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 3세는 조용히 살고 싶다-670화 (670/1,021)

#670.

얘기를 들은 존 맥커니 사장은 자신이 아는 지인을 통해서 다시 연락해 봤다.

알아보니 다행히 SF 영화에 나오는 그런 수준의 인공지능은 아니었다.

어느 정도 약속을 정해놓으면 이지수 박사가 만든 데모를 구현할 수 있었다.

다만 이게 쉽다는 것은 절대 아니었다.

이 기술 역시 넘어야 할 산이 많기 때문이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있었다.

[음성인식을 위한 인프라 시스템은 이미 구현되었다고 봐야 합니다. 그다음은 역시 상업적인 시도일 겁니다.]

상업적인 시도는 이야기가 많이 달랐다.

당장 마이크와 같은 입력 시스템 문제가 대두되기 때문이다.

음성에 딸려오는 각종 노이즈 장벽은 생각보다는 극복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존 맥커니 사장이 아는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이 문제를 거론하면서 현실적으로 구현하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개새끼들아,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그러면 지금 나온 결과물은 뭔데?!’

물론 속마음을 입으로 내뱉지는 않았다.

존 맥커니 사장은 곧바로 스탠리 이사를 찾아가서 자신이 받은 자료와 분석한 결과물을 보여주었다.

“하, 지금 저보고 이걸 믿으란 말입니까?”

“물론 짜고 치는 고스톱 수준이라서 그럴듯해 보이는 면이 있어. 상업적으로 무리이기는 한데, 일단 구현은 된 것이니까.”

“이거… 진담입니까?”

“그래서 검토가 더 필요하지. 지금 당장 확인을 해야 해. 그리고 다른 건 몰라도 이건 꼭 알아내야 해. 최민혁 실장이 왜 굳이 이지수 박사와 손을 잡은 것인지 말이야. 물론 이 연구 수준도 같이.”

“…….”

그는 기가 막혀서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최민혁 실장은 ‘KMBOOK'이란 법인 설립을 공식적으로 처리하지도 않았다. 지금 한창 미국 공무원이 일을 처리 중이었다.

그런데 벌써 건물, 설비, 거기에 차세대 애니 시스템까지 갖추고 있었으니.

특히 팔로알토 네트웍스가 사용하던 건물이라서 손을 댈 곳이 그렇게 많지가 않았다.

덕분에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존 맥커니 사장이 결국 태도를 바꾸었다.

“이봐, 스탠리 이사, 당신은 이머징 마케팅 투자 책임자야. 그런 자리에 있는 사람이 어떻게 실리콘 밸리 동향도 몰라? 최민혁 실장의 행보도 따지고 보면, 전부 다 자네 탓이잖아. 자네가 제대로 일 처리를 하지 못해서 다들 당황해하잖아!”

“……?”

스탠리 로버트 이사는 존 맥커니 사장의 억지에 황당해서 뭐라 반문하지 못했다. 존 맥커니 사장의 태도는 평소와는 많이 달랐다.

누군가에게 압박을 받는 모양새였다.

솔직히 스탠리 이사 자신이 태국 바트화에 대해서 전혀 몰랐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자신은 이머징 마케팅 투자자고, 헤지펀드 투자자들의 동향을 모른다고 해도 어느 정도는 눈치채고 있어야 했다.

실제로 들은 정보가 있었다.

다만 모른 척했을 뿐이다.

이제는 그런 미묘한 부분까지 존 맥커니 사장이 질책했다.

스탠리 이사는 식은땀을 흘렸다. 이대로 느긋하게 지켜만 볼 수는 없었다.

안 좋은 소식은 또 있었다.

“이미 세쿼아 캐피탈의 마이클 모리츠 이사가 이 정보를 알고는 최민혁 실장을 꾸준히 방문했다는 소리가 있어. 이번 일은 그냥 넘어가서는 안 돼. 일단 정황이라도 반드시 확인해야 해!”

다들 이 KMBOOK이라는 새로운 벤처 회사에 눈독을 들인 것이었다.

하지만 자신이 지금 최민혁 실장을 찾아간다고 해서 뾰족한 수가 생길 리 없었다.

그런 중에 존 맥커니 사장은 계속 책임 회피성 발언만 해댔다.

아니, 그는 수시로 스탠리 이사를 호출해서 강하게 질책했다.

“스탠리 이사, 당신이 이번 일의 책임자야. 만약 문제가 생기면 자네가 다 책임져야 할 거야!”

“…….”

‘이제 와서 나보고 어쩌라고?!’

스탠리 이사도 자신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려는 존 맥커니 사장을 무시하지 않았다. 결국, 자신이 혼자 바가지 쓰고 잘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맹렬하게 머리를 굴리고, 또 굴려서 결국 대안을 생각해 냈다.

