과연 미국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말입니까?”

“미국인입니다.”

나지막한 말.

그는 덕분에 조시 아태 차관보가 한 말의 의미를 제대로 생각하지 않았다.

“휴우, 이 문제는 정말 최악의 경우를 가정해서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겁니다!”

조시 차관보는 스탠리 이사의 눈을 쳐다보면서 탄식했다.

“미국인이라니까요.”

같은 말을 몇 번 반복해도 스탠리 이사는 아예 듣지 않았다.

스탠리 로버트 이사는 이미 머릿속에 구상한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갔다.

“구골 검색 엔진은 야후보다 몇 단계 발전된 개념입니다. 지금이야 이제 막 뼈대가 나와서 외부에서 알지 못하지만 6개월만 지나도 상황이 달라질 겁니다. 구골 엔진만 해도 그렇습니다. 그런데 KMBOOK에 사용된 인공지능 기술은 미국 국방성 산하 프로젝트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조시 아태 차관보는 ‘국방성’ 이름이 나오자 움찔했지만, 버럭 소리를 내질렀다.

“최민혁 실장은 미국인입니다!!”

“이 일은 미국 국무부에서도 심각하게 다루어야 할… 네? 그, 그게 무슨 말입니까? 설마 최민혁 실장이 미국인이란 말입니까?”

“휴우, 정말 답답한 분이시네. 내가 그럴 것 같아서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최민혁 실장은 이미 미국인입니다. 그러니 미국 국익하고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미국 기업이 서로 치고받고 싸우는 건데, 우리가 끼어들 수가 없습니다!”

“마, 말도 안 됩니다. 그런 이야기는…….”

“최민혁 실장의 미국 국적 취득은 문제의 소지가 있어서 비밀리에 진행된 일입니다. 최민혁 실장 역시 미국 정부에 반하는 행동을 할 생각이 없어요. 현명한 결정이죠.”

“…….”

스탠리 이사는 입을 쿡 다문 채 아무런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가 이 자리에 온 것은 도저히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민혁 실장이 미국인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최민혁이 딱히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었다.

최문경 부회장 배후를 정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미국 정부와 갈등하다가는 복수는커녕 자칫하다가 엄한 놈에게 뒤통수를 맞을 수도 있기에 미리 사전 작업을 해둔 것뿐이었다.

실상 최문경 부회장이 가장 잘하는 짓이 바로 이 이간질이었으니까.

스탠리 로버트 이사의 안색이 거무죽죽해졌다. 그는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몰랐다. 다행히 새치가 나도록 머리를 굴린 결과 바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태국 바트화! 당신들이라면 모르지 않을 텐데, 이건 어떻게 할 겁니까? 최민혁 실장이 이 일을 방해하겠다고 협박했습니다!!”

조시 아태 차관보는 전형적인 고위 공무원이 하는 난 몰라 제스처를 취했다.

“전 그 일이 뭔지 모르겠습니다. 태국 바트화가 어쨌다는 말입니까. 다만 제 개인적인 의견으로 최민혁 실장이 굳이 그 일을 방해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스탠리 이사는 답답해서 자기 가슴을 탁탁 쳤다.

“아니, 최민혁 실장이 제 앞에서 대놓고 협박했단 말입니다!”

“그건 더 이상하군요. 최민혁 실장이 모건 스탠리를 협박한다라? 그게 말이 됩니까? 당신네는 세계적인 투자은행으로 명성이 자자한데 말입니다.”

모건 스탠리와 KM 전자의 대결은 사실 말이 안 되는 이야기다.

다만 최민혁 실장의 자산을 고려하면 또 그렇지도 않았다.

당장 에플 주식 가치가 그중 하나다.

그 칼자루만으로도 최민혁 실장은 모건 스탠리 일부를 압박할 수 있다.

다만 모건 스탠리 전체를 상대로는 그렇지가 않았다.

어쨌든 이런 이유로 모건 스탠리가 최민혁 실장을 압박하기는 쉽지 않았다.

“아니, 지금까지 무슨 이야기를 들은 겁니까? 구골부터 시작해서 KMBOOK까지 이야기를 했지 않습니까. 심지어 지금도 실리콘 밸리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니까요!”

조시 아태 차관보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건 더 문제가 되지 않습니까. 결국 당신들이 미국 정부를 이용해서 이익을 챙기겠다는 말 아닙니까.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는 겁니까?!”

“아니, 그런 뜻이 아니지 않습니까.”

스탠리 로버트 이사는 나름 합리적인 사람인데, 이번에는 억지를 주장했다. 그는 자신이 무리수를 둔다는 것을 알아도 방법이 없었다.

조시 아태 차관보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명확한 선을 그었다.

“…당신네가 거래하는 헤지펀드가 하는 일에 우리 미국 정부는 절대로 끼지 않습니다. 그럴 수도 없는 일입니다. 제 말뜻을 아시겠습니까?”

“…설마 제 말을 안 믿는 겁니까?”

조시 아태 차관보는 한숨을 내쉬었다.

“제 말뜻을 전혀 이해 못 하나 보군요. 그쪽 일은 어차피 헤지펀드 사이에서도 말이 많은 것 압니다. 지금도 계속 로비질 하고 있지 않습니까? 알아서 하란 뜻입니다!”

사실 내막을 잘 모르는 스탠리 이사는 이 이야기를 묵묵히 들을 수밖에 없었다.

“그들 사이에 최민혁 실장이 낀 것뿐이지 않습니까. 그러면 그 일은 헤지펀드끼리의 다툼인데, 알아서 타협해야 하지 않습니까? 그게 국무부가 끼어들어서 간섭해야 할 일입니까?!!”

“…….”

스탠리 로버트 이사는 뒤늦게야 자신이 미친 부탁을 했다는 것을 알았다. 사실 그 반대가 되어야 했다. 우리가 하는 일에 미국 정부가 끼지 말라고 말이다. 실제로 그 일 때문에 천문학적인 정치 후원금을 내는 것이니까.

이 모든 일의 시작은 역시 최민혁 실장이 에플 지분을 헐값에 사들인 것에서 시작했다.

에플 주가는 이미 상승세를 거듭하는 중이다.

이제 최민혁 실장이 가진 지분은 모건 스탠리에게도 큰 부담을 지워준 셈이다.

흥분한 조시 아태 차관보는 그제야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냉정하게 한마디만 남겼다.

“이 일은 분명하게 해둘 필요가 있어서 제가 나왔습니다. 앞으로 이런 자리를 요청하면 문제가 될 겁니다. 다시 말하지만, 민간의 일은 민간기업끼리 알아서 해야 합니다. 최민혁 실장은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쪽에서 고압적으로 나오니, 대화가 안 될 뿐입니다!”

조시 아태 차관보는 이상할 정도로 최민혁 실장 편을 들었다.

“…….”

스탠리 로버트 이사는 넋을 잃은 채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미국 정부가 중도 노선이라니. 그는 이 일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답을 찾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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