“가만, 이지수 박사를 좋아하지 않는 이가 있다고 했지 않습니까? 그 작자 때문에 이지수 박사가 지금의 스탠퍼드 인공지능 연구소에 들어갔을 것 같은데,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겁니까?”

“그건 나도 몰라. 그건 중요한 일이 아니야. 문제는 스탠리 이사 자네…….”

스탠리 이사도 절박해서 존 맥커니 사장의 말을 중간에 잘랐다.

“일단 그 문제부터 확인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우리보다 그자들이 직접적인 이해관계 당사자이니까요!”

“…글쎄.”

“우리는 에플 대주주 입장이라서 스티븐이 그런 반응을 보인 거죠. 하지만 그자들은 스티븐과는 또 입장이 다릅니다. 이 정보는 아마 몰랐을 겁니다. 알았으면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겁니다.”

“흠.”

존 맥커니 사장은 다시 고민했다. 확실히 스탠리 로버트 이사의 지적이 틀리지 않았다. 스티븐이 굳이 어느 정도 정보를 흘린 것은 자신이 대주주이기 때문이다.

스티븐은 결국 자신과 이해관계를 같이한다.

하지만 이지수 박사를 싫어하는 이들은 다르다. 이들이 이 정보를 얻는다면 멀찍이 앉아서 간만 보지는 않을 것이다.

직접 손을 쓰는 것이 빠를 테니까.

‘아니, 황금알을 낳는 지적재산권을 포기할 리가 없겠지.’

“…한번 생각해 보지.”

* * *

존 맥커니 사장은 결국 로비스트를 통해서 이번 애니 인공지능과 관련된 개발 정보 현황을 슬쩍 흘렸다. 그는 굳이 그들에게 괜히 찍히고 싶지 않아서 문제를 꼬지는 않았다.

그저 정확한 정보만을 넣었다.

부족한 정보는 스티븐을 통해서 추가로 얻었다.

스티븐 역시 아직 돌아가는 사정을 전혀 모른 사람처럼 정보를 넘겼다.

하지만 그가 미처 모르는 사실이 있다면, 이 배후에도 최민혁 실장이 있다는 사실이다.

그는 스티븐에게 직접 존 맥커니 사장에 대한 정보를 얻자 친절하게 애니 관련 정보를 넘겨주었다.

최민혁 실장의 이런 행동에는 스티븐조차 고개를 갸웃했다.

[…굳이 이런 정보까지 넘길 필요가 있습니까?]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했다.

[애니는 특허만으로 묶기에는 실로 광범위한 연구 성과물입니다.]

[베낄 수도 있지 않을까요?]

[베끼는 것도 거의 불가능합니다. 워낙에 광범위한 경험이 축적된 성과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민혁은 스티븐의 우려를 잘 알았다. 하지만 그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인공지능만으로는 당장 수익성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인공지능이 아이컴이나 메신저 서비스와 결합해야만 시너지가 발생한다.

이와 관련된 특허는 이미 KM 전자 특허 팀에서 미친 듯이 출원 중이고 말이다.

그러니 단편적인 정보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실제로 인생 1회 차 기준으로 봐도 20년은 지나야 자율 주행과 같은 성과물이 나온다.

더욱이 이지수 박사가 만들어낸 것은 생각보다는 복잡한 결과물이었다.

그쪽에서 아예 이지수 박사를 스카우트하지 않는 이상은 어떻게 할 대안이 없었다.

지금 그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낚시였다.

일테면 차세대 메신저 서비스 말이다.

당장은 이게 돈이 되니까.

[…알겠습니다.]

결국 이 정보를 접한 테일러 박사는 깜짝 놀랐다. 그는 이지수 박사가 아직도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을 이때서야 알았다.

그는 부랴부랴 스탠포드 인공지능 연구소 총책임자인 토니 투센 교수를 찾아가서 협박했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겁니까?!”

겉으로 봐서는 늘 말끔했던 테일러 박사의 모습이 평소와 약간 달랐다.

그는 기괴한 얼굴을 한 채 토니 투센 교수를 협박했다.

길길이 날뛰는 모습이 마치 두 얼굴을 가진 사람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늘 여자에게 신사처럼 웃기만 하던 테일러 박사는 온데간데없고, 그를 대신한 것은 새로운 신종 괴물이었다.

토니 투센 교수는 갑작스러운 테일러 박사의 방문에 깜짝 놀랐다.

그 역시 깜짝 놀라서 식은땀을 흘렸다.

“…무슨 말씀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지수 박사에 대한 사실은 이미 2개월마다 테일러 박사님에게 충분히 보고했습니다.”

“아니, 최민혁 실장과 손을 잡고 진행하는 이 결과물은 또 뭡니까?!!”

테일러 박사가 가져온 자료는 존 맥커니 사장이 한 말과 자신의 인맥을 통해서 파악한 정보였다. 물론 그 내용의 출처는 최민혁 실장이었다. 그러니 정보가 생각보다 자세했다.

특히 디테일 부분은 당장 봐도 이해하기 힘든 내용이 많았다.

‘이게 뭐지?’

토니 투센 교수도 당황했다. 그는 이지수 박사가 최민혁 실장과 손을 잡고, 일부 인원을 정리했다는 것은 알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큰 문제는 아니었다.

토니 투센 교수 지시를 받아서 움직이는 이들은 굳이 이지수 박사를 따라갈 이유가 없었다.

그 역시 마찬가지다. 이미 이지수 박사가 연구소를 그만두는 시점에서 더 그녀를 감시할 이유는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테일러 박사가 이전에는 이지수 박사의 감시에 그렇게 집착하지 않았다.

이지수 박사 역시 소송과 여러 가지 압박을 당해서인지 눈에 띄는 활동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게 아니었다.

이지수 박사는 홀로 자신만의 노력을 포기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녀가 따로 연구한 부분은 아직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정해져 있지 않아서 다른 연구원들에게도 제대로 정보를 주지 않았다.

사실 의심하는 부분도 있고 말이다.

자신이 하는 연구 성과가 간혹 외부에 누설된 적이 몇 번 있었다. 그 때문에 소송이 오히려 불리하게 돌아간 적도 있었다.

아무리 이지수 박사가 주변 분위기에 둔하다고 해도 바보는 아닌데,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았을 리가 없었다.

그리고 그 미묘한 연구의 성과가 지금 자신의 눈앞에 놓여 있었다.

“…이건 놀랍군요.”

토니 투센 교수는 솔직히 감탄을 거듭했다. 그도 테일러 박사가 뒤에서 이지수 박사를 상대로 무슨 짓을 하는지 잘 알았다.

온갖 더러운 짓은 다 하니까.

자신 역시 테일러 박사의 지시를 받았다.

어쩔 수가 없었다.

펀딩과 권력 두 가지를 통한 압박이기 때문이다.

그도 만약 테일러 박사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스탠포드를 그만둬야 했다. 테일러 박사는 스탠포드 윗선에도 압력을 가할 수 있을 정도로 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정도 성과라니.’

토니 투센 교수도 간혹 이지수 박사를 설득하려고 한 적이 있었다.

그로서는 이지수 박사가 테일러 박사와 화해해서 잘 지냈으면 하고 바랐다.

테일러 박사도 겉으로 봐서는 영 쓰레기는 아니었다. 집안이 소위 말하는 미국 명문가 중의 하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지수 박사는 테일러 박사를 바퀴벌레보다 더 싫어했다.

그는 대충 돌아가는 스토리를 알게 되자 오리발을 내밀었다.

“…그래서 절 보고 어쩌란 말입니까? 어차피 이지수 박사는 이미 연구소에 사의를 표했습니다.”

“아니, 그따위 말만 하지 말고, 뭔가 하란 말입니다. 아니, 인공지능 연구소에서 일했다면 그 지적재산권의 일부는 이쪽 소유 아닙니까. 그거, 연구소 기술을 빼돌린 것 아닙니까?!”

하지만 토니 투센 교수는 이전과는 다른 반응을 보였다. 그도 솔직히 이제는 테일러 박사의 행동에 질렸기 때문이었다.

“그 부분은 이지수 박사가 개인적으로 연구한 결과물일 겁니다.”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인공지능이라고 해서 다 같은 인공지능이 아닙니다. 여러 가지 분야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지수 박사가 이곳에서 한 분야는 추상적인 개념에 가깝습니다. 지금 보여준 보고서의 성과와는 전혀 다릅니다.”

사실 이지수 박사가 연구소에서 한 프로젝트 결과는 주로 수학적인 모델링과 인공지능 모델링을 중심으로 했다.

현실에서 당장 써먹기 어려운 부분이다.

그렇게 된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이 방향으로 연구 방향을 정한 것은 테일러 박사님 아닙니까?”

테일러 박사는 시퍼런 눈을 한 채 토니 교수를 압박했다.

“아니,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합니까! 수학적인 모델 위주라고 해도 실제로 구현해서 확인은 해야 할 것 아닙니까!”

토니 교수도 이제는 참지 않았다.

“그 확인 같은 일을 하지 말라고 지시한 분이 테일러 박사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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